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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일 님의 서재입니다.

우사인 볼트 씹어먹는 괴물 육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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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정하일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3
최근연재일 :
2024.06.15 08: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1,987
추천수 :
522
글자수 :
281,222

작성
24.06.08 08:30
조회
357
추천
10
글자
16쪽

EP5.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DUMMY

이윤경은 안심했다.


근 6년을 살아온 트랙에서의 삶과 트랙 밖에서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에 감사하고 또 안도했다.


그리 나쁜 삶은 아니었다.

한껏 쏟아부어서 그런가, 더는 트랙을 거들떠보지 않아도 됐었다.


할 만큼 했으니.

여한도, 후회도 없었다.


그 짙은 확신이 이윤경을 더욱 편히 웃을 수 있게 했다.


시간이 흘러.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평생을 함께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때도, 이 남자를 만날 적엔 운명이란 건 믿지 않았다.


그저 나 자신을 온전히 다 받아 줄 수 있는 남자구나.

그 하나만 믿고 자신에게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생기는 것을 허락했다.

그뿐이었다.


트랙 따위.

그런 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인성이 고운 남자였다.

함께 있으면 행복이 배가 됐으니까.


그러다 딱 29살이 되던 해.

여기서 어떻게 더 웃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런 게 이 세상에 또 있었다.


아기가 태어났다.


두 팔로 안으면 품 안에 쏙 들어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이.

이따금 조금이라도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울음으로 응답하는 아이.


내가 웃으면 골똘히 쳐다보다, 똑같이 웃음 짓는 아이.

검은색도 참 예쁜 색이구나를 처음 알게 해준, 아름다운 눈을 가진 아이.


무한한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준 아들이었다.


“-이름 한길, 어때?”

“너무 좋아.”


“진짜 좋아?”

“나는 당신이 좋다면 다 좋아.”

“정답이야.”


한승일은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미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 지 오래였다.


그로부터.

영원히 그 순간을 간직할 것만 같은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신기할 정도로.


내가 낳은 내 아이가 세상을 둘러보다가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을 손으로 짚어 댔다.


그러다 두 발로 설 수 있게 되었을 때.

자기 스스로 중력을 거슬러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윤경은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었다.

아이 앞에서 펑펑 울 순 없으니, 그럴 적마다 안방에서 기뻐 울었다.


물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윤경도 엄마는 처음이었으니까.

그건 남편, 한승일도 마찬가지였다.


초보 아내, 초보 남편.

하루빨리 길이에게 만큼은 초보 딱지를 떼려 부단히 노력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당연지사 수면권을 반납하고, 아이의 라이프 사이클에 자신들의 두 몸을 맡겼다.


아이가 먹을 때, 지켜보고.

아이가 잘 때, 숨을 돌리고 먹고.

아이가 다시 눈을 뜨면, 또 지켜보고.

아이가 울면, 힘에 부쳐 같이 울고.


어느 날.

그러다 길이가 입술을 뗐다.


“어므······.”


“으어, 여, 여보오옷!!!”


한승일이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귀로 들었을 때, 이건 절대 자신이 아니라 엄마였음을.


부엌에서 설거지하다 말고, 고무장갑을 대차게 내팽개친 채-

매서운 질주로 소파로 향한 이윤경이었다.


“그래그래, 엄마아빠 다 여기 있어~ 길아! 말하고 싶구나?”


“어므, 어므우······.”


“그래, 무슨 말 하고 싶어~?”


“으무······.”


절대 엄마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엄마’여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서 이윤경은 또 엉엉 울었다.

한승일은 그 눈물로 가슴팍이 다 젖었지만 뗄 순 없었다.

이 순간을 영원토록 기억하고 싶었다.


일순 길이는 엄마아빠가 모두 우는데, 다시 웃고 있었다.


“꺄르륵.”


“요놈, 요거. 웃네, 하하.”


그렇게 시간은 또 거짓말처럼 흘러서.


길이가 7살이 되던 해.

용제라는 친구를 사귀었다고 한다.


용제란 아이는 참 씩씩했고, 예의가 발랐다.


어느 날은.

둘이 온종일 공원에서, 운동장에서 뛰고 또 뛰었단다.


이윤경은 마실 것을 들고, 아이들이 있다는 곳을 향했다.


“나, 날 죽여줘어어······.”


한 아이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끝끝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용제와 달리, 길이는 그 뙤약볕에서도 웃으면서 달려왔다.

그리고 해말갛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달리는 거 너무 재밌어!”


이윤경은 쓴웃음만 지어 보였다. 하나, 아들이 이렇게 행복해 하는 게 먼저였다.

