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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25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1.23 22:00
조회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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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9쪽

차 비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70화



S.A.B에 이어 몇 비밀조직을 흡수했다.


그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해방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며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34%에 머무르던 진척률이 10일 사이에 67%를 돌파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멀티를 돌리고 배럭을 늘리는 모양. 답답하던 진척률이 쭉쭉 올라가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마 이 속도라면 한 달 정도면 승윤이의 모든 사망변수를 제거할 수 있을 것 같다.


“흐음. 년도가 바뀌기 전에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지금은 흡수한 비밀조직을 통제하기 위해 유럽에 거주하는 중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새로 들어온 부하들은 초인류 협회와 달리 아직 충성심이 부족하기에 쉽게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당근으로 때리고, 채찍을 내밀어야 일을 열심히 하는 녀석들이다.


지금이 11월 중순이니 빨리 끝내면 가족들과 새해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 때쯤이면 맘 편히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있을 테고.


후우. 슬슬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고 싶다.


내가 아무리 완벽한 존재라고 한들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하루 종일 목숨을 노려지는 상황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고 조금 더 힘내는 수밖에.


“전하! 피하셔야 합니다!”


다시금 의지를 되새기던 중, 비서 유니티가 비상 상황을 알렸다.


타이밍 한 번 빌어먹게도 끝내준다.


“무슨 일이에요?”

“별의 움직임을 확인. 200km 근방에서 시범 운행 중이던 무인기가 통제불능 상태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높은 확률로 저희가 있는 곳으로 올 것 같습니다.”

“하다하다 비행기까지. 지랄염병도 유분수지.”


내가 세력을 넓힘과 동시에 운명의 스케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균형을 어그러트리는 힘이기에 견제가 심해진 걸까. 그게 아니면 승윤이가 죽을 운명에서 벗어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한 걸까?


후자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신과 같이 초월적인 존재도 똥줄이 탄다는 이야기니.


“일단 사람들 대피부터 시키세요. 내가 있는 곳 반경 2km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예정이십니까?”

“그래도 살려야죠. 일단 인터폴 이름부터 팔고, 안 되면 그냥 무력으로라도 끌고 나가요.”


인터폴과 따로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이번 기회에 친분을 만들지 뭐.


사람을 구하는 일인데 그 정도 선조치 후보고는 너그러이 이해해줄 것이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요. 다치면 감봉입니다.”


달려가는 유니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협회에서 준비한 방탄 차량에 들어갔다.


정확하게는 NASA에서 우주용으로 개발한 이동수단인데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뽀려... 아니 받아왔다.


핵이라도 터지는 게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충격은 다 흡수할 수 있다나. 여기서 상황을 조금 지켜보다가 비행기를 피하면 될 것 같다.


물론 비행기를 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어디로 가든지 비행기는 내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던, 경로가 변경되던, 누가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내 정수리를 노리겠지.


추락하는 비행기를 신이 붙잡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이야기다.


괜히 일찍 움직였다가 먼저 대피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


그러니 비행기의 착륙지점이 고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동해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차에 짱박혀 있자니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유니티와 다른 수하들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모양.


그로부터 15분이 지나자 사방이 고요함에 젖었다.


텅 빈 번화가에서 나 홀로 도시를 마주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죽고 죽이는 엿 같은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신은 왜 저렇게 꼬인 녀석일까.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파오는 궁금증이다.


“전하. 말씀하신 대로 반경 2km를 모두 비웠습니다. 이제 비행기 추락까지는 10분가량 남았습니다.”

“고생했어요. 다들 물러나 있어요.”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다. 차에 시동을 걸고 적당한 장소를 찾으려는데 유니티가 걱정을 드러냈다.


“전하. 지금이라도 운전수를 보내겠습니다.”


아무래도 11살이 차를 운전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그러나 헛된 걱정이다.


“됐어요. 저 운전 잘 하니까. 많이 해봤어요.”

“...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지. 인생 1회차 때 이야기니까.


