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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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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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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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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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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세월이 약이다

DUMMY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세월의 흐름에 맡기다 보면 서서히 변해가면서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만이 남을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이 새끼들이 꼭 매를 벌지? 그러니까 곱게 내줬으면 될 거 아니야? 하여간, 몬스터 새끼들은 눈치가 더럽게 없어. 다음에는 재깍재깍 내놔, 알았어?!”


산더미처럼 쌓인 몬스터 사체 더미 위에서 살아남은 일부 몬스터를 상대로 커다란 주먹을 위협적으로 흔들며 협박을 하는 남자.


거인 투탄의 변화에 영원을 함께 하게 될 시스템 탄이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응? 왜 그래, 탄? 무슨 문제 있어?”


문제라면 많다. 마냥 착해서 세계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투탄이 아닌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계까지 몰렸음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순둥이 투탄이 지금은 거친 말은 달고 살며 폭력도 심심찮게 행했다.


비록 상대가 죄책감을 가질 가치도 없는 몬스터이긴 하지만. 어쨌든, 성격부터 행동거지 생각하는 것까지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문제가 되는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기에 탄은 짧은 침묵 끝에 답했다.


[···아뇨. 없습니다.]


어차피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하물며 세월을 느낀 건 투탄만이 아니었다. 탄이라는 이름을 받은 시스템 또한 변했다.


한낱 안내 시스템에서 벗어나 파트너인 투탄을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싱겁기는. 그보다 형님이 원한 양보다 많이 얻었다. 헤헤, 형님이 칭찬해주시겠지?”


[늦었다고 구박하실 것 같은데요.]


“하긴, 우리 형님이라면 그럴 것 같긴 해.”


구박받아도 좋단다. 몬스터에게 얻은 소중한 꿀단지 두 개를 아공간에 넣은 투탄이 히죽 웃고는 공중에 몸을 띄웠다.


[달려서 가는 거 아닙니까?]


“나중에. 시간이 늦어서 형님한테 혼난단 말이야.”


[오히려 체력 훈련 안 했다고 혼날 것 같은데요.]


평소 체력은 국력 타령하며 마력을 봉인한 채로 틈만 나면 굴려대던 우진이다. 오죽하면 이 넓은 세계 구석구석 안 뛰어본 곳이 없을 정도일까.


그것도 모자라 정신력도 키워야 한다며 지구에서 사용하는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수시로 시험을 냈더랬다. 성질 나빠지는데 수학이 최고라나 뭐라나.


아마 그 때문에 성격이 더 이상하게 변하지 않았을까. 물론 틀리는 즉시 구박을 탑재한 체력 운동으로 넘어간 건 당연한 순서다.


정말 답도 없는 무한루프의 수련을 떠올린 투탄이 진저리를 치고는 말했다.


“괜찮아. 나중에 두 배로 하면 되니까. 나는 그보다 구구단이 어려워.”


[이제 외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됐지. 아니 외우긴 했어. 그런데 형님이 불시에 물어보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다니까? 이거 솔직히 형님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달달 외운 답이 왜 생각이 안 난단 말인가. 평소에 잘만 기억하다가 꼭 그 순간에만 머릿속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온전히 자신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탄,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혹시 형님이 내 머리에 뭔가를 하셨나? 형님은 못 하는 마법이 없잖아? 아마 작정하고 마법 쓰면 나는 눈치도 못 챌걸?”


[정신계 방어는 기본으로 배웠습니다만.]


“에이, 아무리 배웠어도 기본적으로 능력 차이가 심하잖아. 그게 아니면 크라이스가 정신조작을 한 것일 수도 있어. 내가 자는 사이에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딱 세뇌한 거지. 어라? 생각해보니까 진짜 가능성이 있는데?”


[···정말 많이 발전하셨네요.]


“응? 뭐가?”


[이제 본인 문제점을 남한테 떠넘기기도 하니까요. 참 못난 모습인데 투탄님은 그래도 됩니다. 앞으로도 좀 더 뻔뻔해지고 책임회피도 자주 하시고 마음에 안 들면 상대를 원망도 하시고 가끔 폭력도 사용하시면 됩니다.]


