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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28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1.04 22:01
조회
317
추천
6
글자
20쪽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57화



인공 유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열’이다.


우주의 돌덩이는 초속 20~80km의 속도로 대기권에 들어온다. 그 뒤 공기 저항을 통해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찰열이 발생하여 겉면이 증발하여 사라지고 남는 건 열을 이겨낸 한 줌의 덩어리. 그것이 운석이다.


우리가 만들려는 것도 그와 같은 상태였다. 외계 물질에 어마어마한 열을 가해 착륙 직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


그러나 한 줌의 덩어리가 자신의 몸집의 수만 배에 이르는 크레이터를 남기는 걸 고려하면 얼마나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우주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간이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올라가는 것과 우주에서 중력을 타고 지상에 내려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로켓조차도 3단으로 연료를 사용하여 대기권을 뚫지 않나.


운석에 가하는 힘은 로켓 추진체의 3배가 들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래서 나는 NASA의 비행 쪽 시설을 탈탈 털어버렸다. 원자력을 선택할까도 했는데... 우주와 원자력의 조합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걸 영화나 게임을 통해서 꾸준히 봐 왔기 때문에 포기했다.


화력이 딸리면 물량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열 관리 및 계산이 힘들어지겠지만 그건 내가 고민할 바가 아니지.


나사에 똑똑한 사람 많으니까 알아서들 계산하라 그랬다.


그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계산식을 완성하면 내가 슬쩍 읽어보고 검토만 하는 식으로 진행했고. 그 결과 1달이라는 시간 만에 인공 유성 제조 실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NASA에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미국에서 진행해야 하는 실험이라기에 진짜 칼을 대볼까 했지만 그동안 고생한 걸 알기 때문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성아와 미국으로 향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커맨드 센터에서 NASA의 중진과 함께 실험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입니다.”


운석 하나가 열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그렇다고 화력을 줄일 수는 없었기에 유성과 같이 운석에 외피를 입혔다. 그렇게 시작한 두 번째 시도.


외피를 입혔음에도 운석은 속절없이 엿가락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쯤 되자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가 왜 소중한 운석을 녹여버리는 놀이를 지켜봐야 하는 거지.”


누군가의 비아냥도 들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운석은 인류의 발전과 진보를 위한 소중한 단서였으니 심기가 불편할 만도 하다.


그러나 운석이 흐물흐물해진 건 내 탓이 아니다. 내가 요구한 건 군고구마인데 나온 건 탄고구마였으니 쉐프의 잘못 아니겠나.


고구마를 다 태워놓고 ‘아~ 누가 고구마를 구워먹어~’라고 투정하면 상당히 꿀밤이 마려울 것이다.


하여 행운의 DNA의 방향을 바꾸었다. 찡찡거리는 연구원의 입이 다물어지도록.


그러자 커맨드 센터 천장의 타일 하나가 떨어져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X발. 개 아파...”


연구원이 머리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주변의 관심사는 연구원에게 머무르지 않았다.


타일이 떨어진 부분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다름 아닌 후크.


후크는 인공 유성 프로젝트에 발을 깊게 들인 인물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망하면 큰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인지 소란을 떨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운석의 저주! 저주 아닐까요? 방향성은 맞게 나아가고 있는 거 같은데.”


행운의 DNA를 가지고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나쁜 흐름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언제나 어떤 방향으로든 내게 도움이 되는 행운의 DNA였다.


그렇게 시작된 세 번째 시도. 이번에도 운석이 소모되는가 싶었으나 운석이 사라지기 직전, 그토록 바라던 반응이 나타났다.


“세 번째 시도 실패... 어? 외계 물질 감마의 활성화 확인. 기운 분출이! 앗. 아.”


기운이 뿜어지는 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보는 이들을 현혹시키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실험을 지켜보던 연구원들이 흥분하여 콧김을 뿜기 시작했다.


1분 미리보기를 시청한 시청자마냥 잔뜩 달아올라서 다음 실험을 요구하고 있다. 방향성이 옳다는 걸 확인한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으니.


