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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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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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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2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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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그 기억

DUMMY

“ 자! 어서 나를 공격해 봐... ”


나무 막대기를 들고 서로 마주보고 서있는 소년과, 살주. 공격해보라는 살주의 말에 소년은 들고 있는 막대기를 어설프게 휘두른다.


휙- 휙-


소년은 별로 검술 훈련이 하고 싶지 않아 대충대충 막대기를 휘두른다. 살주는 자신을 향해 느릿느릿 날아오는 막대기를 가볍게 툭툭 쳐낸다. 그리고 이번에는 살주가 소년을 향해 막대기를 휘두른다.


“ 그런 식으로 네 몸을 지킬 수 있겠어? 이런 식으로 힘 있게 공격하라고! ”


“ 형, 아파요 아파. ”


소년은 겨우겨우 살주의 공격을 받아내기 급급하다. 연습이라 살살 휘두른다고 하지만 체급차가 현격했기에, 공격을 받아내기만 해도 손이 저릿저릿했다.


“ 너도 언제까지 작은 아기씨 밑에서 보호 받으며 살순 없잖아. ”


“ 그렇긴...한데. ”


소년은 답답했다. 딱히 검 없이도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었다.


“ 난 말이야. 은혜를 받았으면 무조건 되갚아야 하는 사람이라. ”


살주가 막대기를 휘두르는 것을 멈추자, 소년은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 작은 아기씨를 위해선 뭐든지 할 거야. ”


살주형의 눈이 냉차집 식당 홀에 서서 업무를 보고 있는 여인을 향해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살주는 이름없는 용병단에서 잡일을 하던 잡부였다. 그러던 줄 살주가 속한 용병단이 다른 용병단의 습격을 받아 전멸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살주는 용병단장의 심부름을 갔던 터라, 목숨은 겨우 건질 수 있었지만,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버렸다. 살주는 그렇게 사흘을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풍경시내를 떠돌았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것이 냉차집 여인이었다.


여인의 곱상한 외모와, 반짝이는 비단옷을 보고 귀부인이라는 것을 직감한 살주가, 홀로 있는 여인을 습격했다.


살주는 여인의 입을 막고 소리쳤다.


“ 가....가...진 것을 내 놓아라. ”


“ 처음인가요? 이런 짓? "


" 시....시끄럽다. “


전혀 당황하지 않는 여인의 모습에 오히려 당황한 건 살주였고, 품속을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살주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짐들을 묶는 노끈이었다. 용병단 소속이었지만, 무기를 다룰 줄 모르던 살주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무기였다.


살주가 여인의 목에 노끈을 감았다.


“ 죽..죽기 싫으면 다...줘요..가진 거.. ”


“ 부탁인가요? 협박인가요? ”


“ .... ”


“ 뭐든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겠죠 ? ”


여인의 그 말과 동시에 주변에서 으스스한 분위기의 남자들이 몰려온다. 냉차집에 고용된 용병들이었다.


“ 주인 아기씨 괜찮으십니까? ”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남자가 살주를 보더니 갑자기 싸늘하게 굳는다. 천천히 등 뒤에서 칼을 뽑아 드는 남자, 살주 자신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노끈, 여인은 목이 졸리자 켁켁 거리며 기침을 내뱉는다.


“ 아. 아, 아. 미안해요. ”


여인이 켁켁 거리자 당황한 듯 느슨하게 노끈을 풀어주는 살주, 기침을 하는 여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여인 황당하다는 듯 살주를 쳐다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그틈을 타서 살주를 재빠르게 제압하는 용병단원들 즉결 처형을 하려는 듯 살주의 무릎을 꿇려 목에 칼을 겨눈다.


여인이 무릎을 굽혀 살주와 눈을 맞춘다.


“ 사람 죽여본 적 있어요? ”


살주는 분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 그럼 한번 배워볼래요? “


여인이 싱긋 웃으며 말한 뒤 뒤돌아선다.


추억 회상을 끝마친 살주가 발을 동동 구른다. 그때의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가슴이 아련했다.


