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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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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7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08.22 06:00
조회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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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episode 5 약자가 늘 선한 것은 아니다. -3-

DUMMY

단탈리안.


그놈은 성운 레메게톤에 소속한 72명의 마왕 중에서 서열 71위로 단순 무력으로는 최약에 가까운 마왕이다.


실제로 나와 레메게톤의 항쟁 중에도 놈은 전투 중에는 모습을 내비친 적이 거의 없었고, 아주 드물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기 바빴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레메게톤의 성좌들 중에서 가장 꺼림칙한 상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단탈리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무력은 하잘 것 없고 지략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휘하의 병사가 강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대체 어떻게 마왕이 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약한 녀석의 유일한 장기.


그것은 심리전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심리장악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누군가 말했다.


진짜 거짓말쟁이는 9할의 거짓말에 1할의 진실을 섞어서 남을 속인다고.


하지만 저것은 헛소리다.


진짜 거짓말쟁이는 거짓을 말하지 않고도 남을 속일 수 있는 놈들을 말한다.


단탈리안은 딱 그런 종류의 성좌였다.


처음본 상대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눈썰미.


사냥감이 자신이 사냥당하는 다는 것을 눈치체지 못할 정도로 치밀한 뱀 같은 화술.


수천가지 얼굴과 목소리까지.


놈은 정말 사기꾼으로써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수많은 마왕들이 무력으로 내게 패배했을 때 홀로 나를 엿 먹인 전과가 있는 놈답게, 놈은 이번에도 내가 가장 싫어할 방법으로 나를 조여오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나래는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었고, 나리는 당황한 것 같았다.


흑아는 담담했고, 소월은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그리고 성아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궁에 입장하는 그 잠깐사이에 뭔가를 불어넣은 모양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을지도 대충 알 것 같고, 그것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대충은 예상이 간다.


차라리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세뇌를 하거나 하면 해결이 간단하겠지만, 놈이 그렇게 나왔을 리가 없다.


놈은 실제로 있었던 내 치부를 들려줬을 것이다.


믿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어차피 50층 이전에는 다 말했어야 할 내용이다.


여기서 지금 해결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신안이 있는 이상은 미궁은 내게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


잠시 묵묵히 미궁을 걸었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처리하고, 함정이 나오면 해체하기를 반복.


가끔씩 마주친 플레이어들이 나를 알아보고 아부를 해오거나, 반대로 일행들에게 욕설을 내뱉기는 했지만, 큰 사건은 없었다.


직접 물어볼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묻지 않고 넘어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뭐 물어볼 거 없냐?”


조용하던 미궁이라서인지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없다.”


성아를 제외하고는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담 가질 것 없어. 물어봐도 괜찮아.”


여전히 성아를 제외하고는 다들 망설이는 와중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연 사람이 있었다.


“거짓말이죠?”


나래였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성좌가 뭘 보여줬는지. 무슨 이야기를 해줬는지를 말해야 대답하지.”


알고는 있지만 무작정 대답했다가는 내가 아니라 나래가 멋대로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고 넘어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성좌님이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잖아요.”


나래에게는 아무래도 내가 가장 잔혹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보여준 모양이었다.


“살려달라고 비는 사람들이 아니,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성좌님께 고개를 조아리고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빌고 있었는데 성좌님이랑 닮은 남자분이 웃으면서...”


나래는 차마 더는 말하지 못하겠는지 손으로 입을 막았다.


평소라면 그만 말해도 괜찮다고 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 아이 같았는데 그...”


“목을 부러트려 죽였지.”


“네?”


“한창 조로아스터와 항쟁이 심했을 때였지. 절대선과 절대악이 손잡고 날 죽이려 들어서 그놈들의 세력을 약화 시키려고 놈들의 산하에 있던 성좌들을 전부 죽였었다. 대부분이 나와는 아무 원한 관계도 없던 녀석들이고, 말이 성좌지 신성이 미약해서 인간과 별 차이도 없던 녀석들이야. 놈들 중에 갓 태어난 어린 성좌도 있었는데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목을 부러트려 죽였다. 전부 처리한 후엔 영혼이 지옥으로 가면 악마 놈들이 강성해 질 테니까 신성을 쏟아 부어서 영혼까지 소멸 시켰지.”


나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불쌍했지만,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될 테니까.


과거의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나름 이유가 있기도 했지만 결국 저때의 나는 죽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일에 대해서 변명하는 것은 내 방식이 아니다.


“신수님.”


이번에는 흑아가 입을 열었다.


“저는 신수님이 하염없이 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비가 오는 밤에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정말로 처절하게 우는 모습이었습니다.”


흑아는 내가 가장 약했을 때의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절망해서 타인이 내미는 손길을 전부 거절하고, 결국은 다른 소중한 사람들도 잃고서야 후회하는 어리석은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신수님이 맞습니까?”


“맞아, 아직 성좌가 되기 전이기는 하지만 그 나약한 인간이 원래의 나야.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할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서 다가오는 손길을 내치고 그들마저 잃고서야 후회한 어리석은 인간이지.”


