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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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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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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민악의 죽음

DUMMY

곳곳에 진동하는 술냄새, 역하게 코를 찌르는 토사물 냄새, 밤사이 거리 이곳저곳에 켜켜이 스며든 알싸한 금지된 약물의 냄새까지. 풍경 제 3구역은 시장은 간밤의 악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풍경 제 3구역 시장은 풍경 내의 암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 1구역 2구역은 단순한 소매상들이 금지된 물건들을 사고 팔았다면, 3구역부터는 규모가 큰 상단집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상단 집단들은 깊은 밤이면, 다른 지역으로 암거래 품목들을 배달하기도 했지만 역으로 물건을 받으러 온 외지인에게 접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제 밤에도 '소한'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영주의 대리인들이 물건을 수령하려 와서, 술과 여인과 온갖 약을 흡입하며 쾌락의 밤을 보낸 뒤였다.


쾌락의 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제 3구역 붉은 등이 켜진 거리의 [냉차집] 이었다.


[냉차집] 에선 그들이 원하는 모든게 있었다.


술, 마약-


그리고 아리따운 여인.


스르르 냉차집 문이 열리고, 아리따운 여인이 걸어나온다.


붉은 바탕에 금박으로 된 꽃이 곳곳에 박힌 두루마기를 걸친 여인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여인의 입술을 새 빨갛다. 마치 피가 뚝뚝 떨어질 것처럼 투명하면서도 붉다.


" 주인 아기씨! "


여인이 문을 열고 나오자, 멀리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여인을 향해 달려오더니, 각자의 무기를 풀어 바닥에 내려 놓고, 고개를 조아렸다.


무기를 땅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는 행위는 주로 용병들이 주인에게 예를 표하는 방식이었다.


" 날이 찬데, 미안해요. 1구역 시장까지만 동행 해주세요. "


여인의 붉은 입술이 빙긋 휘어지더니 매혹적으로 웃는다.


검은 옷을 입은 용병들이 앞서서 걷자, 여인은 따라서 걸었다.


여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허나, 밤하늘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고급스러운 황금색 천막이 시야 전체를 가리고 있다.


3구역 시장은 황금색 천막에 둘러 싸여있다. 황금색 천막은 3구역의 부를 상징함과 동시에 빛을 가려 은밀함을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여인은 이 천막 아래에서 딱히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가끔 이렇게 거리를 무의식 적으로 하늘을 올려다 볼때, 알수없는 공허함을 느끼곤 했다.


" 저어.. 동이 트려면 몇 시간 정도 남았을까요? "


" 두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


" 얼마 안 남았네요. "


" 상단 방문객들이 눈뜨면 주인 아기씨부터 찾을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


" 저는 '냉차집' 의 주인이 아닌걸요? "


" 그렇지만, 주인마님 혼자서는 아무것도.... "


여인이 생글 생글 웃으며 말하자 용병단원 남자는 당혹스럽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 주인 마님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고 계시군요. "


" 아..아닙니다. 누구 덕분에 제가 이렇게 먹고 사는데... "


용병 단원 남자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자 여인은 재미있다는 듯, 입을 가리고 꺄르르 웃었다. 한참을 소녀처럼 깔깔 대던 여인이, 돌연 웃음을 멈추더니, 무릎을 꿇고 있는 용병단원 곁으로 총총총 다가와 덥썩 손을 잡았다.


용병단원 남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여인이 긴 속눈썹을 팔랑 팔랑 거리며 눈을 크게 감았다 떴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리따워 용병단 남자는 잠시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더욱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여인의 아리따운 얼굴이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 오는 것이었다.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잠시후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있잖아요. 나중에 제가 그 미친여자 좀 죽여달라고 하면 죽여줄래요? "


" 주..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런 말씀은... "


" 농담이에요. "


여인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용병단 남자가 겁에질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여인이 저만치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늦게 용병단 단원들은 여인을 쫒아 뛰기 시작했다.


3구역의 끝, 금빛 천막이 걷히는 곳에 도착하자, 여인은 드디어 밤하늘을 올려다 볼수 있었다.


별은 여전히 예뻤고 반짝거렸다. 밤하늘을 보며 여인은 희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여인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으나, 그리 오래 하늘을 올려다 보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 미소를 거둬들이고, 다시 어두운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2구역의 진입로에 접어들자 마자, 익숙한 탁주 냄새가 맡을 수 있었다. 여인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술들이었다.


2구역 초입에는 주로 3구역으로 공급되는 물건들은 생산하는 가게가 널려있었다.


첫번째가 술, 그리고 이어진 골목에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 골목이 마약이었다.


여인이 탁주 거리로 진입하자, 사람들이 한 가게 앞에 우루루 몰려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 모가지만 딱 떨어져 나가 있었당게. 범한티 물린 것처럼"


" 에이..범이면 뼈만 남겨두고 홀라당 다 먹어치웠을 것인디. 너무 놀라서 잘못본게 아니여? "


" 아니여 내 두눈으로 똑똑히 봤대니까. 모가지에 살점만 이렇게 콱! 뜯겨져 나가고 나머지는 싹다 말짱했어."


