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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3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1.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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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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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선택의 무게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63화



“핵은 좀 너무한데.”


핵은 반경 15km를 초토화시키는 전략병기다. 승윤이 하나 잡자고 꺼내들 만한 무기가 아니다.


물론 쉘터에는 지하 벙커가 준비되어 있어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발사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제지하는 게 최선이리라.


“쯧. 이렇게 막나갈 줄은 몰랐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균형을 어그러트리는 거 아닌가?”


신과의 싸움을 가볍게 본 것은 아니다. 당연히 폭탄이나, 전투 정도는 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깽판을 칠 줄은 몰랐다. 신이란 작자는 균형 성애자가 아니었던가.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큰 불균형이 아니기 때문이지.”


답변을 들을 생각으로 한 질문은 아니었으나 대답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긴 조금 애매하다. 답변이 들린 곳은 품 속, 운석에서였으니까.


운명과 싸우겠다 선포한 이후로 오랜만에 사엘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봐라. 휴전 상태인 나라에 전쟁이 날 확률이 얼마 정도일 것 같나?”

“글쎄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0%는 아니지 않을까요? ... 아.”


사엘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 것만 같다.


“그래. 반면 승윤이라는 꼬맹이가 살 확률은 0%다. 꼬맹이가 살아남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는 게 차라리 더 있을법한 이야기다 이거지.”


이 우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다른 우주를 평화롭게 만들어 균형을 맞추면 된다.


그러나 이 우주에서 승윤이가 살아남으면 균형을 맞출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신은 주저하지 않고 전쟁을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거 참. 신도 희한한 양반이라니까.”

“그렇다. 가끔은 초월자의 뇌를 꺼내서 분해해보고 싶더군. 어째서 우리와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건지 싶어서 말이다.”


어쨌든 좋은 정보를 얻었다. 앞으로 신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좋은 지침이 되리라.


“그런데 생각보다 멀쩡하시네요.”

“뭐가 말이냐.”

“제가 그 쪽한테 쌍욕 박았잖아요. ‘우오옷 해방군의 힘을 보여주마~’ 뭐 이런 식으로 화낼 줄 알았는데.”

“... 내가 애냐.”


우주 단위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쌍욕 정도는 별 일도 아닌 모양이다.


“물론 처음에는 화가 났지. 그런데 그 분의 성격을 떠올리면 이상한 일도 아니더군.”


사엘이 ‘그 분’이라고 말할만한 인사는 검정 박상혁 밖에 없다.


그렇게 대단한 존재도 욕을 하는 구나. 다른 우주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어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게 뭔가 신기했다.


“그리고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지 않나.”

“... 대인배라서?”

“아니. 네가 가시밭길을 걸으며 개처럼 구르고 고통 받을 테니까. 굳이 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 없지. 나는 이곳에서 팝콘이나 씹으며 어리석은 네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대인배라는 말 취소. 갑자기 왜 말을 꺼냈나 싶었는데 놀리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우주에서 활동한다는 놈이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가 따로 없다.


하긴. 신이랑 대항한다는 미친 짓거리를 하는 놈이 제정신일 리가 없지.


녀석이 낄낄거리는 꼴이 보기 싫어서라도 최선을 다해 신을 아작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 뺑이 쳐라.”

“잠시만요.”

“... 또 욕하려고?”

“아니. 제가 왜 그런 비생산적인 일에 에너지를 쏟겠습니까.”


운석 너머로 사엘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그럼 저번에는 왜...”

“됐고. 이거 하나만 대답해주시죠.”

“뭐.”

“세계가. 아니 전 인류가 멸망할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사엘은 잠시 대답을 미루고 콧노래를 불렀다. 지금 이 상황을 음미하는 것만 같다.


“하하하. 그 또한 0%는 아니다.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

“네. 빌어먹게도.”


승윤이를 구하기 위해서 어쩌면 세계대전까지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해야지.”


