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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6
추천수 :
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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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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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 냉차집 마담

DUMMY

동이 트며 보랏빛 하늘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2구역의 상인들은 아침 손님들을 맞이 하기 위해 분주히 상점의 문을 열고, 판매 할 물건들을 진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분주한 2구역을 가로질러 걷는 여인과 소년.


소년은 여인의 등에 업혀있다. 소년은 핏 투성이 옷을 갈아 입고 말끔해진 몰골이었지만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은 감출 수 없다.


소년을 등에 업은 여인은 한참을 말없이 걷는다. 그리고 그 뒤를 호위하듯 용병단원들이 따라 걷고 있다. 2구역 아침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걷던 여인은 결국 동이 터오르기 전에 2구역 말미에 다다른다. 여인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여인은 고깃간 남자의 말을 떠올린다.


“ 괴물 같지만, 상처를 입는다오. ”


여인이 얼굴을 찡그리자, 뒤따르던 용병단원중 하나가 황급히 달려온다.


“ 제가 업겠습니다. 주인아기씨. ”


여인이 힘들어서 표정을 찡그린 것이라고 생각한 용병단원은 재빨리 다가와 소년을 받아들 채비를 하였다. 사실 2구역에서부터 용병단원은 줄곧 여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비록 작은 소년이라고 해도 여인이 업고 걷기엔 부담이 있는 거리였다.


“ 괜찮아요. ”


황급히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여인, 허나 얼굴에 여전히 감출 수 없는 불편함이 남아있다.


떠나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 3구역으로 들어가는 여인, 황금빛 천막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3구역과 2구역이 나뉘는 길목, 2구역과 3구역은 마치 다른 세상인양, 공기의 흐림 빛은 생김새 마저 확연히 차이가 있다. 2구역이 생생한 현실의 느낌이라면 3구역은 어쩐지 꿈에 젖어있는 몽롱한 상태였다.


밖에는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지만 금빛 천막이 드리운 3구역은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새빨간 전등이 온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냉차집 근처에 도착하자, 여인을 알아본 주변 상인들이 머리를 숙여 인사한다. 여인도 고개를 숙여 목례로 답한다. 야시장은 그 목적에 맞게 밤과 새벽사이가 가장 활발했다. 동이 터오르고 있는 지금, 야시장은 그 열기를 죽이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용병단원 하나가 여인에게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 주인아기씨, 주인 마님이...”


다급하게 말했다.


여인은 황급히 달려가려다 등에 업은 소년을 옆에 있는 용병단원 남자에게 넘기고 다시 황급히 걸음을 옮긴다.


-


3구역 가운데에서도 유난히 붉은 빛은 내뿜고 있는 건물, 냉차집이다. 지금 냉차집 앞에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 네 놈들이구나! 네 놈들이었어. 내가 모은 약을 몰래 몰래 가져가는 잡놈들이!! ”


이른 아침부터 봉변을 당한 상단의 우두머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글생글 웃고 있던 사람이 갑작스레 저리 증오에 가득 찬 얼굴로 고함을 지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만도 했다.


“ 마담 왜 이러시오! 내 어제, 값은 다 지불했잖소! ”


“ 주인 마님, 이러시면 아니되어요. 정신 차리세요. ”


'냉차집 마담' 그리고 '주인마님'으로 불리 우는 여인을 말리는 시종들, 양쪽에서 한쪽 팔을 붙잡고 억지로 말려보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인은 길길이 날뛴다.


“ 퉤!! 이놈!!!! ”


마담은 퉤 하고 상단 우두머리 남자에게 침을 뱉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마담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걸쭉한 침은 우두머리 남자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잔뜩 표정을 찡그린 우두머리, 금방이라도 얼굴이 폭발할듯 울그락 불그락하다.



“ 너도 날 우습게 보는구나. 약에 취해있다고 만만하게 보는 거지? ”


“ 미친년. 네 년 소문은 익히 들었다만, 진짜 이 정도일 줄이야. 네 년이 네 스스로 숨통을 끊는구나. ”


상단 우두머리가 가슴팍에서 서슬퍼런 단도를 꺼내어 마담의 목에 겨누었다. 마담은 칼끝이 목에 닿았음에도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이까짓 장난으로... ”


그러다 손으로 칼날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손이 베어 피가 흐르자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다.


“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


냉차집 작은 마님으로 불리는 여자였다. 상단 우두머리는 당황한 것도 잠시 드디어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 왔음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 잘 왔소. 이..이...이...미친여자가.. ”


사뿐 사뿐 가볍게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리따운 여인, 우두머리의 고개가 여인을 따라 움직인다.


