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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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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60

작성
19.10.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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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운명의 끈

DUMMY

그 날은 연중무휴 냉차집이 처음으로 문을 닫은 날이었다. 기존에 머물고 있던 투숙객들은 큰 보상금을 받고 떠났고, 냉차집을 찾은 손님들은 ‘금일 휴업’ 이라는 네 글자를 마주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남은 식당은 아이들이 차지했다. 꼬질꼬질 때가 뭍은 스물 아홉 명의 연놈 아이들. 아이들은 네명씩 옹기종기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넋이 나간듯한 표정이었다.


냉차집 시종들은 아이들의 테이블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구운 닭요리와 감자로 만든 스프와 마늘빵 등 갖가지 음식들을 채우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꿀꺽 꿀꺽 침을 삼키며 음식을 바라본다. 준비된 모든 음식이 나왔음에도 아이들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구경만 하고 있다.


“ 네가 가봐. ”


“ 내가 왜? 주방 대표는 너 잖아. ”


“ 쟤들 꼴 좀 봐. 근처에도 가기 싫어. ”


“ 나도 싫어! 주인 아기씨는 왜 연놈들을 가게에 들여서. ”


시종들은 연놈들의 근처에도 가기 싫어했다. 아이들이 무슨 질병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혐오했고, 기피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음식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 준비 된 음식이 많으니,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먹으렴. 얘들아. ”


결국 시종들을 대표해서 나온 것은 화루였다. 화루는 연놈 아이들에 대한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 역시 연놈 출신이었으니까 오히려 아이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 컸다.


화루의 말에도 눈치만 보는 연놈 소년 소녀들. 화루는 아이들의 접시에 구운 닭을 잘게 나눠 덜어주었다. 그때까지도 눈치만 보던 아이들은 한 아이가 닭다리를 집어 들어 뜯기 시작하는 순간, 서로 경쟁을 하듯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게걸스럽게 음식음 먹어치우는 아이들 , 서로 경쟁하며 음식을 집어먹느라,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리기도 한다.


식당 부엌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시종들은 놀란 모습이었지만, 화루는 오히려 침착했다. 화루는 깨진 접시를 치우고, 혹여 아이들이 체할 세라 테이블 마다, 물을 한 가득씩 채워주며 ‘천천히 먹으라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 시각 , 2층 소년의 방.



“ 아이고, 이런.... ”


의원은 고개를 저었다. 작고 여린 등을 크게 가로지른 상처, 침대가 피로 흠뻑 물든 것으로 보아, 이미 상당수의 피를 쏟아 낸듯했다. 상처를 봉합한다고 해도 살 수 있을 거란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수술 중에 흘리게 피를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수술을 하지 않고 편하게 보내주는 게 소년에게 더 나을 것 같았다.


“ 아무래도 마음에 준비를 하심이 옳아 보입니다. ”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의원의 말에 심히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여인, 여인은 멍한 눈으로 아이의 상처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 흉이 많이 남겠지요? ”


여인은 자신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표정을 찡그린다.


“ 아니, 그게 아니라. "


의원은 황당해하며. 말을 더듬는다. 목숨을 책임질 수 없는 마당에 흉이 남을 걱정이라니. 말이 안됐다.


“ 살려달라는 의미가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시고 예쁘게 상처나 꿰매어 주시지요. 저는 차를 내어 올 테니. ”


여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방에서 나간다. 복도에 홀로 선 여인.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아 벽을 집고 선다. 겨우겨우 호흡을 고르는 여인, 입술을 꽉 깨문다. 입술에서 피가

세어 나올 정도로 꽉 깨문다.


“ 아기씨 괜찮으시어요? ”


그때, 마담의 방에서 나오는 시종하나, 벽을 집고 서있는 여인을 보고 묻는다. 여인 재빠르게 표정을 바꿔 웃는다.


“ 그럼, 괜찮구 말구. 도련님은 곧 일어나실 거야. 너는 어딜 가니? ”


“ 저어..... ”


시종, 등 뒤로 무언가 감춘다. 여인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다.


“ 주인 마님이 무얼 시키시던? ”


“ 그게 아니라, 저는 그저어... 마님의 방에... ”


“ 아무것도 아니면 그냥 가보렴. ” 여인 가던 길을 가려는 듯 걸음을 뗀다.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서 시종을 보더니 “ 허나 나에게 숨기는 게 있다면 너는 이곳을 떠나야 할 거야. ” 라고 말한다.