싸움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 덩어리에, 남들한테 상냥하게 대하는 법 따위는 모르면서 남들은 내게 상냥하기를 바라던 가장 나약하고 어리석은 나다.


“소현아 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과거를 읽을 수 있어?”


이번에는 나리였다.


“그렇지. 나보다 격이 높은 상대가 아니라면 알 수 있어.”


나리는 내 가장 어리석은 부분을 본 모양이었다.


탑을 끝까지 올랐을 때.


나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수없이 배신당했고, 배신했다.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끝까지 탑을 올라 나는 소원을 빌었다.


처음부터 다시 탑을 오르고 싶어.


나는 회귀를 소망했다.


하지만 탑을 만든 성좌는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당시의 내 소원을 너무 정확하게 들어줘야 했다고 해야겠지.


나는 다시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만나더라도 다시 인연을 쌓고 이번에는 모두를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었다.


더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서, 온전히 타인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하면 결국은 그를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성좌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절대 선과 절대 악.


신과 마왕.


모든 성좌들이 전부 기만자로 보였고, 그들을 증오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전부 죽일 수 있는, 적어도 그들과 같은 선상에 설수 있는 힘을 바랬다.


당시에 내가 오르던 탑을 만든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는 나를 꿰뚫어 보고는 말했다.


‘진정으로 바라지 않는 것은 들어줄 수 없다.’


‘네가 뭔데 멋대로 그런 걸 판단하는데.’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나는 스스로가 소망하는 것 밖에는 들어줄 수 없다.’


‘그럼 닥치고 해. 내가 바라는 건 회귀가 맞으니까.’


‘어리석고 불쌍한 아이구나. 좋다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들어주마. 마침 나도 지친 참이었다.’


그렇게 그는 내게 자신의 눈을 줬다.


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선한 부분 못지않게 추악한 부분 또한 깊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이 쉽게 휩쓸리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내게 자신의 신성을 줬다.


나는 단번에 성좌에 오를 정도의 신성을 양도 받았고, 그로 인해 성좌들이 지고 있는 중압과 책임을 이해했다.


그는 내게 자신의 이름을 줬다.


누구보다 중립적이고 누구보다 중립을 사랑하던 성좌는 그것에 지쳐 누구보다 중립을 혐오하는 내게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줬다.


나리는 내 대답에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수님이 저희를 단련시킨 이유는 90층 에피소드를 위해서인가요?”


참 단탈리안 다운 선택이었다.


과거의 이야기나 내 취약한 부분으로 소월이는 흔들기 힘들 것이다.


내가 말하기는 조금 뭣하지만, 소월이는 단순히 신앙의 크기로 봤을 때 나래보다도 나를 신뢰하고 있었으니까.


놈은 쓸데없는 일을 싫어하는 만큼 소월이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 같았다.


“맞아. 나는 너희가 90층 이후의 스테이지에서 날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어. 지금 너희를 속이지 않고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솔직해서 보다는 그것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더 이상 예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90층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스테이지는 강함이나 정신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일 테니까.


물론 이 아이들이 좋은 아이들이고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키워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내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 이상은 핑계에 불과하다.


판단은 저 애들이 할 일이었다.


소월이는 어딘지 착잡한 표정이었다.


최대한 변명도 없이, 가장 나빠 보이도록 대답을 마쳤다.


아직 성아가 남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묻지 않을 모양이었다.


“정말로 변명도 안 하시네요...”


두려움이나 배신감으로 치를 떨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별로 반응이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반응이 옅었다.


오히려 그럴줄 알았다는 반응.


“잠시 저희 끼리 이야기 좀 나눠도 될까요?”


나래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예상과 어긋나는 반응에 그만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일행이 떨어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성좌 이면의 마왕이 미소 짓습니다.】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이들의 마지막 얼굴은 나를 경멸하거나 혐오하는 얼굴도 두려워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오히려 동정하는 듯 했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듯 했다.


단탈리안은 간교한 마왕이다.


놈은 저 애들에게 의심을 심을 수도 있었고, 저 애들이 나를 싫어하게는 만들지 못할망정 두려워하게는 만들 수 있었다.


즉 나를 이해하려고 하는 저 모습은 반대로 놈이 내 과거를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줬거나, 그 장면 말고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저놈이 얻을 이익이 뭐가 있다고?


설마 이걸로 같잖은 회유라도 해볼 생각일까.


단탈리안은 그런 녀석이 아니다.


녀석이 노리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대답은 곧 알 수 있었다.


【성좌 생명과 멸망의 마왕이 스테이지 전역에 거대한 신성을 쏟아 붓습니다.】


생명과 멸망의 마왕.


붉은 군주 바알이 스테이지에 끼어들었다.


즉 단탈리안이 노린 것은 아이들과 내가 멀어지기는 것도 아니고, 내게 직접적인 데미지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참 정말로 단탈리안 다운 장난질이었다.


【스테이지가 변형됩니다. 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새끼들이...”


작가의말

끼요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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