지금이라면 신과 원만한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승윤이를 넘길 생각은 없다.


원하는 것은 완전무결한 승리. 엿같은 운명의 굴레를 끊고, 새로이 질서를 정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북한의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전략부와 지원부에 연락을 해봐야겠어.’


다행히도 북한을 진정시키는 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수령 동무가 그렇게 좋아하는 쌀이나 돈을 쳐 바르던지, 더 큰 세력을 움직여 압박하던지.


정신이 나가 있다면 돌아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그만이다.


과연 목에 칼이 들어와도 강원도를 탐낼 수 있을까? 대보면 알 수 있겠지.


* * *


“상혁님. 친구 분의 가족께서 아침 식사를 마쳤습니다.”


어제 승윤의 가족은 절에 도착하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너무나도 고된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다.


하여 거취에 대해서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논의하기로 했는데, 법당으로 향하니 이미 한창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다.


“저희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고요?”

“물론입니다. 다만 두 분도 여기서 거주하셔야 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나갈 수 없으시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하여 승윤이네 부모님도 역천사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운명이 노리는 건 승윤이지만, 승윤이를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인간관계나, 회사 때문에 망설이고 있지만 그 또한 방안을 마련해 두었으니.


“네? 이곳에서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요?”


초인류 협회의 돈을 사용하여 승윤이네 부친의 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그러니 출퇴근이나 휴가 같은 사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서 모든 부분을 맞춰줄 것이다.


회사 동료들이 신의 하수인으로 변하더라도 상관없다. 바로 해고시키거나 전출보내면 되니까.


“그래도 아예 사회랑 단절되는 건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소라는 둘 중 하나만 절에 남아 승윤이를 돌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주장했다.


어딘가에 갇혀 자유를 빼앗긴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도 연천에서 2년 동안 겪어보았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네? 불교협회에서 지원금을 주실 예정이라고요? 달에 500만 원씩?”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라면 치를 떨지만 1억을 주면 재입대를 한다는 사람이 꽤나 많다.


소라도 마찬가지. 굳이 나갈 필요가 있나. 필요한 게 있으면 돈을 주고 주문하면 되는데. 어쩌면 바깥에서의 삶보다 절에서의 삶이 더 풍족할지도 모른다.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목돈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지원금 이야기를 들은 후 두 사람의 고민이 길어졌다.


주지 분장을 하고 있는 X는 때가 되었다 생각했는지 굳히기에 들어갔다.


“두 분이 주무시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 아니요?”

“승윤 양을 찾겠다며 칼을 든 조폭들이 찾아왔습니다.”

“조폭이요? 왜요?”

“그거야 저희도 모릅니다. 난리를 피우는 것을 겨우 진정시켜 돌려보냈습니다.”


역천사에 머무르며 헤이해진 정신 상태를 다잡아 줄 필요가 있다. 이곳만 태풍의 눈처럼 조용할 뿐. 아직도 바깥은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아마 이 절보다 안전한 곳은 없을 겁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X의 조언은 큰 울림을 남겼고, 결국 승윤의 부모님은 이 절에 남는 걸 선택했다. 죽어버리면 자유고 자시고 쓸모가 없으니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럼 절에서 주의하셔야 할 점들을 안내해드리죠.”


그렇게 승윤이네 가족의 입주가 결정되려는 찰나. 딴지가 들어왔다.


“저는 학교 갈 거에요!”


다른 누구도 아닌 장본인의 거절이다. 소라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승윤아. 바깥에 있으면 위험해. 이곳에 있어야 안전하다는 말 못 들었니?”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학교 갈래요. 여기 있으면 상혁이 못 만나잖아요.”


당돌한 선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행히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X가 수습에 나섰다.


“상혁 군이 매일 찾아온다더구나. 가끔은 친구도 데리고.”

“진짜요?”

“그래. 못해도 한, 두 시간 씩은 같이 놀아준다는 걸?”

“우와! 그럼 저도 여기 있을래요!”


