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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2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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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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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60화



“그게 무슨 소리야. 승윤이가 다쳤다고?”


우혁의 회사 사람들과 자리를 가지던 중 걸려온 전화였다.


평소라면 받지 않았겠지만 발신인이 X였기에 양해를 구하고 받았다.


전설적인 첩보 요원인 X는 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관할하는 초인류 협회의 신하다.


내가 오늘 중요한 미팅을 가질 거라는 사실 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터.


그럼에도 전화를 걸었다는 건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리였다.


불길한 생각을 애써 부정했으나, 전화의 내용은 내 믿음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네. 전하의 친구 분께서 10분 전 횡단보도에서 트럭에 치였다는 정보를 접수했습니다. 위급한 사항이라 판단하여 닥터 필립스를 호출했고 지금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 중에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다. 파울로는 인류가 고칠 수 있는 병은 모두 고칠 수 있다고 평가받는 의사였으니까.


그가 목숨이 붙어만 있다면 최선의 판단을 내려 줄 것이다.


“후우... 잘 하셨어요. 하아...”


진정하려 했으나 도무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해맑게 웃는 승윤이가 차에 치인다고 상상하면 피가 차게 식는 게 느껴졌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에요? 클라우디오는?”

“버스에 타고 있는데 반대 차선에서 갑자기 방향을 꺾고 튀어나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클라우디오는 마지막까지 승윤님을 호위했고, 현재 승윤님과 같은 구급차에 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오는 가장 충직한 신하였다. 그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승윤이가 다친 거라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보는 게 맞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상황을 만든 주체를 두들기고 싶지만 누구를 패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이래도 신이 아니라고.”


승윤이의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인 것이 맞았다. 며칠 사이에 몇 번을 다친단 말인가.


그럼에도 성아는 신의 개입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엘은 괜찮을 거라 말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두뇌를 한계까지 돌려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후... 알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긴 거죠? 장소 불러주시면 저도 바로 가겠습니다.”


빠지기 힘든 식사자리였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돈은 언제나 벌 수 있지만 친구의 생명은 그렇지 못하기에.


나에게는 승윤이가 더 중요했다.


붙들고 늘어지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 * *


승윤이는 눈을 감고 누워있다. 다행히 어깨에 붕대를 두른 것 말고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미세한 골절이며,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었지만 금방 깨어날 거라고.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천운이 따랐다고 말하더라. 트럭에 직격했는데 이 정도 피해인 건 말이 안 된다고. 천운이라고.


그러나 나는 그 천운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다.


문제는 클라우디오였다.


샘숭 병원의 숨겨진 vip 병실. 현재는 닥터 파울로가 진료하고 있는 곳에 클라우디오가 쓰러져 있다.


워낙 강건한 사람이라 벌써 의식을 되찾았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승윤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골절되어 내부 장기 몇이 파열되었기 때문.


만약 한국에 닥터 파울로가 없었더라면 생명이 위험했을 것이다. 목숨을 부지했더라도 다시는 격투기 쪽을 쳐다보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그만큼 심각한 상처였다.


그럼에도 클라우디오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고개부터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하. 임무를 주셨음에도 불고하고 친구 분이 다치고 말았습니다.”


충직도 정도껏 해야지. 승윤이를 지키라는 게 그가 다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클라우디오 잘못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내 잘못이지.”


모든 지시는 내가 내렸으니 결과도 내가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클라우디오는 내 말에 기겁했다.


“아닙니다. 이 정도 부상은 별 것이 아니옵고. 평소 훈련을 하다가도 곧 잘 나가는 게 갈비뼈인지라...”

“됐어요. 감싸줄 필요 없습니다. 푹 쉬어서 빨리 회복할 생각만 하세요. 다 나으면 쉬고 싶어도 못 쉴 테니까.”


한동안 파울로가 클라우디오의 곁에 붙어 그의 치료에 전념할 것이다.


목표는 입원 전보다 더 짱짱한 몸으로 만드는 것.


결국은 약해서 다친 거다. 나도 트럭에 치인 적이 있으나 멀쩡하지 않았던가.


몸을 회복하는 대로 집중적으로 단련을 시켜야 할 것 같다. 트럭이랑 부딪치면 트럭이 박살나도록. 그럼 다시 다치는 일도 없겠지.


클라우디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최선을 다해 회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요. 오늘 일은... 정말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섰다. 더 있으면 그가 다친 몸을 끝내 일으킬 것 같아서.


