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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 관리자가 됐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소담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3.06.30 18:49
최근연재일 :
2023.10.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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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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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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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환골탈태

DUMMY

우진은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아무리 봐도 벽인데 이게 나무란다. 눈에 보이는 부분만 족히 100m는 될 것 같은데 나무라니!


우진은 혼이 나간 듯한 얼굴로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나무를 멍하니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대박.”


성인 남성 수천 명이 달라붙어도 다 감싸지 못할 것 같은 몸통은 그렇다 치고 높이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아득했다.


중간에 듬성듬성 구름이 있는 것 보면 아예 상층부까지 뚫은 것 같은데. 진짜 나무가 이렇게나 자랄 수 있는 건가.


“와, 미치겠군. 이렇게 큰 걸 왜 못 봤지?”


“지금 네 몸은 감각이 다 차단돼서 그래. 네가 가진 기운도 엄청나게 탁하고. 인식 자체를 못 한 거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이게 바로 소설이나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 같은 건가?


“와우, 세계수를 실제로 볼 줄이야.”


“정확히는 차원수야.”


“차원수?”


“응. 이곳 정원을 지탱하는 생명의 나무이자 다른 차원에 생명력을 보내는 모태이기도 해.”


왠지 북유럽 신화가 떠오르는데?


“혹시 이 차원수 뿌리가 차원마다 연결되어 있고 뭐 그런 거 아니지?”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아니야. 차원수는 이 정원에서만 존재해. 그것만으로도 다른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거야. 그리고 차원수의 어린 가지를 다른 차원으로 가져갈 수 있어.”


“호, 그럼 그 가지를 가져가서 키우면 된다는 말이네. 성장할수록 그 세계가 살아나고?”


“맞아. 나무가 성장할수록 뿜어내는 생명력이 강해져. 그때는 하나의 세계를 책임질 테니 네가 말한 대로 세계수가 되는 거지.”


정말 소설 속 세계수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생명력이 메마른 지구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좋아. 앞으로 보물 1호는 세계수다.”


“그렇지. 그런 마음으로 잘 성장시켜야 해.”


“그건 당연한 거고. 세계수가 성장하면 정확하게 뭐가 좋아?”


“많지만 그중에 뽑자면 생명력, 그리고 마력이지.”


생명력은 그렇다 치고 마력? 검사가 오러를 사용하고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힘?


“설마 나중에는 마법도 쓸 수 있는 건가?”


“쉽지는 않겠지만 쓸 수는 있겠지.”


뭔가 반응이 별로다. 우진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에르다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쉽게 생각해. 지구에 마법이 존재해?”


“아니?”


“그럼 누구한테 배울 생각인데?”


“아, 그러네.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구나.”


아시아는 기 수련이니 뭐니 하고 유럽 쪽은 마법사가 남아있느니 마느니 괴담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로 드러난 건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지구에 마력이 풍족했다면 의지가 잠들지도 않았을 테고 멸망이 뜨지도 않았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곳에 있는 동안은 내가 마법은 가르쳐줄게. 물론, 내가 가르치는 마법은 자연 마법이라 인간들이 만든 것과는 다를 거야.”


“자연 마법?”


“응. 공기 정화나 식물이 자라게 하는 소소한 것도 많고 축복이나 크게는 날씨를 다루기도 해.”


“날씨를? 그거 대단한 거 아닌가?”


“그렇지. 번개를 다루고 해일을 일으키고 태풍을 만들 수도 있고, 폭설로 한 지역을 다 묻거나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지. 또 불로 한 지역을 화끈하게 태울 수 있어. 그 외에도 자연에 속한 힘은 다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돼.”


번개, 해일, 태풍, 폭설, 지진, 불. 말만 들어도 섬뜩한 힘이었다.


‘역시 평범한 꼬마가 아니었어!’


귀여운 외관에 속지 말자. 우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게 다짐할 때였다.


[겁쟁이 강우진 님.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시죠.]


‘뭐 인마?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 저 힘이 대단한 거잖아? 자연재해가 무서운 이유가 뭔데!’


[정원 관리자가 다루는 힘은 확실히 위험합니다. 하지만 관리자가 정원에 온 후보자를 상대로 해를 끼칠 일은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지만 쉽사리 진정이 안 되는 걸 어쩌라고. 왠지 눈앞의 꼬마가 재앙급 보스 같달까.


말간 얼굴로 눈을 마주치자 활짝 웃는 에르다를 보며 우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나야 걱정 없다니까 상관없겠지.’


안 싸우면 되잖아? 꼬마 비위 맞추는 것쯤이야 못할까. 단순무식하게 결론을 내린 우진은 곧 기대로 눈을 반짝였다.


