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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_lee92
작품등록일 :
2019.10.15 18: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0:5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17
추천수 :
1
글자수 :
50,360

작성
19.10.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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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연놈소년

DUMMY

냉차집 1층 로비, 20여개의 테이블 각각에 붉은 테이블 보가 깔려있다. 테이블 보 중앙에는 역시나 금으로 된 꽃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다. 테이블에는 이미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투숙객들도 있었고, 아침부터 술판을 벌이고 있는 무리도 있었다. 소란스러웠지만,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었다.


소년은 로비 내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는 술병을 집어,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정면으로 죽 통로가 이어져있었다. 각 통로마다 2개의 방이 있었는데 주로, 시종들이 머물거나, 냉차집 관련인들이 숙박하는 시설이었다. 소년의 방도 여기에 있었다.


“ 아프다! 아프단 말이다! 이년아! ”


쩍, 따귀를 갈기는 소리, 소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맞은편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냉차집 마담이 시종의 따귀를 몇 번이고 계속해서 갈기고 있다.


바닥에 무릎 꿇은채 몇 번이고 따귀를 맞고 있는 시종, 소년은 마담의 방으로 들어간다.


“ 죄송합니다. ”


“ 실론 한 방울이면 될 것을, 이 년이! 뭘 그리 덕지덕지 쳐 바르고 있는 것이냐! 너도 내가 우스운 것이야? ”


“ 허나, 작은 주인 마님께서 지시한 경우가 아니면 약방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하셔서. ”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시종, 가만히 지켜보던 소년은 어느새 시종의 곁으로 가서 들고 있는 접시를 빼앗아 든다.


“ 제가 할게요. 가보세요. ”


접시에 곱게 빻아져 있는 적련초, 소년은 하얀 천에 물을 적셔 적련초 가루를 묻힌다.


“ 어쩌다 다치셨어요. ”


작은 손으로 마담의 손을 잡고, 길게 찢어진 상처에 적련초 가루를 조심조심 찍어 바르는 소년, 마담은 상처에 천이 닿을 때마다 표정을 찡그린다.


“ 나가. ”


“ 그냥 두면 흉터 생겨요. ”


“ 나가라고! ”


접시를 빼앗아 집어 던지는 마담, 깨진 접시 파편이 사방으로 튀지만 소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 여기 좀 치워줘요. 약 가져 올게요. ”


“ 오지 마! 내 눈앞에 나타지 말라고! 사라지란 말이야! ”


마담의 방에서 나오는 소년, 여인을 마주친다. 여인은 인자한 미소로 소년을 마주한다.


“ 몸은 좀 괜찮니? ”


“ 덕분에 감사해요. 근데 마담께서 약이 좀 필요하신 것 같아요. ”


“ 내가 알아서 챙길 테니, 푹 쉬렴. 고생했어. ”


“ 실론 말고도 비콜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힘겨워 보이셔서요. ”


“ 그건, ” 여인이 싱긋 웃어 보인다. “ 좀 힘들겠는데. ”


“ 약이 부족하다면 이따 오후에 민악 용병단에서 가져올 수 있는 약이 좀 될 거예요. 그걸로 대신.... ”


“ 마담께 드리는 약이 아까워서가 아니야. 마담은 지금 벌을 받고 계시거든. ”


여인의 입 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 잘못 했어요. ”


“ 네가 뭘? 넌 민악을 죽이고 이렇게 돌아왔잖아. 아주 칭찬 받을 일이잖니. ”


여인이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어머니가 아침부터 소란을 피운 것도 ”


여인의 표정이 급격하게 식었다. 소년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뜻이었다. 소년은 힐끔 여인의 눈치를 보았다.


“ 아침부터 더러운 1구역까지 오시게 한 것도 ”


여인은 돌아서 마담의 방으로 들어간다. 마담은 여인을 보자 마자 “ 은회야 은회야 ” 하고 부른다.


“ 다시는! 허락 없이 혼자서 움직이지 않을 게요. ”


소년이 외치듯 말하자, 여인이 그제야 소년 쪽으로 뒤돌아보았다. 방긋 웃으며 소년에게 열쇠를 던지는 여인.