“후우...”


한숨과 같이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클라우디오가 죄책감을 느낄까봐 억눌러두었던 감정이 솟아오른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다. 찬바람을 맞으며 새삼 내 얼굴이 뜨겁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누군가 승윤이를 죽이려 한다. 일단 그건 확실하네.”


한, 두 번이면 운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벌써 세 번째다. 정신을 못차리면 바보 등신이지.


여전히 데이터들은 아무 일도 없음을 말하고 있지만 그런 숫자에 마음을 놓을 생각은 없다.


그동안 성아의 연구실과 해방군에 너무 많이 의존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처음부터 사건을 짚어 보기로 했다.


누가 승윤이를 죽이려 하는가?


1. 정체불명의 킬러.


기각.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뭐 원한이야 있을 수 있겠지. 그녀에게든, 나에게든.


그러나 X가 모르게 작업을 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랬다면 X가 뭐라도 단서를 주워 왔어야 한다.


2. 내부자들.


내 세력이 커진 만큼이나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소속도 여러 가지. 그렇기에 내 옆자리를 종종 차지하는 승윤이를 원망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금세 고개를 젓고 말았다.


행운의 DNA는 거의 상시 발동 중인 능력이다.


내게 도움이 될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도 하는데, 그 중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인이 바로 화합능력이다.


능력이 좋으면 무엇 하나. 만나서 동료들끼리 싸우기만 하면 내 속을 썩일 텐데.


행운의 DNA는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간의 상성을 고려한다.


그러니 면식범의 가능성도 기각.


3. 신.


가장 유력한 후보다. 생각해보면 성아의 답변도 ‘부정’이 아니었다. ‘모른다’였지. 신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0%가 아니다.


다만 고려할 점은 이번 사건의 스케일이다.


녀석이 운명을 휘두를 땐 보통 별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런데 하루 종일 밤하늘을 지켜보고 있는 성아가 이를 파악 못한다고?


그렇다면 아주 적은 힘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인데.


그럼 또 새로운 문제와 직면하고 만다. 신은 적은 힘으로 이만한 사고들을 일으키는 게 가능한가.


무언가 있다. 생각을 더 해볼 필요가 있는 꺼림칙한 무언가가.


4. 해방군.


해방군은 나와 계약을 맺었다. 만약 배신한다면 다신은 지구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계약이다.


그러니 나를 배신할 이유가 없다. 굳이 승윤이를 노릴 이유도 없고.


... 정말 그럴까?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니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상식과 확률에 기반한 가설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이 쌓아올렸다.


현상이 일어났으니 결과에 끼워 맞춰 과정을 도출한다.


성아와 운명, 신과 해방군. 끊이지 않는 승윤이의 사고...


모든 것들이 뒤엉키며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말이 안 되는 진실을.


남은 건 확인뿐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운석을 꺼내 들었다.


“사엘. 오늘 승윤이가 사고를 당했어요. 클라우디오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거에요.”

“...”

“저한테 괜찮을 거라고 그러지 않았나요?”


운석은 답이 없다. 자기 편리할 때만 대화가 가능한 일방통행이다.


“거기 있는 거 다 알아요.”


이대로는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기에 활로를 틔워주기로 했다.


“무언가 오차가 있었던 건가요? 그게 아니면 오늘의 일까지 계산해서 괜찮다고 말한 거였나요?”

“... 후자에 가깝다. 문제는 발생했지만 결과는 괜찮을 테니까.”


역시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끼를 흔들 시간이다.


“그렇군요. 사엘. 그런데 말이에요. 저번에 이야기 했던 밑 작업. 1달만 미뤄야 할 것 같아요.”

“... 그게 무슨 소리냐. 작전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수다. 너도 알고 있지 않나.”


갑자기 사엘의 말수가 늘어났다. 내 선택을 만류하려는 듯하다.


“이유가 있나?”

“네. 한동안 승윤이 곁에 붙어 있을 생각이에요. 괜찮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신중한게 좋잖아요?”

“... 하아.”


빈말로도 달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해방군이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 일정이 밀리는 것? 그게 아니면 내가 승윤이 옆에 붙는 일?


일단은 입장 상 일정을 들먹일 거라 생각한다.


“일정은 해방군 전투원과 조율해야 한다. 만약 준비가 덜 된다면 작전일이 몇 년 뒤로 밀릴지 몰라. 자네도 가장 빠른 시일을 원한다 하지 않았나.”

