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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현kain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성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성시현kain
작품등록일 :
2019.07.22 05:24
최근연재일 :
2019.10.16 06: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438
추천수 :
260
글자수 :
186,037

작성
19.07.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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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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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episode 2 탑을 오르는 자 -完-

DUMMY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에서 오직 유성아와 나만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검을 분석하느라 그녀 본인을 똑바로 바라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유성아는 휘두르는 검에서는 상상도 못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고 갸름한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그저 길게 길렀을 뿐인 머리칼까지도 조화롭게 보였다.


신이 정성스럽게 조각한 조각상이 살아서 숨 쉰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훑었다.


내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은 것처럼, 그녀 또한 나를 찬찬히 바라보는 것은 처음인 모양이었다.


찬찬히 이쪽을 바라보던 유성아는 결론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겉모습과 실력이 늘 비례하는 건 아니지.”


완전히 이쪽과 똑같은 감상이었다.


잠시 우리는 서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성아였다.


“너는 역시 평번한 플레이어는 아니군.”


“갑자기 뭘 근거로?”


“고작 20층에 도달한 플레이어가 이런 장소에 끌려와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쪽이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건 이미 확신하고 있었을 테니까 상관없다.”


맞는 말이다.


그런 검을 보여주는 플레이어가 정상적인 플레이어일리는 없으니까.


사실 지금 제법 두근거린다.


아니, 이곳에 온 이후로 계속 두근거리고 있었다.


성좌에 오른 이후로 내게 타인과의 심리전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빌리티 ‘신안’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직관하는 능력이다.


포커페이스도 연기도 지략도 모략도 허장성세도 숨겨둔 비장의 한 수마저도 이 눈앞에서는 의미를 잃는다.


그런 만큼 유성아는 내게 무척이나 신선한 존재였다.


【특수한 방벽에 가로막혀 신안이 파훼됩니다. 대상을 관찰할 수 없습니다.】


역시 여전히 무언가에 막힌 듯이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아마도 이 탑 안에서는 유일하게 나와 심리전이 가능한 상대일 것이다.


잠시의 침묵이 있었고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것은 유성아였다.


“너는 신비의 열쇠를 바라고 있다.”


“글쎄?”


“쓸데없이 시간 끄는 걸 좋아한다면 어울려주겠다만, 나는 쓸데없는 건 질색이다.”


아무래도 놀이상대가 생겨서 기쁜 것은 나뿐인 모양이었다.


“뭐, 그래.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총 열 개의 질문에 대답해준다면 너에게 신비의 열쇠를 넘기겠다.”


이건 또 생각보다 유약한 제안이었다.


“생각보다 약하게 나오는데?”


“신비의 열쇠는 유용한 물건이지만, 대체할 수단이 없지는 않지. 유리한 입장도 아닌데 억지를 부릴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고.”


유성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둥그런 것을 내밀었다.


“진실의 수정?”


진실의 수정은 일회용이지만 손을 얹고 있는 대상이 거짓을 말할 때마다 검게 물드는 특수한 아이템이었다.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히든 스테이지를 전부 독식했다면 가지고 있을 수 도 있겠지.


“하지만 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을 것 같지 않거든.”


저 말이 진실인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은 아니었다.


“조건은 세 개다. 질문에 열 개 대답할 것. 그리고 이 진실의 수정에 손을 올리고 대답하는 것. 마지막으로 모든 질문에는 반드시 어떠한 대답이라도 할 것. 이상이 지켜진다면 모든 질문이 끝난 뒤 진실의 열쇠를 양도하겠다.”


과연.


억지로 거짓말을 막지 않는 것을 보니.


제법 머리를 굴린 듯 했다.


이는 단순히 질문에 대한 대답의 문제가 아니었다.


거짓을 말했다고 해도 그 질문에서 거짓을 말했다는 것은 충분한 힌트가 되기도 한다.


거짓을 답하는지 진실을 답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은 긴지 짧은지를 보면 내 성향을 알 수 있겠지.


만에 하나 모든 게 연기라는 것이 밝혀져도 그런 성향이라는 정보가 그녀에게 생긴다.


“좋아.”


하지만 나는 곧 바로 손을 뻗어 진실의 수정을 잡았다.


적에게 정보를 주는 것은 현명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흥미가 있었다.


유성아는 뭔가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질문이다. 너는 인간인가?”


“맞아.”


수정이 조금 잿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화난 듯이 눈을 부라렸다.


“장난치는 건가?”


“이건 내 잘못이 아닌데.”


지금의 내가 성좌인지 인간인지는 나는 물론이고 탑 역시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고로 진실의 수정역시 질문에 대단 대답을 어중간하게 표시할 수밖에 없었겠지.


그녀는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로 두 번째 질문을 입에 담았다.


“너는 성좌의 지원을 받고 있나?”


“아니, 나는 성좌의 지원 같은 건 받고 있지 않아.”


수정은 물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너는 살인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가?”


이건 또 무슨 목적으로 한 질문일까.


“살인 자체는 아무런 감정도 없지.”


“너는 외관이 상당히 어리게 보인다만 실제 연령과 비슷한 수준인가?”


“아니지.”


“그렇다면 모습을 바꾼 것은 자의에 의해서인가?”


“마찬가지로 아니야.”


다섯 번째 질문을 마친 뒤 유성아는 잠시 고심하는 듯 눈을 감았다.


“네가 아까부터 나를 보고 피식피식 웃는 것은 이성적인 호의인가?”


정정하겠다.


고심한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내 표정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닌데?”


