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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37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10.16 06:00
조회
66
추천
4
글자
11쪽

episode 6 대가. -1-

DUMMY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 없냐며 미소 짓습니다.】


그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 순간 단탈리안은 무심코 작게 미소 지었다.


이 타이밍에 그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지만 그는 다른 성좌를 상당히 싫어한다.


이제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거슬리는 것이 눈앞에서 사라질 상황.


그의 평상시 모습을 생각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그걸 직접 개입하면서 막으려고 한다?


그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할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비아냥거리는 것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다.


즉 그가 우리 성운을 돕는 것으로 우리 성운의 전멸보다 커다란 이득이 있던지, 반대로 우리가 전멸하는 것으로 그에게 어떠한 불이익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정답은 간단하다.


“흑백 아직 다른 성운을 전부 적으로 돌리기는 부담스러운 가보죠?”


그는 우리 성운을 무너트린 성운에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성운에 들어갈 생각 따위는 없었겠지만, 성좌들과의 약속을 그냥 무시했다가는 성좌들에게 보복할 명분을 주는 꼴이다.


흑백은 지금 그것이 꺼려지는 것이겠지.


“저희 성운이 무너지지 않으면 약속을 어긴 건 아니라는 건가요? 당신답지는 않네요. 흑백.”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알 것 같았다.


“혼자가 아니면 지킬게 많아서 힘들겠네요. 뭐, 저한테는 다행이지만요.”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가 당신은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눈살을 찌푸립니다.】


“하하, 그래서 방법이 뭡니까? 당신은 아직 다시 올라오지 못할 텐데요?”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가 활짝 미소 짓습니다.】


“...예?”


*


“꼴좋다.”


“예?”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말에 나래가 놀라서 되물었다.


“너희한테 말한 거 아니야.”


꼭, 머리도 별로 안 좋은 게 눈치만 빨라서 비아냥거리긴.


사실 별로 도와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다른 선택지가 없다.


좋든 싫든 나는 신성을 회복했고, 덕분에 지금까지처럼 천천히 탑을 올라간다는 선택지는 사라졌다.


나를 적대하는 성좌들이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고, 탑의 규칙이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탑은 성좌가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성좌가 오르라고 만든 것이 아니니까.


지금까지의 미약한 신성의 사용은 탑도 너그럽게 봐줬지만, 어지간한 성좌보다 강력한 신성을 가지게 된 지금은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부터는 나도 조금만 규격 외의 힘을 사용하면 다른 성좌들과 마찬가지로 제약을 받겠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해결 될 문제지만 당장은 신성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이상 성좌들한테 명분까지 쥐어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뭐, 그래서 마음에는 안 들지만 레메게톤 놈들을 구해줘야 해.”


사정을 설명하자 역시 대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애초에 성좌를 싫어하는 성아는 물론이고, 언니가 이용당했다는 적대감 때문인지 나리도 달가워 보이지는 않았다.


흑아와 소월은 거슬리지만 참겠다는 듯 했고, 의외로 직접 피해를 입은 나래가 가장 담담하게 보이는데.


“그건 그 성좌들 생사여탈권을 저희가 잡는 건가요?”


겉과는 다르게 꽤 화난 건지도 모르겠다.


“뭐, 좋다. 좋지는 않지만 좋다고 치지. 그래서 저 위에 있는 놈들을 무슨 수로 구하겠다는 거지? 네가 한순간에 이 탑을 전부 클리어하고 위로 올라갈 건가?”


“설마, 아직 그런 짓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진 못했어.”


“그럼 무슨 수로 놈들을 구하겠다는 거지?”


“꼭 우리가 올라갈 필요는 없지.”


“뭐어?”


“갑이 까라면 을은 까야 된다는 소리야.”


성아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알아차렸는지 입가에 웃음기가 서렸다.


“나쁘지 않군.”


얼음장 같은 비웃음이었지만 말이다.


“살고 싶으면 별 수 있겠어?”


성아를 제외하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지 갸우뚱 거리고 있었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성좌 이면의 마왕이 포기합니다. 당신과의 계약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딱 좋은 타이밍에 빛 무리가 터져나왔다.


【계약을 계약의 종료 시까지 통해 당신은 성운 레메게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성운 레메게톤의 신성을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위 조건하에 성운 레메게톤의 신기가 일시적으로 당신에게 양도 됩니다.】


【성좌 모든 지혜의 왕이 신기의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에게 양도합니다.】


【성좌 이면의 마왕이 당신에게 욕설을 내뱉습니다.】


【신기 레메게톤의 서가 당신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신기 솔로몬의 반지가 당신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성운 레메게톤의 지분의 과반수를 획득하셨습니다.】


“그건?”


빛 무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난 책이 다소 신기했는지 다들 눈을 빛내고 있었다.


“레메게톤의 심장 같은 거야.”


내가 놈들을 지켜주기 위해 올라갈 수도 없고, 올라간다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꼭 이쪽이 올라갈 필요는 없다.


살고 싶다면 뭐든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가를 지불하고 본인들이 내려와도 되거든.”


“나는 레메게톤의 모든 성좌를 레메게톤의 서에 봉인하겠다.”


【성운 레메게톤 소속의 성좌들이 이를 받아들입니다.】


빛 무리에 휘감겨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던 책의 페이지가 하나 둘씩 기괴한 그림과 언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72페이지가 전부 가득 찼을 때 드디어 주변을 채우던 빛 무리가 그쳤다.


즉 이런 거다.


다른 성좌들에게서 가장 안전한 장소가 어디겠는가.


성좌들에게 제약을 먹일 수 있고 어지간한 성좌는 침입할 대가도 치르지 못하는 장소.


바로 탑이다.


