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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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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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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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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림맹에서 출발한 조사대

DUMMY

길림성의 초입. 마차가 바퀴를 세우고 말은 콧김을 내뿜었다. 길림성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조금씩 쌀쌀해졌다. 제갈륜은 중간에 구입한 외투로 어깨를 감싸며 조사대원들을 쳐다봤다.



모용세가. 화산파. 개방. 그리고 제갈세가. 무림에서 그 이름이 쟁쟁하다는 문파의 사람들이 이 곳에 전부 모여있었지만, 든든함보다는 불안함이 느껴졌다. 제갈륜은 아직도 처음 조사 취지를 설명할 때 일었던 그 격류와도 같이 뜨거운 반응을 잊지 못했다.



"마교 놈들이 다시 득세를 했다?"



가장 극적으로 반응한 것은 개방의 개두였다. 가장 냉정할것이라 생각해서 제갈륜은 그만 그의 격앙된 반응에 동요하고 말았다.



"그게 사실이오?"


"네."


"이 빌어먹을 놈들!"



개두가 내공을 실어 탁자를 후려갈기자, 응접실 탁자가 산산조각났다. 모용세가의 사내와 화산파는 가볍게 몸을 뒤로 빼서 피했고 제갈륜은 탁자 가격을 누가 물어야되는 지 고민하느라 한박자 늦게 몸을 피했다.



"진정하시오. 여기 마교의 잔당이 있는 것도 아니잖소."



화산파의 사내가 개두를 진정시켰다. 개두는 자신이 화내는 것만큼 빠른 속도로 화를 삭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부숴버린 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오. 잠시 흥분했소. 내 마교에 대해 안좋은 기억이 있다보니."


"이해합니다."



제갈륜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서진 탁자를 어떻게 해명해야할지 고민했다. 일단 경비처리를 해달라고 하면 해주겠지만, 박살난 탁자가 일행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해서 입맛이 썼다.



무림맹을 나오고 나서야 네 사람은 제대로된 통성명을 했다. 화산파의 사내는 이민(李民), 모용세가의 사내는 모용현(慕容賢)이라고 했다. 제갈륜은 무림맹을 나서며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목적은 천마재림교의 세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아보는 것이지. 천마재림교를 토벌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묵과할수 없는 악행을 보았다고 해도 우리는 참아 넘겨야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그 누구도 그 말에 제대로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마교는 죄다 죽이겠다는 기색이 만연하여 제갈륜은 불안감을 느꼈다. 무림맹에서 특별히 엄선하여 보내는 인원들이니 만큼, 인원교체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 속에서 길림성으로 향한지가 한달.



마차에서 내리면 길림성의 초입이었다. 제갈륜은 수사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인원을 모두 내리게 했다. 전부 작은 봇짐만 지고 있어 보부상이나 길림성을 관광하러 온 부잣집 자제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벌써부터 마교의 잔당을 찾아 눈에 불을 키고 있었다.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개두에게 제갈륜이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개두 대협. 여기서 무림인에게 활동을 걸린 전적이 있어서 그리 당당하게 활동하고 다니지는 않을 겁니다."


"그 놈들의 인상착의가 어떻게되오?"


"일단은 방침을 정하고 움직이겠습니다. 여긴 듣는 귀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습니까?"



주변을 둘러보던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제갈륜에게 고개를 끄덕일 때는 밥먹을 때와 숙소를 정할 때 뿐이었다. 각자 생각하는 바는 달랐지만, 마교를 쫓고 해치우는 일에는 제갈륜보다 자신들이 더 나을거라고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제갈세가가 무공보다는 진법에 치중한 샌님 가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우월감이었다.



숙소는 무림맹의 안배를 받아 아주 크고 넓은 장소로 정해졌다. 4명의 침실이 따로 있었으며 중앙에는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탁자가 있었다. 탁자와 문 사이에 거리가 멀어서 누군가 엿듣기도 힘든 구조였다.



