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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종손 장가가기 프로젝트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1.12.28 21:51
최근연재일 :
2011.12.28 21:51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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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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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0,041

작성
11.11.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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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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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9.오피스텔의 아침

DUMMY

59.오피스텔의 아침


“후우우우우.”

의진이 이불차림으로 화장실로 씻으러 가고.

벌떡 일어난 하룡은 숨부터 길게 내쉬고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싹 때리며 저질렀다, 라고 중얼거렸다.

‘저질렀어! 저지른 거야!! 대형 사고를 쳐버린 거야!! 아……. 기어이. 녀석 얼굴 어떻게 보지, 이제?’

머리맡의 베개를 빼어 허벅지 위로 척 올리고, 연신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에 하염없는 하룡.

‘참았어야 했어. 참았어야 했는데. 어떻게 해서든. 욕구를 눌렀어야 하는데. 아아. 분명 짐승이라 생각할 거야. 변태라고 생각할 거라고. 어쩌자고.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고, 룡.’

푸욱.

베개 위로 얼굴 떨어트리는 하룡.

‘뭐! 이미 지난 일. 어쩔 수 없지. 후우우우. 얼굴에. 판 까는 거야. 음. 아! 옷 줘야지.’

옷장에서 옷 고르다가 청바지와 곰이 그려진 귀여운(그래도 까만색) 후드티를 입은 그, 하룡은 이윽고 옷장 아래쪽에서 커다란 봉투 세 개를 꺼냈다. 염색으로 인해 금빛이 도는 머리카락만 아니면 흑인인 줄 알 정도다. 봉투를 양 손에 나눠 들어서 소파 앞 낮은 탁자에 잘 내려놓는 그.

힐끔, 화장실 쪽을 눈치 보는 하룡.

‘……좋아해 주려나? 아니면, 실수 했으려나?’

진지하게 봉투를 바라보던 하룡은 다시 봉투를 들어서 화장실 앞에 놓아두었다. 문 열면 바로 보고서 입을 수 있게. 어젯밤처럼 갑자기 벌어진 섹스에 대비하여 장만한 여성 옷이다. 덤으로 위의 것은 커플룩이며, 하늘에 맹세컨대 그간 자신을 다녀 간 여인들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다.

그 때문에 특별히 초청 받은 셋째 누님 하민의 흐뭇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너한테 하의진 양이 특별하기는 특별하구나? 일회용 여자들 옷 한 벌 안 사줬잖아.”

그 땐 그랬다.

“그 여자한테는 더러 사주기는 했었소.”

“그 여자? 아아.”

진예린. 그런데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걸 보니 그 상처가 제대로 큰가 보다.

“그 때 입고 다녔던 커플룩은 다 어떻게 했어?”

“처리했소. 사라지고 난 뒤에. 배신의 상처를 다 씻은 뒤에. 버렸소. 기껏 준비했던 반지도…… 해운대 바다 어딘가에 있을 것이오.”

하룡은 그것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종갓집의 자식이면서 같은 종갓집의 자식을,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첫사랑을 과감히 버리다니. 그 여자, 무릎을 꿇어도 용서 안 한다.

어쨌든 하민의 도움 아래 여자 옷 사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꼬르르르륵.

‘응?’

어디선가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내 배였나? 아니다, 내 배에서 나는 소리 치고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어딘가 익숙한 소리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소리다.

의진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다!

“음, 알았소. 의진 씻는 동안 난 아침을 준비하도록 하지.”

앞치마를 하면서도 힐끔, 옷이 든 봉투를 보게 되는 하룡.

‘무리수였나?’

어지간히 성급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뭐, 간밤의 잠자리부터 이미 성급했던 거지만 말이다.

‘싫다고 하면 어쩌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풀이 팍 죽어버렸다.

시선만 주고받았던 시간만 3년이 넘는다. 하룡이 본격적으로 다가간 게 지난달 2월이니 모든 것이 성급하다 할 수 있겠다. 그는 밥부터 앉히고 냉장고의 반찬을 살폈다. 멸치볶음과 나물 그리고 김치 등, 정기적으로 다녀가는 하진 누님의 적극적인 반찬 나름 덕분에 반찬은 끊어지지 않았다.

‘반찬, 뭘 좋아하지?’

머리를 굴리던 하룡은 손의 물기를 앞치마에 닦고 화장실로 향했다.

똑똑.

“의진.”

“예?”

“반찬, 뭘 좋아하오?”

밖에서 먹은 적은 여럿 되지만 이렇게 차려주는 건 처음이다. 물론 손 다쳤을 때 의진이 차려주었던 것 역시 처음이다.

“멍게나 해삼, 전복 등 조개류만 아니면 다 괜찮아요.”

“음, 알았소. 아, 그 앞에 옷이 있으니 그걸로 입으면 되오.”

“옷?”

옷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한 의진은 문을 열고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진짜 있네? 이거 남자 옷 아니에요?”

“하민누님이랑 직접 가서 골랐소. 속옷부터 겉옷부터 싹 다.”

헐.