원래대로라면 고위 성좌가 탑에 억지로 침입했다가는 층수가 높더라도 엄청난 페널티를 당하겠지만, 지금처럼 봉인이라는 형태를 취하면 그것도 일단 최저한의 손실로 끝난다.


강한 성좌 놈들은 침입을 못할 테고, 별 볼일 없는 놈들이나 강신 정도는 이제 내 상대가 못된다.


놈들은 목숨을 구해서 좋고, 나는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늘어난 셈.


“이걸로 또 탑을 오를 시간을 벌었다는 거지.”


*


“어머니.”


“그래, 흑백은 이런 자였지. 언제나 양자택일의 문제를 당면하면 문제를 부숴버리는 자였어.”


이미 텅 비어버린 레메게톤의 구역을 바라보는 앙그라 마이뉴의 목소리는 어딘지 힘이 없었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알고도 한 일인데 조금 서운한 건 어쩔 수 없구나.”


그런 자신의 어미를 바라보는 거대한 삼두룡은 세 쌍의 눈을 꼭 감았다.


“그는 저희와 섞일 수 없는 자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첫 만남이 조금 달랐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내가 성좌가 아니었다면 달랐을까?”


“그랬다면 어머니는 그렇게까지 흑백에게 빠지지 않으셨겠죠.”


“그러게 말이다. 지독한 일이지.”


“다른 성좌들은 분노하겠지만 또 곧 잊어버릴 겁니다.”


“그렇겠지. 탑에 들어갈 용기가 없을 테니까. 어쩌면 이미 이정도 속는 건 그들에게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할지 모르겠구나.”


“어머니는 이런 일이 있어도 그를 포기하지 않으실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구나. 성좌라고 높은 곳에서 수많은 일들을 내려다봐도 아직 모르겠어. 다른 성좌들은 진작 버린 이 감정을 나는 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어머니.”


“역시 내가 불량품이라 그럴까?”


“어머니!”


처음으로 삼두룡이 소리치자 앙그라 마이뉴는 작게 웃었다.


“농이야. 슬슬 돌아가자. 이런 곳에 오래 있을 필요는 없지.”


“아뇨.”


“음?”


아지 다하카.


신조차 죽이지 못한 불사의 악룡은 정말로 오랜만에 자신의 어미에게 거부의 의견을 표현했다.


“아지?”


“저는 용납 못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에 집착하는 분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위해 우는 분도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비록 악하게 만들어졌지만 그 운명에 순응하지 않던 분이었습니다. 또한 누구보다 오연히 자신을 창조한 존재를 적대하는 분이기도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분을 모두 흑백 그가 망쳤습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앙그라 마이뉴는 딱히 뭔가 깊은 생각이 있어서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작은 투정.


감정에 솔직하게 불만을 조금 털어놨을 뿐이다.


물론 어느 의미로는 무척 큰일이지만, 적어도 이런 결과를 낳을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한 대상이 좋지 못했다.


아지 다하카는 앙그라 마이뉴의 자식 중에서도 가장 완고하고 고지식한 성좌였으니까.


실제로 소현도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겨우 이정도 일로 미쳐서 직접 쳐들어오는 성좌가 있을 리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그 영겁을 세월 간 쌓아온 것을 어쩌면 전부 잃어야 한번 그것도 일순간의 기회 밖에 얻지 못한다.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는 말이다.


겨우 이정도 일로 그런 정신 나간 복수를 실행하려는 미치광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늘에 아무리 수많은 별들이 있다고 해도 그런 성좌는 단연컨대 수백이 넘지 않으리라.


문제는 이 최악의 악룡이 바로 그 수백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아지 다하카는 세상의 다른 어떠한 것 보다 자신의 어머니가 소중한 성좌이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태어난 성좌란 말이다.


어머니의 적을 멸하고 어머니가 멸하기를 원하는 것을 멸하며 어머니에게 위해가 되는 것을 멸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즉.


“저 건방진 놈에게 한 번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겠단 말입니다.”


자신의 신성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할 수 있는 놈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는 말이다.


“잠깐!?”


“못 기다립니다.”


삼두룡이 포효했고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


강한 놈들은 들어올 리가 없다.


고작 몇 분 만에 거의 확신하고 있던 명제가 뒤흔들렸다.


“어.”


설마.


하늘에 구멍이 뚫렸을 때만 해도 설마설마 했는데 아무래도 설마가 맞는 모양이다.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신성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정도 일에 모든 걸 내던지는 멍청이가 있다고? 정말로?


부정하고 싶어도 그것은 일초마다 약해지며 이곳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약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아득한 존재였다.


마치 태양과도 같이 강렬했고, 심연과도 같이 깊게 느껴지는 신성.


얼마가 지났을까 드디어 그 미치광이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친놈인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냥 미친놈이 아니었네.”


구멍이 뚫린 하늘 너머에서 거대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아는 얼굴이었다.


백사를 떠올리게 하는 창백한 비늘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날개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여섯 개의 홍옥 빛 눈동자.


불사의 악룡 아지 다하카.


조로아스터 최악의 괴물이 자신을 불태우며 그곳에 있었다.


“흑백.”


“미친 마더 콤플렉스 새끼.”


쩍 하고 세 개의 입이 벌어지고 막대한 열량이 모여들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겠지.


뭔가를 말할 시간은 없었다.


붉은 색을 넘어 흰색 그리고 흰색을 넘어서 청백색의 불꽃이 악룡의 입에서 일렁거렸고 내가 앞으로 나선 순간


터져 나온 빛과 열이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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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4 쉰다고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1- 19.08.09 164 10 10쪽
20 episode 3 성좌라는 것 -完- 19.08.08 18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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