“ 비콜 한 박스와 실론을 좀 가져와 주겠니? ”



-


3구역 구석, 가장 알록달록하고 번쩍 번쩍한 전등이 붙어있는 한켠에는 1주일마다 연놈시장이 열린다.


연놈이란, 년과 놈을 합성한 말로서 1구역에 굴러다니는 호적이 없는 소한의 걸인들을 뜻하는 은어였다. 오갈 곳 없는 걸인들은 연놈을 구하러 온 상인에게 헐값에 자신 스스로를 팔았다. 그렇게 연놈을 구한 상인들은 연놈 시장에 값을 올려 그 걸인을 팔았다.


“ 열 아홉 살 연놈 사가슈. 잘 먹여놔서 바위도 옮기는 힘 좋은 놈이라우!! ”


“ 저렴한 연놈 있습니다. 조금 늙긴 했지만 집안 잡일에는 이 만한 놈들이 없답니다. ”


“ 집안일 잘하는 연놈 안 필요하신지요? 자식이 셋이나 있는 계집이라, 집안일 하나는 기가 막히오! ”


소년과 여인 그리고 마담이 연놈시장을 지나간다. 그 뒤를 따르는 4~6명의 용병단 주위를 경계한다. 여인은 냉차집에서 쓸만한 여 시종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 이 아인 어떻소? ”


“ 튼실하긴 한 것 같은데, 술시중을 들려면 어여쁜 아이여야 할 것 같아요. ”


“ 술시중? 여긴, 잡것들 밖에 없소. 급이 좀 있는 연놈들은 위쪽에 몰려 있을거요. ”


여자 연놈을 대량으로 팔고 있는 상인은, 기분이 상했다는 듯 툴툴거리며 저기 위쪽을 가리켰다.


마담은 더 이상 걷기 싫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 거리고 있었다.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보였지만, 행동은 마치 어린 아이 같았다.


“ 조금만 걷는다고 했잖냐 은회야. ”


“ 아직 한 시간도 안 됐어요. ”


능숙하게 마담을 달래는 여인, 소년은 가만히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얼마쯤 걸었을까,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는 상인의 가게가 보였다.


여인은 상인의 가게 안으로 들어가, 연놈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 예쁜 아이들이 많네요. ”


앞서 본 가게와는 달리, 피부가 희고 깨끗한 여자들이 나무 의자에 일렬로 앉아 있었다. 대체로 마른 듯 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연놈들 앞에 붙어있는 가격표, 여인은 가장 마음의 드는 여자 아이 앞에 섰다.


“ 몇 살이니? ”


“ 열 일곱입니다. ”


“ 나랑 갈래? ”


여인이 싱긋 웃으며 묻자 눈앞의 아이는 당황한 듯 눈이 동그래졌다. 연놈시장에 팔려온지 3일 째, 많은 모욕적인 질문을 받았지만 이렇게 상냥한 질문을 처음이었다.


“ 나는 술을 팔아. ” 여인이 눈웃음 지으며 여자아이의 귓가로 다가왔다. “ 그리고 약도 판단다. ” 그리고 다시 멀어지며 얼굴을 마주보며 “ 너를 다시 되 팔수도 있단다. 크크크 그래도 함께 갈래? ”


여자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부하기엔 여인이 건내는 말이 따뜻했고 그보다 더 따스한 미소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었다.


“ 참 예쁘지 않습니까? 그 정도 값어치는 하는 아이요.. ”


여자 아이의 값어치는 300챈. 프로톤 1박스와 맞먹는 값이었고, 냉차집에서 1달 동안 머물 수 있는 숙박비였다. 여인은 고민 없이 돈을 건네고 아이의 발목에 걸려있던 족쇄를 벗겨주었다.


“ 환영해. ”


가게를 빠져나오는 길, 마담이 걸음을 멈췄다. 여인은 빨리 돌아가자고 조르던 마담이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자 의아했다.


마담은 발목이 족쇄 묶여있는 한 연놈소년 앞에서 멈춰 섰다.


“ 이 아인 뭐죠? ”


여인이 물었다.