“소, 속옷?”

황당함에 물든 얼굴로 의진은 고개를 슥 돌렸다. 수건 옆에 걸려 있는 속옷이 걸린다.

샤워 후 입으려고 어제 섹스 전 벗은 걸 도로 챙겨 오기는 했으나, 비 맞고 쫄딱 젖은 걸 그냥 둬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도 축 쳐질 정도는 된다.

의진은 저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거기까지 신경 쓰신 줄은 몰랐네요.”

탁. 물론 남은 질문은 씻고 나서 할 생각이다.

샤워를 끝내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 머리를 돌돌 말은 의진은 봉투째 집어간 뒤 안의 옷을 꺼내어 하나 둘 입었다.

신기하게도 딱 맞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하룡 오빠, 이건 아니지 싶은데……요.”

옷에 그려진 곰돌이는 나이에 비해 뭔가 안 맞다 싶어서, 한 마디 하면서 나오며 셔츠 아래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늘리며 고개를 드니, 앞치마 뒤에 숨겨진 곰돌이가 한 마리 더 보이는 게 아닌가! 의진의 보랏빛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헐!

“커플룩이에요?”

오, 세상에.

“음…… 못 입을 정도는 아닌데, 흐음……. 못 입을 것도 없네요.”

손자국이 난 곳을 툭툭 털어 자국을 지운 의진은 자리에 앉았고, 하룡은 식탁 위에 밥이 든 그릇을 내리고서 슬쩍 웃었다.

“하민누님께서 특별히 골라준 것이오.”

“그래요? 그럼 잘 입어야겠네요. 그 언니께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음, 알았소.”

의진은 수건의 공격을 뚫고 나온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물 잔에 물을 조금 따랐다. 그걸 다 마신 뒤 의진이 젓가락을 들고서 하룡을 바라봤다.

“오빠.”

“음?”

“하나 질문할 게 생겼는데요.”

“음, 말씀하시오.”

“그간 지나간 장난감 여인들도, 이런 옷 선물 받았나요?”

올 것이 왔다! 하룡은 정색하고서 답했다, 선서하듯이 왼손을 살짝 들고서.

“하늘에 두고 맹세하오! 장난감 여인들은 옷 선물 한 번도 준 적 없소. 마음에 담은 적도 없소. 물론 그 여자는, …열외요.”

다행히 의진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죠. 사귀는 사이였으니. 그 여자는, 어디까지 갔어요?”

“……!”

때에에에에엥. 그 질문만은 피하고 싶었다.

“우리 솔직해지는 게 어때요?”

하룡은 애꿎은 물만 마셔댔다.

“나부터 솔직해지는 게 낫겠네요. 그래요. 저 그 일본인하고 사귀는 관계, 까지 갔었어요. 하지만 제 마음 온전히 다 주지는 않았어요. 키스할 때도 부담스러웠고 거북했고 청혼 받을 때도 황당하기 그지없었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청혼 받았을 때 제 마음은 이미 정리가 되더라고요.”

하룡은 다시 물을 마셨다.

“답에 대한 충격이 좀 클 터인데.”

“말씀하세요.”

각오는 되어 있다, 하지만……

“섹스, 까지 갔었소.”

“!…….”

그렇다고 충격이 아주 오지 않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온다. 살짝 어지럽다.

“하지만 결혼은 못 했고 아이도 없소. 4년 전 카페멜로디에서 정말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 때부터 의진, 당신만을 마음에 두고 있었소. 아이는, 입양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미리 안 하셔도 되오.”

“예.”

고개를 끄덕인 의진은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식사가 수월하지는 않았던 게, 짧은 한 마디의 충격이 좀 컸기 때문이리라. 아…… 섹스까지 간 사이라.

한참 밥 먹던 의진은 뭔가가 떠오른 듯 젓가락을 잠시 두고 전화를 가지러 갔다. 오피스텔에 들어오기 직전 꺼뒀던 전원을 켜고 숙소의 지혜에게로 발신하는 의진.

“응, 지혜야. 잠시만.”

휴대전화의 화면을 이리저리 만진 뒤 가방 안쪽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내어 귀에 끼고, 휴대전화는 그대로 가방에 두고 식탁으로 오는 의진.

“어, 미안해. 나 시간에 맞춰서 학교로 갈게. 나중에 얘기할게, 밥 먹고 있어. 어.”

작은 기계의 단추를 눌러 통화를 종료시키는 걸 보니 블루투스인 모양이다.

“학교 가야 하오?”

“예. 시계가……”

시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의진을 대신해 하룡이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대신 봐주었다.

“이제 곧 9시요.”

꿈틀.

“9시라고요?”

반문한 의진은 다시 블루투스를 만졌다.

“어, 오늘 수업이 10시에 있지 않아?”

“맞아! 3시간짜리 연강이니까 얼른 와야 해, 알았어?”

“최대한 맞춰 갈게.”

뚝.

답한 의진은 젓가락 놀리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물론 한 마디 잊지 않는다.

“달걀말이 딱 제 입맛이에요. 맛있네요.”

