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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종손 장가가기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1.12.28 21:51
최근연재일 :
2011.12.28 21:51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70,703
추천수 :
362
글자수 :
420,041

작성
11.11.29 12:16
조회
626
추천
9
글자
11쪽

72.구원투수 하연

DUMMY

72.구원투수 하연


평일은 숙소에서 아쿠아마린끼리, 주말은 오피스텔에서 지내기로 한 의진. 한여름의 중심이지만 임신 때문에 옷을 함부로 입을 수 없는 의진은 막막하기만 하다. 하다못해 큰어머니라도 계시면 좋으련만 빨라야 9월 말에 귀국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도움이 안 되는 말일 뿐이다.

그렇다고 하진이 임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은 역시 미혼이니 거기서 거기. 하민은 교대근무를 도는 사람이니 쉽지 않고 하연은 미국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의진에게 하룡이 되레 미안해했다. 자신에게 엄마라도 좀 있으면 나을 텐데, 라고. 그랬다면 자신이 그를 받아들이는 게 더 느렸을 거라고 말하는 의진에게 하룡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입덧을 대신 해주는 게 전부였다.

임산부 옷 때문에 망설이는 의진 앞에 마침내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띠잉도옹.

의진과 태교동화(그나마 살 수 있는 거)를 보고 있던 하룡이 의진을 바라봤다. 흑갈색 눈에 초점이 선명하다.

“누구인 거 같소?”

의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전혀 모르겠다는 뜻이다.

“하룡아아아. 집에 없나? 하룡아아아? 이상하다, 카페에서는 집에 가보라 하던데.”

말 끝 길게 늘이며 다시 초인종을 눌러보는 바깥손님.

띠잉도옹.

“하연 누님이오.”

몇 번 하연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의진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 변호사님 일 때문에 오신 거 같네요.”

“음.”

잠금장치 때문에 비밀번호만으로는 풀고 들어오기 어렵기 때문에 하룡이 슬리퍼를 신지도 않고 얼른 현관으로 뛰어 나갔다.

“어서 오시오, 하연 누님.”

일전에 본 쫙 핀 머리를 아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하연은 하룡의 인사를 들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어, 마침 있었네? 전화해보려 했는데. 하진이한테 얘기 다 들었어. 증인 요청 받아서 법정에 섰다가 이쪽으로 왔어.”

법정? 설마 진예린!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은 1 대 0으로 앞서고 있어. 내가 진예린의 초음파 사진,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거든. 그게 한 몫 했지. 의진이는? 듣자 하니 큰어머니도 안 계셔서 임신부 옷도 못 사고 있다면서?”

“안에 있소.”

“의진아!”

반가움으로 외치는 하연.

“안녕하세요, 하연 언니!”

침대에 누운 채로 반기는 의진이지만 하연은 웃으며 그녀의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 얼른 다가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잘 지냈어? 임신 축하해! 종손 아이를 지우지 않고 품어주어서 진심으로 고마워. 아무래도 내가 큰어머니 오시기 전까지는 한동안 들어와 있어야겠다. 일단 다음 영화 촬영 들어갔기는 한데, 내 분량은 다 끝내고 왔으니까 한동안 괜찮을 거야. 몇 개월 됐어?”

자기 할 말부터 먼저 하고 보는 하연이다.

“4개월 넘었어요.”

이불이 푹신하여 티가 안 나자, 이불을 슬쩍 들춰보는 하연.

“4개월 넘은 것 치고 배가 많이 부르다. 아들 쌍둥이라서 그런가봐.”

아들이라는 말에 의진의 렌즈 끼지 않은 까만 눈이 동그래진다.

“어떻게 알아요?”

“우리 할머니께서 꽃다발 태몽 꾸셨다며. 내 임신에 대한 건 우리 시어머니께서 대신 꾸셨거든? 그러니 그 태몽은 네 거인 셈이지. 꽃다발이 아들이고 두 개니까 쌍둥이지. 그치?”

조목조목 풀어주는 하연.

“어쨌든 나가자. 임신복 사는 거 도와줄게. 룡아, 같이 가자! 넌 짐꾼 해야지?”

“…… 저도 말이오?”

명색이 사장인데 ‘고작 짐꾼’ 이라니. 썩 내키지가 않는다.

하연은 자신의 허리에 손을 얹고는 눈빛을 강하게 내쏜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연기 경력을 이렇게 드러낼 필요는 없는데 어쨌거나.

“음, 알았소.”

