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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42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08.09 06:00
조회
164
추천
10
글자
10쪽

episode 4 쉰다고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1-

DUMMY

“...나 왔다.”


【이히히 소현이 소현이 왔다.】


나는 나래 나리가 자경단을 만나는 사이 1층의 ‘타락한 성녀의 무덤’을 찾은 상태였다.


함께 가지 못한 것이 서운해 보였지만, 내게는 이쪽도 중요한 일이었다.


【좋아. 좋아.】


“오늘은 사과할 일이 있어서 왔어.”


【사과? 히히 괜찮아!】


뭘 사과하는 지 듣지도 않고 용서를 해주는 모습은 내가 아는 성녀 진짜 유하나와는 퍽 달랐다.


그 애는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해도 유독 내게는 별 것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고는 했으니까.


“너한테 받은 무형검 부러져버렸어.”


【부러졌어? 부러졌어. 어쩌지? 어떡하지?】


딱히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너한테 뭘 부탁하고 싶은 건 아니야. 그래도 너한테 받은 검이니까 말해줘야겠다 싶었어.”


【이제 없어...】


들려오는 소리는 정말로 미안한지 꼭 울먹이는 것 같았다.


하나는 이렇게 소심한 성격이 아니었는데.


정말로 고증이 철저한지 아닌지 모를 탑이었다.


【소현이 약골이라 없으면 안 되는데.】


고증이 철저한 탑이 맞았다.


하나는 늘 나를 약골이라고 불렀으니까.


【안 되는데.】


“괜찮아, 나는 이제 네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


【약골인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세상에 약골이라니 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일까.


진짜 하나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실제로 성격도 별로 닮지 않았다.


“그런데도 널 보고 있으면 진짜 하나랑 있는 것 같아.”


【이히히.】


“그러고 보니 11층에는 벨트리온의 레플리카가 있었어. 꽤 닮았더라.”


【벨트리온! 벨트리온!】


아무래도 동료들에 대한 지식도 있는 모양이었다.


“진짜 하나가 너랑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뭐라고 할까? 가짜한테 매달리는 멍청한 놈이라고 비웃을까? 아니다 의외로 웃으면서 자기가 그렇게 그리웠냐고 놀릴 지도 모르겠네.”


【안 웃어!】


“너는 그렇겠지... 아니, 진짜 하나도 웃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 애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음이 약했으니까.


“평소에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주제에 정작 내가 정말로 당황하면 괜찮다는 듯이 용서해주고는 했어.”


【소현이 괜찮아?】


아무래도 울적하게 들렸나보다.


슬픈 일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별로 슬프지 않다.


인간으로 돌아오고 조금씩 감정이 돌아오고 있지만, 나는 성좌가 되면서 그런 것을 모두 버렸던 몸이다.


고통을 더 이상 견디기 싫어서 도망친 것이다.


“성좌가 된 이후로도 가끔 생각하고는 했어. 그 많은 무용담을 가졌던 벨트리온도 수많은 사람에게 칭송받던 하나도 다른 대단하던 동료들 모두가 잊혀 졌는데 나만이 성좌가 되도 괜찮았을까?”


【괜찮아!】


꽤 묵은 이야기를 했는데 말도 안 되게 밝은 대답이 돌아왔다.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여기서 얘랑 뭘 하는 건지.


“고마워요 누나.”


진짜 하나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도 무심코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갈 거야?】


“가봐야지. 다음에 또 올게.”


【응, 또 와 소현아. 기다릴게.】


“어?”


【히히히.】


“정말로... 고증 하나는 잘 된 탑이라니까.”


*


자경단과 합류하자 한창 분위기라 무르익어 있었다.


다만 나래와 나리는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화장실이라도 간 모양이었다.


“아, 성좌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그렇게 부르지 마 인마.”


“뭐 어때요 저희밖에 없는데.”


“원래 아무도 안 듣고 있을 것 같아도 누군가는 다 듣고 있어.”


들켜도 별 문제는 없지만 말이다.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단장을 만나서 좀 풀어졌나 봐요.”


히끅 거리며 술에 취한 동료에게 주의를 준 것은 본래 자경단에서 궁수를 맡고 있던 사내 도진이었다.


도진이 녀석은 술자리에서도 여전히 딱딱한 자세를 유지하며 동료들을 챙기고 있었다.


“아! 성좌님! 다 들었어요! 악마 잡았다면 서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잡기는 했지, 덕분에 50층까지는 쓸 생각이던 칼도 부러졌고.”


“히야...가끔씩 성좌님 소식 들을 때마다 억지로 붙들거나 바락바락 따라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회 되냐?”


“예?”


“탑은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너희도 이루고 싶은 게 있으니까 들어왔을 것 아니냐.”


기본적으로 성좌가 탑을 만들면 그곳에 들어오는 이유는 참으로 많다.


현실에 지쳐서 도망치고 싶었던 자들.


뭔가를 저질러 세상으로부터 쫓기는 자들.


탑 밖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매료된 자들.


원하지 않지만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자들.


하지만 원초적으로 탑을 오르는 이유를 대답하라면 대부분은 같은 이유를 들 것이다.


탑을 끝까지 오른 자는 탑을 만든 성좌의 힘이 허락하는 한 어떠한 소원이라도 이룰 수 있다는 규칙.