“다행이구려. 근데 말이오.”

“예?”

“너무 태연한 듯 보이오만. 어제 처음으로 잠자리를 한 것치고는 너무 태연하오.”

“멀쩡한 척 하는 거예요.”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녀야만 애들 앞에서도 멀쩡한 척 할 수 있으니까. 포커페이스 덕분에 감정을 숨기는 게 가능한 것이다.

“지금 허리 아픈 게 장난이 아니에요.”

젓가락을 오른손에 숟가락을 왼손에 세워 들고서, 반기 들듯 인상을 찡그리는 의진. 포커페이스로 모두 감추고 있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하룡은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


<이웃>.

“정 변호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또 누구.”

말끝이 짜증이 섞여서 길어졌다. 아, 심장 떨려! 아예 전원 예약제를 걸든가 해야지. 으아!

“누구야.”

하진은 아까보다 더 짜증을 실어 따지듯이 물었다. 이윽고 들어선 사람은.

“내가 다 미안하네.”

“어머, 언니. 어? 스트레이트 했네?”

쌍둥이 언니이자 머리 쫙 편 하연이다.

“아니, 매직이야. 머리가 좀 많이 상했더라고. 촬영 간신히 끝내고 잠깐 들어왔어.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프로젝트>인가 뭔가가 완성되었다며? 나 그거 보려고 왔어.”

겨우? 요즘 비행기 표가 얼만데! 하여간 우리 언니 돈도 많아.

“언니.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줄 건데. 고작 그거 하나 보자고 비행기 표를 끊었단 말이야?”

“뭐 어때, 네 얼굴도 보고 좋지, 뭐. 할 얘기도 있고.”

“응?”

하연은 웃음기 싹 뺀 진지한 얼굴로 하진을 바라봤다.

“<그거> 말인데.”

“<그거>?”

“응, <그거>.”

아, 그거?

“<그거>, 하룡이나 하의진 씨나, 알면 안 된다? 너 입조심 시키려고 들어왔어.”

“알.아.요. 가뜩이나 진예린이라고 하면 이를 가는 룡이야. <그거> 에 대해서 알면 진짜 용서 안 한다는 걸 아는데, 내가 왜 <그거> 에 대해서 얘기하겠어. 참 언니, 아침 먹었어?”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왜, 아침 안 먹었어?”

“아직.”

동생의 짧은 답변에 하연의 얼굴에 황당함이 다가왔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침도 안 먹고. 가자. 밥 사줄게. 뭐 먹을래?”


카페멜로디.

기타를 매고 후크를 들고 현을 튕기는 하룡, CD 녹음 이후로 처음 기타를 잡는다. 카페멜로디에 모인 Fan들의 성화에 못 이겨 기어이 마이크를 앞에 둔 의진이다.

디링딩딩 디디디딩 디링딩딩 디디디딩 디링딩딩 디디디딩 디링딩딩 디디디딩 띠디디잉……

시작을 하룡이 맡고 정환의 기타가 더해지고, 그렇게 1분가량 기타 두 개의 선율만 나오다가 피아노와 드럼이 들어오고 마지막에 바이올린이 마지막으로 합류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관현악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의진의 목소리가 카페멜로디에 울려퍼진다.


작가의말

가사는 일어이므로 생략합니다!

...덧.

트릭스터 다음 편은, 과연 언제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5 치느
    작성일
    11.11.09 16:34
    No. 1

    트릭스터 선작 목록 맨아래에... 구석지로 ..;
    저러다 삭제된게 여럿 있었지만 . 지금은 냅두는중 .
    그나저나 . <그거>는 뭘까요?
    하지만 별로 궁금하지않다는것 . 왠지 이런질문 원하는것 같아서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1.11.09 16:44
    No. 2

    그거가 뭔지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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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0.롯데백화점에서 +2 11.11.24 1,035 6 12쪽
71 69.섹스 그리고 언약식 +3 11.11.24 1,959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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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5.정면승부2 +8 11.11.21 845 5 13쪽
66 64.5쉬어가기 11.11.20 640 3 6쪽
65 64.시한부 선고와 내사랑 순대 +3 11.11.20 662 5 13쪽
64 63.목격 +2 11.11.19 619 4 9쪽
63 62.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3 +4 11.11.18 941 6 12쪽
62 61.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2 +2 11.11.12 723 7 13쪽
61 60.묻지마 따지지마 무박2일 기차여행1 +4 11.11.10 777 3 15쪽
» 59.오피스텔의 아침 +2 11.11.08 1,547 5 12쪽
59 58.무너지는 순결의 밤 +3 11.11.05 1,442 6 10쪽
58 57.의진의 진심 +2 11.11.04 575 5 13쪽
57 56.횟집 식사와 담배 3갑 +2 11.11.03 588 4 11쪽
56 55.질투의 불꽃 +2 11.10.31 926 5 9쪽
55 54.지혜의 예지몽과 전생 +2 11.10.22 843 5 17쪽
54 53.재발한 대인기피증, 그리고 +4 11.10.10 68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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