“ 괜찮으세요? "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상단 우두머리를 쳐다보는 아리따운 여인, 애처로운 표정이 비에 젖은 강아지 같다.


“ 괘...괘..괜찮소. ”


더듬더듬 대답하는 우두머리 하지만 아리따운 여인의 얼굴을 그를 향해 있지 않다. 마담이라 불리는 미친 여자의 손을 손수건으로 감싸주고 있는 여인.


“ 저 자가 날 베었다. 은회야. 너무 아프구나. 너무 아파 ”


“ 어째서 밖에 나와 계셔요. 들어가세요. ”


“ 저 몬땐놈이 우리의 약을 훔쳐간다. 막아야 한다. 은회야. ”


" 그런게 아니에요. "


여인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마담의 분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결국 여인은 옆에 서있는 시종을 부른다.


“ 주인마님 좀 모시고 들어 가줄래? ”


여인이 가볍게 웃으며 시종에게 부탁하자 시종 둘이 쪼르르 달려와서 마담의 어깨에 담요를 둘러준 뒤 냉차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워 많이 놀라신 모양입니다? ”


주변 가득 모여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활짝 웃는 여인, 그러다 갑작스럽게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 무슨 재미난 구경이 났다고, 주인 마님을 해하려는 자를 그냥 지켜만 보고 계셨단 말입니까!!! "


가녀린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여인, 주변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검은 도복을 입은 용병단원들 여인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 다시 소리치는 여인.


“ 말했잖아요!! 주인마님 몸에 손끝하나라도 대는 자는 그 누가 됐든 죽여도 괜찮다고!! ”


“ 허나...... ”


용병단원 중 한 남자가 상단 우두머리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린다. 그러자, 우두머리가 다시금 분노를 표하며 여인에게 다가선다.


“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내 얼굴에 이건 안 보이는 거요?”


우두머리 남자는 여인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에 뭍어있는 미친 여자의 침을 보여주며 노발대발 하였다.


“ 어머! 잠시, " 여인이 난처하다는 듯, 우두머리에게 다가가 피가 뭍은 손수건으로 볼에 침을 닦아준다. 우두머리 남자는 여인에게 완전 홀린 눈이 된다. 그런데 침을 닦아냈음에도 얼굴이 여전히 찝찝하다. 여인의 손수건에 묻은 피 때문이다. 여인의 손수건에 있던 피가 얼굴에 묻어, 이번엔 피범벅이 된 우두머리 남자의 뺨, 우두 머리 남자는 완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여인은 가만히 우두머리 남자의 손에 들린 칼을 본다.


“ 무기는 지하창고에 맡겨두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


여인이 우두머리 남자의 손을 잡더니 슬며시 칼을 빼앗아 든다. 그러면서 칼에 묻은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남자의 가슴을 천천히 겨냥한다.


“ 뭐하는 짓이오! ”


주변 상단 단원들이 각자 품에 숨기고 있던 무기들을 꺼내어 여인을 둘러싼다. 그리고 그런 상단원들을 다시 둘러싼, 냉차집에 고용된 용병들, 누군가 먼저 움직임을 보인다면 바로 전투가 일어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 우리와 등을 돌리고도 냉차집이 풍경에서 버텨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오? ”


“ 그럼요. 안될게 뭐가 있나요? ”


여인은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우두머리 남자는 그런 여인의 모습이 가소로웠다. 풍경엔 냉차집 보다, 묵기 좋은 객관이 많았고, 마약을 구할 만한 상점도 많았다. 특히 며칠전 민악 용병단에서 냉차집에서 파는 것과 같은 품질의 약을 많이 구해두었으니, 꼭 한번 들리라는 기별을 받은 터였다.


“ 그럼 어제의 거래는 없던 일로 합시다. 민악 용병단 측에서도 쌓아둔 약이 좀 남아있는 모양이니, 내 거기로 가는게 백번 나은 선택일 듯 하오. 그래도 괜찮겠소? ”


“ 좋을 대로 하세요. 민악은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까. ”


" 그게 무슨 말이요? "


" 민악이 죽었다고요. "


여인은 민악의 죽음을 전하며 방긋 웃는다.


그때, 저벅저벅


놀란 눈이 된 우두머리 옆으로 조그마한 소년이 하품을 하며 지나간다. 졸린 건지 지친건지 알 수 없는 시퍼런 혈색의 얼굴의 소년은 여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냉차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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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냉차집 마담 19.10.18 23 0 9쪽
3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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