시종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여인에게 용서를 구한다. 엎드려 절을 하는 시종의 손에는 마님의 속옷이 들려 있다.


“ 마님이 그 아이와 함께 씻으시겠다고 속옷을 가져오라고 하셔서. 저는 안 된다고 했는데. 가져오지 않으면 마님께서 매질을 한다고 하셔서, 너무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이 담겨있는 나무 욕조, ‘사이’는 욕조에 안에서 발가벗은 채로 서있다.


“ 하아- 따뜻해서 너무 좋아요. 모든 걱정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인 걸요? ”


그 앞 나무 의자에 앉아 있는 마담, 바가지에 물을 담아 사이의 몸에 조심스럽게 뿌려 준다.


“ 내가 매일 매일 너를 씻겨주마. ”


“ 네. 매일 매일 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


“ 그러겠다고 약속하마. ”


물에 젖은 사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마담, 그러는 동안에도 사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이의 젖은 머리를 넘기던 마담의 손이 사이의 이마로 향한다. 그리고 부드럽게 내려와 눈썹을 어루만지고, 그 다음 유연히 이어진 콧날을 훑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닿아 멈춘다.


“ 이름이 무엇이냐? ”


“ 사이이옵니다. ”


“ 슬픈 이름이구나. ”


사이의 몸에 물을 끼얹는 마담, 따뜻한 물이 사이의 몸을 훑고 내려가고 사이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 주인 마님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 내 이름? 그래 내게도 이름이 있었구나.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잊고 살았구나. ”


“ 제가 불러 드리겠습니다. 무엇입니까? ”


“ 다주. ”


“ 다-주- ” 사이가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럽게 따라하자 , 마담의 눈에 눈물이 점점 고이기 시작하더니 “ 예쁜 이름입니다. ” 라고 사이가 말하자 마담의 눈에서 눈물이 또로록 떨어진다.


마담이 물기가 가득한 사이를 껴안자, 마담이 입고 있는 하얀 저고리가 젖어 속이 비쳐 보인다. 사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 주인 마님 옷이 젖습니다. ”


“ 주인 마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멀어 질 것 같구나. 어머니라고 불러다오. ”


“ 네 어머니. ”


마담이 저고리를 벗고, 나무욕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끼익- 나무로 된 목욕탕 문이 열리더니, 여인이 걸어 들어왔다. 여인의 손에 마담의 속옷이 들려있다.


“ 그쯤 해두시지요. ” 여인이 물기 가득한 욕실 바닥을 맨발로 걸어와 욕조에 담긴 물을 확인한다. “ 함께 씻기엔 물이 많이 더럽네요. ”


욕조 안에는 사이가 거리에서 묻혀온 온갖 때들이 가득했다.


여인은 마담의 어깨에 수건을 둘러주며 물을 새로 받아주겠다고 말했고 마담은 어쩔 수 없이 시종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나갔다.


사이는 마담이 밖으로 나가자, 욕조 안으로 몸을 푹 담그고 반신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 결국엔 저를 다시 찾으셨네요? ”


여인은 대답대신, 나무욕조 배수구를 열어 욕조에 담긴 물을 밖으로 빼낸다.


“ 이제 제가 죽을 차례인가요? "


꼬륵꼬륵꼬륵...빠른 속도로 빠져 나가는 물 여인은 아무 말이 없고, 사이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 당신 손에? 아니면 그 괴물 손에? ”


사이는 깔깔 웃는다. 어느덧 욕조에 남은 물이 하나도 없고 여인은 수도꼭지에서 물을 틀어 다시 욕조 안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다.


“ 재밌니? ”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침착한 여인, 분칠을 전혀 하지 않은 청초함이 그녀를 더 차갑게 보이게 만들었다.


“ 누구 손에 죽고 싶어? "


콸콸콸- 수도꼭지에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려면 부엌에서 따로 물을 끓여 와야 했음에도 여인은 차가운 물을 그대로 욕조에 받고 있었다.


