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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15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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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계획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64화



쓰러진 삼합회 졸개들을 그들이 타고 온 배에다가 실었다.


대다수가 여전히 피를 철철 흘렸으며, 개 중 일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과연 피가 고여 배가 가라앉는 게 먼저일까, 저들이 과다출혈로 죽는 게 먼저일까? 그게 아니라면 끝내 살아 북한 땅에 도달하려나?


정점에 이른 두뇌로도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 오묘한 문제였다.


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엎드려 호소했다.


“救命!”

“쬬밍? 나 중국어 모르는데.”


권력의 좋은 점. 가만히 있어도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된다. 협회원 중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자가 나와 통역에 나섰다.


“살려달라는 뜻입니다.”

“음. 남을 죽이러 왔으면서 자기는 살려달라?”


부하는 통역기 모드에 들어가 자연스레 오가는 말을 전해주었다.


삼합회의 졸개들은 한층 더 고개를 처박으며 간절히 빌었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정신이! 순간적으로 정신이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뻔한 래퍼토리지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운명이 개입한 사람은 뭐에 홀린 듯 움직이게 되니까.


이제야 운명의 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제 정신으로 돌아온 듯하다.


신에게 휘둘리다가 죽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만... 이대로 봐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쪽이 회복하고 다시 덤비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럼 또 귀찮게 일을 두 번 해야 하고.”


나는 굳이 일을 사서 하는 멍청이가 아니다. 안 그래도 일이 많아 죽겠고만.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아닙니다!”

“그쪽 보스가 다시 명령을 내리더라도?”

“그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목숨을 구원받은 은혜를 어찌 저버리겠습니까!”


이러면 나쁘지 않다. 아예 몰살시킬 게 아니라면 끈을 남겨두고 감시하는 게 더 편할 터.


신을 무찌르기 위한 ‘계획’을 고려하더라도 그 편이 더 이로울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병원으로...”

“웃기지 마라!”


따사로운 태양과 같은 자비를 베풀려는 찰나. 적의 우두머리가 고함을 질렀다.


“비굴하게 살아남느니 끝까지 싸우다 죽어라!”


녀석이 지랄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만약 이대로 돌아가면 우두머리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테니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갖다 박아서라도 성과를 내려는 것이겠지.


“저 녀석은 사람 한 번 못 죽여 본 애송이다! 끝까지 싸우면 우리가 이그윽!”


우두머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나의 손에서 떠난 단도가 그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기 때문에.


“무슨 소리를 하나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착각하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못’ 죽이는 게 아니야.”


천천히 다가가 그의 허벅지에 칼을 하나 더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안’ 죽이는 거지. 만약 죽이기 시작하면 얼마나 죽여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말이야.”


어쩌면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 때마다 쉽고 편하다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으면 내가 과연 몇 명이나 죽이게 될까.


평범하게 살아온 꼬맹이가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쓰러트려야 하니 칼질을 멈출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손에 피가 묻어도 무감각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목표한 바를 이루었을 때. 그 때의 내가 지금과 같은 사람일까?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한 번 새겨진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 살육같이 자극적인 일은 도박이나 마약과도 비슷하다.


그러니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이다. 훗날의 나를 위해서라도.


비록 가는 길이 조금 더 어렵고 험난해질지도 모르지만, 내가 지금의 신념을 유지하며 승리한다면 그것은 더 없이 완벽한 승리가 될 테니.


결코 내가 유약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니 내가 신념을 접지 않기를 바라는 게 좋을 거야.”


우두머리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비틀어 뽑았다.


“끄아아아악! 개자식! 내 반드시 너를 죽여...”


그리고 그 반대편 허벅지에 던져 꽂아 넣었다.


“끄흐으으윽. 허어엉.”


우두머리가 조용해질 때까지 단도는 계속 그의 몸을 왕복했다.


그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며 시계를 확인했다. 이쯤이면 아직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라훌! 파울리에게 데려가요. 아마 아직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네.”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는 ‘그으으’, ‘어어어’와 같은 소리를 내뱉으며 끌려갔다.


“또 봐요. 살아있는 한 계속 만날 수 있겠죠? 언제까지 그렇게 짖을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요.”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안식일지도 모른다.


우두머리 친구의 못된 성미를 개조하는 과정은 꽤나 험난할 것이다. 아마 괴롭겠지.


하지만 한 사람의 건실한 청년을 기르는 게 원래 고통의 길 아니던가.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과정을 감수하려 한다.