“그 마법들을 내가 배울 수 있단 말이지?”


“응. 그런데 배워도 지구에서 바로 사용 안 하는 게 좋아. 세계수가 성장해서 생명력이 넘치면 괜찮은데 그전까지는 지구의 에너지에도 영향이 미칠 테니까.”


지구의 에너지라. 아직 말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 그 부분은 나중에 고민하자는 생각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한테 안내받았겠지만, 이곳에 오래 머무를수록 힘은 강해져. 그리고 자연 마법 같은 큰 힘을 배우기 위해서는 시일이 오래 걸리는데 괜찮겠어?”


“얼마나 걸리는데? 10년? 20년?”


“어림도 없지. 자연친화력이 높고 마법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면 모를까.”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에르다의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아 우진은 나직하게 혀를 찼다.


하긴 마법은커녕 몸뚱이조차 꽉 막혀서 탁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는데 재능은 무슨.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곳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도 지구 시간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이것만으로도 자신한테는 엄청난 이점이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힘을 얻어야 한다면 얼마나 걸리던 해봐야지.”


“잘 생각했어. 앞으로 지구로 귀환해 세계수를 키우고 지키려면 네가 강해져야 해.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한다. 설사 그게 나쁜 일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앞으로 온갖 인간군상들을 상대하면서 지구를 소생시키려면 순리대로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무조건 지구가 우선이다. 그 목표 하나만 보고 움직일 생각이었다.


“아참, 아까 그 녀석들이 정령이지? 그럼 여기가 정령계 같은 것도 겸하는 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혹시 정령계가 정령들만 사는 차원을 말하는 거야?”


“어, 그런데? 여기 아니야?”


“아닌데? 저 아이들은 자연의 정령이야. 일반적인 속성 정령과는 달라. 정확히는 일반 정령이 이곳 자연의 정령을 모태로 태어난 거지.”


“헤에, 저 녀석들이 모태라고?”


“응. 힘의 차이도 명백해. 자연의 정령들이 월등하게 뛰어나거든.”


저 날파리 꼬맹이들이 그 정도라니.


“아무리 봐도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게 무서운 겁니다.]


그런가. 하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게 제일 답이 없긴 하지.


“일반 정령은 더 세밀하게 힘을 나눠서 사용해. 그리고 정령들만 사는 차원은 따로 있어. 정원에서 멀지 않는 차원이지.”


정령이면 다 같은 정령이지 거기서 또 구분은 왜 하는 거야, 사람 헷갈리게.


“그럼 저 녀석들하고는 계약할 수 없는 건가?”


“굳이 계약할 필요는 없는데? 아직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후보자는 정원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자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야. 저 아이들도 후보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러니까 후보자가 장땡이라는 말이다. 어쩐지 심하게 압축시킨 것 같지만 넘어가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주겠다는 에르다의 말에 우진이 잡생각을 떨쳐내고 차원수를 찬찬히 살폈다.


“그런데 세계수가 성장하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은데. 차원수의 가지니까 일반적인 나무하고는 다를 거 아니야?”


“그건 걱정하지 마. 앞으로 네가 배울 마법이지만 기본적으로 세계수도 인식저해와 왜곡 능력이 있어서 스스로 보호하고 은폐할 수 있어. 다만 감각이 예민한 인간한테는 들킬 가능성이 있지. 그래서 네가 자연 마법으로 보호막을 쳐야 해.”


“그걸 하면 겉으로는 세계수를 볼 수 없는 건가?”


“그렇지. 어떤 마법을 거느냐에 따라 다른데 평범한 일반 나무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


결론은 자신이 열심히 마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지만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보한 이상 나쁘지 않았다.


“너는 지금 감각이 차단돼서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세계수가 성장할수록 보호구역이 넓어질 거야. 그 안은 자동정화가 되고 땅이 풍요로워져서 모든 식물이 다 잘 자라게 돼.”


한마디로 생명력이 빵빵해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국의 미세먼지도 정화할 수 있게 된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또 재난도 어느 정도 막아주고 특유의 향도 뿜어내서 아마 예민한 동물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릴걸? 그건 마법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향? 세계수니까 나쁜 건 아닐 테고 뭐 안정제 같은 향인가?”


“비슷해. 원래 차원수 주변은 환수나 영물, 동물, 초식 몬스터들에게 최고의 쉼터거든. 차원수 중간에는 신수들이 머물기도 하고.”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에르다를 따라 고개를 돌린 우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울퉁불퉁 올라온 수많은 차원수 뿌리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는 동물들이 많았다. 아니 일부는 동물이 아닌가.


“저기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놈들이 몬스터야? 이상하게 생긴 애들 말이야.”