군기 꽉 잡힌 하룡은 두 사람 뒤를 따랐다. 자신에게도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일이니 그냥 집에서 의진과 편히 쉬면서 쌍둥이 태교나 하고 싶은데. 쩝. 뭐, 옷이 급하기는 급하니까.

“하연 누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가면서 귓속말을 건네는 하룡.

“응?”

“지갑 좀 받아주시면 안 되겠소?”

“아직 안 받았어?”

웬만한 건 하진을 통해 들어서 거의 알고 있는 하연이다.

미국에 시댁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연은 미국에서 영원히 살 생각은 않고 있다. 시민권을 얻어 살고 있다고는 해도 태어난 나라가 한국이니만큼 나이 들어서는 한국에서 지내고 싶은 것이다. 두 아들 역시 방학 때마다 종갓집을 다녀간 게 전부일 뿐인지라 어른들 얼굴을 어렴풋이 기억만 할 뿐이다.

그 문제 때문에 시댁과의 마찰이 빚어지는 요즘이지만 하연은 친정에서만큼은 그런 문제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남편이 하연의 뜻을 따라주라고 같이 설득하고 있는 덕에 시댁에서는 더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3월쯤에 마무리된 영화는 미국에서 4월 중순 무렵에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가을께에 개봉될 예정이다. 그쯤이면 지금 촬영 중인 영화도 나올 예정이라 두 편의 영화를 시간차를 두고 동시 개봉할 예정인 것이다.

“언니?”

“응?”

문득 들려오는 부름에 하연의 정신이 현실로 돌아온다.

“안 타요?”

“아, 어어.”

홀로 앉을 하연을 배려해 뒷좌석에 미리 앉은 의진은 하연이 타지를 않자 부르고 또 불렀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요?”

“아, 아무 것도 아니야.”

하연은 생긋이 웃으며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하연은 뒷좌석에 Navi 역할을 도맡아서 했다. 은퇴 전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아직 한국에 거주중이라 연락만 닿으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 가는 곳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친구가 임신복 전용 가게를 하고 있어. 사하(구)로 가자.”

“사하(구) 말이오?”

“친구 가게가 사하(구)에 있어. 연락은 이미 해놨으니까 가기만 하면 돼.”

물론 일요일에 불러낸다고 한 소리(더하기 쓴 소리) 들었지만 말이다.

“길을 아시는 것이오, 하연 누님?”

“일단 사하(구)로 들어가기부터 하시지요, 종손 동생.”

“음, 알았소.”

하룡의 차량은 오피스텔을 나와 덕천교차로에서 남해고속도로로 올라탔다. 자동차로 사하(구)로 가기 위한 빠른 길이라 할 수 있다. 덕천IC에서 을숙도대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손으로 배를 슬슬 만지는 의진.

옆의 하연이 낌새를 챈다.

“배고파?”

“네에. 아까 많이 먹었는데 이래요.”

운전에 신경 쓰고 집중을 해야 하는데도 귀가 쫑긋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5개월로 접어들면서 하룡의 입덧은 약간 가라앉았지만 대신 의진이 먹는 걸 조금씩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하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배고픈 건 장난이야. 나중에 아이 둘 낳아봐. 젖 때문에라도 쉬지 않고 먹어야 할 거야. 게다가 아직 중반이니까 그나마 괜찮지, 점점 배불러 올수록 배고픔은 더할 걸? 그만큼 태아가 먹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거니까 좋게 받아들여야지?”

“네에.”

아직 오후 3시밖에 안 됐는데. 밥 먹기 위해 일요일에 셋이서 갈 만한 곳이 있을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부산 맛집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할 수 없다.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볼 수밖에.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든 하연은 마지막으로 통화한 친구의 휴대전화로 발신을 건다.

“어, 진숙이니? 산모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뭐 좀 먹고 가야 할 거 같다, 야.”

상대는 한숨부터 터트렸다.

“하연아, 아무리 친구라도 이러면 곤란해. 이미 가게 문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래, 그래. 미안하다. 장림동에 맛집 아는 곳 없어? 산모가 아직 어리니까 가급적이면 20대의 입맛에 맞춰서, 응?”

“주문 한 번 엄청나게 어렵구나.”

비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이쪽으로 건너 와, 나도 무작정 기다렸더니 출출하다.”

“합석하겠다고?”

“응. 해도 되지?”

“……응. 해.”

사람 한 명 더 는다고 해서 지장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근데 왜 연인에게는 의견을 안 물어보시나?