제갈륜은 이상의 배치를 전부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모용현은 의자를 벽에 기댄채 건들거리고 있었고 이민은 탁자에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나 턱을 괜 채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잇었다. 개두는 회의를 한다고 해도 알아서 하라며 잠이 든 상태였다.



"우선은 이 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수소문 해가며....."


"잠깐. 다 따로 움직이는 게 낫지 않소?"



모용현이 제갈륜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확실히 효율면에서는 그게 나았다. 이 여관을 거점으로 삼아서 네 사람이 전부 다른 방향에서 '탐문'을 한다면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안이 없었다. 이는 제갈륜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갈륜은 지금 같이 온 이들이 천마재림교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조사대원끼리 신뢰하지 못한다면 자멸하고 만다.



제갈륜은 숨을 고르고 어떻게 변명해야할지 고민했다. 이들을 설득할만한 변명거리. 제갈륜의 눈이 번뜩였다.



"천마재림교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이미 무림인과 접촉한 뒤로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졌을터. 혹시나 4명으로 나누어 조사를 하는 중에 각개격파를 당한다면 누가 무림맹에 조사 내용을 전달하겠습니까?"


"그래도 4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너무 시선을 끌지 않소?"



이번에는 이민이 말했다. 이 4명은 확실히 눈에 띄는 조합이었다. 모용현은 누가봐도 모용세가 사람이었고 개두는 누가봐도 거지였으며 이민은 누가봐도 무림인이었다. 이 조합으로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반드시 시선을 끌었다.



"그럴거면 그냥 4명이서 다 따로다니는게 표가 나지 않을거요."



결국 모용현도 이민도 전부 따로 다니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제갈륜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확실히 따로따로 다니는 게 맞다. 최대한 신분을 감추고 '조사대'가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으려거든 그게 맞았다.



".....천마재림교와 무분별하게 싸우지 않는다고 약조해주셔야 합니다."


"약속하겠소."



이민이 먼저 말했다. 의외로 그는 마교에 대해 제법 냉정하게 대하고 있었다. 모용현이 개두의 침실로 가서 그를 깨웠다. 개두가 자다 일어나서 눈꼽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끝났소?"


"전부 따로 움직일거요. 하나 분명히 해두겠는데. 마교 사람을 보았다고 무턱대고 때려죽이지 마시오."


"알겠소. 알겠소."



개두는 자고있던 자신에게 그런 요구를 한것이 불만스러웠는 지 얼굴을 찌푸리고 손을 내저은 다음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제갈륜은 정말 이 조사대가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지 그것부터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모용현과 이민은 벌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회의 중간에 서로가 어딜 조사할지는 이미 다 나온 상태였다. 사헌과 안면이 있는 제갈륜이 사헌이 갔었던 항구 방향을 수색하고, 이민이 길림성 주변 산지를, 모용현이 길림성 외곽을, 그리고 자고 있던 개두는 길림성 내 개방 인원들을 이용해서 광범위한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



막상 짜고난 계획은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제갈륜은 다른 조사대원들이 잘 해내길 믿고 짐을 꾸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구에서 우선 무림맹 대리로서 관청에 들러야 했으니.




***




개두는 머리를 긁적이며 숙소를 나섰다. 짐 하나 없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거지 그 자체였다. 그는 처음부터 개방 소속 무림인은 아니었다. 그의 할아버지 대까지는 제법 잘 사는 집안이었으나 천마가 헤집는 경로에 집이 있었던 죄로 집과 재산이 통채로 날아가고 말았다.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된 개두의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두들겨패며 술 마시길 일삼았고,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버지는 다시 개두를 두들겨 팼다. 멍이 들어 도망치는 개두를 개방의 장로가 거둬준 것을 계기로 개두의 무림 인생이 시작된 것이었다.



개방은 지역마다 그 성격이 달랐다. 상해 같은 교역이 잘 이뤄지는 도시에선 거지들도 잘 씻고 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곳 길림성 같이 최소한의 화물과 물자들만 들어오는 곳에선 생선 내장 냄새를 풍기며 돌아다녔다.