" 귀신이 곡할노릇이네. 고놈들 우리 피빨아먹고 살더니 벌을 받은 것이여. "


" 잘된 거시지 잘되었시. "


북적거리는 시장통, 여인이 조심스럽게 상인들 곁으로 다가가자 고급스러운 두루마기를 한 여인을 유심히 보던 상인들이 그제야 여인을 알아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 냉차집 작은 마담께서 여긴 어인 일로. "


" 무슨 얘기들 하고 계셨나요? "


" 아니, 간밤에 민악 패거리가 쑥대밭이 되었다는구먼유. "


" 민악이 죽었나요? "


" 민악 뿐이겠어요. 그 근방에 살아남은 놈들은 하나도 없답니다. "


주홍 색 상점 불빛 아래 비친 여인의 얼굴은 유난히 희고 밝았다. 그래서 더욱더 붉은 입술이 도드라져 보였다. 여인의 도드라지는 붉은 입술이 움찔 움찔하더니.


" 잘 됐네요. " 하고 아이처럼 빙그레 웃었다.


" 밀린 약값은 다 받았으셨소? 꽤 많은 걸로 아는데. "


" 아마도요? 근데 못 받아도 괜찮아요. 이미 죽어버린 걸 어떻게 하겠어요. 저승가는 길 노잣돈으로 쓰라고 하죠 뭐. "


여인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등뒤로 쑥덕거리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남았다.


" 젊어보이는데, 저 여인이 3구역 냉차집 주인이오? "


" 주인은 따로 있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여주인 완전히 미쳐버렸다는데, 저 젊은 여자가 냉차집을 뺏으려고 약을 먹였다고 하더군. "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얼굴에 남아있던 웃음이 어느새 싹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2구역 막바지였다. 여인은 1구역과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어두워져감을 느꼈다. 주변의 상점들도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고, 눈앞의 제 1구역 상점들은 전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폐건물로 가득했다.


사실, 그마저도 너무 깜깜해서 파악이 잘되지 않았다. 여인은 꼴깍 침을 삼켰다.


" 여기서 부턴, 혼자 갈게요. 주변을 밝힐 걸 구해주실 수 있나요? "


여인을 따르던 용병단원들은 그녀의 앞길을 막고 안 된다고 했지만, 여인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용병단원들은 여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용병단원 중 하나가 주변의 상점에서 횃불을 구해오자, 여인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제 1구역으로 들어갔다.


1구역의 거리는 다듬어지지 않은 울툴불퉁한 흙길이었다. 여인은 굽이 낮은 신발을 심고 있었음에도 커다란 불편함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제 1구역 시장으로 진입하자, 거리에 드문드문 누워 잠을 자고 있은 걸인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인은 1구역에서 풍기는 악취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3구역에서 풍기는 악취와는 다른 종류의 향기였다.


가난이 만들어낸 인간 그 자체의 냄새, 여인은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 앞에 꺾이는 골목이 보였다.


저 골목을 돌면 여인이 찾고 있는 다 쓰러져 가는 낡은 고깃간이 나올 것이다.


여인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흙탕물을 피해 조심 조심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조금 걷자, 물기가 마른 평탄한 흙길이 나왔다. 흙길로 접어 들고나서야 여인은 그제야 횃불을 들어올려 주변을 살폈다.


대부분이 텅빈 공터였거나, 건물이 있다고 해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허름한 나무집이었다.


그 사이에 유일하게 빛을 밝히고 있는 허름한 판잣집하나. 여인이 찾는 고깃간이었다.


여인은 고깃간으로 가까이 다가 갈수록 진동하는 피 비릿내를 느끼고 두루마기 안에서 예쁜 꽃자수가 박힌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는다.


여인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자 뻑뻑한 나무문이 삐그덕-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열린다.


문을 연 여인을 마주하는 큼직큼직한 고깃덩어리 , 고기에서 좀처럼 붉은 기는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이 허연 비계 덩어리였다.


여인은 바닥가득 고인 핏물을 보더니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바닥엔 하얀 구더기와 죽은 파리들이 마치 바둑판에 올려둔 바둑돌처럼 조화롭게 섞여있다.


“ 안녕하세요. ”


여인은 커다란 나무 도마 앞에 서 있는 털복숭이 남자에게 인사한다. 남자는 외모만으로 좀처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남자였다. 눈동자는 생기는 넘쳤으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인 주름과 상처로 가득했다.


어여쁜 여인 자신에게 인사하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남자는 본 척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칼을 집어 들었다. 날은 무뎌보였지만, 꽤나 무거워 보이는 칼이었다.


캉- 캉- 캉- 도마를 내려치는 칼, 도마에 놓인 하얀 비계 덩어리들이 짓이겨지며 잘린다.


“ 안에 있나요? ”


“ 피를 많이 흘렸소. ”


“ 또 신세를 졌네요. ”


여인의 특유의 눈웃음을 한가득 지어보였다.


쾅!


“ 괴물 같지만. ”


난데 없이 털복숭이 남자가 칼을 도마에 힘껏 꽂으며 이어 말한다.


“ 상처는 입는다오. 그 아이도. ”


여인의 표정이 굳는다. 여인은 남자의 등 뒤를 차갑게 지나간다. 그리고 고깃간 뒤쪽에 연결된 축사로 들어간다.


짚단이 가득 깔린 축사에 대자로 드러 누워있는 소년, 소년 주위 짚단엔 마른 피가 이리저리 엉겨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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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냉차집 마담 19.10.18 22 0 9쪽
»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3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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