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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39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10.04 06:00
조회
61
추천
4
글자
11쪽

episode 5 약자가 늘 선한 것은 아니다. -7-

DUMMY

내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소월이었다.


“신수님?”


천천히 신성을 끌어올리자 칠흑과 순백이 주변을 휘감았다.


사실 이대로 나래에게 강신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강신을 시도하면 이미 강신중인 바알과 겨뤄야 할 것이고, 성공과 실패 여부에 관계없이 강신하는 동안 내 몸은 텅 빈 상태가 된다.


하지만 강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당장 다른 해결법이 없고, 또 일행들에게서 신뢰도 잃어버릴 것이다.


참 레메게톤답다고 할지 단탈리안 다운 선택지였다.


강신을 해도 하지 않아도 본인들에게 유리한 판이 만들어지게 해뒀다.


나한테 기필코 뭔가 하나는 잃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헛수고다.


“나는 아무것도 잃어버릴 생각 없거든.”


다들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내 정신이 몸을 빠져나가는 것이 한층 빨랐다.


*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수많은 무언가가 흰색과 검은색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은 것은 살아있는 것.


흰 것은 죽어있는 것.


검은 것은 추악하게 꿈틀거리며 다른 검은 것을 삼키고 있었고, 흰 것은 그런 검은 것을 조롱하듯 낄낄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나래의 심상이었다.


“그래도 여자애 내면인데 너무 당당하게 훔쳐보는 것 아니야?”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자 익숙하면서 낯선 것이 서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들어왔네? 뭘 믿고 들어온 거야? 차라리 이 애를 포기하고 도망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아니면 뭐, 어차피 못 이길 것 같으니까 폼 잡아보려고?”


그것은 애초에 내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혼자 떠들어댔다.


“이애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런 애를 주웠어? 응? 흑백. 억지로 강신했다고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잘 맞아.”


“네가 이번 바알이냐?”


“그럼 내가 뭘 로 보이는데? 만나는 건 처음이지 흑백?”


내가 바알을 보고 익숙하면서 낯설다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복장이 나래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복장과 같았다.


고양이 머리띠에 두꺼비와 중년남성의 복화술인형.


무슨 조합인지 모를 참 해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이것은 인간의 모습을 한 바알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니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주체가 달라진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지난번에는 중년이 고양이랑 두꺼비 인형을 낀 모습이었는데 왜 주체가 고양이도 아니고 고양이 귀 여자애가 된 건데?”


“인간들이 그걸 더 바라니까. 신앙을 모으려면 트렌드에 맞춰야지. 성좌라는 건 원래 그런 거잖아?”


“못 들어주겠네. 됐고, 얼른 우래 애 몸에서 나가 새끼야.”


바알은 내 말을 듣고 잠시 멍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다 곧 킬킬 거리며 웃어댔다.


“흑백 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설마 지금 여기서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왜? 네 본체가 온 것도 아니고, 억지로 연결하면서 네가 쏟아 부은 신성도 거의 없어졌을 거 아니야? 충분히 해 볼만 할 것 같은데?”


“그래, 근데 그것도 어느 정도는 균형이 맞아야 맞는 말이지. 그 당장에라도 꺼질 것 같은 신성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너 혹시 지금도 예전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바알의 몸에서 신성이 터져 나왔다.


대체 신성을 얼마나 쏟았는지 많이 소모되었을 텐데도 이름 없는 성좌정도는 가볍게 씹어 먹을 수준이었다.


“여긴 인간의 정신세계야. 육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지. 순수하게 신성으로만 겨룰 수 있는 곳이라고. 네 잘난 칼질도 없이 그런 약해빠진 신성으로 뭘 할 수 있는데?”


“넌 기본적인 것 만 알고 정작 중요한건 하나도 모르는 구나?”


내 말이 허세라고 생각했는지 바알은 대놓고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래, 단탈리안이 너는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이야기 같은 건 나누지 말고 빨리 죽이라고 했지.”


