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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종손 장가가기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1.12.28 21:51
최근연재일 :
2011.12.28 21:51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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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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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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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7.추적

DUMMY

67.추적


집.

숙소가 화명동에 있는 관계로 진료 받을 병원은 그쪽으로 가야겠지만 석 달 넘도록 전혀 모르고 있던, 무심하고 철없고 어린 엄마에게 여의사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의진은 언니 휴대전화에 녹음된 애기 심장 소리를 몇 번이나 되돌려듣고 초음파사진도 하염없이 보고 있다.

“닳겠다, 닳겠어! 기분이 어때?”

“묘하고 신기하고 이상하고 행복하면서도, 낯설어요. 꿈만 같아……아악! 아, 아파요.”

“아파? 꿈 아니네?”

보란 듯이 의진의 볼을 꼬집어주는 나연.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사진 속 뚜렷하고 흰 초점을 보며 나연이 다시 묻는다.

“애기 아빠는 어떤 사람이야?”

“편안하게 대해줘요. 배려심 깊고 사장이라 돈 많고, 시간 많고 입덧 대신해주고. 나 성폭행 당했을 때 구해주었던 사람이기도 해. 그래서 하룡오빠만은, 거북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오빠도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대요. 같은 아픔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끌리는 것 같아. 하룡오빠는 남자니까 엄마가 될 수 없지만 난 여자라서 엄마가 될 수 있잖아요. 입양이 아닌, 내 배 아파 낳을 진짜 엄마.”

“결혼부터 해야지? 혼수도 준비가 돼었으니까 얼른 날 잡아야지. 네 덕분에 국수 한 번 먹어보자, 야.”

나연의 말에 의진은 기절 직전이다.

“아우, 할머니 같아!”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언니 나이 이제 겨우 스물여섯밖에 안 됐어, 얘!”

할머니라니!

혼전임신이 대세인 요즘 결혼 후 아이가 얼마나 일찍 나오느냐는 그리 큰 흠이 되지 않는다.

“언니,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어?”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고기! 며칠 못 먹어서 우리 쌍둥이 못 크면 어떻게 해.”

나연이야말로 닭살에 파묻힐 지경이다. 임신 확인하더니 벌써부터 뱃속 쌍둥이 챙기고 있는 의진을 보며, 나연은 빙그레 웃을 따름이다.


“확실해? 양산.”

“응. 알아보니 의진이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양산에 살고 계셔. 지금은 해외 공연 때문에 집에 안 계시지만 사촌 언니가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나 봐. 같은 여자에 나이도 비슷해서 같이 있기 편하겠지.”

“그래서 여기로 왔다? 산부인과가 한 두 군데야?”

“인맥 동원해야지. 변호사 인맥 좀 두텁거든?”

사무소 개업한 지 벌써 18년째다.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이웃>과 하진을 거쳐 간 의뢰인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조수석에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100% 강제적으로 끌려와 앉아있는 하은의 표정은, 그래, 쉽게 말해서 똥 씹은 표정이다.

“그래서, 그 인맥 동원하셔서 어디까지 알아내셨는데요, 정 변호사님?”

하진은 운전대 돌려서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운다.

“여기야. 의진이 큰아버지네.”

“와아, 크다.”

유럽에서나 볼법한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빨간 벽돌로 지어진 지붕은 한 3층 높이는 되어 보인다.

“잘 사나봐.”

“음악가 집안이야. 큰아버지는 지휘, 큰어머니는 첼로, 사촌 오빠와 언니는 바이올린. 그 윗대에서도 음악 했었나 봐. 근데 정작 친아버지는 음악은 제쳐두고 마술을 잡았었나 봐. 그러면서 친어머니를 만났고 딸을 낳았지. 그랬다가 의진이 10살 무렵에 사고가 크게 났고, 의진은 3년을 함께 하던 마술을 버리고 바이올린을 잡았나 봐. 그래서 지금의 의진이가 있는 거겠지.”

말한 하진은 그 사이 시동을 완전히 끈다.