발전했다며? 그런데 왜 그러는데? 왜 갑자기 때리고 그래?


“상처 났어. 가슴 아프니까 그만해줄래?”


[칭찬입니다만.]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아. 내가 엄청 찌질한 놈이 된 것 같잖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진심으로 응원하는 겁니다.]


응원이 응원 같지가 않으니까 문제지!


“그냥 내 머리가 나쁜 거라고 하자.”


[알겠습니다.]


“바로 수긍이냐. 너 진짜 이브한테 이상한 것만 배운 것 같아.”


[투탄님이 우진님을 똑같이 닮아가는 것하고 같은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딱히 할 말이 없는데. 투탄이 끙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체력은 형님보다 내가 더 강할걸?”


[그럼 이참에 도전 한번 해보시죠. 마력을 배제하고 체력으로만 승부를 가리면 확실히 투탄님이 이길 것 같습니다.]


“미쳤어? 만약 그랬다간 형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두고두고 괴롭힐걸? 나는 일찍 죽고 싶지 않다고.”


물론, 진짜 죽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롭힌다는 게 문제지. 그것도 방긋방긋 웃으면서.


“가만 보면 형님도 성격이 참 문제가 많아.”


[본인은 완벽하다고 생각하시지만요.]


“푸헐, 솔직히 그건 아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형님 성격은 거짓말로도 좋다고는 못하지. 그나마 동물을 대할 때는 진심으로 웃으시더라. 너도 알다시피 평소에는 상대가 누구든 특유의 무시하는 눈빛으로 삐딱한 웃음만 짓잖아.”


아니면 비웃거나. 참고로 비웃음을 제일 많이 당한 게 투탄 자신이었다.


“탄, 그거 알아? 형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없어. 이야기는 들어주시는데 딱 거기까지야. 지난번에 이것저것 물었을 때도 그런 거 알아서 뭐하냐고 넘기시더라. 그럴 때는 좀 기분이 그래.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말해줬는데.”


[섭섭했습니까?]


“음, 조금은? 나도 형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데 뭔가 선을 그어놓은 기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 투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상황 때문일 겁니다. 이곳에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헤어져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가.”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죠. 그래도 우진님이 투탄님을 신경 많이 써주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내가 이리 변하게 된 것도 형님 덕분이니까. 아마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즐거움이나 행복한 감정은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았을 거야. 그래서 형님이 고맙고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소중해.”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가 뜻깊었다. 문제는 그럴수록 불안감과 두려움 또한 커진다는 점이다.


“형님은 언제 가실까?”


[최상급 신수가 넷이나 남았고 영물하고 환수와도 계약이 끝나면 돌아간다고 했으니 앞으로 몇천 년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몇천 년이라. 어쩐지 그것도 짧게 느껴지네.”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그만큼 추억을 쌓을 시간도 많았다. 탄의 말에 투탄이 우울한 표정을 지우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지. 아참, 이제 곧 라푸하고 계약할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에는 계약이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벌써 네 번째라니 대단하지 않아?”


[최상급이 아닌데 아쉽지 않습니까?]


“별로. 내가 계약하는 녀석들도 다 상급이잖아. 그 녀석들도 엄청 강해.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계약하고 돌아가야지. 그리고 최상급 신수들은 내가 계약하자고 해도 무시할걸? 너도 알다시피 그 녀석들은 형님 바라기니까.”


아니 바라기라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거의 집착 수준이니까. 정원에 오고 얼마 안 됐을 때 뭣도 모르고 계약에 대해 물었다가 온갖 무시란 무시는 다 받지 않았는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냐, 못난 놈이 주제 파악부터 해라, 꿈도 크다, 강우진하고 싸워서 이기면 한 번쯤 이야기는 들어주겠다 등등.


“그 녀석들도 성격은 더럽게 나빠. 가끔은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다니까.”


[동감입니다.]


“으휴, 내가 편하려면 그 녀석들하고는 안 엮이는 게 좋지.”