개방이 단순한 거렁뱅이 집단이 아니라 개방으로 있기 위해선 두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무림이 원하는 정보가 많고, 사람들이 적선에 호의적이어야 했다.



세상에 개방은 없어도 거지는 있는 법. 무림이 원하는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며, 주요 문파가 있지도 않으며 사람들이 동냥에 인색한 이 길림성에선, 개방의 소속감이 최악을 달렸다.



모이는 게 있어야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법인데 길림성은 거지들도 제 밥을 벌어먹기 바빴다.



개두는 처음 눈 마주친 거지에게 물었다.



"나는 개방 방주님의 명을 받아서 온 개두라고 한다. 여기 단두(團頭)가 누구냐?"



하지만 거지는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무심하게 지나쳐갔다. 하지만 개두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을 참아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거지의 뒷덜미를 붙잡아서 바닥에 패대기쳤다.



"아이고!"



내공을 싣지 않는 순수 완력만으로 패대기 친 터라 거지는 흙바닥을 굴렀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엄살을 피우면서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놈이 사람잡네! 사람잡어! 살려주이소 동네 사람들! 아이고!"



물론 그가 그렇게 소리친다고 한들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거지가 거지를 패는 경우, 사람들은 구경하거나 무시하기 마련이었다. 개두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물으마. 단두는 어딨느냐?"


"단두가 뭐요? 나는 그런고 모르오! 아이고! 나 죽는다 나 죽어! 경비벼어엉!!"



개두는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그의 머리 옆을 조준하고 내공을 실어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에 맞은 바닥이 젓가락으로 찌른 만두처럼 쑥 들어갔다. 당장 하수도 개통을 해도 될만큼 말끔하게 뚫린 구멍을 보고 거지가 입을 다물었다.



공손해진 그의 태도를 보고 개두가 다시 물었다.



"너는 개방 소속이 아니더냐?"


"개, 개방 말씀하십니까? 길림성의 개방은 박살난지 오래입니다 나으리."


"개방이 박살이나?"


"아이고 말도 마십쇼. 다같이 나눠서 먹자고해도. 벌어오는 넘은 적은데 뜯어먹는 놈은 많으니, 이게 어찌 운영이 되겠습니까? 그 개방 방주라는 분한테도 연락은 없지. 돈도 없지. 나름 여기서 꼭지랍시고 어떻게 해보려던 놈도 다 때려치우고 지금은 농사짓고 있습죠."


"개방의 일원이 거지를 그만두고 농사를 지어?"



점입가경이었다. 그대로 길림성에서 머리 역할을 할 정도면 무공도 배웠고, 어느 정도 수완도 있는 인간이었을텐데, 무슨 득도한 사람처럼 농사지으러 떠난다니.



"예 그렇습니다. 저기 산에 텃밭을 일구고 사는 데, 그게 벌이가 워낙 좋아서 이제 거지 일은 안한답니다. 개방을 이끌 사람이 그 모양으로 살고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어쩌겠습니까?"


"농사를 짓는 단 말이지."



개두는 산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산 위로 밥짓는 연기가 나는 것 같았다. 마침 배도 출출했으니 산에 있다는 그 단두를 만나봐야 할 듯 했다. 개방에서 왔다고 하면 한끼 대접 정도는 충분히 해줄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0.11.05 20:48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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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북해빙궁의 불청객 장선웅 20.11.03 245 5 11쪽
45 무림맹에서 출발한 조사대 20.11.02 285 6 11쪽
44 북해빙궁의 불청객 장선웅 20.11.01 304 7 11쪽
43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20.10.30 309 8 11쪽
42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1 20.10.30 331 6 12쪽
41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1 20.10.28 351 8 11쪽
40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20.10.27 38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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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20 395 7 11쪽
34 상해로 향하는 쪽배 20.10.19 419 7 12쪽
33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16 6 11쪽
32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32 8 11쪽
31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14 8 11쪽
30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21 10 12쪽
29 굽이치는 장강행 +3 20.10.17 441 10 11쪽
28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494 7 11쪽
27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509 7 12쪽
26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5 571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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