동물이라고 지구하고 같은 종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는 순간 동물이구나 하는 판단이 섰지만, 한쪽은 아무리 봐도 아니었다. 딱 봐도 몬스터다. 일단 생긴 것부터가 괴상하니까!


“응. 재들은 친화적인 몬스터라 걱정할 거 없어. 차원수에서 휴식을 취하는 애들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착해.”


안 착한 애들은 어떤데? 그리 묻고 싶지만 딱히 알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라 우진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세계수가 성장하면 동물들이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지?”


“응. 지구에 영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동물들만 찾아오겠지.”


자칫하면 동물농장 찍을 판이다. 뭐 그래 봐야 개나 고양이, 고라니 멧돼지 정도겠지.


애초에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오갈 데 없어 찾아오는 애들이라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안 그래도 병원에 눌러사는 애들도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싶어 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럼 세계수가 일정 이상 성장할 때까지 보호구역을 정할 수도 있나?”


“왜? 꼭 그럴 필요가 있어?”


“그건 아닌데. 일단 성장하기도 전에 변화를 느끼는 인간이 나올까 봐 그러지. 귀찮아질 것 같거든. 그리고 주변 나라가 욕심도 많고 억지도 많이 부리고 하나같이 환경 오염은 신경도 안 쓰는 놈들이라 꼴 보기 싫달까. 뭐 예쁘다고 그것들까지 보호해줘?”


“그 정도야?”


“응.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그것들은 좀 심해. 솔직히 그것들부터 해결하지 않는 이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강대국이랍시고 전쟁으로 돈이나 벌 생각을 하는 양아치 같은 놈들도 있고. 이래저래 개판이랄까.”


정말 답이 없었다. 갑갑함에 한숨만 내쉬던 우진은 눈을 빛내는 에르다를 보고는 답답한 속을 풀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지금 지구의 상황, 각 나라의 행태, 부족한 자원, 오염된 바다, 방사능,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바글바글한 인구수, 인종차별, 범죄 등.


말이 이어질수록 에르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지만, 속에 품은 답답함을 다 풀어낸 우진의 표정은 해맑을 정도로 개운하기만 했다.


“확실히 다 이야기하니까 속은 시원하네.”


역시 안 좋은 일일수록 속에 품고만 있으면 안 된다니까. 뭐든 재깍재깍 푸는 게 장수의 지름길이지.


우진이 혼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시종일관 침묵하던 에르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 그래도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있는 것 같은데?”


“진짜? 그게 뭔데?”


“문제가 되는 것들은 다 죽여버리면 돼.”


헐. 재앙급 보스 아니랄까 봐 말하는 거 보게. 무시무시한 말을 잘도 웃으면서 하는구나.


“실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되는지 안 되는지만 말해.”


“쳇, 기껏 해결 방법을 알려줬더니.”


그런 거로 아쉬워하지 말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은 우진이 뾰로통한 에르다를 달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에르다의 얼굴이 멈칫 굳었다가 이내 사르르 풀어졌다.


“어느 정도 기운을 가둘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까 그 안에 문제점들은 해결을 봐야겠지?”


다 죽이라고? 이 꼬맹이가 뭘 기대하는 거야? 우진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내가 성격이 지랄 맞아도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사람을 죽이는 게 쉽겠냐?”


아무리 각오를 했어도 살인은 다른 문제였다. 물론 세계수에 위해를 끼치거나 신변에 위협이 생긴다면 또 다를 테지만.


“차라리 너도 지구로 같이 가면 좋겠다.”


그럼 진짜 든든할 텐데. 하지만 이곳의 관리자가 자리를 비울 수 있을 리도 없고.


일찌감치 바램을 접은 우진은 어딘지 음흉한 웃음을 짓는 에르다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떨어졌다. 갑자기 소름이 쫙! 돋네.


“뭐야, 그 웃음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나중에 다른 후보자들이 오면 일반 마법도 배울 수 있을지 몰라.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후보라. 이왕이면 인간이면 좋겠다. 다른 차원의 인간은 어떻게 다를까.


우진이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다가 차원수에 손을 얹은 상태로 눈을 감는 에르다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잠시 후 에르다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자 차원수 뿌리 하나가 땅 위로 불쑥 치솟았다.


“헉, 뭐, 뭐야?”


뿌리가 저절로 솟았어? 놀람과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린 우진은 뿌리 끝에 달린 큼직한 열매를 따서 품에 꼭 끌어안는 에르다를 향해 재빨리 다가갔다.


“생긴 게 꼭 털 달린 야자수 같네. 그런데 열매가 뿌리에 달렸어?”