착한 사람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살려낼 것이다. 몇 번이고 고통을 줄 것이고.


뭐, 스트레스 해소 정도는 되겠지.


“자.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고요. 우리 좋은 관계를 맺기로 한 거 맞죠?”

“...”


대답이 없다. 다들 숨이라도 멎은 듯 고요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마음이 바뀌기라도 하셨을까? 아. 대화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칙칙한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히이익!”


새 된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역효과였던 것 같다.


‘겁에 잔뜩 질렸군.’


평소에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어른이 이 정도 가지고 겁에 질리긴. 11살도 멀쩡하게 있는데 말이다.


그 때 이고르가 공손히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요.”


생각해보니까 단도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피가 좀 튀었던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덕지덕지 피 칠갑한 꼬맹이가 이빨을 보이며 미소를 지으니. 저들이 보기에 꺼림칙하기도 하겠다.


이고르가 건네준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2인자로 보이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한국까진 어쩌다가 오게 되었어요? 솔직하게 말해 봐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중국 불교계 인사 하나가 시주를 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하늘이 공노할 이름을 가지고 종교 활동을 하는 놈... 아니 분들이 계시다면서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 불교의 역사가 한국 불교의 역사보다는 더 길 수밖에 없다.


문화대혁명 때 타격을 입었다지만 뿌리가 깊은 종교였기에 아직까지 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들이 우연히 발견한 절 이름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역천. 하늘을 뒤집는다니. 누가 감히 종교의 탈을 뒤집어쓰고 하늘을 들먹이며 능욕하느냐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이름을 바꾸라는 권유를 들었던 것도 하다.


그러나 나는 정말 하늘을 뒤집어엎을 생각이었기에 무시했고, 중국 불교계에서는 잘나가는 폭력 조직에 큰돈을 맡기고 청탁을 한 것이다.


이제야 사건의 전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2인자 씨. 이름이 어떻게 돼요?”

“하오위라고 합니다.”

“그래요. 하오위. 이대로 돌아가면 어떤 처분을 받습니까?”


하오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호언장담을 했지만 처벌은 면치 못하나보다.


“그럼 여기서 저희랑 결단내고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드리기는 우스운 말이지만 저희도 신의라는 게 있습니다. 어떻게든 형님께 피해가 안 가도록 저희 선에서 끝내 보겠습니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한테 형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거북했다. 그래도 태생이 글러먹은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봐요.”


삼합회 졸개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X에게 하오위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10분이나 지났을까. 핸드폰으로 하오위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담긴 파일이 도착했다.


“주도적으로 나쁜 일을 저지르는 쓰레기는 아니네. 간간히 선한 일도 하고 있고. 어쭈. 보육원도 운영하고 있어?”


그래도 쓰레기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만, 교류할 수준은 되는 쓰레기라고 할 수 있다.


“하오위 이리 와 봐요.”


손짓하자 그가 빠릿하게 튀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이렇게 합시다. 제가 그쪽에 돈을 빌려줄게요. 당신은 그 돈으로 조직 내부에서 힘을 키우세요.”

“... 네?”


그는 머리가 좋은 유형은 아닌 듯하다. 그에게 계획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청탁을 받았다면서요. 의뢰금이랑 실패 배상금까지 챙겨드리죠. 상부한테는 역천사에 사죄받고 돈을 뜯어왔다 보고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안 혼나겠죠?”

“그렇습니다만...”

“거기에 돈을 1억 정도 더 얹어 줄게요. 그 돈으로 힘을 기릅시다.”


1억이라는 말에 하오위의 눈이 커졌다. 자신이 죽이려 했던 사람에게 되려 큰돈을 받아 당황한 것이다.


“어째서?”

“은혜를 갚겠다면서요. 그런데 지금 당신 수준으로는 제가 원하는 바를 수행하지 못할 겁니다. 정녕 은혜를 입에 올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이 말이죠.”


하오위는 그제야 말귀를 알아먹은 듯하다. 잠시 수치스러움에 얼굴을 붉혔으나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원수를 놓아주시는 것도 모자라 성공할 기회를 베풀어주시다니! 대인!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에이. 뭐 대인까지야. 저도 받고 싶은 게 있으니까 도와주는 거죠. 아. 돈 떼먹으면 죽습니다? 엄한 사람 괴롭히고 다녀도 죽는 거고요.”

“뼈에 새기겠습니다!”


하오위는 자신의 충성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계속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머리가 영민하지 못한 건 저런 안 좋은 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 그만 박고. 이거나 받아요.”