하룡은 누님이 이끄는 대로 사하(구)로 향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 하연의 친구 분이 하시는 임신복 가게 앞. 하연 옆에 올라타는 그녀는 일행을 근처의 ‘프리미스뷔페’ 로 인도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음식들이 점차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의진과 하룡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두 사람의 표정을 본 하연은 피식 웃을 뿐이고, 하연 친구는 의진은 그렇다 쳐도 하룡의 표정까지 밝아지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 표정을 본 하연이 살짝 일러주었다.

“우리 룡이가 입덧 중이야.”

“아하. 입덧하는 남자야? 신기하네. 너희 집안 남자들 다 그러네?”

접시를 가지려는 의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 하룡.

“앉아 있으시오. 내가 대신 받아줄 테니 말이오.”

“그래도 되요?”

눈 반짝이며 반문하는 의진, 고개를 끄덕이는 하룡을 본 의진은 그대로 아무 곳이나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전히 접시를 드는 곳에 서 있는 하연과 친구.

“배가 꽤 불렀다?”

“4개월째에 남자 쌍둥이.”

“성별을 어떻게 알아?”

“할머니께서 태몽을 꾸셨어, 아들 쌍둥이.”

“옷이 좀 어중간하네. 맞는 게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 너무 딱 맞으면 안 좋잖아, 임신부 옷은.”

“감안해서 얘기하는 거야. 일단 우리도 좀 들자.”

“응.”

뒤늦게 접시에 음식을 하나 둘 받아드는 하연과 그녀의 친구.

접시에 한 가득 담은 하룡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건 40%, 의진이 좋아하는 걸 60%로 나눠서 갖고 왔다. 그 중 10%는 자신과 의진이 똑같이 좋아하는 것이다. 롤과 초밥과 튀김은 둘이 똑같이 좋아하는 거라 다른 거에 비해 량이 좀 많다. 뷔페의 중심에 서 있는 고기류도 제법 챙겨온 하룡.

“자.”

“근데 왜 접시가 하나에요?”

물어보나마나한 질문을 왜 하고 있을까. 당연히 한 접시에 같이 먹고 싶은 하룡의 마음, 의진이 모르는 바 아닌데. 하지만 그녀는 듣고 싶은 것이다, 한 접시에 같이 먹고 싶다는 말을. 문제는 그런 속내를 하룡이 읽었다는 것이다.

“음, 그냥.”

치. 듣고 싶은 말을 안 해주는 듯 보이는 하룡, 초밥 하나 집어서 의진의 입에 넣어주며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한 접시에 먹고 싶으면서 일부러 빼기는. 내숭 떨 테요?”

풋! 들켰다. 하룡이 넣어준 초밥 꼭꼭 씹어 먹으며 그를 슬쩍 흘기는 의진이다.

탕수육 하나 포크로 집는 의진이 하룡에게 넣어주려고 하자 입을 ‘아’ 벌리는 그지만, 싹 돌려서 그녀의 입으로 쏙 들어가는 탕수육. 뜻하지 않은 배신에 놀란 하룡의 입이 더 벌어졌다.

접시에 음식 담아 앞에 앉은 하연과 그 친구는 하필 그 모습부터 바라봤다.

“…….”

할 말을 잃는다. 이거 웬 유치한 장난?

하룡은 갈비 한 쪽을 집어 의진에게 주는 ‘척’하다가 자기 입으로 쏙 넣어버렸다. ‘아’ 벌리고 기대하고 있던 의진을 향한 가열찬 복수다. 유치한 사랑싸움 아닌 사랑싸움은 거기까지, 통통한 새우튀김 서로 한 입씩 먹여주며 기분 푸는 두 사람.

하나부터 열까지 쫙 보고 만 하연과 그 친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사랑이 사람을 저렇게 만드나?’


작가의말

매일 올리다가 며칠 안 보여서 궁금했던 사람들, 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75 치느
    작성일
    11.11.29 14:10
    No. 1

    안나오니까 . 그냥 작가님이 또 게임에 빠졌구나 ~
    생각했음요 . 저 둘은 앞사람좀 생각해주지...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몰라랑
    작성일
    11.11.29 14:24
    No. 2

    염장질 수준이 안드로메다까지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1.11.29 14:26
    No. 3

    false god님, 교회 청년부 서기로 당선이 됐는데요, 임원회의 하느라 부산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주마간산객님,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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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2 +2 11.11.12 723 7 13쪽
61 60.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1 +4 11.11.10 777 3 15쪽
60 59.오피스텔의 아침 +2 11.11.08 1,546 5 12쪽
59 58.무너지는 순결의 밤 +3 11.11.05 1,442 6 10쪽
58 57.의진의 진심 +2 11.11.04 57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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