“어허. 저 못 믿어요?”

“믿습니다! 그래도 면허가...”

“지금은 비상상황이잖아요.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그럼 갑니다. 끊어요!”


무전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고 힘차게 악셀을 밟았다.


직속신하들은 충성심이 너무 과해서 탈이다. 언제는 나이제한이 없어서 총을 쏘고 다녔나.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칼도 던지고 총도 쏘고 눈에서 레이저도 나가고 그렇게 된 거지.


그럼에도 저렇게 꼼꼼하게 챙기는 건 내가 다치지는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리라.


어떻게든 나를 보호하고, 자신들이 희생하려 애를 쓰는 부하들이다. 귀찮지만, 고맙기도 하다.


오랜만의 운전은 예상했던 것처럼 두근거리고 상쾌했다.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피해가 없을만한 장소를 찾고 있는데 저 멀리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쪽은 초인류 협회의 수하들이고, 다른 한 쪽은 이곳 주민인 듯하다.


2km 근방을 비웠다더니. 저들은 또 무슨 일일까. 왜 주민 쪽은 질질 눈물을 흘리며 사정사정하고 있는 걸까.


호기심이 일어 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 전하! 죄송합니다. 바깥으로 나갔던 인원 하나가 어떻게든 돌아가야 한다고 간청을 하기에 진압 중에 있습니다.”


협회원의 발을 붙들고 늘어지는 사람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그가 배를 바닥에 붙이며 입을 열었다.


“아이고. 선생님께서 대피 작전의 책임자가 되십니까. 다름이 아니오라 건물이 무너지고 물건들이 소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두고 온 것이 있어 그것 하나만 급하게 가져올 수는 없겠습니까?”

“흠. 저희가 배상을 해드린다고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겁니다!”


어느새 기어와 내 다리를 붙드는 남성. 간절함이 눈에서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죽을지도 몰라요.”

“잃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에휴. 뭔데요.”

“논문입니다. 제가 5년 동안 준비한 논문이 아직 연구실에 있습니다.”

“... 교수?”

“대학원생입니다.”

“아...”


처음에는 귀찮은 마음이 컸지만 이내 줄어들었다. 그리고 종내에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대학원생은 국적을 불문하고 노예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이 노예생활을 감내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잘 빠진 논문을 통한 신분상승이다.


그런데 사람이 되기는커녕, 노예생활을 5년 연장하게 생겼으니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원래라면 변수는 없애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비행기 추락 시간까지는 7분하고도 20초 남아 있다.


“위치가 어디죠? 제가 갔다 와볼게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하가 무릎을 꿇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준비를 마저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마음은 기특하다만 고개를 저었다.


“레비.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당신이 죽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이름 모를 대학원생이 안쓰럽다고 해서 나의 부하를 희생할 수는 없다.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가드 불가 기술’이나 마찬가지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 내가 직접 논문을 찾으러 갈 수밖에.


어쩌면 이조차 신이 의도한 바가 아닐까 의심이 되었지만, 때로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법이다.


부하 레비는 안절부절 못하며 나를 만류하려 했지만.


“저를 못 믿습니까?”


불경죄를 들먹이자 이내 곧 조용해졌다. 이 몸은 협회 그 누구보다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었으니까.


말 한 마디로 귀찮은 상황을 정리하고 대학원생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위치가 어디라고요?”

“저.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 편이 빠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타요.”


이제 남은 시간은 6분 50초. 이제는 대화하는 시간도 아까워 대학원생을 태우고 악셀을 밟았다.


원래는 달 표면 위를 달렸어야 할 자동차다. 당연하게도 차체가 단단했고, 차체가 단단한 만큼 고사양의 엔진을 때려 박아도 이를 버틸 수 있었다.


악셀을 끝까지 밟자 자동차가 한계를 벗어나 끝없이, 끝없이 속도를 더해갔다.


“우아와아아가악!”

“정신차리고. 연구실이나 안내해요. 그러다 논문 못 구해도 제 탓은 아닙니다?”