“다음! 다음 운석을 투입하도록!”

“넵!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세팅이 끝나기까지 다들 다리를 떨며 초조해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한 시라도 빨리 찾아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세조정을 마친 후 맞이한 네 번째 시도에서는 외계 물질이 꽤 오랜 시간 기운을 뿜어냈고, 다섯 번째 시도에 안정화에 성공했다.


9개의 운석 중 무려 4개의 운석을 태워먹고 5번째에 이르러 드디어 인공 유성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인공 유성 실험. 성공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우리는 미국 영화 속 커맨드 센터처럼 서류를 날리며 환호성을 질렀다.


실험 내내 안절부절하던 후크와 브라이언도 만세삼창을 부르며 나를 칭송했다.


“설마 인위적으로 유성 상태를 만들 수 있을 줄이야! 상혁! 당신은 천재야!”

“흐하하하! 과학이란 이런 것이지! 세계의 규칙을 파헤치고 신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것! 상혁 군. 나는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꼭 들었다네!”


당연한 이야기라도 칭찬은 기분이 좋은 법이다.


그동안 고생한 성아와 기쁨을 나누려 그녀를 찾았는데 옆에서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히히히히. 흐흐흐. 흐헤헤헤.”


성아가 스크린을 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평생을 별만 보며 자기 이론을 구축한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생생한 운석의 모습은 가능성의 확장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저렇게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이리라.


평소에 하도 소심하여 눈에 안 띄어서 그렇지 그녀도 NASA의 연구원들이나 다름이 없다.


짝!


실내가 너무 어수선했기에 박수를 쳐서 시선을 모았다.


“자. 된다는 거 알았으면 나머지 4개의 운석도 빨리 활성화 시키자고요.”

“... 그렇지! 자 빨리 시작하자고!”


실험의 총책임자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현재 내부에서 입김이 가장 강한 사람은 실험을 발의한 이 몸이었기에.


다들 빠르게 몸을 놀려 운석을 태울 준비를 할 뿐이었다.


* * *


잠시 후 따끈따끈한 운석 5개가 보관실에 마련되었다. 연구원들은 앞을 다투며 그곳으로 향했다.


방호복을 입는 사람, 머리만한 현미경을 들고 가는 사람, 발가벗고 가는 사람 등 제각기 개성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브라이언에게 저게 무슨 꼴이냐고 넌지시 묻자 민망해하면서도, NASA 측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방관하고 있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다들 호들갑이 심하네. 안 그래요 성아 씨...?”


자고로 이런 자리는 맨 몸으로 가는 게 가장 멋진 법이다. 그렇지 않냐며 성아를 보았는데 다급하게 탱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 헤헤. 맞아요. 그렇습니다.”


성아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냄비와 후라이팬을 던져 버렸다. 나름의 보호구로 삼을 예정이었던 모양.


참고로 그녀는 당장이라도 운석에 코를 박고 싶은지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나를 배려한다고 용케 참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만 그럼 정말 눈물을 흘릴 기세여서 슬슬 발걸음을 떼었다.


보관실에 가까워질수록 운석의 기운이 몸을 옥죄어왔다. NASA가 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닌 모양. 이 정도면 ‘저주’라고 부를 만하다.


다른 우주의 존재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신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먼저 들어간 연구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들의 꼴이 가관이다.


“흐아아아아악!”


자신을 제이스라고 소개하던 남자는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고 있다. ‘저주’ 리스트들 중 하나인 화상 증상으로 보인다.


어떤 이는 살갗이 안 보일 정도로 온 몸이 털로 뒤덮였고, 또 다른 이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나마 담담하게 서 있는 사람이 있기에 다가갔으나, 그녀는 내 물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선 채로 잠든 것이다.


“야수화랑 감각 이상, 강제 수면까지.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네. 외계 물질에서 비롯한 기운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라...”


