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th******* 님의 서재입니다.

풀도핑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퓨전

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5
추천수 :
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25 17:51
조회
8
추천
0
글자
12쪽

7/ 소년의 이야기

DUMMY

한 동안 닫혀있던 냉차집이 문을 열고, 다시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동안 홀을 차지했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 화루야 소풍 좀 다녀올래? ”


“ 소풍이요? ”


화루와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풍경 외곽으로 소풍을 떠났다. 화루는 여인이 말하는 ‘소풍’이 아이들과의 이별을 뜻하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밝게 웃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감사했습니다. ”


거리에서 삶을 배운 아이들이었다. 만남보다 이별이 쉬운 아이들이었기에 이별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더 잘았다. 아이들은 마지막을 직감하고 여인에게 인사했다. 허나 여인은 아이들의 인사를 외면했다.


여인은 오늘 하루 누구보다 바쁘게 일을 했다. 냉차집을 찾은 손님에게 미소를 팔았고, 부족한 식재료를 주문하고, 객실에 부족한 물품을 손수 채워 넣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밀려있는 예약 순서를 정리했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며 장부를 열어 부족한 금액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아무리 일거리를 찾아 헤매도 결국엔 신경이 쓰여서 소풍에서 돌아 온 화루를 불렀다.


“ 아이들은 즐거워하던? ”


열일곱 소녀 화루는 아이들이라는 말에 바로 울컥 하는 모습이었다. 눈물이 가득 고인 화루는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애써 웃었다. 역설적이게도 웃으며 슬프게 울었다.


“ 예. 다들 음식도 맛있게 먹고, 술래잡기도 하고, 낮잠도 자다가. 그렇게 그렇게 보내주었습니다. ”


“ 그래...다행이구나. ”


“ 주인 마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 화루는 눈물을 닦으며 씩씩하게 이어 말한다. “ 이런 세상에서 태어난 이상,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


화루가 나가고 여인은, 자신의 화장대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거울만 쳐다보고 있다. 이런 세상, 이런 세상, 여인은 화루의 말을 거듭해서 생각하다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인은 아이들을 연놈 시장에 내다 팔까하는 고민을 했다. 그 돈으로 며칠 간, 가게 문을 열지 못한 손해를 매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연놈 시장에서 팔려온 아이들이었다. 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누군가 분명 알아보고 의심을 할 게 뻔했다.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 그런 이유보다 그게 더 컸다. 그래서 여인은 무서웠다. 이런 세상에 적응해 가는 자신이.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



3일을 꼬박 잠만 잔 소년이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한 말은 “ 배고프다 ” 였다.


몸이 찢어질 듯 아프고,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 어지러웠지만 그것보다 더 큰 건 주린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였다.


그저 지금 생각나는 건 고기! 고기가 먹고 싶다! 그 뿐이었다.


사실 상단의 마차에 숨어든 날까지 포함하면 4일을 굶은 셈이었다. 정말 이대로라면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다행인건, 눈 뜨자마자 곁에 누군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소년은 시종에게 부탁해 먹을 것을 잔뜩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잠시 후 올라 온 시종의 손에는 호박스프 세 그릇이 전부였다.


“ 고기는 없나요? ”


실망하는 소년의 모습에 시종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더듬 거린다.


“ 저어..그.....그...주인 아기씨께서, 다...당분간 도련님께는 스프만 드리라고 하십니다. ”


소년은 깜짝 놀라 되묻는다.


“ 스프 만요? ”


“ 네네.. 그것도 호박스프만 따로 만들어서. ” 시종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덧붙인다. “ 삼시세끼 꼬박 꼬박. ”


시종 역시도 호박스프가 싫은 듯, 소년에게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낸다.


소년은 절망했다. 이건 너무 큰 형벌이었다. 소년이 가장 싫어하는 게 스프였고, 그 중에서도 특히 싫어하는 게 호박스프였다. 비록 또 혼자서 무모한 짓을 하고, 약에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긴 했지만, 이렇게 몸도 멀쩡...소년은 살짝만 몸을 비틀어도 등 전체가 찢겨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멀쩡하진 않구나.