“구으으억. 느언먼? 곰국? 논문! 여기서 오른쪽입니다악!”


역시 논문의 힘은 위대했다. 대학원생은 곧장 정신을 차리고 길을 안내했고, 채 3분이 지나기 전에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시야 저 멀리에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점에 불과하지만 점점 무섭게 덩치를 불리겠지.


이럴 때 연초 딱 한 대 피우면 좋은데.


이상하게도 총과 칼, 운전은 곧잘 하면서도 술과 담배는 손이 안 간다. 아니,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절제하고 있다. 아무래도 술이랑 담배는 기호식품이다 보니까.


마음속으로 연초 한 대를 다 태울 즈음 대학원생이 우당탕 뒹굴며 건물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안도와 환희가 담겨 있었다.


“찾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운전할 줄 알아요?”

“면허는 있습니다만. ... 이걸 제가 운전하라고요? 이런 속도의 차는 운전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갑자기 운전대를 잡으라는 이야기에 대학원생이 당황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선택지 따위는 없다.


“어? 비행기 다가온다. 팡 하고 터지면 논문도 터지고 당신 머리도 터질 텐데. 괜찮아요? 말하는 사이 벌써 10초가 또...”

“하! 하겠습니다! 하면 되잖아요!”


나는 말없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가 운전대를 잡고도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이길래 옆 자리에서 악셀을 대신 꾹 밟아주었다.


“으어? 어? 어어! 으아라아악!”

“네. 좋아요. 이 정도 속도는 유지해야 할 겁니다.”


이제 시간은 2분 남짓. 조금 아슬아슬한 시간대가 되었다.


비행기가 진척까지 다가왔다. 폭발 범위가 얼마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만 한다.


“흐아악!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잘 됐네요. 이제 길은 순서대로 오른쪽, 왼쪽, 두 번 직진하시고 다시 왼쪽 마지막으로 직진이에요.”

“예? 갑자기 길은 왜...?”

“논문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차에서 뛰어내렸다.


마찰열이 발생하여 신발 밑창이 다 까졌지만 그 뿐, 수호의 DNA는 근육을 완충제 삼아 충격을 모두 흡수해냈다.


“여보세요? 책임자님? 채액이임자니이임! 으어디이이가아아!”


어느새 저 멀리 떨어진 차에서 대학원생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듣지는 못할 테지만 답변해주었다.


“갔다가 돌아오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요. 여기서 해결해야 할 것 같네요.”


저 빌어먹을 비행기는 현재도 나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그렇다고 대학원생을 데리고 차량에 숨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이 어떻게 될 줄 알고. 어쩌면 저 양반을 구한다고 더 큰 피해를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게 최선이다.


걷기의 DNA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뒤, 자리를 박차고 번화가 중심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행운의 DNA의 기운을 넓게 퍼트려 비행기를 막아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따라오는 속도가 쥐똥만큼 줄어들 뿐.


나머지는 기껏해야 새 신발을 발견하는 등의 소소한 행운이 전부였다.


“오, 이거 신상이네.”


신발을 빠르게 바꿔 신고 계속해서 거리를 누볐다.


비행기의 방향, 거리의 구조물, 나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하여 두뇌가 생존 루트를 짜는 중이다.


“일단 속도를 줄여야겠지.”


저 무지막지한 속도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감당할 자신은 없다. 지금도 무서운 굉음에 식은땀이 폭포처럼 솟는 중이니.


다른 물체들과 부딪치게 만들어 조금이라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리라.


“열기구나 천막, 나무 같은 게 있으면 좋은데 이곳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번화가에서 저런 부드러운 완충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건 너무 형편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빌딩들을 이용하는 수밖에. 빌딩은 숲이라 불리지 않나. 도시의 숲이라 문제지.


“그대로 갖다 박으면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어. 연쇄 작용을 생각하면 두 채나 세 채 정도는 부서질지도 몰라. 그것만은 안 돼.”