외계인은 어째서 운석에 이런 안배를 해둔 것일까? 그들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있는데 문득 옆이 유독 조용함을 깨달았다.


“성아 씨?”


대답 대신 돌아온 건 천둥이 치는 소리였다.


꼬르르르륵!


동굴에서 폭탄을 터트리면 저런 소리가 날까? 성아는 몇 걸음 뒤쳐진 곳에서 배를 붙잡고 쓰러져 있었다.


평소였으면 웃으며 놀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저주 레포트에 따르면 ‘기아’현상이 틀림없었기에. 기아현상은 최저한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것을 소진시키는 저주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수십 킬로그램이 강제로 감량되기 때문에 후유증이 있다고 한다.


성아가 쓰러지면 레포트는 누가 기록하고, 별자리는 누가 찍는단 말인가.


설령 외계인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고급 인력은 데려갈 수 없다. 빠르게 그녀를 들쳐 메고 근처 의료실로 향했다.


NASA도 바보는 아닌 만큼 이미 관측된 저주에 대하여 대비책을 마련해두었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금방 나을 것이다.


다시 운석을 향해 가려는데 성아가 파들거리는 손으로 나를 붙잡았다.


“상혁 님. 사진... 동영상... 제발...”

“알았으니까 몸이나 잘 살펴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뇌에서 동력을 차단한 것이다.


그 지경이 되기까지 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다니.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른 걸까.


그녀의 소망대로 스마트폰을 들고 운석으로 향했다. 그 사이 직원이 왔다 갔는지 소란이 조금은 수습되었다.


내부로 향할수록 점차 인파가 줄어들었다. 꼭 방사능이 누출된 시설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외계 기운에 저항력이 약한 사람부터 속속 쓰러져 나간다.


‘겨우 접근하는데 이 정도면 보관실로 옮기는 건 어떻게 한 거지, 로봇이라도 사용했나.’


어쩌면 운석이 5개나 활성화되며 NASA가 감당 못할 수준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자니 어느새 운석 앞까지 도달했다. 주위에 더 이상 사람은 없다. 나 혼자다.


흉흉한 기운이 전신을 압박할 듯 뿜어져 나오지만 어째서인지 나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손가락도 다섯 개고, 시야를 비롯한 감각도 멀쩡하고,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활성화되는 일도 없다.


수많은 사람들을 픽픽 쓰러트리는 기운이 내게 있어선 산들바람이나 다름이 없다는 소리.


변화는 내가 운석에 손을 얹은 순간 발생했다.


‘6. 5. 0. 7. 2. 1. 3. 9. 6. 1’


10자리의 숫자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내 생각이 머무는 장소에 빔 프로젝터로 숫자를 띄워놓은 것만 같다.


“이게 뭔...”


운석이 로또 번호라도 알려주는 걸까. 어째서 내 저주는 숫자의 형식으로 발현되는가.


다른 운석에도 손을 얹어 보았다. 이번에는 11자릿수의 규칙 없는 숫자가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그 다음은 9자릿수. 운석들은 각각의 숫자를 지니고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의외로 규칙을 발견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석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내 머릿속에 기록되어 있으니. 이와 대조되는 자료를 찾으면 되었기에.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운석의 착륙 시기와 장소였어.”


정확히는 ‘다음 운석의 착륙’을 예고하는 장치다.


앞의 여섯 자리는 순서대로 년도, 월, 날짜. 나머지 숫자들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낸다.


운석이 착륙한 순서대로 A, B, C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A라는 운석에 기록된 숫자는, B 운석이 착륙한 시기나 장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중간, 중간에 딱 들어맞지 않는 운석들도 있었지만, 그건 NASA에서 운석 회수를 못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고.


“흐으. 소름이 다 돋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온 거지만 적지 않은 충격을 느꼈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을 살아도 모르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여태까지 살면서 쌓아올린 상식이 와장창 무너지는 기분이다.


NASA와 협력하고, 미국까지 와서 운석을 불태운 결과 알 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외계 물질이 담긴 운석은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정해 놓은 시기에 지구로 내려 보낸 것이다.


