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회귀남녀

종손 장가가기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1.12.28 21:51
최근연재일 :
2011.12.28 21:51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70,679
추천수 :
362
글자수 :
420,041

작성
11.10.31 21:32
조회
924
추천
5
글자
9쪽

55.질투의 불꽃

DUMMY

55.질투의 불꽃



“…….”

하룡의 집을 나온 이쿠토의 청자색 눈동자가 점차 차갑게 가라앉는다.

친구와 같이 있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하룡의 건강만 챙기고는 휑하니 돌아서는 뒷모습. 반지를 포함하여 목걸이도 없는 모습.

언젠가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국제결혼 별로 안 좋아해. 설령 혼자 살게 된다 하더라도 외국인이랑은 결혼하지 않아. 왜냐하면 난 대한민국 인이니까. 한국 사람이니까.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감정이 남다른 건 알고 있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정몽준 회장이 힘을 써서 우리나라만 개최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수년 간 준비했던 게 억울했는지 공동개최 카드를 들고 나섰던 게 너희 나라, 일본이야. 너랑 친구 사이는 할 지 언정 같이 사는 일은 없을 거야. 절.대.’

이쿠토는 작은 한숨을 내리 쉰다.

‘그래서인 거야? 아니면 내가 너무 오래 부산을 비운 거야? 이유가 뭐야, 도대체.’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이쿠토를 멀리서 누군가가 묘한 미소를 띤 채 보고 있다.

“저기요.”

“?”

이쿠토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슥 돌린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붉은 입술만 연다.

“아까 보니 하룡 씨랑 신나게 한 판 뜨던데. 우리 하룡 씨랑 아는 사이인가요?”

“그 양반과 관계된 사람이기는 합니다.”

“나 그 쪽한테 할 얘기 좀 있는데 이러지 말고 자리 좀 옮기는 게 어때요?”

이쿠토는 대답 대신 하룡의 오피스텔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쿠라, 아까 이쪽으로 온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저녁 언급을 했으니 저녁 시간에 맞춰서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 저녁때가 아니니 자리를 비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디로 갈 테요?”

여인은 이쿠토를 자신이 아는 근처의 카페로 안내한다. 차를 주문하고 뒤늦게 통성명을 하게 되는 두 사람.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인 지 그녀의 미소가 더욱 묘해진다.

“혹시 하의진이라고 알아요?”

“하의진?”

사쿠라의 한국 이름이 <하의진> 이라는 건 알고는 있었으나, 워낙 사쿠라라고 부르고 다녔던 탓에 기억을 되새기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음, 알고 있는데, 우리 사쿠라는 왜.”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되찾고 싶은데, 거치적거려서 말이에요. 이쿠토 씨가 좀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는데.”

“…….”

“서로 사랑을 되찾자는 거지요.”

덤덤히 여인을 바라보던 이쿠토의 청자색 눈빛이 점차 가라앉는다.

한참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앞의 여인네만 바라보던 이쿠토의 분홍빛 입술이 움직인 건 그로부터 무려 15분 후다.

“싫다면?”

여인네의 약간 삐딱하던 고개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니, 싫다는 답이 돌아오다니 의외인데요?”

“한 번에 승낙할 줄 알았나? 착각 한 번 대단하시구려.”

대에서 말끝을 길게 늘이는 걸 보니 비꼬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니면 그만큼 자신감이 꽉 차 있다는 것인가? 물론 내가 사쿠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렇다고 내 욕심만을 채우자고 그녀를 옆에 억지로 두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어.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물론 완벽히 돌아서지는 않아. 일단 사쿠라의 마음이 나한테서 떠나 있으니 조금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야. 이번에 부산 들어온 건 잠깐 짬이 나서야. 일본에서 공연이 꽉 차 있거든. 이번에도 오래 있지는 못 하고 곧 다시 돌아가야 해. 사쿠라가 보고 싶어서 잠깐 왔는데 아무래도 좋지만 사쿠라 다치는 건, 내가 용서하지 않아.”

“허! 진심이세요?”

“물론 진심이지요.”

