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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36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08.21 06:00
조회
111
추천
6
글자
11쪽

episode 5 약자가 늘 선한 것은 아니다. -2-

DUMMY

【31층부터 40층은 지하 미궁입니다.】


31층은 이미 플레이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제법 오래 쉬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


뭐, 모습을 보아하니 우왕좌왕 하는 것이 썩 공략이 순조롭게 보이지는 않았다.


“탑인데 지하미궁인가요?”


나래는 다른 플레이들이 있는 것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탑을 오르기 위해서 지하로 내려간다는 것이 이상한 모양이었다.


“편의상 탑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탑이라는 게 정말로 위로 우뚝 솟은 건축물은 아니잖아. 실제로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게 아닌 만큼 형식도 자유롭고, 만든 성좌에 따라서는 입구가 여럿인 탑도 있고, 탑을 오르다보면 여러 탑이 하나로 합쳐지기도 해.”


“탑이라고 해서 위쪽으로 가는 느낌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스테이지 이동은 포털로 했으니까 꼭 위로 올라갔다는 법은 없네요.”


“그렇지.”


“저기, 소현아 좀 이상하지 않아?”


슬 공략을 시작하려 했을 때 나리가 좀 불안한 얼굴로 다가왔다.


사실 알고는 있었다.


방금 전 우리가 스테이지에 올라온 이후 이곳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전부 우리에게 집중 돼서 떨어지질 않았으니까.


평상시에도 거의 비슷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보다도 질척하다고 해야 할지 시기나 질투 같은 것이 느껴지는 눈길이라고 해야 할까.


뭐, 놈들이 왜 저런 태도인지는 알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보이는데 모를 수가 있겠는가.


다만 놈들이 상당히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글쎄? 평소에도 이정도 시선은 끌잖아?”


“아니, 뭔가 평소보다 눈빛이 질척질척 한 것 같아서.”


“악마를 잡았다는 소문 때문에 질투라도 하나보지.”


이것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다.


뭐, 머리가 멀쩡한 놈들이라면 설마 생각에서 그치겠지 실제로 행동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나리에게는 적당히 둘러대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플레이어들 중에는 머리가 멀쩡하지 않는 놈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저기...”


한 남성 플레이어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낡은 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안에는 누런 금화가 차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확실했다.


일종의 뇌물이었다.


꺼지라고 노려봤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헤헤 웃으며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그, 이걸로 저도 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성아가 피식 웃었고, 소월은 상당히 불쾌한지 인상을 썼다.


나머지는 애초에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지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이게 뭔데”


“모르시는 척 하지 마시고, 저도 좀 부탁드립니다. 꼭 탑을 오르고 싶어요. 아니, 올라야 합니다.”


비굴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의 차이가 거슬렸다.


“그래? 너는 무슨 이유로 탑을 오르는데?”


알고 있고, 무어라 대답할 지도 보였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건 사실 저희 딸이 위독합니다. 불치병이에요. 아직 어린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사방으로 병을 치료하려고 노력해 봤는데 방도가 없어 결국은 입탑하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거짓말이었다.


놈의 딸은 많이 병약했지만 불치병은 아니었고, 어린아이에게 잘못이 없는 것은 맞았지만, 놈은 딸을 고치려 노력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병든 딸과 아내를 짐짝 취급하며 술과 노름을 즐기다 빚쟁이에게 쫓겨 입탑한 쓰레기였다.


무엇보다 놈은 탑을 끝까지 올라도 아내와 딸을 보살필 생각이 없다.


적당히 치료비와 생활비만 던져주고 스스로가 재출발할 생각으로 가득한 놈이란 말이다.


슬슬 나래와 다른 애들도 이 금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넌 안 되겠다. 그냥 갈길 가라.”


“예?”


놈은 어디서 내가 저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소리라도 듣고 왔는지 상당히 당황한 모양이었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난 스스로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놈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


놈은 정곡을 찔렸는지 움찔 몸을 떨었다.


“무...무슨 소리십니까!?”


이미 들킨 것을 알면서도 일단 부정하고 보는 모습이 참으로 역겹다.


놈은 내가 참으로 싫어하는 부류였다.


적당히 무시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여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제법 예쁘장한 얼굴이었지만, 눈이 죽어있었고 무엇보다 술과 약의 향이 너무 심했다.


“그럼 저는 어떠세요?”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지, 나래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을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흘렸다.


“젊은 애들도 좋지만 젊은 애들한테 없는 맛이 있는데.”


혀를 날름거리며 입술을 핥는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다.


미쳤다.


머릿속을 들여다보니 토할 것 같았다.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지금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몸을 써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니 제정신인가?


남자와 여자는 시작일 뿐이었다.


첫 번째가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고 했던가.


스테이지에 있던 대부분이 내게 몰려들었다.


오체를 투지하며 절을 하는 녀석도 있었고,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는 녀석도 있었다.


딱히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도망친 자들이었고, 또 도전할 용기가 없는 자들이기도 했다.


정말로 의지가 있었다면, 이곳에 있을게 아니라 미궁의 입구를 넘어서 미궁을 탐험하고 있겠지.


온갖 욕망이 소용돌이 치고, 그들의 추잡한 생각과 비틀어진 욕구들이 신안을 통해 적나라하게 전해졌다.