승윤이라고 해서 부모님과 다를 건 없다. 바깥보다 절 내부를 더 좋은 장소로 꾸미면 쉽게 설득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 박상혁이다.


평소에는 바빠서 얼마 놀지도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절에 들어가면 꼬박꼬박 놀 수 있다고? 그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가 오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친구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을 나이다.


TV랑 컴퓨터만 챙겨주어도 템플 스테이를 즐길 수 있으리라.


신난다고 깡충깡충 뛰던 승윤은 갑자기 제 머리를 뒤로 숨겼다.


“머리도 자르면 안 돼요! 스님은 다 빡빡이잖아요! 저는 빡빡이 싫어요!”

“어째서지요?”

“머리 밀면... 못생겨져요. 그럼 안 돼요.”

“허허. 우리 승윤 양께서 예쁘게 보이고 싶으신 분이 있나 봅니다. 허허허.”


X는 너털웃음을 보이면서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X가 이탈리아 출신이라 그랬던가. 지금은 나이가 들었지만 한 때는 정열적으로 사랑을 불태웠던 로맨티스트라고 했다.


어쩌면 그의 머릿속에 한 편의 영화가 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운의 여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남주인공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가.


그거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주고 싶다만 현재 X는 주지 스님으로 분장했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그래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생각은 자유니까.


승윤이 정도면 누구나 다 좋아할만한 사람이니 오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아마 내 정신연령이 41세가 아니었다면 나도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승윤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X를 대신하여 다른 수행원이 내 뒤를 따랐다.


“상황실로 가십니까?”

“네. 여기서의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까요. 이제 일하러 가야죠.”


할 일이 많았다. 아니, 얼마나 많은지 집계조차 정확히 하지 못했다. 여전히 필승법은 베일에 감추어져 있고. 이를 찾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해낼 것이다. 해낼 수 있다.


결의를 다지며 작전 본부에 들어갔다.


* * *


파도가 바람과 부딪쳐 점차 그 크기를 키우는 것처럼 운명의 개짓거리도 점차 그 스케일을 키워만 갔다.


“현재시각 02시 40분. 안산 바다 쪽으로 밀입국하려는 신원미상의 무리와 교전 중. 말투와 복식으로 봤을 때 중국의 폭력 조직으로 추정됩니다.”


동네 깡패로는 택이 없으니 전국구 깡패를 불러왔다.


도대체 중국의 폭력조직에서 승윤이를 죽이려는 명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녀석들은 이미 역천사에 불을 지른 전적이 있다.


그 이후 바다 쪽을 감시하며 들어오는 족족 잡아서 반품시키는 중이다.


“서해 쪽이면... 이고르가 있는 곳이잖아요. 이번에도 별 문제 없는 거 아니에요?”


워낙 세력이 큰 조직이니만큼 믿을 수 있는 실력자를 보냈다.


세계 제일의 저격수 이고르 정도면 어둠 속에서도 적들의 귓불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을 텐데. 이번엔 저항이 조금 매서운 모양이다.


“머릿수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죽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총을 맞아도 개떼처럼 달려든다고 하더군요.”

“후.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비행편 보내줘요.”


잠시 후, 나를 실은 헬기가 밤공기를 터치며 안산으로 향했다.


상황은 생각보다 난장판이었다.


두 진영이 한 군데 뭉쳐 전술적인 행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고르가 그나마 적들을 무력화시키고는 있지만 저격을 할 때만큼의 무위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0.1cm 앞에서 사격하는 걸 저격이라 부르지 않듯. 저격은 최소한의 거리가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저래서야 총 좀 잘 쏘는 아저씨에 불과하다.


“이고르 팀장님! 이러다가 저희 다 뒈집니다! 언제까지 미적지근하게 대응해야 합니까? 저희도 죽이죠!”

“불허한다. 전하께서 최대한 살육을 피하라 하셨다!”


거 참. 저 양반도 은근히 클라우디오과다. 고지식한 면모가 있다.