“태교 하나는 멋지겠지? 바이올린으로 자장가 들으면. 종손 안 하고 음악 하겠다고 방방 뜨는 거 아냐? 참. 의진 양 임신, 진짜야, 근데?”

똥 밟은 표정 확 지운 하은의 얼굴은 어느새 들떠 있다.

“확실한 증거가 한 두 개가 아니야. 본인만 월경이 몇 달 없다, 그럼 Game Over지 뭐. 빠른 시일 내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소식 올리고 날 잡아야지.”

“졸업하고 나면 해. 내년 2월이면 졸업이잖아, 아쿠아마린.”

너무 빠른 것도 안 좋다고 생각하는 하은이다.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너무 늦지, 그렇게 하면.”

반대 의견 펼치는 하진.

“뭐, 혼수상품은 확실하게 준비되었으니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같은 건 없지.”

나이 차 한두 살도 아닌, 엄마 같은 언니다. 하은은 하진과 하연 자매를 이긴 적이 없다.

잠시 후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와선 뒷좌석에 탁 앉는다.

“늦어서 죄송해요, 정 변호사님!”

“아니야. 우리도 방금 왔어. 목록은?”

“다 뽑아왔어요!”

웬 남정네가 앉아? 슥 고개를 돌려 보는데 허억, 경찰 제복을 입고 있다!

“누, 누구세요?”

“내가 제일 처음 맡았던 의뢰인의 아들! 만날 당시만 해도 수도원에 있었는데 애가 그새 경찰이 되어 있네?”

“다, 정 변호사님 덕분이지요. 목록 드릴까요, 정 변호사님?”

“아니야. 뒤에서 Navi 역할 부탁해.”

시동을 켜는 하진은 그가 제복을 입고 있는 걸 보고서 Back mirror 너머로 묻는다.

“오늘 일해?”

“아니요, 비번이에요. 오랜만에 만나 뵈어서 저 잘하고 있는 거 보여 드리려고요. 일단 여기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가, 음…… 저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세요, 일단.”

“어, 알았어.”

양산 산부인과 다 뒤집어엎을 요량의 하진이다. 의진이 찾겠다고 일을 크게 벌이고 있다.


한편.

하룡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인가. 도끼질 1000번 해야 넘어온다던,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말을 온전히 진실로 만들 심산인 건지, 아니면 남자에 대해 믿는 마음이 100%가 아닌 건지,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의진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아직도 그녀만을 기다리고 걱정하고 원하는 자신의 마음만 더 커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빼도 박도 못 하게 아이까지 만들어놨는데 어디로 도망간 건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그 여자처럼 또다시 피붙이를 대책 없이 떠나보내면 절대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진을 꽉 잡아야 한다. 더 이상은 봐줄 수가 없다.

「내 아를 낳아도」 라는 무지무지 구식의 청혼을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꼭 잡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보고 있는 게 필수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족쇄」 가 필요한 순간이다.


다시 양산.

“후우우우우우!”

한숨 길게 내쉬는 하진, 하은, 경찰. 갈만한 곳은 다가봤고 이제 딱 3군데 남아 있다.

셋은 다시 각자 병원을 나누고 흩어진다.

“그런 환자 없습니다.”

에구.

“저희 병원은 아니에요.”

오미.

“예. 딱 한 번 왔어요. 언니로 보이는 분이랑 같이 왔다 갔어요.”

빙고! 됐다!

하진은 즉각 다른 작업에 착수한다. 차에 있는 자신의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는 그녀.

“언니?”

“정 변호사님!”

막 도착한 하은과 경찰은 못 찾았다는 얼굴로 차 옆에 선다.

“찾았어!”

와아! 하은과 경찰은 환호를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한다. 하지만 하진은 거기에 끼지 않고 얼른 병원으로 들어간다.

“언니 어디 가?”

하은의 물음을 무시한 채 들어가는 하진, 태어날 아기의 고모임을 증명한 뒤 진료기록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의진 씨, 임신 맞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4개월 넘었고요, 쌍둥이로 확인되었습니다.”

곱하기 2!! 오오 신이시여!