그것이 탑을 만든 성좌들이 정한 규칙이었다.


불로불사는 기본이요. 죽어버린 이를 되살리고자 탑을 찾는 이도 있었고, 금은보화를 바라는 자도 있었다.


“너희도 이 탑에 들어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잠시 자경단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뇨.”


놈은 방금 전까지의 흐리멍덩한 목소리와는 다른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다면 당신은 저희에게 실망하셨겠죠.”


“...내가 이래서 너희를 두고 간 걸 가끔 후회한다니까.”


정말로 자기가 어디까지인지 잘 아는 놈들이었다.


“어 뭐야? 소현아 언제 왔어?”


“오셨어요?”


타이밍 좋게 나래와 나리가 돌아왔다.


“방금 왔어.”


모처럼 재회한 자리에 이런 이야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한 참은 술자리가 이어질 것 같았다.


*


술에 취한 놈들을 숙소에 맡긴 체 바람을 쐬러 나오자 놈도 계속 할 말이 있어보이던 녀석이 따라 나왔다.


도진이었다.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뭔데?”


“실력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놈은 이미 화살을 장전한 쇠뇌를 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 깨달음이라도 얻었냐?”


“전보다는 나아 졌다고 자부합니다.”


“그래? 그래도 난 검도 없는데?”


“절 상대하시는데 그런건 필요 없겠죠.”


놈은 망설이지 않고 쇠뇌를 당겼다.


화살이 내 안구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오러를 두르지 못한 화살은 당연히 호신강기에 막혀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놈은 당황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목 안구 심장 다시 안구.


혹시 약점은 없는지.


어딘가 강기의 허점은 없는지.


경도가 무른 곳이나 연속되는 공격이 통하지는 않는지.


놈은 모든 것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전도진.


아쉬운 놈이다.


강단도 있고 인성도 나쁘지 않다.


궁술도 뛰어나고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실력이 더 좋아진 것을 보니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놈이다.


“맞고만 있으실 겁니까?”


“마음이 흐트러지길 기대하는 거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겁니다.”


“그래?”


나는 가만히 놈의 화살을 맞아주고 있었다.


놈이 화살을 쏘는 것을 그만 둔 것은 정말로 모든 것을 시험해 본 뒤였다.


“안 되는군요.”


“그래.”


실력도 인성도 노력도 하다하다 얼굴까지 잘 생긴 이놈이 딱 하나 가지지 못한 것.


【마력불능】


놈은 마력을 가지는 것도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체질이었다.


일상을 사는 데에는 아무 지장도 없지만, 탑에서는 치명적이다.


“저는 지켜주지 못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탑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냐.”


“예, 제가 자경단에 있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나래는 죽은 제 여동생을 닮았거든요. 멋대로 혼자 생각하는 거지만 가족이 없는 저 아이들을 지켜주면서 탑을 오르면 속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기만족에 이용한 거죠.”


“그래?”


“하지만 저는 고작 서혁준 같은 놈도 이기지 못 하더군요.”


흑성회주 서혁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저는 고작 마력이 뭐냐고 노력했습니다. 본적도 없는 쇠뇌를 당기는데 필사적이었죠.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그러다보면 막 눈을 뜨고 하더라고요.”


“그런 놈들이 없지는 않지.”


“그런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맞다.


주화입마를 이겨내고 환골탈태를 하는 것도 재능이 있어서 어느정도는 도달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전도진 이라는 사내는 아쉽지만, 마력을 느끼는 것도 오러를 짜내는 것도 불가능한 몸이었다.


“사실 그날 제가 당신에게 그 둘을 맡긴 건 멋대로 맡은 짐을 다시 멋대로 떠넘긴 짓이었습니다. 나래와 나리를 신경써줄 것 없이 수련에 몰두하면 탑을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고작 며칠 수련했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필사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노력은 당신에게는 생체기도 만들지 못했네요.”


“네가 아니라도 탑에서 지금 나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위로는 괜찮습니다. 마력이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라는 거 압니다. 아마 이 차이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겠죠. 탑을 오를수록 오히려 마력을 사용하는 자들과 더 벌어질 겁니다.”


안타까웠다.


“그래서 얌전히 포기할 거냐?”


정말로 안타까웠다.


“아뇨, 저는 탑을 오를 겁니다.”


가능하면 말리고 싶었지만 놈은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죽을 거다.”


“예, 압니다. 그래도 올라야합니다.”


“죽은 여동생을 위해서?”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예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여동생을 위해서겠죠.”


놈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게 제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니까요.”


“...들어가자.”


“제가 들어가지 않을 거 아시지 않습니까.”


“작별인사는 하지 않아도 되겠냐?”


“예.”


“그래.”


어리석은 짓이라며 말릴 수는 있다.


내가 함께 올라주겠다며 손을 내밀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내인 모양이다.


“그러면 나라도 배웅해주마.”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 때에는 상처라도 똑바로 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가라.”


“안부는 전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날 진도진이라는 남자가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탑을 오르는 녀석들을 누가 말리겠어.”


작가의말

선작이 40이 넘었어...! 좋습니다.


마음은 굉장히 좋은데 전해드릴 소식은 슬픈 내용이네요...


이번주까지는 일요일까지 소설이 올라가는 것이 맞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월화나 토일을 제외한 5일간 소설이 올라오게 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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