순애보에 가까운 자신의 사랑에 대해 열렬히 언급한 이쿠토는 말을 마무리하듯 차를 다 마신다.

“용건 끝났으면 이만 일어나지.”

끝까지 묘한 미소를 놓지 않은 여인네, 예린은 ‘허!’ 하는 콧방귀를 크게 뀐다.

“과연 언제까지 자존심 세울 수 있을 지 두고 보죠, 어디.”


오피스텔.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는데 웬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귀를 기울여 보니 그녀의 흥얼거림이다. 하지만 음악소리는 안 들리는데 아무래도 이어폰이나 블루투스로 듣고 있는 모양이다.

슬쩍 놀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룡, 잡지를 두고 일어선다.

주방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하룡은 앞치마를 두르고 이리저리 바쁜 그녀의 뒷모습에, 하룡은 새삼 눈을 크게 뜬다.

‘아, 아름답다!’

누가 그랬던가, 주방에서 조리하는 여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지금까지 주방에 들어온 여자가 가족밖에 없기도 하지만 애초 여자에 대해서 신경을 끈 지 너무 오래 되어 관심조차 없었던 그다.

그런데.

새삼 그렇게 아름답다고 느껴지고 있다니. 아아.

“응?”

누군가의 기척을 느낀 그녀, 의진이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본다. 놀라게 해줄 참이었던 하룡의 계획이 멋들어지게 부서지는 순간이다.

“어? 하룡 오빠.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아, 얼마 안 되었소.”

“앉아 계세요, 식사 준비 다 되어가요. 악!”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의진의 눈이 커진다. 하룡은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느라 바쁘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사랑스럽소.”

“네?”

“혹시 그런 말 알고 있소? 조리하는 여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말.”

“예, 알고 있어요.”

“난 여태껏 그런 말 믿지 않았소. 헌데 의진을 보고서 그 말을 믿게 되었소. 의진의 뒷모습은 정말 예쁘오. 이렇게 안아주고 싶을 만큼 말이오.”

“알았어요. 다 좋은데요, 자칫 잘 못 하면 다쳐서 붕대감고 있는 손, 또 다칠 것 같거든요? 그러니 소파에 가서 쉬고 계세요?”

“싫소.”

하룡은 의진의 허리를 감은 자신의 팔에 더 힘을 준다.

“콜록! 아우, 숨을 못 쉬겠잖아요. 적어도 숨은 쉴 수 있게 해주시죠?”

“음, 미안하오.”

‘약간’ 의 힘을 빼주는 하룡이다.

“하룡오빠는 제가 어디가 좋아요?”

“음?”

“절 좋아하나요?”

“물론이오.”

“절 사랑하나요?”

“그렇소.”

대답은 즉각 즉각 나오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진은 그렇지 않다. 아직, 사랑은 아니라는 게 자신의 생각이다.

“그 두 가지 감정, 다른 게 뭐에요?”

“좋아하는 것에서 좀 더 깊어져서 상대를 안타깝고 애처롭게 생각하고, 곁에 있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배웠소. 예린을…… 통하여.”

하룡은 말을 마친 뒤에 인상을 살짝 찡그린다. 말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그래요?”

받아치는 의진의 한쪽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럼 저를 통해서는 뭐를 배웠나요.”

“음?”

“‘적어도 그 여자’ 보다는 나아야 할 텐데요.”

“음?”

이를 악문 게 느껴진다. 슬쩍 보니 의진의 눈빛에 불꽃이 이글거린다.

‘잠깐만,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건가?’

“이제와 그 말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면 진예린 때에는 믿을 수 없었다는 거, 아니, 그 때는 이렇게 조리를 해줄 틈이라는 게 없었겠네요. 그럼, 일단 그 부분에서 제가 1점 먹고 들어가네요?”

“…….”

“있죠.”

말이 다 끝난 게 아니었나? 그냥 듣고만 있는 게 다행이다.

“아는 사람한테 들으니 굉장한 ‘바람둥이’ 였다면서요?”

때엥!

“아, 아니, 그걸 어떻게.”