그래서 환히 웃으며 맞장구를 쳐줬다.


“그치, 길아? 달리면 기분 좋아~”


“구름이 막 빠르게 움직이고! 바람도 안 불다가 막 불고! 나도 점점 빨라져!”


이윤경도 다 아는 얘기였다.

더 알면 더 알았지.


“우리 길이 다리가 백만 불짜리 다리네~!”


이윤경은 한길이 거기서 멈췄으면 했다.


“그래도 날씨가 더워~ 나중엔 다리도 아파. 살살해, 살살.”


“응!! 나 달리기 선수 할래!”


“뭐······?!”


“달리기 선수! 막 올림픽 그런 거 있잖아!”


그날.

이윤경은 정말 한길이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 마음에 말을 흘렸을 거라 믿었다.

그러길 기도했다.


하나, 한 해 두 해.

해가 넘어갈수록 그게 아닌 걸 느꼈다.


아들, 한길은 진심이었다.

달리기 얘기는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이윤경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길아······ 지금도 달리기 선수 하고 싶어?”


“당연하지, 엄마!!”


야속한 ‘운명’이란 게 정말 있을까, 그게 두려웠다.





EP5.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위원님 말씀대로 초등부에서 벌써 부별 신기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한길 선수의 경기를 오늘 처음 보긴 합니다만, 정말 대단하네요!]


[네, 이렇게 4레인의 한길, 7레인의 이혁우 선수가 나란히 준결승에 오릅니다.]

[5조와 더불어 8조의 경기가 장내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번 생.

불과 2년 만에, 난 벌써 많은 게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인파에 막혀 오가지도 못하는 이홍섭 쪽으로 내가 직접 향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 주변이 전생과 너무도 다르다.


코치, 이홍섭, 한층 성장한 오승탁.

그리고 올해 말에서야 나왔어야 할 11초대의 기록.


인과율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도 퍼져 나갔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간과했던 것들도 참 많음을 깨달았다.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어찌 허투루 달릴 수 있겠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이홍섭은 날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하지만 2년 전처럼 휙 한 바퀴 비행기는 태워 주진 못했다.


이제 나도 이홍섭만큼이나 키가 커버렸고.

몸무게도 이전과 달랐으니까.


하나, 이홍섭은 태워 주지 못할 만큼 내가 성장한 게 기뻤을까.

그 까끌까끌한 수염으로 내 볼을 연신 긁어댔다.


“언제 이만큼 커 버렸어어!!”


“아, 아악! 아파요!!”



* * *



당연히 ‘윤태식호’는 난리가 났다.


이 급작스러운 상황은 선수가 아니라 코치였던 윤태식조차 제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홍섭에게 다다르는 한길을 쳐다보며 인상만 또 찌푸려질 뿐이었다.


그날.

교문 앞에서 어떻게든 저 아이의 환심을 사려고, 귀를 흔들어 보려고 포켓만 빵만 우직하게 사간 자신이 어느 때보다도 미워졌다.


뭔가 한길의 관심을 한 번에 끌 수 있을 대단한 걸 준비했다면······.


그런 심정은 이내 짙은 한숨으로 뿜어져 나왔다.


“하······.”


11초88이라니.

지금 초등부 예선전에서 11초대가 나왔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끌어들이려고 신경 썼던 옆 학교 카드에서 말이다.


윤태식은 번뇌에 사로잡혔다.

선장이 골머리를 썩으니, 당연히 선원들도 웅성거렸다.


“미친 거 아니야, 쟤?”

“아까 재철이랑 얘기했던 애 맞지?”


“아, 육상 진짜 유전자빨이라니까? 우리가 존나게 뛰어도 쟤 못 잡아.”

“야, 야. 저쪽 학교는 그럼 준결승 몇 명 나가지?”


두 명이었다.

한길 그리고 오승탁.


그리고 성제초는 도재철을 포함해 셋이었다.

하지만 더 많다고 좋아라 할 수도 없는 숫자였고, 지금 저쪽의 두 명은 그저 그렇게 준결승 진출 확정인 두 명이 아니었다.

결승까지도 넘볼 수 있는 아이 둘이었다.


윤태식은 멍하니 이홍섭을 쳐다봤다.

이홍섭이 한길을 한껏 안다가 내려놓고 얼굴을 비빈다.


‘그래, 좋겠지. 복덩이를 안았으니까, 이 양반아.’


운 하나는 뒤지게 좋네, 정말.


그렇게 영양가 없는 생각만 꼬리를 물다가-

그제야 고개를 떨구고 있는 도재철이 눈에 밟혔다.


“도재철, 왜 그래. 너도 잘했잖아.”


