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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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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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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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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상해로 향하는 쪽배

DUMMY

제갈세가의 다툼을 뒤로하고 세 사람은 동정호로 향했다.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동정호로 가는 길을 파악하는 것은 쉬웠다. 마원은 제갈륜에게 미련이 남는 지 계속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사헌은 단호하게 말했다.



"돌아봐서 어쩔 것이냐? 더 참견하면 도리어 큰 싸움이 되고만다."



그 말대로 남은 건 제갈세가의 일이었다. 하지만 마원은 자신들이 제갈세가를 이용한 것 같아서 영 뒤가 찝찝했다. 마원은 씁쓸한 심정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세 사람은 무사히 동정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정호는 그 크기가 바다와 같아서 마원의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미화를 잡아당긴 뒤 '저걸보세요!'라고 외칠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호수라니. 신기합니다."


"상해로 가는 배편을 여기서 구할 수 있을게다. 내 알아볼테니 잠시 기다리거라."



사헌이 그렇게 말하고 배편들을 둘러보는 사이 미화가 시선을 어느 무림인 무리에 주고 있었다. 새까만 도복을 입은 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가 호탕하고 유쾌해보여 나쁜 사람들도 보이지는 않았다.



미화가 그 쪽에 계속 시선을 주고 있자 마원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당문의 냄새가 납니다."


"당문의 냄새?"


"당문의 사람들은 독공을 쓰기 때문에 해독제를 상비하고 다닙니다. 그 때문에 약초 냄새를 풍기는데, 저들에게서 그 냄새가 납니다. 어쩌면 저들에게 배편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을 불러주십시오."



말을 마친 미화가 무리에게 다가갔다. 마원은 사헌을 호출하고 미화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사헌이 마원을 따라갔다. 검은 도복을 입은 무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경계하는 기색이 만연했다.



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인물은 창백한 피부에 뒷짐을 지고 있었는 데, 잠시 미화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미화 아가씨 아니십니까! 여, 여긴 어쩐 일로!"


"오랜만입니다. 목소리는 익숙한데, 제가 얼굴을 볼 수 없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군요. 자기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미화가 아무리 초인적인 감각을 지녔고, 사천당문의 막내딸이라고 해도, 목소리만 듣고 모든 사람을 구분해낼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녀의 요구에 사내는 즉각 답했다. 여전히 손은 뒷짐진 자세라 마원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당문 호남 지부장 한여주(韓旅主)라고 합니다."


"아, 기억납니다. 고독(蠱毒)을 연구하겠다며 아버님께 허락을 맡으려 했던 그 분이시군요. 어떻게 연구는 진전이 되었습니까?"


"아, 그게 문주께서 당문에서 고독 연구를 할 순 없다고 완고하게 거절하셔서 결국 하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쉬우시겠습니다. 그래도 아버님께서도 다 뜻이 있으셨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이 동정호에 멀리 퍼졌다. 마원은 방금 나온 고독이라는 단어가 궁금했다. 듣자하니 어떤 독인것 같은데 얼마나 위험한 것이기에 문주조차 취급을 꺼리는 것일까. 마원이 이에 대해 사헌에게 묻자 사헌은 얼굴을 찌푸리며 설명해주었다.



마원의 질문이 귀찮아서가 아니었다. 고독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꺼림칙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독충과 두꺼비, 뱀을 모아서 항아리에 쑤셔넣어 서로 잡아먹게 만든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지막에 한마리가 남게되는 데, 이 한 마리엔 세상의 온갖 독이 축적되었기에 그 무시무시한 맹독을 가지게 되지. 그게 고독이다."



마원이 듣기엔 생각보다 만들기 쉬운 것이었다. 재료로 생각되는 독충이나 독두꺼비 독사가 일반인들이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독을 다루는 사천당가에서 그 정도의 생물도 못다룰까 싶었다.



"생각보다 쉬워보입니다."


"방법은 쉽다. 실천하기는 어렵다. 세상 모든 독을 응축시켰는데, 그게 어디 자연스러운 것이겠느냐? 고독을 견딜만큼 단단한 재질의 항아리를 어디서 구할 것이며, 그 고독을 어떻게 옮길 것이냐? 더군다나 그 고독을 써도 자신은 아무렇지 않을만큼 시전자 본인의 경지가 높아야 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냥 독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타산이 맞지 않다."