유성아는 그럼 왜 계속 보면서 웃느냐는 듯 노려봤지만, 질문이 줄어드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직접 묻지는 못했다.


“서비스로 대답해 주자면 호의 보다는 흥미에 가깝지.”


“다음 질문이다. 너는 나를 알고 있나?”


“아니, 네가 습격해왔을 때 처음 봤지.”


남은 질문은 세 개. 슬슬 중요한 질문이 날아올 타이밍이었다.


“네가 가장 잘 다루는 무기는 검인가?”


나쁘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니.”


수정의 색이 변하지 않는 것을 본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가 본 나는 어떤 인간이지?”


이건 또 제법 추상적인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술술 나왔다.


“너는 강하지만 패배한 자이다.”


“뭐?”


“모르기는 해도 너의 강함은 패배로부터 기인한다. 너의 검은 분노가 담겨있고 배신감이 담겨있으며 좌절과 포기가 담겨있는 검이다.”


아무래도 첫 인상정도를 물을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게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너는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약했던 자이다. 줄곧 패배해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자이다.”


이것은 일종의 보너스.


힌트였다.


나는 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너의 검에서 많은 것을 봤다.


“너는 강해지고도 이기는 법을 모르는 자이다. 고로 줄곧 패배했고, 그것이 심상으로 굳어버린 가여운 자다.”


“네놈 정체가 뭐냐.”


결국 유성아는 참지 못하고 검을 뽑아 들었다.


“그건 질문인가?”


“큭.”


여기서 대답해버렸으면 질문을 끝낼 수 도 있었다.


나는 지금 그녀에게 기회를 준 것이고, 그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네놈은 내가 전이석을 사용했을 때도 그랬지. 목을 날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선심 쓴다는 듯이 나를 봐줬다.”


유성아는 분해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딱히 폭력이 금지되어있지 않지. 네놈은 나에게 덤벼들 수도 있었어. 그럼에도 마치 재롱이라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는 듯이 제안을 받아들였지.”


“음 그래서?”


“너는 성좌다.”


“호.”


“비록 그 몸이 인간의 것이라도 성좌와 같은 사고방식이고, 또 성좌와 같은 행동거지다. 패배는 생각조차 않는 오만한 자이며, 모든 것을 놀이 취급하는 자이다.”


그것이 유성아가 생각하는 성좌라면 확실히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맞는 말이야. 나는 성좌다.”


유성아는 상당히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너는 나의 적이다.”


“모든 성좌가 너의 적인가?”


“성좌뿐이 아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우리는 질문하는 자와 대답하는 자가 뒤바뀌어 있었다.


“나를 농락한 모든 성좌가 나의 적이다.”


“원대한 목표로군.”


“나를 비웃은 모든 마성이 나의 적이다.”


“부디 언젠가는 이룰 수 있기를 빌어주지.”


“나를 배신한 모든 인간이 나의 적이다.”


“그래서 결국은?”


“이 거지같은 탑의 모든 것이 나의 적이다.”


그녀로부터 마력이 터져 나왔다.


“나는 별을 떨어트릴 것이고, 마를 멸할 것이고, 배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이 탑의 위에 올라 탑을 부술 것이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 평가를 내렸다.


머리는 나쁘지 않지만 너무 쉽게 흥분하는 기질이 있었다.


실제로 무척 적은 도발로 자신의 정보를 술술 말해버리지 않았는가.


실현 가능성이 한 없이 적은 목표를 이루고 말겠다며 눈을 부라린다.


마치 먼 옛날에 잊어버린 누군가를 닮은 모습이었다.


“그래, 화내는 건 좋은데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안 할 거냐?”


유성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입술을 씹었다.


“아쉽게도 너는 심리전에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군.”


“...마지막 질문은”


“아니, 네가 할 질문이 뭔지는 몰라도 훨씬 유용한 대답을 해줄 테니까 그걸 질문으로 치는 건 어때?”


그녀는 조금은 내 성격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승리하는 자이다.”


“뭐라고?”


“나의 강함은 승리의 경험으로부터 기인한다. 너와 나의 심상은 정반대라는 말이다.”


그녀는 눈을 부라렸지만,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고로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군.”


“뭔데.”


“나는 네놈이 마음에 안 든다.”


“나는 네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조건이 이행되었습니다. 신비의 열쇠는 플레이어 이 소현에게 지급됩니다.】


유성아는 빛무리에 감싸이면서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내가 이긴다.


빛무리가 사라졌을 때에는 다시 나래와 나리의 앞에 서 있었고 손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열쇠가 쥐어져있었다.


“괜찮으세요?”


나래는 걱정이 되는지 내 안색을 살폈지만,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웃고 계신걸 보니까 별로 문제는 없었나보네요?”


문제가 없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동안은 심심하지 않을 놀이 상대가 생겼거든.”


【클리어 보상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습니다.】


【24시간 후 21층이 개방됩니다.】


드디어 21층이다.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처럼 쉽게 올라가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다.


성좌들의 방해도 거세질 것이고, 유성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심심하지는 않겠네.”


이제야 좀 덜 지루할 것 같았다.


작가의말

선작이 열 다섯분이나 생겼군요 경사입니다. 최신화 조회수도 좀 오르고 있고 좋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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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4 쉰다고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1- 19.08.09 164 10 10쪽
20 episode 3 성좌라는 것 -完- 19.08.08 18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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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2 탑을 오르는 자 -完- +2 19.07.31 232 8 11쪽
11 episode 2 탑을 오르는 자 -4- 19.07.30 229 7 11쪽
10 episode 2 탑을 오르는 자 -3- 19.07.29 22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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