“ 참 예뻤어 그 모습도. ”


한참 추억 회상에 빠져있던 살주가 정신을 차리고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잠깐을 못 참고 어느새 바닥에 누워 후식을 취하고 있었다. 살주가 정색하며 소년을 째려본다.


“ 너 뭐하냐? ”


“ 오늘 아침부터 2구역에 다녀오고 힘들었잖아요. 좀 쉬어요. ”


소년은 정말로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떼를 쓴다.


“ 사내 새끼가 약해 빠져서는... ”


쯧쯧 혀를 찬 살주는 다시 훈련을 시작하려는 것처럼 허공으로 막대기를 휘두르며 기합을 내지른다. 자신이 되돌아봐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무일푼으로 풍경을 떠돌던 개같은 인생에서 이제 어엿한 냉차집 용병의 일원이 된 것이었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살주는 이런 자랑스러움을 자신보다 어린 소년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합! 합! 합! 막대기를 휘두르며 자신의 검술에 취해있는 사이, 소년은 슬금슬금 도망가고 있다.


“ 너 어디가!!!!!!!!! ”


살주에게 도망가는 것을 들킨 소년은 급기야 나무 막대기를 내던지고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호도도도 달려, 냉차집 안으로 들어온 소년. 소년은 자신의 방으로 도망가기 위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소년을 찾는 소리가 들린다.


“ 도련님 ! 도련님! ”


“ 네? "


소년이 돌아보자, 시종하나가 ‘ 도련님 ’을 애타게 부르고 있다. 허나 그 시종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소년이 아니었다.


“ 어... 도련님 말고 그러니까 새로 오신 도련님. ”


시종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으며 식당 창가 자리를 가리킨다. 그 자리에는 사이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이는 싱긋 웃으며 먹고 있던 빵을 입 안으로 쏙 집어넣고, 포도주를 꼴깍꼴깍 마시기 시작한다.


“ 아.... 내가 아니었구나.. ”


분명 도련님이라고 했는데. 소년은 애써 당황한 기색을 숨긴다.


“ 도련님. 주인 마님께서 어디계시냐고 얼른 찾아오라고 화를 내십니다. 빨리 가시지요. ”


소년은 사이가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모습에 큰 상실감을 느끼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뒤돌아서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오른다.


그리고 여인은 홀에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잠시후 여인은 홀에서 보았던 시종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여인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하다.


“ 어째서 그 아이를 도련.... ” 여인이 말을 멈춘다. 도련님이라는 단어를 입에도 담기 싫어하는 눈치다. “ 그렇게 부른거니? ”


“ 솔직히 저희도 그 분.... ” 시종은 여기서 여인의 눈치를 살핀다. “ 그 아이를 어떻게 불러야 좋을지 몰라서, 고민하던 중에 주인마님께서 도련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


여인은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내가 너희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구나. ”


방금까지만 해도 노기로 가득했던 여인의 눈이 잠깐 사이 순한 강아지의 눈으로 바뀐다.


“ 미안해. 정말로. 너에게 화를 낼게 아니었는데. ” 여인의 자신의 이마를 집는다. 그리고는 애써 웃으며 시종에게 부탁한다. “ 미안한데 화루좀 불러주겠니? "


시종이 나가고 잠시 후, 화루가 활짝 웃으며 여인의 방으로 들어온다.


" 부르셨어요? 아기씨. “


“ 화루야, 오늘 마님 식사를 책임져 주겠니? 그리고... ”


여인이 화루를 가까이 부른다. 망설이던 화루 여인의 얼굴 가까이로 귀를 가져간다. 여인의 입술이 움직이고 화루는 깜짝 놀란 눈이 된다.


“ 제가 감히, 그래도 괜찮을까요? ”


화루는 감히 생각하기도 두렵다는 듯, 벌벌 떨고 있다. 그런 화루의 양 볼을 살며시 끌어당겨 눈을 맞추는 여인, 고개를 끄덕끄덕 끄덕인다.


“ 넌 할 수 있어. 모든 책임은 내가 질게.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으렴.”