“ 끄-응 ”


“ 먹여 드릴까요? "


" 아뇨 괜찮아요. “


소년은 시종의 호의를 거절하고 스프가 담긴 그릇을 받아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후루룩- 물마시듯 한 그릇을 비워낸 소년은 다음 그릇, 그 다음 그릇도 빠르게 비워낸다. 이제 어느 정도 허기가 사라지자 소년은 문득 꿈처럼 느껴지는 요 며칠간의 기억을 더듬는다.


“ 마님은 좀 어때요? "


뒤죽박죽 섞여있는 기억 중에 가장 중요한 기억이었다. 소년은 고작 연놈 하나 때문에 망가져 가던 마님이 가장 걱정 되었다.


“ 좋으셔요. 아주 매우, 좋으셔요. ”


아주, 매우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하는 시종. 표정은 어찌 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 다행이에요. ”


소년은 그 표정을 읽어내지 못하고 진심으로 안도한다. 시종은 답답해하며 소년이 비워낸 그릇을 챙긴다.


“ 몸조리나 잘하셔요. 밖에는 절대 돌아다니지 마시구요! 필요한 거 있으면 저를 부르세요. ”


하지만 시종의 당부와는 달리 그날 밤, 소년은 방문을 열고 나간다. 목이 말라서였다. 시종이 방안 탁자 주전자의 물은 가득 채워놓았지만, 아침이 오기 전에 이미 다 마셔버렸다.


아직까지 몸이 온전하지 않아, 어기적어기적 계단 난간을 붙잡고 조심 조심 1층으로 내려 가는 소년, 그런데 그때 마담의 방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사이가 나온다.


“ 몸은 좀 괜찮아? ”


소년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소년의 눈앞에 사이가 서있다.


“ 너는? ”


“ 보다시피 아주 좋아. ”


허름한 옷을 벗고, 고급 비단 내의를 입고 있는 사이, 지저분하던 머리도 깔끔히 정리를 하여, 부잣집 도련님 같다.


“ 근데 왜 거기서 나와? 거기는...”


마님의 방이었다.


“ 마님이 밤에 통 잠을 못 주무시더라고. 이제 막 잠이 드셨어. ”

벽에 붙어있는 촛불 불빛에 비친 사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소년은 애써 그 미소를 무시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 괴물로 변신은 어떻게 하는 거야? ”


“ 시끄러워. ”


“ 위험한 상황이 되면 그렇게 변하는 건가? ”


사이는 소년의 비밀이 궁금한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년은 그 비밀을 말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 내가 널 구했어.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 넌 약속을 어겼어. 왜 혼자서 도망치려 했던 거야? ”


소년은 당시 상황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차에 불을 질러, 기체상태의 프로톤을 최대한 흡입했지만, 직접 몸에 주입하는 것보다 약효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연놈 소년 소녀를 구하는 과정에서 상단 간부가 휘두른 검에 그대로 등을 베이고 말았다.


“ 괴물이 되어도 기억은 하는 모양이구나? ”


사이 역시 피를 뚝뚝 흘리던 소년의 두 눈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놈 소년 소녀들을 버려둔 채 혼자서 도망가려 하고 있었을 때, 자신을 향해 맹열히 달려오던 괴수의 모습을 사이는 잊을 수가 없었다.


“ 그런데 어차피 내가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와도 결과는 같던 걸? 지금 봐 아이들은 결국 또 다시 버림받았잖아. ”


“ 목숨은 건졌잖아. ”


“ 거리에서 떠돌아 본 적 있어? ”


“ ......... ”


“ 죽여 달라고 빌어 본적은 있어? ”


사이는 복도에 난 창문을 열고 밖으로 손을 내민다.


“ 날이 많이 차네. 밖은 많이 춥겠다? 그치? ”


창문을 닫고 다시 마님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이. 알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 오늘은 내 방에서 자. 날이 밝는 대로 네 방을 만들어 달라고 할테니. ”


다급히 계단을 올라, 사이를 붙잡는 소년.


“ 내가 경고했었지? 아무것도 없는 아이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지 말라고. ”


무표정한 사이, 문을 열고 마담의 방으로 들어간다.


-



소년의 몸은 이제 어느 정도 회복하여 , 하루 일과를 소화하기에 이르렀다.