사이는 찬물이 차오르던 말던 상관없이 욕조에 그대로 앉아 여인을 쳐다보고 있다. 여인 역시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사이를 노려본다. 감정을 잘 감추는 여인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노골적으로 사이에게 증오를 표하고 있다.


“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아니? ” 여인은 물이 차오르는 걸 가만히 보고 있다. “ 물이 점점 차올라 네가 잠길 만큼 차오르면, 네 머리를 이 욕조 속에 쳐 박고 고통에 신음하는 너를 지켜보는 상상. ”


“ 왜 그렇게 나를 미워해요? ” 사이는 욕조 속에 그대로 드러눕는다. 사이의 머리가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뽀글뽀글 거품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욕조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사이. 입을 연다. “ 내가 필요해서 찾은 건 오히려 당신들이잖아요. ”


“ 착각하지 마. 넌 그저 인형이야. 흥미가 떨어지면 다시 길가에 버려 질 인형. ”


-


2층 복도. 쟁반에 홍차를 담아 소년의 방으로 돌아오던 여인, 소년의 방 문 앞에 서있는 마담을 마주한다. 마담의 흰 저고리에서 마르지 않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 윤이가 많이 다쳤습니다. ”


“ ....... ”


“ 들어가서 한번 살펴보시지요. ”


“ 이번에는 죽을 것 같더냐? ”


여인은 침묵한다. 이번에는....이번에는... 마담은 소년이 꼭 죽길 바라는 사람의 말투였다. 여인은 애써 웃으며 말을 잇는다.


“ 그리 쉽게 떠날 아이가 아니지요. ”


“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나 보구나. ”


그때... 여인은 떠올린다. 소년이 지금보다 더 어리고 어렸을 때, 마담은 소년을 죽이려 했다.


파란 달이 뜬 깊은 새벽 밤, 침대 위에 자고 있던 소년의 위로 올라탄 마담. 배게를 자신의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린다. 베게로 소년의 얼굴을 덮을 생각이었지만, 마담은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소년은 놀란 눈으로 마담을 올려다 본다. 마담의 눈물이 소년의 얼굴로 뚝뚝, 떨어진다.


“ 덕분에, 모두가 불행해 졌구나. ”


마담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여인은 마담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다. 여인은 소년의 방으로 들어간다.


" 일단 지시하신대로 상처를 봉합하긴 했으나 , 여전히 위중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


의원이 소년의 등을 꿰매고 돌아가자, 여인이 혼자서 소년의 방을 지킨다.


굵은 실밥 자국이 선명한 소년의 등, 여인은 깨끗하게 삶은 흰 천으로 소년의 등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고 있다.


소년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쌔액 쌔액- 숨을 쉬고 있다. 숨을 내쉬고 들이쉴 때 마다 소년의 등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 악을 쓰고 겁을 주어도 안 되면 , 내가 뭘 어떻게 하여야 하니? ”


여인이 핏물이 잔뜩 배인 천을 따뜻한 물이 담긴 양동이에 담는다. 그리고 새 천을 꺼내어 다시 피가 세어 나오는 등을 지혈한다.


“ 으으으- ”


자그맣게 들리는 소년의 신음, 여인은 흰 천에 마약성 진통제인 실론을 뿌려 소년의 등에 바르기 시작한다.


“ 어머니... ” 소년은 악몽을 꾸는 중인지, 작게 몸부림치며 중얼거린다. “ 엄마...엄마.. ” 소년의 손이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것처럼 꼬옥 말린다. “ 잘못했어요. 엄마. ”


여인은 꽉 말려 주먹을 쥐고 있는 소년의 손을 잡아 다시 펴준다. 10살짜리의 아이의 손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상처투성이 손, 여인은 소년의 손을 꼭 잡아준다


" 네 작은 손으로는 풀기 힘들만큼 엉키고 엉킨 운명의 끈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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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8/ 그 기억 19.10.27 18 0 12쪽
9 7/ 소년의 이야기 19.10.25 9 0 12쪽
» 6/ 운명의 끈 19.10.23 16 0 12쪽
7 5-3/ 연놈소년 19.10.22 10 0 16쪽
6 5-2/ 연놈소년 19.10.22 14 0 14쪽
5 5/ 연놈소년 19.10.21 16 0 11쪽
4 4/ 냉차집 마담 19.10.18 23 0 9쪽
3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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