내가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쓸려 나갈 것 같으면 자기 목숨부터 챙겨야지.


“연장.”


손을 내밀자 눈앞에 각기 다른 종류의 연장이 솟아났다.


언제부턴가 헬기에 쟁여두었던 연장을 신하가 가져온 것이다.


그 중 날이 잘 드는 단도를 하나 골라 들었다. 평소였다면 진압봉을 골랐겠지만 오늘은 피를 조금 흘려야 할 것 같아서.


“착륙지점은... 저 곳이 좋겠군.”


일부러 적이 많이 모인 곳으로 몸을 던졌다. 지상이 빠르게 가까워짐과 동시에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개개인의 역량만 따지면 협회 회원들이 훨씬 뛰어나나 물량에서 밀리고 있다.


대부분 이미 피를 상당히 흘렸으며,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


“이곳에서 죽는 건가...”


졸개 하나가 협회원의 목을 향해 칼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그 칼이 목에 닿는 일은 없었다.


녀석이 나에게 착지용 쿠션으로 간택받았기 때문이다.


수십 미터 상공에서 떨어지며 모은 위치 에너지가 그의 어께와 팔을 짓눌러 으깨버렸다.


졸개는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들고 있던 칼은 이미 떨궈 바닥을 뒹굴고 있다.


“크아아악!”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중국어를 내뱉었다. 욕설과 저주가 섞인 더러운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반동을 줄였고, 별다른 피해 없이 바닥에 착지했다.


안전장치 없이 헬기에서 몸을 던져 무사히 착지하다니. 남들은 시도조차 못할 곡예다. 나정도 재능을 가진 사람이나 시도할 엄두를 가지지.


“이거 중국산 깔개를 써서 그런지 발목이 시큰거리네. 역시 신토불이가 최고인데.”


발목을 돌리고 있자니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적들도, 초인류 협회 인원들도 하나같이 나를 보고 있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전하? 전하가 도착했다! 회원들에게 전해라! 전하가 도착하셨어!”


두 집단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폭력배들은 술렁거리는 반면, 협회 사람들은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나는 그 반응을 담담히 받아 넘기며 목숨을 잃을 뻔한 회원에게 향했다.


“제가 말했죠. 죽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흐윽. 믿습니다. 찬란한 태양이시어. 이제는 제가 믿습니다.”


신과 대적한 이래 2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하루에 3시간도 못 자고 전장을 누볐기 때문이고. 너덜너덜한 회원들을 닥터 파울로가 기워냈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내 신념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내가 흘린 땀은 협회원들에게 더 깊은 믿음을 심어줄 것이요, 오늘의 고생은 모든 전장에 신앙과 같이 전해질 것이니.


내가 찾는 곳마다 회원들이 열띤 성원을 보냈으며, 그들은 더욱 맹렬히 나에게 승리를 가져왔다.


내 존재만으로 전장의 기세가 달라졌다. 이미 협회원들은 패잔병을 추격하는 것처럼 적들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적의 우두머리 옆에 찰싹 붙어있는 중년 하나가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놈! 저 놈만 죽이면 된다!”


한국에 온다고 조선족 길잡이를 섭외한 듯하다.


“그래. 니들은 좀 혼나자.”


신하들이 애쓰는데 왕이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사방에서 적들이 달려들었다. 하나같이 중국집에서나 쓸법한 식칼을 들고 있다.


예리한 칼날이 내 신경을 자극하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내 눈에는 상대의 검로가 모두 보였으니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모두 피해낼 뿐이다.


발이 차분히 걸음을 내딛는 동안 손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단도를 내리 그을 수 있는 수많은 선, 그 중 적들의 혈관과 맞닿은 여로만을 택해 적들을 찢어발긴다.


공격과 방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과정이니.


한 차례의 칼춤이 끝나자, 혈관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공기에 은은한 산미를 더했다.


“끄아아아악!”


