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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15 18:18
조회
64
추천
1
글자
5쪽

1/ 슬픈 이야기.

DUMMY

중독된 부모에게서 중독을 물려받은


태생부터 저주 받은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평생을 강해지길 바라던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늘 불행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을 각자의 행복을 위해 약을 했다. 용병이었던 남자는 신체능력을 극한으로 끓어올리는 프로톤을, 음울한 점성술사였던 여인은 그저 불행한 하루를 버티기 위해 중추신경 흥분제인 비콜(일종의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


극한까지 신체능력을 끌어올린 남성와 모든 쾌락을 경험할 준비가 된 여성의 밤은 뜨거웠다. 남녀간의 관계가 아니었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짐승의 영역이었다.


두 사람은 종말에서 겨우 살아남은 두마리의 짐승처럼 서로를 끌어안았다. 쾌락을 위해 서로에게 상처입히는 것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마치 서로에게 중독된 것처럼 몇번이고 몇번이고, 날이새도록 관계를 맺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후회와 몰려오는 신체적 고통에 몸부림쳤다.


여인은 뒤늦게야 임신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졌다. 약에 취한 하룻밤의 실수가 만들어 낸 아이었다. 아이는 두 사람에게 재앙이자, 불행의 씨앗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인에게 당장 약을 끊을 것을 강요했고, 여인은 그러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번번히 암시장에서 비콜을 찾다가 용병단 수장인 남자에게 걸려 집으로 끌려오기도 했으며 사기꾼에게 당해 큰돈을 잃기도 했다.


급기야 남자는 집안에 여인을 감금하고 시종 여섯과 몇명의 용병단 사람을 집안에 두어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여인은 극심한 금단현상에 미쳐갔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침대에 묶여있는 날이 잦아졌고, 급기야 뱃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죽겠다며 음식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미쳐 날뛰던 여인이 유난히 얌전했던 날, 그 날 여인은 가장 어린 시종 하나를 불러 먹을 것을 가져오라 일렀다.


" 절인 고기와 그것을 썰어 먹을 칼을 가져오거라. "


여인의 낯빛이 유난히 밝았다. 심지어 평소와 달리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평온한 모습에 자그마한 시종아이는 하마터면 그러겠다고 대답할뻔 하였으나, 간신히 상황을 정신을 바로잡고 "칼 말씀이시옵니까? " 하고 되물었다.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종은 고개를 저었다.


"주인 어르신께서, 날카로운 물건은 안된다고 하였..."


" 내 손에만 안쥐어주면 될것 아니냐? 내 손과 발이 이리 묶여있는데 어찌 그것을 들겠느냐? "


여인은 잔뜩 겁먹은 시종아이가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시종은 종종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용병단원의 긴급한 전보를 듣고 남자가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집 안에서 미친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곁에 서있는 시종아이는 칼에 찔린 어깨를 부여잡고 엉엉 울고 있었다.


여인은 집에 도착한 남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죽거나 죽이거나, 여인의 입장에선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약쟁이에게 그저 약이 필요했을 뿐.


" 비콜을 줘요. 내게... "


여인은 시퍼런 입술을 오들 오들 떨며 남자에게 부탁했다.


서슬퍼런 칼끝에 닿은 목에서 피가 주르륵 세어나왔다.


" 모두 자리를 비켜라. 칼에 찔린 시종을 병원으로 데려가고. "


남자가 호령하자, 용병단 단원이 쓰러진 시종을 챙겨 집안을 빠져나갔다.


여인의 칼끝은 날카롭게 자신의 목을 파고 들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 좋소? 뭐가 그리 좋소? "


" 내가 이겼어요. "


" 틀렸소. 우리 둘다 진거요. "


남자는 가슴 속 옷 안자락에 품고있던 비콜 한봉지를 꺼냈다. 곱게갈린 푸른 비콜가루를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그토록 바래왔던 비콜이 눈앞에 있으니 견딜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여인은 당장이라도 남자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 내게 주세요. 그것이면 됩니다. "


" 끝이오. 이 비콜에 손 대는순간,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의 아이 모두가. "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인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서늘한 칼끝은 남자의 가슴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남자는 충분히 피할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여인의 대답이 그것이었기에.


여인은 남자의 가슴에 칼을 깊숙히 찔러넣고, 손에 든 비콜주머니를 빼앗아 들고, 그 속으로 코를 들이밀었다.


" 나는 강해지고 싶고, 당신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우린 왜 점점더 약해지고 불행해 지는 것이오? "


남자는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내며 말했다. 여인은 세상 모든걸 다가진 표정으로 비콜에 취해있었다.


" 지금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겠소. "


남자는 뒤돌아 섰다.


그 길로 남자는 용병단을 이끌고 마을을 떠났다. 남자가 살던 집은 그날 밤 불에타 무너져내렸고, 집 안엔 멀쩡한것 하나 없이 모두 불에 타버려 흔적조차 찾을수 없었다.


약에 취한 여인의 마지막 모습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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