“ 모두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합시다. ”


여인이 식당 홀에서 하루 일과에 대한 지시를 마치자, 모두들 각자의 배정받은 일을 하기 위해 흩어진다.


소년은 오늘 용병단과 할 일이 있었기에 용병단원을 따라 나선다.


여인은 냉차집을 떠나는 소년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 형, 형이 화루 누나랑 같이 소풍 갔다고 했나? "


냉차집 문을 나서면서 소년은 용병단 막내 살주에게 물었다.


살주는 갓 스무 살이 된 용병으로 며칠 전, 여인의 명에 의해 연놈 소년소녀들과 함께 소풍을 떠난 용병단원 중 하나였다.


“ 얼마 전에 간 거? "


" 응. “


“ 내가 갔지. 그때, 화루가 너무 울어서, 달래주느라 혼났어. ”


살주는 그때, 울던 화루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는다.


“ 그 아이들 지금 쯤 어떻게 됐을까? ”


“ 왜? ” 소년이 묻자 살주는 단번에 의심하는 표정을 짓는다. “ 너 또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 거면. 당장 그만 둬. ”


“ 내가 뭘 하겠어. ”


소년은 아직도 붕대를 두르고 있는 자신의 등을 보여준다.


“ 넌 어쩌다 말에서 떨어져서 등이 찢어지냐. ”


“ 그러게... ”


“ 안 되겠어. 너 나한테 검술이랑 말 타는 법 좀 배워야 되겠어. 이 험난한 세상에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되지 않겠어? ”


“ 어?....어....그렇지. ”


소년은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린다. 말 타는 법은 배워야 했지만, 검술은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 말 한 김에 오늘부터 승마연습을 하자. 우선 작은 마님께서 주문하신 물건들부터 받아오고. ”


마차를 동반한 용병단원들은 2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인이 주문 한 물건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보통 2구역에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생필품이었기에 꽤나 수량이 많았다.


용병단의 단장 쿠시의 인솔 하에 2구역을 돌기 시작했다. 여인이 미리 지정해둔 각종 채소와 과일, 그리고 빵과 고기를 마차 가득 실은 용병단은 마지막으로 약방으로 향했다. 3구역의 약방과는 달리, 정말 치료 목적의 약만 취급하는 약방이었다.


쿠시는 구매할 물건들이 적혀있는 쪽지를 열어 마지막으로 사야 할 물건을 확인했다.


“ 이걸, 다 가져오라는 말인가? ”


약방 앞에 잔뜩 쌓여있는 약품들, 용병단 일동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용병단은 한참동안 마차 안으로 약을 차곡 차곡 싣고 있다.


“ 작은 아기씨는 이 많은 약품들을 다 어찌 처리하실 모양이지? ”


용병단이 마차를 몰고 3구역으로 돌아가는 길, 2구역에서 잠시 소란이 일어난다.


“ 민악이 없으니, 이제 별 잡놈들이 설쳐대는구먼. ”


소년은 자신의 용병단에게 하는 소리인줄 알고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상인들은 반대편 골목을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고 있다. 반대편 골목엔 거뭇거뭇한 형체로 보이는 용병단 무리가 주변 상인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 무슨 일입니까? "


“ 저 잡놈들 말입니다. 오늘만 두 번째입니다. 오전에는 술지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돈을 가져가고, 지금은 콰치라는 놈들이 구역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걷어가고 있지 뭡니까. ”


민악이 사라지자 구역을 통괄하는 용병단이 사라졌고, 저마다 야망을 가지고 구역의 지배하려 들고 있었다.


‘ 조만간 큰 폭풍이 닥칠지도 모르겠군. ’


소년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풀도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8/ 그 기억 19.10.27 18 0 12쪽
» 7/ 소년의 이야기 19.10.25 9 0 12쪽
8 6/ 운명의 끈 19.10.23 15 0 12쪽
7 5-3/ 연놈소년 19.10.22 10 0 16쪽
6 5-2/ 연놈소년 19.10.22 14 0 14쪽
5 5/ 연놈소년 19.10.21 15 0 11쪽
4 4/ 냉차집 마담 19.10.18 22 0 9쪽
3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5 1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