“그랬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조금 느긋하게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계약 위반 시 어떻게 되는지 상기시켜줄 필요가...”

“없죠. 저는 일정을 미룬다 그랬지 위반한다고는 안 했는데?”


사엘의 겁박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로써 확인하고 싶었던 두 번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계약은 절대적이지만 빈틈이 존재한다. 목적을 향해서 나아가기만 한다면 먼 길을 돌아가던, 파트너의 등을 쳐먹던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사엘은 이 점을 이용하여 나를 속였다. 아니, 속였다고 하기엔 애매하다. 진실을 고의로 누락시킨 거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말하지 않았나. 괜찮을 거라고. 자네가 1달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


이제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려 한다.


“‘누가’ 괜찮은 거죠?”

“...”


생각해보면 사엘은 ‘승윤이가’ 괜찮을 거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한 적 없다. 문맥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답했을 뿐.


그럼 누가 괜찮다는 소리일까? 사엘은 내 지적에도 승윤이가 괜찮을 거라는 말은 내뱉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면 해방군이. 맞죠?”


침묵은 긍정을 의미한다.


상식적으로 초월적인 존재인 해방군이 승윤이의 위험을 인지 못할 리가 없다.


11살짜리 꼬맹이들도 무슨 일 있는 게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데. 바보 등신도 아니고.


그렇다면 해방군이 진실을 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승윤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게 아닐까?


그녀를 구하려다 내가 크게 다치면, 해방군의 입장에서도 차질이 발생하니까.


오죽했으면 계약에 앞서 ‘현재 상태 유지’를 강조했겠는가.


그러니 사엘의 ‘괜찮다’는 말은 해방군의 관점에서의 말이리라. 내가 친구를 잃더라도 그들의 계획에는 지장이 없을 테니까.


“네 생각대로 장승윤에게 미래는 없다. 머지않아 죽겠지.”


꿍꿍이를 들킨 사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진실을 밝혔다.


“참고로 해방군이 벌인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은 추악한 신, 정확히는 신이 만든.”

“운명.”

“맞다. 그 아이는 죽을 운명을 타고 났어.”


이를 유추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성아 덕분이다.


성아는 2일 동안 내 성단에 속하는 별을 쉬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럼에도 별다른 신의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원래 죽을 운명일 경우.


자연스러운 순리이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 없이도 승윤이를 노리는 게 가능하다.


마음이 착잡했다. 왜 그녀는 어린 나이에 죽어야만 할까. 정말 빌어먹을 운명 같으니.


인생 1회차의 승윤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떠올려 보려고 했으나 기억에 없다.


승윤이가 중학교 올라갈 즈음 굉장히 예뻤다는 기억뿐.


별로 친하지 않았으니 중학교 이후로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곳에서도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현재의 승윤이에겐 내가 있으니까.


내가 누군가 죽을 위기만 따져도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사람이다. 그 때마다 신의 아구창을 때리고 살아났다.


승윤이도 그렇게 만들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더라도 지켜내겠다.


그러나 사엘은 단호했다.


“불가능하다.”

“뭐요?”

“어지간한 운명이었으면 네 친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갔을 거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사실을 숨긴 거다. 살리기는커녕 지키지도 못하고 네 힘만 잔뜩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이게 뭔 개같은 소리일까.


“왜 불가능하다는 겁니까. 이 세계를 승윤이가 생존하는 다중우주로 만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승윤의 생존 또한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정시켜버리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엘은 그게 아니란다.


“없네.”

“뭐가요. 그 쪽 어머니?”

“모든 우주 중에 네 친구가 생존하는 미래는 없다고.”


감당할 수 없는 정보에 잠시 사고가 멈추었다.


“자네 내가 시소를 비유로 들었던 걸 기억할 거야. 그리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소를 없애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는 말도 기억하겠지.”


그렇다.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모두가 똑같은 상태에 놓이면 불균형 따위는 없다면서.


“그럼 전 우주의 승윤이를 살리면 되잖아요.”

“그건 공평하지 않지. 0과 1은 다르네. 시소가 없는 것과 화려한 시소만큼이나 다르지. 낡아빠진 시소를 타는 사람들은 화려한 시소를 얼마나 부러워하겠는가?”