“ 팔리고 남은 거요. ”


“ 남은 거라뇨? ”


“ 지 애비, 애미, 형은 다 팔려나가고 혼자 남았다 이 말이오. ”


“ 그렇군요. ”


마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담은 무릎을 구부려 연놈 소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 외로우냐? ”


“ ....... ”


연놈 소년은 대답이 없다. 대신 똘망 똘망한 눈동자로 눈앞에 귀티 나는 마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마담이 연놈 소년을 껴안는다. 옆에 서있던 여인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 내가 데려가주마. ”


“ 우린 이렇게 어린 아이가 필요가 없어요. ”


“ 나는 필요하다. 이 아이가. ”


단호한 마담의 대답에, 여인은 등 뒤에 우두커니 서있는 소년을 본다. 소년의 날카로운 눈빛이 연놈 소년에게 박힌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 어째서 마담은 저 아이에게 눈길을 주는 것인가? 소년의 눈빛이 날카롭게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도 연놈 소년은 그 눈길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금색 비단 옷에 호랑이 줄무늬가 박혀있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소년이 자신을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영악한 연놈 소년은 눈치를 챈 것이다.


“ 저를 데려가 주시겠어요? 여기 혼자 남는 건 너무 무서워요. ”


” 그래, 그러 마. 내가 너를 데려가 줄 테다. “


마담의 품을 더 깊이 파고드는 연놈 소년, 여인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 그 놈은 50챈이면 됩니다요. ”


“ 은회야 어서 50챈을 지불 하거라. ”


상점 주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가족들이 다 팔리고 혼자 남은 연놈은 웬만하면 잘 팔리지를 않았다. 보통 연놈 가족은 통째로 사가는 경우가 많았고 혼자 남는다면 정말로 쓸모가 없거나 큰 하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혼자 남은 그 연놈 소년은 외모가 곱상하긴 했지만 나이에 맞지 않은 영악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만약 오늘 안에 팔리지 않는다면 값싼 연놈을 취급하는 다른 상점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다.


마담이 당장이라도 50챈을 지불할 것처럼 자신의 주머니를 뒤집어 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엔 아무것도 없다. 멍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연놈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 마담.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소년, 분에 못 이긴듯 이를 꽉 깨문다. 그래도 안 되겠는지 눈을 꼭 감더니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한다.


“ 나와 함께 가자꾸나. ” “ 내가 널 냉차집 도련님으로 만들어주마. ” “ 집에 가는대로 네 이름을 지어줘야겠구나. ”


외면한다고 소리마저 안 들리는 건 아니었고, 소년은 결국 뒤돌아선다.


“ 전 먼저 집으로 가보겠습니다. ”


소년이 사라지고, 여인 씁쓸히 웃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 그 정도 담력이면 어딜 가도 굶어죽진 않겠구나. ” 연놈 소년이 자신이 이겼다는 듯 슬쩍 웃어보이자, 여인이 어깨를 으쓱한다. “ 너를 사주겠다는 소리가 아닌데? "


여인이 그렇게 말하자 마담이 이번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여인을 노려본다.


“ 난 이 아이를 데려 가야 한다!!! ”


“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마담을 챙겨요. ”


휙 돌아서는 여인, 그와 함께 들리는 연놈 소년의 목소리.


“ 언젠가 나를 다시 찾으러 올걸요? ”


연놈 소년이 웃는다.


“ 아마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번거롭지 않게 지금 여기서 널 죽여 둘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란다. ”


그렇게 말하며 더 환한 미소로 웃는 여인. 뒤에선 용병단원들이 발버둥치는 마담을 들쳐 엎고 있다. 여인이 그 모습을 슬쩍 본 후 무릎을 굽혀 연놈 소년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 내가 아니라도, 저 여인의 아들이 널 죽일지도 모르거든. ” 연놈 소년의 어깨를 다독여 주는 여인. “ 몸 조심하렴 귀여운 아이야.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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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2/ 연놈소년 19.10.22 14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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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냉차집 마담 19.10.18 23 0 9쪽
3 3/ 민악의 죽음 19.10.17 20 0 11쪽
2 2/ 섬나라 소한의 작은 아이 19.10.16 28 0 10쪽
1 1/ 슬픈 이야기. +1 19.10.15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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