-



“ 저녁 식사이옵니다. ”


화루는 문을 똑똑 두드리고 , 주인 마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벌써부터 온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다독였다.


“ 들어 오거라. ”


곧이어 방 안쪽에서 마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화루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문을 열고 들어간다.


“ 못 보던 아이구나. ”


화루를 보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마님, 화루는 고개를 숙이고 침대 옆 탁자 위에 준비된 음식을 내려둔다.


“ 왜 음식이 하나인 것이냐? 네 눈에 이 아이가 안 보이느냐? "


" 이 아이는 오늘부터 저희 시종들과 함께 식사를 하겠습니다. “


“ 너 지금 무어라 하였느냐? "


“ 이 아이는 이제....저희 시종들과 같이 생활하게 될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 너....... 이름이 무엇이냐? ”


“ 화루이옵니다. ”


“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이냐?"


“ 연놈 출신입니다. ”


마님이 푸하핫 웃음을 터뜨린다.


“ 연놈? 크크크. 여기서 네가 인간 대접을 받으니, 정말 인간인줄 착각하고 있나 보구나. 내 이번은 그냥 넘어가 줄 터이니 , 이 아이의 음식을 내 방으로 가져 오거라. ”


“ 그렇지요. 연놈 출신인 저희 같은 것들이, 어찌 주인마님과 같이 식사를 하겠습니까. ”


화루가 송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마님의 표정이 심히 일그러진다.


“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


“ 연놈 시장에 묶여있을 때, 저 아일 보았습니다. 저와 같은 연놈 출신 아니옵니까? ”


화루와 사이의 눈이 마주친다. 사이 역시 화루를 알고 있었다. 연놈 시장에 팔려왔을 때, 값싼 동정을 그에게 나눠준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 이 아이가 지금 너 따위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냐!!!! ”


마담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화루가 잔뜩 움츠린다. 하지만 꿋꿋이 말을 이어나가는 화루.


“ 아이를 데려가서 가르치겠습니다. 주인 마님이 만족하실 만한 시종이 될 수 있도록. ”


“ 이 아이는 시종이 아니다! 나의 아들이다. ”


“ 도련님은 따로 있으시잖아요. ”


“ 시끄럽다. 이런 시건방진 년. ”


마담이 화루가 가져온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바닥으로 집어 던진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스테이크 탁자에 놓인 스테이크용 칼을 집어 든다.


“ 내 오늘. 더 이상 깝을치지 못하도록 네 년의 멱을 여기서 끊어 놓아야겠구나. ”


화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이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화루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마담, 화루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인다.


“ 그때는 어떤 마음이셨습니까? ”


그 순간, 마담의 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여인, 어느새 화루의 옆에 서있다.


“ 죄책감은 있으십니까? ”


“ 은회야... ”


조용히 여인의 이름을 부르는 마담, 꿈에서 깨어나듯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을 바라본다.


“ 무엇을 알겠습니까? 이 아이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어찌하여 그 칼로 이 아이를 겨누시는 겁니까? ”


마담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흔든다.


“ 아니다 아니다! ”


“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세요. 상처 입는 건, 저와 주인 마님. 둘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마담은 그날 밤, 광기에 취한 자신을 떠올린다. 임신을 한 몸으로 침대에 묶여있던 자신과, 자신에게 속아 칼을 가져오던 작은 소녀. 죄라고는 자신을 믿은 죄밖에 없던 그 가녀린 시종의 어깨에 칼을 찔러 넣던 자신.


“ 은회야....은회야.... ”


그 모든 장면들이 한편의 흑백영화처럼 마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닭똥 같은 눈물을 서럽게 울던 그 아이,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 은회. 마담의 눈에 그 두 모습이 겹친다. 그리고 눈물이 흐른다.


“ 많이 아팠습니다. 저도. 그리고 당신도. ”


마담이 여인에게 천천히 다가가 어깨를 어루만진다.


“ 은회야. 은회야...” 마담이 칼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리고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다.


“ 내가 미안하다 은회야....내가 잘못했어.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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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냉차집 마담 19.10.18 22 0 9쪽
3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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