전 우주의 존재가 죽는다면 부러워 할 사람도 없고, 불만을 제기할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공평하고 균형적이라는 이야기다. 좋은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있지만 나쁜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자네가 하려는 건 불가능한 일이네. 우주의 흐름을 멈추고, 거기에 새로운 질서를 새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우주에 질서를 새길 수 있는 걸까.


의지 하나만으로 다음날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뜨게 만들 수는 있어야겠지.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미 인간이라는 범주의 끄트머리에 다다른 것이 느껴진다. 하다못해 2~3년만...


왜 이번 생의 승윤이는 인생 1회차에 비해 빨리 죽음을 맞이하는 걸까.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행복했기 때문이다. 나와 만난 뒤, 다른 우주의 승윤이가 누릴 행복보다 큰 행복을 이미 차고 넘치게 누렸기에.


아직 4학년임에도 불고하고 운명이 죽일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이해가 간다고 해서 납득이 되는 건 아니다.


“왜요? 승윤이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모두가 죽는답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예술병에 걸린 악한 신을. 모든 건 신의 의중대로네.”


케이크 가게에서 목숨을 잃었던 날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 세계는 선의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그 때 알게 되었지.


까칠하던 사엘의 말은 어느덧 나긋나긋하게 가라앉았다.


충분히 설명했으니 다시금 방향을 바로 세우기 위함이다.


“자네의 마음 나도 아네. 내가 해방군에 들어온 계기도 그와 비슷하니까.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신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어야 하네. 슬픔은 언젠가 메마르고 희석되니까. 그게 수백 명이던, 수천 명이던.”


신을 상대한다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해방군 활동을 하면서 죽어나간 사람만 수천이고, 그 중에는 사엘의 동료도 있을 게다.


사엘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선배로써 나에게 충고를, 부탁을 하고 있다.


어쩌면 신에게 타격을 입힐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부디 힘을 온존하자면서.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이 잘못되면 또다시 신에게 목숨을 위협받겠지. 어쩌면 내가 쌓아올린 것들이 모두 무너질 수도 있고.


그렇기에 나는 대답했다.


“좆까. 씨발아.”

“... 뭐?”

“그쪽의 말이 타당하다고 해서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당신들은 나를 속이고 내 친구를 죽이려 했어.”


나에게 선택권을 빼앗고 슬픔을 강요하려 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 모든 결정은 내가 한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목숨이 위태한 것도 모두 내가 결정할 일이다.


내 두 번째 인생은 내가 꼴리는 대로 모든 걸 이루며 살기로 맹세했다.


그러니 나는 선택한다. 미소가 햇살같이 해맑은 아이를, 노래를 잘 부르는 그녀를, 내 첫 번째 친구 승윤이를 지키겠다고.


운석을 바지 뒷주머니에 구겨 넣고, 핸드폰을 꺼내 X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 모이라 그래요. 쓰러트릴 녀석이 나타났으니까.”


바람이 차갑다. 이제는 마음이 시원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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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승리, 그리고 귀환 1 22.11.30 269 5 14쪽
174 다다르다 22.11.29 260 7 21쪽
173 100% 22.11.26 257 5 18쪽
172 블러핑 22.11.25 257 5 20쪽
171 벙커 22.11.24 262 5 18쪽
170 차 비 22.11.23 249 5 19쪽
169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나다 22.11.22 267 4 21쪽
168 파티와 난동 22.11.19 259 5 21쪽
167 파리 공항에서의 이미지 메이킹 22.11.18 267 5 15쪽
166 대기업의 오너가 되다 22.11.17 281 5 16쪽
165 돈, 돈, 돈 22.11.16 285 5 18쪽
164 계획 22.11.15 294 5 19쪽
163 선택의 무게 22.11.12 294 5 18쪽
162 소라의 기묘한 하루 22.11.11 311 5 19쪽
161 구원 22.11.10 300 5 19쪽
» 선택 22.11.09 285 6 17쪽
159 분기점 22.11.08 297 6 17쪽
158 해방군과의 조우 22.11.05 313 6 17쪽
157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22.11.04 317 6 20쪽
156 인공 유성 프로젝트 22.11.03 328 6 21쪽
155 타 차원의 힘을 빌리다 22.11.02 363 4 16쪽
154 연쇄소원마가 되다 22.11.01 349 5 18쪽
153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다. 22.10.29 348 6 20쪽
152 얻어낸 것 22.10.28 342 6 18쪽
151 여느 때처럼 증명하다. 22.10.27 351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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