돌아본 도재철은 분이 쉽게 삭질 않았다.


8조의 경기 전에는, 그래도 한 번 괴성만 지르고 나서 준결승 때 오승탁을 씹어 먹어 버리겠다고 장담했던 도재철이었다.

하지만.


방금 한길의 주파 이후엔, 도재철조차 말이 없다.


아까 한길과 둘이서 얘기할 적엔, 그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더니 지금은 얼굴이 한껏 붉어진 채 콧김만 거칠게 내뿜는다.


윤태식은 그런 도재철의 상태가 착잡하기만 했다.


이미 윤태식 자신도 도재철이 어떤 아이인지 잘 알았다.


도재철은 유망주의 타이틀을 이미 거머쥐고, 전학 온 성제초를 기록으로 압살하고 의기양양한 것도 사실이었다.

한 번쯤 그래도 요 녀석의 기를 좀 누르고 점잖게 키워볼까 했지만, 도재철은 여느 아이들과 결이 달랐다. 점점 높아져 가는 자신감이 곧 기록으로 나타났던 아이였기에.


자신감이 높아지고, 기록이 향상되면 좋을 건, 윤태식 저 자신이니까.


그래서 말리지 않았다.

되레 어떨 때는, 더 날뛰길 바랐다.


근데, 도재철이 처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이 화마에 휩싸여 있다.


“야, 야. 괜찮다, 재철아. 너도 잘했어.”


이내 숨 좀 고르라며 건넨 윤태식의 물을, 도재철이 급기야 홱 뿌리친다.


“필요 없어요, 지금.”


“하······ 괜찮다니깐, 참. 우린 어차피 결승이 목표다, 마음 단단히 먹어.”


윤태식도 도재철의 버릇없는 행동에 욱했지만, 뒤이어 있을 준결승이 그의 혀를 붙잡았다.

멘탈이든, 컨디션이든 지금 이렇게 흔들려서 좋을 건 둘 모두에게 없을 테니까.


정말 이번엔 제대로 된 성적을 내서, 보란 듯 금의환향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분명, 이 예천으로 향할 적엔 모두가 그런 포부를 안았는데.


하지만 현재.


앞 조에 포진했던 성제초 부원들 역시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도재철을 포함해 준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쥔 선수들은 총 셋.


예상보다 적었다.

그러니 가장 유력한 유망주, 도재철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하여, 도재철의 화가 저 알아서 식길 바라며 고갤 치켜들었다.


근데.

하늘이 좀 이상하다.


설상가상이었다.



* * *



[네, 이로써 모든 예선 경기가 마무리됩니다!]

[정말 초등부는 늘 예선부터 치열하군요, 그 수도 많고요.]


[5, 6학년을 통합부로 진행했는데도 열두 개 조라니, 꿈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예, 이어서 남자 일반부 400m 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남초부 100m 준결승은 2시간 뒤인 3시에 있겠습니다. 그전까지 몸이 식지 않도록, 부상이 없도록 선수 여러분들 몸 관리를 잘 해야겠죠?]


오승탁 엄마가 내어준 간식거리들을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먹고 있다.


새삼 동생들에게 고마웠다.


고생한 만큼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도 못할 텐데도, 자리를 지키겠단다.


형들이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내년에 자기들도 달리겠단다.


울며불며 난리쳤던 구지훈이 때아닌 고백을 또 내게 날렸다.


“나는 형처럼 되는 게 꿈이야.”


“야, 아깐 나보고 실망했다더니, 하하. 그리고 꿈은 더 크게 가지는 거야, 지훈아. 어떻게 사람을 꿈으로 잡냐.”


“아, 그건 그거고. 형이 곧 나한텐 꿈이야!”


“그럼, 승탁이는?”


구지훈이 흠칫 놀래며 오승탁 쪽을 돌아봤다.


이젠 오승탁의 포스가 남달랐다.

온몸에 두르고 있는 기세가 대장 원숭이 격이었다.


엄마가 건네준 초콜릿 바를 무심하게 뜯어 먹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내심 쟤보다 동생이 아님에 다시 감사했다.


“스, 승탁이형은 성격만 좀······.”


“뭐? 뭐라 했냐, 구지훈?”


그때.

이홍섭이 신음을 흘렸다.


“아, 설마-”


이홍섭이 올려다보는 시선을 하나둘씩 따라갔다.


그렇게 청쾌하기만 했던, 하늘이 어째 이상하다.


줄지어 떠다니기만 했던 구름이 뭉치길 시작했고, 이내 그 색이 물씬 짙어졌다.

곧 시꺼메졌다.


“비 온다.”