돈도 돈이지만 결국 어그로가 문제였다.


세력이 커질수록 운명의 견제가 심해지는데 만약 빌딩 2개가 날아간 사실이 전 세계 매스컴에 타기라도 해봐.


수습이야 하겠지만 그럼 자연스럽게 세력이 더 커질 것이고, 운명은 더 다채로운 방법으로 내 목을 죄여 올 것이다.


지금은 비행기지만 나중에는 인공위성 같은 게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니 빌딩에 꼬라박는 게 아니라 빗겨 맞도록 해야 한다. 속도를 줄이며 살짝 방향을 바꿀 정도로.


그렇게 한 다섯 번 여섯 번 정도만 부딪치면 비행기는 맹폭적인 속도를 잃고 말 것이다.


비행기의 충돌 결과를 모두 계산할 줄 알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요구되지만 정점에 이른 내 두뇌라면 가능하다.


나는 두뇌가 보여준 미래를 향해 힘차게 아스팔트 위를 달려 나갔다.


이제 10초 남았다.


10, 9, 8, 7.


비행기가 쏟아내는 굉음이 두 귀를 집어 삼킨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귀를 타고 내려와 내 심장을 얼리려 하지만 내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6, 5, 4, 3.


당장이라도 심장을 터트릴 정도로 좆빠지게 달리고 있으니 얼어붙을 일이 있나.


난 죽지 않을 것이다. 이제 눈앞의 빌딩 옆쪽으로 돌기만 하면 끝이다.


2. 1.


눌어붙으려는 발을 떼어 뜨겁게 나아갔다.


“X바아아아알!”


단전 깊은 곳에서 올라온 외침이 굉음을, 두려움을 몰아낸다.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비행기와 빌딩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충격파가 어깨를 따갑게 훑고 지나갔다.


계획대로 충돌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날개를 부러트리며 두 번, 옆으로 튕겨져 나가며 세 번.


세 번의 충돌 후 힘을 잃은 비행기는 유리로 된 빌딩의 한 층을 뚫고 나아가다가 그대로 걸려 멈추었다.


마지막까지 비행기의 코는 내 쪽을 향한 상태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털썩 주저 앉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비행기가 빌딩을 쓸어버리며 창밖으로, 그러니까 내가 있는 쪽으로 내부의 물건들을 죄다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저 곳이 자동차를 전시해 놓는 가게인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좆같다. 진짜.”


하늘에서 때 아닌 자동차 비가 쏟아져 내렸다. 페이즈 2의 시작이다.


가만히 서 있다간 죽을 것이다.


“두뇌야. 안전 경로 탐색해.”


두뇌는 곧바로 시야에 필터 하나를 씌웠다. 계산을 바탕으로 한 안전 구역 판별기였다.


떨어지는 자동차 사이에서도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안전을 뜻하는 녹색 구역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입술을 아득 깨물고 조건을 완화했다.


“자잘한 상처는 괜찮아. 치명상을 피할 수 있으면 돼.”


그 말에 반응하듯 가느다란 초록빛이 세상에 감돌았다. 나는 동앗줄을 붙드는 것과 같이 그곳을 향해 뛰었다.


쿵! 쿠구궁!


달리는 와중에도 차체가 아스팔트에 떨어지고 있다.


심장은 너무 빠르게 뛰고 있어 이미 멎은 것만 같다. 인생 2회차를 시작한 이후 가장 가까이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끼는 중이다.


그럼에도 나는 뛰고 도약했으며 때로는 공중제비로 장애물을 넘었다.


신체적 조건, 공간지각 능력과 예측력, 이 중 무엇 하나라도 빠진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도 모든 신체의 부위가 극한까지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자동차 비가 내리는 도심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렸다.


숨은 점차 가빠지고 의식은 흐려진다. 허나 내 발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활로를 향해 머리를 비집었고.


이내 스위치가 깜빡하기라도 한 것처럼, 의식이 완전히 암전되었다가 돌아왔을 때.