“그래? 똑똑하네. 너처럼 새로 생긴 놈 말고 차라리 단탈리안이 왔으면 이길 수도 있었겠다.”


“할 말은 더 없지?”


거대한 신성이 바알을 뒤덮고 모습을 뒤바꿨다.


거대한 괴수.


셋 달린 머리는 각각 고양이와 두꺼비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몸은 거대한 거미였다.


신화 속에 나오는 바알의 본모습.


“그렇게 징그럽게 변하면 꼭 지는 거 알아?”


【그럴 일 없을 테니 걱정 마.】


거미의 다리가 팔에 내리 꽂혔다.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집어삼켰다.


이정도면 참을 만했다.


태어 난지 얼마 안 되긴 한 모양이다.


저런 신성을 가지고 이런 공격밖에 못하다니.


두 번째 공격이 반대쪽 팔을 관통했다.


【비명도 안 지르고 잘 참네? 정신이 직접 상처 입는 거라 참기 힘들 텐데?】


“그렇지도 않은데? 그보다 바로 안죽이고 그렇게 가지고 놀아도 되겠냐? 단탈리안이 바로 처리하라고 했다며?”


【그거야 내 마음이지. 대체 이런 게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신신당부한 거야? 선대 바알이 너 같은 거한테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한심한 거 있지?】


“그러냐? 적어도 그 놈이었으면 이렇게 자만하면서 적을 가지고 노는 짓거리는 안했겠지.”


거미의 다리가 화살처럼 날아와 심장에 꽂혔다.


통각이 몰려왔지만, 참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긴 정신세계라 심장을 찌르든 머리를 부수든 팔다리를 날리든 다 비슷한데 내 취향으로 놀 수도 있지.】


공격이 점점 빨라졌다.


팔을 다리를 몸통을 머리를 잘게 다지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거미의 다리가 내 몸을 난도질했다.


바알은 난도질을 멈추지 않으며 물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방어를 안 해? 쥐꼬리 같은 신성이라도 몇 번 정도는 막을 수 있잖아. 혹시 미인한테 맞는 게 취향인가? 아, 대답을 못하려나?】


“방어를 하면 못이기잖아.”


【헛소리야? 방어를 안 하면 뭐 다른 건 할 수 있다는 소리야?】


“힘은 제법 있다만 성좌치고는 어리구나. 단탈리안이 잘못 키웠어.”


【뭐?】


“넌 지금 뭐가 변했는지도 모르겠지?”


【너무 맞아서 정신이 나갔나? 아니지, 내가 때리고 있는 게 정신일 텐데.】


뭐가 달라졌다는 양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꼴이 우스웠다.


“여기 아까보다 훨씬 밝아지지 않았냐?”


【뭐?】


세 머리의 거미 괴물은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봤다.


칠흑의 태양과 순백의 달.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던 하늘에 거대한 두 개의 심상이 떠올라 있었다.


【그래서 뭐?】


거미의 다리가 다시 내리 꽂혔다.


【설마 고작 저거 준비하느라고 공격을 다 맞은 거야? 네 심상 따위로 이 신성의 차이를 뒤집어 보겠다고? 너 진짜 미쳤구나?】


하지만 이번에는 거미의 다리를 피할 수 있었다.


【어?】


뭔가 실수했나 싶었는지 방금 전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공격이 날아왔다.


하나하나가 잘 벼린 창 같았지만, 꼭 멈춘 것처럼 보였다.


날아오는 공격을 피할수록 바알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뭐야, 고작 저런 심상으로 이렇게까지 강해질 리가 없잖아.】


멍청하게도 아직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신성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 하냐?”