접근하던 이들이 모두 베인 상처를 붙잡고 바닥에 엎어졌다.


피가 끊임없이 솟구쳤다. 손으로 틀어막으려 해보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


가만히 내버려두면 저들은 과다출혈로 죽고 말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칼놀림에 협회원들이 감탄을 그치 못했다. 그들 중 하나가 조심스레 손을 들고 물었다.


“살육을 피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일단 자신의 목숨부터 지키고 봐야죠. 그리고 안 죽었잖아요.”


협회원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아직 내 방식을 모르는 신하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저는 피를 흘리게 했을 뿐이에요.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면 살 수 있을 텐데 도망가지 않은 건 저들이고요.”


엄밀히 따지면 내가 죽인 건 아니다. 죽일 거였으면 내장을 헤집었지.


그러니 나는 사람 한 번 죽인 적 없는 클린한 초등학생인 것이다.


“동맥 말고도 찔렀을 때 효과적인 부위들이 몇 개 있어요. 뒤지게 아픈데 뒤지지는 않는 부위라거나, 칼을 깊숙이 찔러 박아도 피는 몇 방울 안 나오는 부위라거나. 다들 훈련 좀 해야겠어요?”

“... 정진하겠습니다.”

“그래요. 사건이 마무리하고 보자고요.”


협회원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독려하려고 한 말인데 왜 두려워하는 걸까? 잠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방금까지 그들은 조폭을 상대로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 박상혁이 지정한 ‘행동의 제약’에서 찾았다.


상대는 죽이려 드는데 우리는 제압해야 하니 밀리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내가 도착하자 상황이 반전되었다.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쉽게 보여주지 않았나.


그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질책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 더 나은 방법이 있었는데 내가 등신 같아서 못하고 있는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의도치 않게 꼽을 주고 말았다. 나를 실망시켰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협회원들이 더욱 필사적으로 적들을 소탕하고 있다.


오해를 풀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과정이 어쨌든 결국 의욕은 오른 거 아닌가. 좋은 게 좋은 거다.


전세는 빠르게 기울어 항구에서의 전투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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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악마들의 처리 22.12.06 245 4 21쪽
179 악마를 포박하다 22.12.03 258 5 18쪽
178 불균형의 화신 22.12.02 278 5 20쪽
177 그 다음 22.12.01 268 5 21쪽
176 승리, 그리고 귀환 2 22.12.01 263 5 15쪽
175 승리, 그리고 귀환 1 22.11.30 269 5 14쪽
174 다다르다 22.11.29 260 7 21쪽
173 100% 22.11.26 257 5 18쪽
172 블러핑 22.11.25 257 5 20쪽
171 벙커 22.11.24 263 5 18쪽
170 차 비 22.11.23 250 5 19쪽
169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나다 22.11.22 267 4 21쪽
168 파티와 난동 22.11.19 259 5 21쪽
167 파리 공항에서의 이미지 메이킹 22.11.18 267 5 15쪽
166 대기업의 오너가 되다 22.11.17 282 5 16쪽
165 돈, 돈, 돈 22.11.16 285 5 18쪽
164 계획 22.11.15 294 5 19쪽
» 선택의 무게 22.11.12 295 5 18쪽
162 소라의 기묘한 하루 22.11.11 311 5 19쪽
161 구원 22.11.10 300 5 19쪽
160 선택 22.11.09 285 6 17쪽
159 분기점 22.11.08 297 6 17쪽
158 해방군과의 조우 22.11.05 313 6 17쪽
157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22.11.04 318 6 20쪽
156 인공 유성 프로젝트 22.11.03 328 6 21쪽
155 타 차원의 힘을 빌리다 22.11.02 363 4 16쪽
154 연쇄소원마가 되다 22.11.01 349 5 18쪽
153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다. 22.10.29 348 6 20쪽
152 얻어낸 것 22.10.28 342 6 18쪽
151 여느 때처럼 증명하다. 22.10.27 351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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