만약 이 말을 신수들이 들었다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지만 알게 뭔가. 이제는 저도 자신만만하게 대거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기 때문에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투탄이 코웃음을 치고는 속도를 올렸다. 잠시 후 중앙정원이 보이자 곧바로 땅으로 내려섰다. 그리고는 열심히 달려온 것처럼 투탄이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형님! 저 왔습니다!”


“왜 이렇게 늦어? 빨리빨리 안 다니냐? 빠져서는!”


예상했던 핀잔에 투탄이 실실 웃고는 아공간에서 꿀단지 두 개를 꺼내놓으며 답했다

.

“한군데 더 털어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굳이 뭐하러? 다음에 필요하면 또 가져오면 되는데.”


“어차피 그놈들 번식 시기라 숫자 좀 줄여야 해서요.”


“그러고 보니 그때가 됐네. 잘했다.”


개체 수 조절은 원래 환수와 신수들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수련의 목적으로 현재는 대부분 투탄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르다님은 어디 갔습니까?”


“참치 잡으러 갔다.”


“오! 오늘 참치회 먹습니까? 저 그거 좋아하는데!”


“네가 안 좋아하는 음식이 있기는 해?”


“없죠! 형님이 해주시는 건 다 맛있으니까요. 전 진짜 요리라는 게 그리 다양한 줄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투탄의 세계는 요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기껏해야 소금을 친 통구이로 먹거나 아니면 스튜처럼 이것저것 잔뜩 넣어서 먹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채소는 없이 오로지 고기와 기껏해야 구황작물이 전부였으니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열심히 배워. 가서도 제대로 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알고는 있는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러니까 평소에도 뇌를 활성화하라고 했니, 안 했니?”


알고는 있다. 그게 마음대로 안 돼서 문제지. 투탄이 시무룩한 얼굴로 입을 삐죽 내밀자 탄이 말했다.


[어차피 제가 다 기록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맞다. 탄이 있었지. 고마워!”


투탄이 활짝 웃자 우진이 혀를 차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러니 발전이 없지. 그보다 에르다는 왜 안 와? 참치 좀 잡는데 이리 오래 걸릴 일인가.”


[불만이면 직접 가지 그랬습니까.]


“귀찮아.”


원래 그런 건 잡일꾼이 하는 거야.


“형님, 제가 가볼까요?”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왔으니까.”


뒤쪽에서 느껴지는 마력 현상에 두 사람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곧이어 특대형 참치 다섯 마리를 가지고 나타난 에르다를 본 우진의 입가에 슬쩍 웃음이 어렸다.


“나 왔어!”


“우와! 이번 거는 더 큰 것 같은데요?”


“응. 많이 먹으려고 큰놈으로 잡아 왔지.”


“수고했다.”


역시 정원산이라 그런지 족히 10m는 될법한 크기였다. 이 정도면 먹깨비들이 다 덤벼들어도 충분할 양이라 우진은 재빨리 다가가 차례대로 내장과 아가미부터 제거했다.


이후 핏물을 제거하고 마법으로 살얼음이 낄 정도로만 얼린 채로 부위 별로 해체해 차곡차곡 쌓았다.


“와, 저게 다 볼살이야? 저 부위 진짜 맛있는데!”


“저는 대뱃살이 맛있습니다!”


“응. 그것도 맛있지. 쫄깃쫄깃해서 씹는 맛이 있다니까. 그리고 배꼽살도 맛있어.”


“맛있죠! 특히 목살은 진짜 끝내줍니다. 정말 참치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단하지. 어떻게 부위 별로 맛이 다 다를 수가 있어?”


“그러니까요. 참치는 정말 바다의 축복입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새삼스럽게 참치 찬양에 열을 올리는 거야? 자주 해주지 않아서 그런가.


[눈빛이 살짝 이상합니다. 미친 걸까요?]


‘그냥 먹깨비라서 그래.’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꼴이다. 저러다 침이라도 흘릴 기세라 우진이 미간을 확 구기고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자 마지못해 떨어지면서도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꼴이 볼만했다.


덤으로 바글바글 모여든 환수와 신수들까지. 사방에서 쏟아지는 무언의 압박에 우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표정이 다 똑같습니다. 좀 무섭군요.]


그러게. 좀 무서워지려고 하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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