【절실한 믿음이나 기원, 저주나 공포로부터 기인하는 초월적인 힘.】


“잘 알고 있네. 이게 인류의 바람이라는 게 하나하나는 참 하잘 것 없는 힘인데, 이게 수없이 모여들면 무시할 게 못되거든.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감사와 원망의 대상을 찾기 위해 인류는 신을 바랬고, 결국은 그 소원으로부터 신성과 태초의 성좌들이 태어났잖아. 굉장하지?”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결국 신성도 정신으로부터 나왔다는 거지. 자, 그럼 이제 너는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 하냐?”


【인간의 정신세계...】


바알은 당황했는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나래야 잘 잤어?”


죄송해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대답은 들려왔다.


저 태양과 달은 싸우기 위해서 꺼낸 것이 아니다.


【여자애 의식을 깨운 게 뭐? 그걸로 뭐가 변할 것 같아?】


“단탈이안이 말을 안 해줬을 리가 없는데, 너 정말로 아무것도 안 들었구나?”


거미의 다리가 마구잡이로 공격을 휘둘러 왔다.


한 없이 느려 터졌다.


“인간의 정신세계에서는 신성이 중요하지. 근데 그건 정신세계의 주인이 우리를 둘 다 모를 때 이야기고.”


날아온 다리 하나를 잡아 힘의 방향을 되돌렸다.


이화접목.


기괴한 소리를 내며 거미의 다리가 떨어져나갔다.


“정신세계의 주인이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에 따라서 대상의 힘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거든.”


하늘에 떠오른 태양과 달이 한층 거대하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하늘 집어 삼킬 기세로.


“나래가 날 절대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이상은 신성의 차이가 얼마나 나던 너희한테 승산이 없단 말이야. 나래가 일어나기 전에 날 처리했어야지 얼간아.”


“오지 마!”


어느새 바알은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뭘, 그렇게 겁먹지 마.”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손에서 칠흑과 순백의 화염이 튀어나왔다.


“죽어봐야 진짜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화염이 바알을 뒤덮었다.


“뭐야 이게...이딴 이유로 진다니 인정 못해. 아니, 안 해. 이런 게 어디 있어. 다 이긴 판이었는데 내가 좀 놀았다고 졌다고!? 내가 방심만 안했어도 넌 여기서 죽었을 거야! 넌 죽을 자리에 알아서 들어왔던 거라고!”


입가에 비웃음이 서리는 걸 참기 힘들었다.


“뭐, 네가 생각보다 성실한 성격이고 방심도 없어서 나래를 깨우는 걸 방해했으면, 그땐 또 다른 방법을 찾았겠지.”


바알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인정 못해. 이대로 돌아가면 레메게톤은? 우리 성운은?”


“내 알바야? 그러니까 왜 가만히 있는데 시비를 걸어.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저것들은 꼭 지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마지막에 피해자마냥 징징거린다.


본인들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단탈리안이 아직 살아있으면 안부 좀 전해줘라. 네 덕분에 신성 좀 두둑하게 챙긴다고.”


“어?”


바알은 그제야 자신의 분신에 남아있던 신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해...?”


“원래는 아직 못해. 그런데 여기서는 나래 덕분에 어느 정도 예전의 힘을 쓸 수 있는 것 같거든.”


“다른 성좌의 신성을 빼앗는다고?”


바알은 그야말로 괴물이라도 보는 것처럼 울먹거리고 있었다.


“다른 성좌들이 왜 날 두려워했는지 단탈리안이 말 안 해주던?”


“아...아아!”


뭔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바알이 비명을 질렀다.


“기억나봐야 늦었어.”


내게 힘을 줬던 성좌.


성좌 칠흑과 순백의 좌.


그는 신도 아니고 마왕도 아니었다.


그의 진명은 카오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태초의 성좌 중 하나였던 자.


“지금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원래 저 이름이 가지고 있던 뜻은 혼돈이 아니야.”


바알은 이미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해되어 있었다.


“입을 벌리는 자다.”


그럼에도 바알의 별이 떨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네 신성 잘 쓰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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