“응. 일반적인 열매가 아니니까. 이건 차원수가 가진 생명력의 정수가 모여서 만들어진 열매야.”


“엘릭서 같은 거구나?”


“그게 뭐야?”


아니면 말고.


“별거 아니야. 그냥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 속 영약이랄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너한테 제일 필요한 영약은 맞아. 꽉 막힌 육체부터 손봐야 마력을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하지. 지금 네 몸은 최악이거든.”


적어도 겉으로는 멀쩡하다만.


“이걸 먹으면 자연친화력도 높아져. 그러고 보니 이걸 먹는 후보자도 네가 처음이네.”


다른 후보자들은 먹을 필요도 없이 자격을 갖췄다는 말이다. 새삼 느끼지만 자신은 운이 좋았다.


“이곳 소개는 천천히 하고 우선 먹어. 지금 그 상태로는 아무리 순한 몬스터라도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아, 그리고 좀 많이 아플 거야.”


“아프다고? 설마 내 몸이 분해됐다가 다시 조립된다거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마력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최상의 육체로 변하는 거지. 지금 상태는 뼈에도 탁한 기운이 많이 쌓여있고 어긋난 부분도 있어. 그걸 다 고친다고 생각하면 돼.”


뼈까지 들먹이는 걸 보니 무진장 아프다는 말이구나. 긴장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킨 우진은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열매를 받아들었다.


“위쪽에 구멍 뚫었으니까 한 번에 다 마셔.”


말이 쉽지. 아픈 건 싫다고. 마음 같아서는 던져버리고 싶은데 세상 귀한 영약이라 아까워서라도 못 버리겠다. 깊게 심호흡을 한 우진이 결심한 듯 열매를 들어 단숨에 마셨다.


“어라? 달콤한데?”


“응. 맛은 달콤해. 맛만.”


불안하게 강조하지 마! 우진이 짜증스레 에르다를 노려보다가 곧 속이 역류하듯 뜨겁게 달아오르자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 뜨거워!’


미치도록 뜨거웠다. 마치 불덩이를 억지로 쑤셔 넣어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처럼.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뒤틀리는 속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부들부들 떨던 우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속에 있는 걸 토해냈다.


“윽, 냄새! 생각보다 더 심하잖아!”


고통이 갈수록 심해지는 탓에 뭐라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시커먼 액체를 몇 번이나 토해내자 기다렸다는 듯 온몸에서 조금은 옅어진 거무튀튀한 액체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지독한 악취에 에르다를 포함해 동물들과 몬스터들마저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진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단순히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배 속의 장기를 쥐어짜고 찌르고 미친 듯이 흔들어도 이 정도로 고통스럽지는 않으리라.


“우진, 힘내. 이제 다 끝나가!”


‘그게 언젠데!’


응원인지 약 올리는 건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머릿속에 콱 박혀들 듯 선명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우진이 이를 득득 갈았다.


[그렇게 아픕니까?]


그걸 말이라고!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이 지나서야 고통이 서서히 가라앉자 우진이 숨을 헐떡이며 시커먼 액체 위에 대자로 뻗었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역한 냄새로 속이 울렁거렸지만 움직일 힘이 없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고 에르다가 알아서 뒤처리 해주겠지 싶어 눈을 감을 때였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잠들지 마. 어차피 잘 수도 없겠지만.”


‘그게 무슨 개소리라니?’


울컥해서 눈을 번쩍 뜬 우진은 또다시 시작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와는 또 달랐다. 신경이 가닥가닥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느낌.


우두둑, 뿌드득.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뼈마디가 부서졌다가 다시 재생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치 담금질을 하듯이 약한 뼈는 단단해지고 어긋난 뼈는 바르게 자리를 잡았다. 신경은 튼튼해지고 근육은 질겨졌다.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우진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때 우진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지옥 같은 고통도 끝이 났다.


“무사히 잘 끝났네. 수고했어.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이제 쉬어.”


그럼 안 하려고 했냐?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다. 이대로 기절하면 꿀잠 자겠다 싶어 우진이 지친 표정으로 눈을 감을 때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웬일로 멀쩡한 인사가 돌아오나. 실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린 우진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느끼고는 그대로 잠들었다.


작가의말

내일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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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6 울라리오
    작성일
    23.09.17 23:23
    No. 1

    정주행 시작했습니다. 잘 보고 있는 중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g548
    작성일
    23.10.07 16:33
    No. 2

    다른건 모르겠지만 인구수가 많은건 중국과 인도뿐 나머지 나라는 대부분 인구수가 줄어드는 수준 특히 우리나라 포함 28개국은 향후 300년전후로 민족의 멸망을 바라본다는 결과를 보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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