뚝뚝-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기 시작했다.


붉은 트랙엔 빗물에 까만 점들이 무수히 찍혔다.



* * *



먹구름이 모여든다.

다행히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나, 이미 네 시간째 땡볕에서 구른 두 남자의 인상은 썩어질 대로 썩은 뒤였다.


카메라는 총 두 대.

하나는 트랙, 다른 하나는 필드였다.


하지만 백영호는 필드 쪽 카메라에는 전원을 꾹 눌렀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보면서 입술을 씰룩였다.


“시팔, 구라청 씹새끼들.”

“아흐, 솔직히 저한테 너무한 거 아니에요?”


“비 오겠네, 꼬라지 보니까.”

“제 말 들리시냐고요오······.”


조연출, 강승훈이 카메라에 이마를 기대며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겠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쳤지. 진짜.’


이틀 전, 서울.


“어이, 강승훈이. 요새 왜 이렇게 죽상이야. 이 형이 또 기름칠해 줘?”

“통 요새 잠을 못 자서······. 그리고 저는 기름칠 말고 초장이 땡기는데요.”


백영호가 눈을 번뜩였다.


“그럼, 가야지.”

“음, 어딜요?”


“바다 어때?”

“지, 진짜요?”


“한 번쯤 숨 돌릴 때 됐잖아?”

“······!!”


요즘 꽤나 힘들어 보인다며 바깥바람 좀 쐬잔 말이-

그럼, 기왕이면 지방이 어떻겠냐는 말이-


그렇게 ‘이 형이 드디어 날 좀 챙기는구나’ 싶어 회나 좀 얻어먹을까 냉큼 고개를 끄덕인 게 화근이었다.


돌이켜보니, 어쩐지 트렁크에 짐을 한가득 싣는 것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백영호의 검은 혀를 일찍이 알고도 그의 감언이설에 그만 넘어갔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하, 좆같은 세상.’


한참이나 늦은 뒤였다.


바다는 개뿔.

영락없는 내륙이었다.


강승훈은 차창에 머리를 기대어 박고 잠이나 쳐 잤던 자신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 PD님. 아까 날씨도 확인해 보니깐 곧 내릴 이 비가 사흘 내내 내린대요, 대충 영상만 따고 뒤에 넘기면-”


“야, 아주 그냥 네가 피디도 하지 그러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확연히 다른 백영호였다.


하나, 강승훈은 억하심정에 할 말은 해야 했다.


“하아니, 아니 된 말로 전 여기 대체 왜 있습니까?!”


“내가 아까도 말했잖냐, 소스 여러 개만 따고 먹자니까?”


“아니, 예천에 회가 어디 있냐고요!”


“예천 무시해? 요즘 같은 세상에 바닷가에만 횟집 있어?”


얼굴만 붉어진 채 부들거리는 강승훈을 못 본 척하며, 백영호는 손가락을 트랙 쪽으로 가리켰다.


“야, 곧 8조 경기니까 다 찍어 둬, 우선.”


강승훈은 구시렁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때다 싶어 은연중에 품고 있던 백영호에 대한 오랜 불만을 토해 낸 것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백영호는 늘 이런 식이었다.


몸은 미련하리만치 고생하는데, 막상 그 연유를 묻는다면-


“뭔가 느낌 좋아.”


그뿐이었다.

그래서 강승훈은 더 미칠 노릇이었다.


“예선이 무슨 12개냐고, 하. 그리고 저희가 아무리 영재 탐사라고 해도,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강태공마냥 낚싯대만 기울이면 대어가 알아서 물어 준답니까? 어떻게 이렇게 태평할 수가.”


백영호는 강승훈의 한탄에 귀를 닫았다.


피어오르던 열기가 이젠 먹구름에 갇혀 먹먹한 습기로 바뀔 때쯤.

8조가 스타팅 블록에 준비를 취했다.


“어이쿠, 제가 영재에요~ 저를 꼭 방송에 내보내 주세요~~ 이러겠네요, 참.”


“느낌이 좋단 말이지.”


“얼씨구? 그놈의 느낌이 좋아서, 날씨도 이 모양입니까?”


탕-!!

8조의 주파가 시작됐다.


그렇게 혀를 굴리며 비꼬았던 강승훈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앵글에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앵글에 비친 아이들의 질주를 지켜보던 강승훈의 눈빛이 차츰 흔들리기 시작했다.


“······!!”


파바박-!!


마르고 연약한 아이들의 질주는 눈 깜짝할 새에 끝이 났고.


자신이 방금 제대로 본 게 맞는지, 강승훈은 백영호를 향해 고갤 틀었다.


백영호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물었네, 대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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