외계인이 존재할뿐더러, 운석을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지구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꿰고 있다.


지구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정보를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나. 기원년부터 시작해서 위도와 경도까지.


전 인류가 외계인을 찾고 있을 때, 외계인은 이미 우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그들은 운석을 통해 우리를 부르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 떨어진 운석에는 아직 떨어지지 않은 운석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겠지.


“시간은 27일 뒤. 장소는... 브라질 아마존?”


이거 또 괴랄한 장소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브라질에, 온갖 열대병이 도사리고 있는 아마존이라니.


하지만 문제는 없다. 세계 단위로 인맥이 있는 이 몸이다. 설마 브라질에 아는 사람 한 명 없겠는가. 귀찮고 번거로워서 그렇지.


어쨌든 운석에서 뽑아낸 정보를 머릿속에 잘 기록해 둔 뒤 보관실을 벗어났다.


외계의 기운과 마주하고도 무사히 빠져나오는 나를 발견하자, 브라이언이 황급히 다가와 내 몸을 살폈다.


“괜찮나? 무슨 문제는 없어?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무언가 알아 낸 거라도 있니?”


내 몸을 살피는 그의 눈빛 속에 탐욕이 배어나왔다. 나름 숨긴다고 한 것 같으나 그 정도로는 감출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운석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 탐이 날 만도 하지.


저래 뵈어도 NASA의 부국장 아니던가. 안경잽이들 중 NO.2라는 소리다. 탐구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나를 연구실로 보내 내 체질을 분석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NASA 측에서 예측하는 다음 유성은 반년 뒤라고 그랬지.’


그들도 한낱 인간에 불과한지라 모든 유성을 미리 관측할 수는 없다.


그렇다는 말은 다음 유성에 대한 정보는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


‘굳이 공유해줄 필요가 있을까?’


전혀. 우리의 관계는 일시적 동맹에 불과하다. 목표한 바를 이룬 순간부터 굳이 배려해줄 필요가 없다.


나와 성아의 연구소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면 모를까.


유성의 비밀에 대하여 정보를 흘리며 유혹하면 그들이 배길 수 있겠는가. 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제발 가르쳐 달라며 당장이라도 구두 굽을 핥으려 들 것이다.


그들 중 NASA에 충성심이 떨어지는 사람들, 내 말을 잘 들을 것 같은 순종적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스카우트하면 될 것 같다. 성아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좋다. 이제 남은 건 이 상황을 모면하는 것 뿐. 적절하게 저주를 입은 척 연기하여 브라이언의 의심을 풀면 끝이다.


때마침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외모의 DNA의 출력을 0으로 낮추었다.


그러자 브라이언이 미간을 찡그렸다. 못 볼 것을 본 모양새다.


“맙소사. 자네도 저주에 걸렸군. 지독하게 못생겨졌어. 그 아름다운 얼굴이 어쩌다 이렇게... 빨리 의료팀을 방문하게나.”


목표를 달성했다. 아니 목표는 달성했다.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 * *


성아가 깨어나자마자 적당한 핑계를 대고 NASA에서 벗어났다.


갑작스러운 이탈이지만 브라이언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그 정도로 끔찍한 일을 겪었으면 갑작스럽게 결정을 할 수 있다나.


꽤나 꼴받는 말이었기에 NASA의 핵심 인력을 좀 더 빼가기로 했다. 이미 물밑에서 접촉한 인사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기존에 성아가 연구하던 자료들을 맡기고, 나와 성아는 브라질로 향했다.


초인류 협회의 신하 중 브라질의 축구 영웅이 있었기에 이동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는 그곳에서 거의 왕과 같은 존재였고, 우리는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아마존으로 들어갔다.


현지 전문가들이 길안내를 하면, 일꾼들이 가마를 들고 성아와 나를 날랐다.


옆에 부채질을 하는 시종까지 있었기에 더위, 음식, 이동수단까지 편하게 누렸다.