그에게 명함 두 개를 던져주었다.


“넵. 이건... 연락처군요?”

“하나는 제 번호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시고. 다른 하나는 세력 키우다가 망했다 싶으면 연락해 봐요.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해 줄 테니까.”


협회 회원 중 중국의 한 지방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그 사람의 연락처를 넘겨주었다.


“그 사람은 제 부하. 어... 중국말로 하면 꽌시? 비슷한 거니까 제 이름을 말하고 부탁하면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해 줄 거에요.”


정계에도 인맥이 있는 양반이다. 하오위가 삼합회의 거물이 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대인! 아니 은공! 제가 반드시! 반드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오위는 곧바로 부하들을 데리고 북한 항구로 돌아갔다. 그들 대다수가 너덜너덜했지만 캐리어에 가득 실린 금을 보며 만족스럽게 히히덕거리더라.


솔직히 조금 머저리 같았다. 하오위에게 힘을 기르면 부하부터 갈아치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하라고 손이라도 흔들어줄까 했는데, 하오위가 고개를 들지 않아 관두기로 했다.


녀석은 배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박고, 또 박았다. 참 우직한 사람이구나 싶다.


“전하를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어느새 이고르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피곤하긴 하지만, 잠도 헬리콥터에서 오가며 자는 게 전부지만. 이를 아랫사람에게 탓하는 못난 사람은 아니다.


다 내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데 짜증을 내면 쓰나.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고르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이고르 고생하고 있는 거 알고 있어요. 이번 근무는 오늘을 끝으로 마무리하고, D팀이랑 교대하세요.”

“아직 괜찮습니다! 더 할 수 있습니다!”


상사로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포상을 준비했는데 이고르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이상하게 내 수하들 중에는 일거리를 뺏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워커홀릭이라도 되는 걸까.


“벌이 아니라 상이에요. 며칠간 상대한 적이 세 자리를 넘어간다면서요. 푹 쉬어야 또 일하죠.”

“하지만 전하께서는...”

“어허. 그런 슬픈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우리.”


고된 건 나 혼자로 족하다. 괜히 슬퍼져 눈가를 닦고 있자니 저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벌써 이동한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럼. 고생하세요. 들어가보겠습니다.”

“네. 전하. 빠르게 휴식을 마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2시 40분에 시작한 소동은 1시간 30분이 흐른 다음에야 정리가 되었다.


현재 시각은 4시 10분. 동이 트기까지는 3시간 남짓 남아있다.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황금 같은 시간이지만 이대로 잘 수는 없다.


아직 일과가 안 끝났기 때문이다. 매일 자기 전 X에게 프로젝트의 진척을 듣고 있다.


“X?”

“유럽에서의 불온한 움직임을 저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국방부 예산 증액과 함께 군부대 규모를 늘리려는 국회의원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걸리는 게 있더군요. 그들 일부가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 마냥 행동한다는 증언을 확보하여 자세히 알아본 결과 운명의 개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운명이 승윤이를 집어 삼키려 한지 67일째다.


녀석도 조바심을 느끼는 건지 세계 각지에 불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고, 전쟁은 가장 효율적인 수단 중 하나였다.


협회의 지원팀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어떻게 한 거에요?”

“그들의 사생활을 조사해 약점을 캐냈습니다. 이를 가지고 협박을 하니 금방 정신을 차리더군요.”

“약점이 뭐였는데요?”

“유니콘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허리를 신나게 흔들더군요.”


으... 취향 한 번 특이한 사람이다. 인간은 가능성의 동물이라더니.


국회의원들의 정신이 바로 돌아온 것도 납득이 갔다.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된 자신을 생각했을 텐데 현실은 이상 성욕자에 불과하니 제대로 치료가 되었으리라.


만약 지원팀이 영상을 공개하기라도 해봐. 세계대전을 일으킨다는 과정은 사라지고 자살한다는 결말만 감당했을 것이다.


“후우. 고생했어요. 임무에 참여한 회원들은 3일 동안은 푹 쉬라고 전해줘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운명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었다.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들으면 별 것 아니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는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외줄타기와 같은 느낌이다.


잠을 푹 못 자서 그런 걸까? 멍하니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은 어떻게 해결했지만 내일은 이겨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언젠가는 감당 못할 문제가 발생해 나의 모든 것을 짓밟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매일같이 내 가슴을 짓누르곤 한다.