나는 발 디딜 틈 없는 차량의 잔해 속에서 고고하게 서 있었다.


살아남았다. 정점의 DNA가 없었더라면, 초인류 협회에서 능력을 갈고 닦지 않았더라면 이미 뭉개지고도 남았겠지만 현재 나는 살아 있다.


“으아아아아!”


격한 감정과 아드레날린이 터져 나와 저 높이 만세를 불렀다.


한낱 인간의 몸으로 신의 재앙을 정면에서 이겨낸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까.


생존의 기쁨이, 나에 대한 자부심이, 성취감이 고함에 뒤섞여 당장이라도 나를 터트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던 중, 떨어지는 비행기 파편이 눈에 들어왔다. ... 그곳엔 불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내 발 밑에는 기름범벅인 기계부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펑. 터질 것이다.


“X발년아! 3페이즈는 아니지이이!!!”


말은 그렇게 해도 다리는 똑똑했다. 잔해들을 짓밟고 헤쳐 나아갔다.


영원과도 같던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불꽃이. 기름으로 뒤덮인 잔해 속으로 떨어졌다.


화르륵. 쿠과과광!


진원지를 중심으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목숨을 건 마지막 뜀박질이다. 화마의 열기가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 삼킬 것만 같다.


마지막의 순간에 나는 수호의 DNA를 활성화시키며 저 멀리 몸을 내던졌다.


쾅! 콰광! 쾅!


폭발에서 비롯된 열풍이 나의 등을 달구며 동시에 밀어주었다.


마지막 폭발과 함께 내 몸은 잔해의 거리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눈을 깜빡였다. 앞이 보인다. 살아남은 것 같다.


“흐어어어.”


말을 내뱉을 힘도, 심력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살아남았다.


저 멀리서 유니티를 비롯한 부하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는 나를 끌고 병원에 데려가겠지.


삭신이 너덜거리고 골이 울린다. 그럼에도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존재를 향해 중지를 날렸다.


“그래도. 내가 이겨.”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X발. 앞으로는 그냥 벙커에 처박혀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암전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오늘도 힘내서 글을 씁니다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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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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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악마들의 처리 22.12.06 245 4 21쪽
179 악마를 포박하다 22.12.03 258 5 18쪽
178 불균형의 화신 22.12.02 278 5 20쪽
177 그 다음 22.12.01 268 5 21쪽
176 승리, 그리고 귀환 2 22.12.01 263 5 15쪽
175 승리, 그리고 귀환 1 22.11.30 269 5 14쪽
174 다다르다 22.11.29 260 7 21쪽
173 100% 22.11.26 257 5 18쪽
172 블러핑 22.11.25 257 5 20쪽
171 벙커 22.11.24 262 5 18쪽
» 차 비 22.11.23 250 5 19쪽
169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나다 22.11.22 267 4 21쪽
168 파티와 난동 22.11.19 259 5 21쪽
167 파리 공항에서의 이미지 메이킹 22.11.18 267 5 15쪽
166 대기업의 오너가 되다 22.11.17 281 5 16쪽
165 돈, 돈, 돈 22.11.16 285 5 18쪽
164 계획 22.11.15 294 5 19쪽
163 선택의 무게 22.11.12 294 5 18쪽
162 소라의 기묘한 하루 22.11.11 311 5 19쪽
161 구원 22.11.10 300 5 19쪽
160 선택 22.11.09 285 6 17쪽
159 분기점 22.11.08 297 6 17쪽
158 해방군과의 조우 22.11.05 313 6 17쪽
157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22.11.04 317 6 20쪽
156 인공 유성 프로젝트 22.11.03 328 6 21쪽
155 타 차원의 힘을 빌리다 22.11.02 363 4 16쪽
154 연쇄소원마가 되다 22.11.01 349 5 18쪽
153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다. 22.10.29 348 6 20쪽
152 얻어낸 것 22.10.28 342 6 18쪽
151 여느 때처럼 증명하다. 22.10.27 351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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