“저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하라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저도 좀 데려가 주십시오!”


이쯤 되면 모른 척 하고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미친놈들이 갑자기 왜 이럴까.


다른 길드들이 죄다 무너져서?


내가 악마를 잡은 것을 봐서?


아니면 내 심상을 보고 뭔가를 느껴서?


아니다.


놈들은 빌어먹을 성좌의 말을 듣고 이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올림포스와 아발론을 상대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이 타이밍에 끼어든 놈이 있는 것이다.


인정해야겠다.


놈의 목적이 날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엿 먹이는 것이라면 놈은 충분히 성공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너희를 돌봐줄 생각이 없어.”


최대한 두통을 참아가며 말했지만, 놈들은 듣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가 할 말을 쏟아내며 무작정 자신도 데려가 달라며 사정을 할 뿐이었다.


일부 이런 취향인 성좌 놈들은 아주 좋다고 할 모습이었지만, 내게는 그런 취미는 없다.


결국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빨리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무시하고 걷기 시작하자 처음 말을 걸어왔던 사내가 무에 그리 분한지 소리쳤다.


“성좌시라고 들었습니다!”


결국 나는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성좌랑 겨루라는 겁니까? 저희가 무슨 수로 성좌를 이깁니까!”


겨룰 필요 없다.


이곳은 선착순인 탑이 아니니까.


하지만 퍽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다른 녀석들도 그에게 동조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불공평합니다!”


“성좌면 성좌답게 굴어야지 수준도 안 맞는 것들 괴롭히시면 좋습니까!”


사정도 모르는 것들이 짖는 모습이 상당히 거슬린다.


나래와 나리가 뭔가 반박을 했지만, 쪽수가 너무 차이가 나서인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고개를 돌려 놈들을 노려보자 놈들은 몸을 움찔 떨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전부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 이제야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 그래도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그 애들은 뭡니까.”


나를 표적으로 하는 게 위험하다고 이번에는 나래와 나리를 걸고 넘어졌다.


“플레이어도 그렇지만 NPC도 데리고 다니시면서 저희는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맞다며 호응하는 목소리가 참 시끄러웠다.


자경단에 익숙해져서 잊어버릴 뻔 했다.


탑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녀석들이 더 많았다.


이 애들은 너희 따위와는 다르다고 말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인정하려 들지 않겠지.


한숨이 나왔다.


이제는 화가 나지도 않았다.


“가자.”


내가 갑자기 걸음을 옮기자 성아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도망가시는 겁니까!”


자기 목소리가 지금까지 나한테 닿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시 한 번 그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약자들이었다.


탑 밖에서도 약자였고, 탑에 들어와서도 약자로 살아온 자들이었다.


그들은 선인이 아니었다.


약하기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족속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전부 악인인 것도 아니었다.


쓰레기처럼 살아온 놈들도 있고, 계속해서 도망치기만 한 놈들도 보였지만 악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놈들은 없었다.


말하자면 흑색에 가까운 회색.


선인은 아니지만 완전히 악인도 아닌 놈들.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고 지금처럼 쉽게 이용당하는 어디에나 있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내가 뭐라고 말해도 결국 바뀌지 않을 자들이었고, 바뀌고 싶다고 생각도 하지 않는 자들이기도 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나를 향해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훨씬 짜증나는 것이 말을 걸어왔다.


【성좌 이면의 마왕이 빙긋 웃습니다.】


“그래, 딱 너 같은 장난질이더라.”


【성좌 이면의 마왕이 선물이 마음에 들었냐며 비아냥거립니다.】


성좌 이면의 마왕. 진명은 단탈리안 성운 레메게톤에 속한 71번째의 마왕이었다.


힘은 한 없이 약해빠진 주제에 간교한 혓바닥과 사람의 마음을 주무르는 것으로 마왕의 자리를 꿰찬 놈이다.


“그래서, 기분은 좀 더러웠다만 설마 이딴 걸로 날 방해해보겠다는 생각은 아니지?”


【성좌 이면의 마왕이 설마 이 정도로 끝이겠냐며 당신을 비웃습니다.】


“넌 예전부터 그랬지, 정면에서는 싸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간질과 함정을 파는 것 하나는 참 잘했어.”


【성좌 이면의 마왕이 이것이 당신을 확실하게 죽일 해답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래? 내 생각에는 안 통할 것 같은데?”


【성좌 이면의 마왕이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비웃습니다.】


“그래, 어디 무슨 또 무슨 장난질인지 두고 보자고.”


잠시 기다렸지만, 더는 메시지가 날아오지 않았다.


“신수님 괜찮으십니까?”


흑아가 내가 걱정된 모양인지 다가왔다.


“괜찮아. 다른 성좌 놈이 장난을 친 모양인데, 어차피 저것들은 아무것도 못해.”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이게 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그런데 아니어도 상관없어.”


흑아는 내 말에 안심했는지 방긋 웃었다.


무슨 짓을 벌이던 전부 해결하면 그만이었다.


지금까지 쭉 그렇게 해왔으니까.


*


그리고 미궁에 입장하는 것과 동시에 나래와 나리 소월과 흑아 마지막으로 성아의 머리에 메시지가 들렸다.


【성좌 이면의 마왕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 있냐며 방긋 웃습니다.】


작가의말

다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소설을! 써 왔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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