툭 건드리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롭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긍정적인 가치에 뜻을 둬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떠올리며 이겨내려고 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고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편할지도 모르니까.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허접스러운 문제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 상쾌해지고는 한다.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는 X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문제는?”

“자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2주 정도면 바닥을 보일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잠시 머리를 벗어났던 스트레스가 친구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세계를 상대한다는 건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협회의 재정으로 버티고 있지만 돈이 다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


자금이 딸리면 임무의 성공률이 떨어진다. 그러면 부하들 중에서도 사상자가 나오겠지.


돈을 벌기는 해야 한다.


그렇다고 삥을 뜯을 수는 없고, 마약을 팔아 돈을 불릴 수도 없다.


어쩌면 나쁜 놈들이 강한 이유는 위법행위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건... 방법을 강구해 볼 게요. 끝이에요?”

“하나 더 있습니다. 회원들 중 일부가 전하의 세력 확장 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앞서 삼합회와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뭐하러 그런 범죄자 찌끄러기들과 관계를 맺냐 이 소리겠지.


지금이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초인류 협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민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각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에고가 상당히 강하다.


그런데 범죄자들과 교류를 한다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아무리 세력 확장을 위해서라지만 쓰레기를 활용하는 것이 고깝게 보인 듯하다.


“그건... 어쩔 수 없네요.”


나라고 범죄자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사람이 지금 와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흔히들 악역의 세탁과 관련해서 논쟁을 벌이고는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굳이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묶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주의다.


현재 잘한다고 그래서 과거를 욕하면 안 된다는 법칙은 없다.


반대로 과거에 나쁜 놈이라고 해서 현재의 착한 일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모든 것의 결과는 따로 존재하니까.


전과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앙심을 품은 사람이 찾아와 전과자의 배때지에 칼을 찔러 목숨을 잃더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 것이다.


앞서 말했듯 과거의 죄가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나에게 있어서 재활용 쓰레기를 이용하는 그저 그 정도의 스탠스에 불과하다.


부하들이 불만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결정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누구는 일이 많아서 쪽잠을 자는데. 배가 부른 소리지. 손이 모자라니 쓸 만한 것들을 건져야 하지 않겠나.


“계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설명 좀 해 줘요.”

“알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계획’. 하루에도 문제가 수십 가지 씩 나와 나의 머리를 괴롭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계획 덕분이다.


2달이라는 시간 동안 초인류 협회가 그저 맞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운명을 이겨낼 방법을 연구했고 몇 가지 작전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온건한 방법을 채택하여 진행시키고 있다.


“내가 성격상 맞고는 못 살아서. 너도 한 번 골머리 좀 썩혀 봐.”


작전명 ‘Liberation’. 다른 말로는 ‘프로젝트 해방’. 말 그대로 운명의 굴레를 망가트리려는 움직임이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모든 인류는 운명의 굴레에서 해방될 것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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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그 다음 22.12.01 268 5 21쪽
176 승리, 그리고 귀환 2 22.12.01 263 5 15쪽
175 승리, 그리고 귀환 1 22.11.30 269 5 14쪽
174 다다르다 22.11.29 260 7 21쪽
173 100% 22.11.26 257 5 18쪽
172 블러핑 22.11.25 257 5 20쪽
171 벙커 22.11.24 262 5 18쪽
170 차 비 22.11.23 249 5 19쪽
169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나다 22.11.22 267 4 21쪽
168 파티와 난동 22.11.19 259 5 21쪽
167 파리 공항에서의 이미지 메이킹 22.11.18 267 5 15쪽
166 대기업의 오너가 되다 22.11.17 281 5 16쪽
165 돈, 돈, 돈 22.11.16 285 5 18쪽
» 계획 22.11.15 294 5 19쪽
163 선택의 무게 22.11.12 294 5 18쪽
162 소라의 기묘한 하루 22.11.11 311 5 19쪽
161 구원 22.11.10 300 5 19쪽
160 선택 22.11.09 284 6 17쪽
159 분기점 22.11.08 297 6 17쪽
158 해방군과의 조우 22.11.05 313 6 17쪽
157 유성의 비밀을 파헤치다 22.11.04 317 6 20쪽
156 인공 유성 프로젝트 22.11.03 328 6 21쪽
155 타 차원의 힘을 빌리다 22.11.02 363 4 16쪽
154 연쇄소원마가 되다 22.11.01 349 5 18쪽
153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되다. 22.10.29 348 6 20쪽
152 얻어낸 것 22.10.28 342 6 18쪽
151 여느 때처럼 증명하다. 22.10.27 351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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