여전히 벅찬 감격에 젖어있던 하진은 눈을 꾹 감고 하늘의 신과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건강하던가요?”

“네. 산모가 임신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다행히 잘 먹어서 아이도 산모도 건강합니다.”

“또 한 번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진은 병원을 나와서 운전석에 오른다. 일단 경찰부터 집에 바래다주고 의진의 임시 거처로 돌아오는 길에.

“임신 맞대. 4개월 넘었고 쌍둥이래. 다행히 임신 후로 담배를 핀 적은 없었나 봐, 아주 건강하대.”

“어우, 다행이다. 그럼 결혼 준비부터 해야지. 응? 어? 의진이다!”

“뭐라고? 어디?”

신호에 걸려서 선 차량, 하은이 유리창 너머 오른쪽을 가리키며 의진을 정확하게 집어준다. 신호가 바뀌자 하진은 U-Turn 가능한 지역임을 확인하고는 차를 돌려서 멀리까지 뺀 뒤 다시 돌아와서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이윽고 의진이 나연과 들어간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하진과 하은.

이곳은 Couple-Ring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아닌가.

곧 밝은 얼굴로 나오던 의진은 하진과 하은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헉! 정 변호사님! 교, 교수님.”

“우리랑 얘기 좀 하자.”

“……예.”

의진은 나연을 먼저 보내고 하진, 하은과 함께 근처의 카페베네로 향한다.

“의진아.”

“예, 교수님.”

“난 의진이랑 지혜 정말 좋게 봤어. 담배에 피어싱에 염색에 렌즈까지, 모두 과거의 상처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납득되더라. 하지만 지금 네 행동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야. 어떻게 종손의 아이를 품고 다른 남자에게 갈 생각을 해? 아니면 아이 지우려는 거야?”

“아니,”

뭐라 하려는 의진의 말을 확 자르고 먼저 선수를 치는 하진.

“갈 때는 가더라도 낳아주고 가. 또 이대로 죽이게 된다면 하룡이 정말 결혼 안 하려고 할 거고 연애도 안 하려 할 거야. 종손인데 그럼 안 되잖아. 그런데 약속 저버리고 두 번씩이나 도망가는 너, 더 이상은 우리도 봐주기 힘들어.”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 그래도 오해 사는 건 딱 질색이다.

“오해에요. 다 오해에요.”

“오해라고?”

“예. 제가 반지를 산 거 때문에 그러시나 봐요. 저는 10살 때 아빠와 엄마를 똑같이 잃었어요. 그 후로 제 꿈은 엄마가 되는 거였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어요. 불임 진단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병원이 오진이 심해서 폐업 했대요. 여러 가지로 의심되는 게 많아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두 분 말씀대로 임신 맞고요 하룡 오빠의 아이도 맞아요. 하지만 저는 지울 생각도 없고 다른 남자에게 갈 생각은 더더욱 없어요. 누구는 자신의 꿈을 위해 버렸다지만 전 아니에요. 제 꿈이 오히려 엄마가 되는 거니까요. 가기는 어딜 가나요 제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하룡 오빠인데요. 아이 아빠인데요. 말이 안 되지 않아요?”

오히려 조곤조곤 두 언니를 설득하는 의진.

“그러면 그 반지는?”

하은의 질문이다.

“또 도망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마련한 100일 반지에요. 달력 보니 오빠랑 저, 100일 훨씬 지났더라고요.”

“늦었어.”

한숨 푹 내쉰 하진은 다음 말을 잇는다.

“의진이 네가 하도 도망가서 안 되겠대.”

“…!”


작가의말

싹뚝!!!반전을 위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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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0.롯데백화점에서 +2 11.11.24 1,035 6 12쪽
71 69.섹스 그리고 언약식 +3 11.11.24 1,959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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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5.정면승부2 +8 11.11.21 845 5 13쪽
66 64.5쉬어가기 11.11.20 640 3 6쪽
65 64.시한부 선고와 내사랑 순대 +3 11.11.20 662 5 13쪽
64 63.목격 +2 11.11.19 61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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