소심한 성아가 그런 대우를 어색해한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지내다보니 그녀도 곧 적응하더라.


덕분에 유성이 떨어질 자리를 점거할 때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유혈사태도, 곤혹스러운 일도, 운석을 탐내는 무리와의 경쟁도. 그 어떤 것도 없다.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떠올라 밤하늘을 밝혔다.


그들 중 하나가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점차 다가오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지면에 발을 내디뎠다.


단 한 줄기 빛무리에 불과하건만, 눈이 멀어버리는 것만 같은 찬란한 순간이었다.


운석에서 외계의 기운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미리 이야기를 한 대로 성아는 조금 떨어져 관측을 담당했다.


무전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에는 황홀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나왔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러게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내심 외계인이 직접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운석이 떨어지는 걸 보며 생각을 고쳤다.


“저기에도 다음 운석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을까요?”

“아뇨. 그건 아닐 거에요.”

“그러면요?”


궁금해 하는 그녀에게 내 나름대로 정리한 바를 들려주었다.


“이렇게 유성이 떨어지는 걸 예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엄청.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유성의 착륙 시기와 지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유성의 저주에 면역이 있는 사람이’

‘우연히 유성에 관심을 가져’

‘유성에 숨겨진 비밀을 파악하고’

‘오지에 무사히 찾아와 유성을 맞이하는’


그런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내가 잘나서 쉽게 문제를 해결했을 뿐이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느 하나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야말로 기적이 아니고서야 힘든 일.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는 생각 못해봤는데... 그렇긴 하네요. 너무 과하게 어렵긴 해요.”


외계인들이 인성이 쓰레기라 이렇게 어려운 절차를 정해둔 것은 아닐 터.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라면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 있다.


“일부러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 그게 뭘까요? 성아씨도 잘 알고 있는 거에요.”

“... 시험?”

“맞아요. 저는 이 과정이 외계인이 내는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이 찾는 사람인지, 역량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인 거죠.”


SF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러니 이 현장에 도착한 이상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겁니다. 예를 들면 운석이 말을 건다던가?”


시선이 자연스럽게 운석으로 향했다. 사방이 가라앉은 어둠 속, 별이었던 물체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정적이 흐르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싶어 한 걸음을 내딛은 순간.


운석에서 투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2003년 7월 3일. 01시 23분. 합격자를 확인. 반갑다. 우리는 해방군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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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그 다음 22.12.01 268 5 21쪽
176 승리, 그리고 귀환 2 22.12.01 263 5 15쪽
175 승리, 그리고 귀환 1 22.11.30 269 5 14쪽
174 다다르다 22.11.29 260 7 21쪽
173 100% 22.11.26 257 5 18쪽
172 블러핑 22.11.25 257 5 20쪽
171 벙커 22.11.24 262 5 18쪽
170 차 비 22.11.23 250 5 19쪽
169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나다 22.11.22 267 4 21쪽
168 파티와 난동 22.11.19 259 5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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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대기업의 오너가 되다 22.11.17 282 5 16쪽
165 돈, 돈, 돈 22.11.16 285 5 18쪽
164 계획 22.11.15 294 5 19쪽
163 선택의 무게 22.11.12 294 5 18쪽
162 소라의 기묘한 하루 22.11.11 311 5 19쪽
161 구원 22.11.10 300 5 19쪽
160 선택 22.11.09 285 6 17쪽
159 분기점 22.11.08 297 6 17쪽
158 해방군과의 조우 22.11.05 313 6 17쪽
»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22.11.04 318 6 20쪽
156 인공 유성 프로젝트 22.11.03 328 6 21쪽
155 타 차원의 힘을 빌리다 22.11.02 363 4 16쪽
154 연쇄소원마가 되다 22.11.01 349 5 18쪽
153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다. 22.10.29 348 6 20쪽
152 얻어낸 것 22.10.28 342 6 18쪽
151 여느 때처럼 증명하다. 22.10.27 351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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