바람둥이 네 글자에 힘을 팍 주는 의진이다. 초점 없는 눈이 확 커지는 하룡, 남자로서의 정욕을 불태웠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이 여자 앞에서만큼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과거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놀 때’ 말인데요. ‘이 주방’ 에 들어온 여자 있었어요?”

“단언컨대 없었소.”

놀잇감에 불과했던 여인들은 오로지 문과 침대 그리고 화장실만 오고 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은 의진의 유도심문이었다는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 한 하룡이다.

입 꼬리가 더 진해지는 의진이다.

“장난감이었군요. 너무하네요. 밤새 ‘진하게 놀았으면’ 적어도 ‘힘이 될 무언가’ 정도는 줬어야 정상 아닌가요?”

땡때엥! 연발탄을 장전했던가?

“밥도 안 주고 내보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설마 정사에서 힘을 쏟았던 정 사장님께서 하셨을까요. 아니면, 그 이른 아침에 식사를 날라줄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설마, 누님들이 다녀갔나요?”

땡땡땡때엥! 총알이 남아 있었다니! Panic 상태로 돌입하는 하룡의 머릿속.

“아! 그 수가 있군요.”

“?”

“미리 저녁에 도시락을 준비해놓으면 되는군요.”

땡땡땡땡땡땡땡땡때에에에엥!

Perfect Nockdown.

아예 결정타를 날려 버려주시는 의진이었던 것이다.

“자! 식사 준비가 끝났어요.”

의진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하룡의 손을 푼다. 그리고,

“식사 후에 남은 얘기, 마저 해야죠?”

“……!”

아무래도 식사를 한없이 해야 할 것 같다. 의진의 저 미소가 하룡에게는 악마의 미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현재로서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구분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일 터.


작가의말

게임에 눈이 돌아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종손 장가가기 프로젝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80.완결 +8 11.12.28 910 7 11쪽
81 79.인사 +2 11.12.28 725 5 13쪽
80 78.탱자와 땡자 +2 11.12.22 678 5 12쪽
79 77.순대와 족발 +2 11.12.17 483 4 11쪽
78 76.미용실 +2 11.12.15 527 5 12쪽
77 75.결혼준비와 장보기 +2 11.12.14 664 5 11쪽
76 74.청혼 +2 11.12.09 711 4 17쪽
75 73.또! 또!! +4 11.12.02 1,212 6 11쪽
74 72.구원투수 하연 +3 11.11.29 626 9 11쪽
73 71.영화관 사랑싸움 +3 11.11.25 812 4 12쪽
72 70.롯데백화점에서 +2 11.11.24 1,035 6 12쪽
71 69.섹스 그리고 언약식 +3 11.11.24 1,958 4 17쪽
70 68.Come back home +2 11.11.23 780 6 12쪽
69 67.추적 +2 11.11.23 587 5 11쪽
68 66.의진, 병원가다 +4 11.11.22 962 5 14쪽
67 65.정면승부2 +8 11.11.21 844 5 13쪽
66 64.5쉬어가기 11.11.20 637 3 6쪽
65 64.시한부 선고와 내사랑 순대 +3 11.11.20 662 5 13쪽
64 63.목격 +2 11.11.19 619 4 9쪽
63 62.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3 +4 11.11.18 940 6 12쪽
62 61.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2 +2 11.11.12 723 7 13쪽
61 60.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1 +4 11.11.10 777 3 15쪽
60 59.오피스텔의 아침 +2 11.11.08 1,546 5 12쪽
59 58.무너지는 순결의 밤 +3 11.11.05 1,442 6 10쪽
58 57.의진의 진심 +2 11.11.04 575 5 13쪽
57 56.횟집 식사와 담배 3갑 +2 11.11.03 587 4 11쪽
» 55.질투의 불꽃 +2 11.10.31 925 5 9쪽
55 54.지혜의 예지몽과 전생 +2 11.10.22 843 5 17쪽
54 53.재발한 대인기피증, 그리고 +4 11.10.10 686 4 11쪽
53 52.일상으로의 복귀 +2 11.10.08 786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