즉, 만들고 나서 뒷감당이 안되는데다가 사람 죽이는 효율도 나쁘기 때문에 안만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사헌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천마토벌 전에는 당문 문주가 고독 연구에 매우 열성적이었다고 들었다. 당적양이 왜 고독 연구를 거부하는 지는 잘 모르겠구나."



미화와 한여주는 당문 내부의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문주가 어땠고 요즘 호남지부가 어떻고 하는 근황 이야기가 떨어져갈 쯤에 미화는 본론을 꺼내들었다.



"한여주공. 우리가 지금 상해로 가던 중에 불운한 사고가 있어 배편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새로 배가 필요한데 배편을 구해다주실 수 있겠습니까."


"막내 아가씨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최고로 좋은 배편을 구해올테니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배삯은 당문 본가에 청구해주십시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다 당문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몸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 합니다!"



미화의 부탁에 한여주는 만년설삼이라도 캐올 기세였다. 한여주가 뒷짐진 손을 풀고 선착장으로 달려갔을 때, 마원은 그의 손이 보라색으로 물들어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헌이 말했다.



"독공을 오래 익히면 저렇게 된다. 불편한 무공이지."



독공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헌다운 설명이었다. 한편 한여주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미화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당문의 제자들은 매우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좌우로 돌렸다. 미화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원은 저 당문 제자들의 감정을 아주 잘 이해할 것 같았다. 가끔씩 무진표국의 표두는 마원과 독대를 청하곤 했는데, 그럴 때 마다 마원이 표두에게 느끼는 감정이 지금 저 제자들의 감정과 비슷했다. 마원은 이 감정을 일컬어 '부담스러움'이라고 표현했다.



그 부담스러운 독대가 진행된지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한여주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자기 손을 붕대로 친친 감은 채 표를 세장 들고 오는 참이었다. 한여주는 한걸음에 미화 앞에 도착해 표를 건네며 말했다.



"예, 마침 상해로 가는 배가 있어서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더 큰 유람선을 준비해드리려고 했는데 얼마전에 장강 밑바닥으로 침몰했다는 모양이라..... 면목이 없습니다."



그 유람선의 침몰이유를 매우 잘 알고 있는 마원 일행은 고개를 저었다. 한여주는 표를 들고있는 손만 내밀고 다른 손은 뒷짐 진 자세였다. 미화가 표 3장을 건네받자 다른 한손도 뒷짐을 진채 한여주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아가씨!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예. 한여주공.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오랜만에 호남지부 일원들끼리 나들이를 가려고합니다. 독초 연구도 할겸."



인상에 비해 매우 건실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당문의 무리와 헤어진 세사람. 마원 일행은 그의 호의에 감사하며 배를 향해 걷고 있었다. 선착장에 정박해있는 배는 이전의 유람선만큼 거대하진 않았으나, 세 사람의 개인실을 보장해줄만큼의 크기는 되었다.



얼마 전에 장강을 유람할 생각이 만연하던 관광객의 대다수가 죽어서 였을가 배 안은 빈 자리가 널널했다. 마원 일행은 각자 방에 짐을 풀고 숨을 돌렸다. 며칠 사이에 온갖 일이 태풍처럼 휘몰아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침대에 앉아서 쉬고 있던 마원은 갑판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미화는 배에 적응해야 한다며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상태였고, 사헌 역시 다친 상대로 움직이는 게 고단했는지 방에 들어가자마자 골아떨어진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마원이 할 수 있는 건 갑판과 배 시설을 둘러보는 것 정도였다.



채선자도 없고 장강수로 십팔채도 거의 괴멸 상태였으니 앞으로 항해에서 방해받을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하자면, 마원은 당분간 배에 갇혀서 수행도 최소한으로 하며 지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심심한 상황에서 시간 때울 것을 찾아보는 건 당연한 행동이었다. 최소한 말이라도 섞을 말동무나.



문득 마원은 배에서 만났던 모용광을 떠올렸다. 채선자와 싸우려드는 그 모습을 보면 말을 섞어도 나쁘지 않았을듯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좀 아쉬운 만남이라 마원은 혀를 끌끌 찼다.



마원은 갑판과 복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배 구조를 살펴보았다. 장강유람선보다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배 전체를 둘러보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 밑바닥은 축축했고, 노잡이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원을 경계했으며 선원들은 마원이 사고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듯 미묘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객실에 사람이 몇 명 없다보니 마원은 배를 배회하는 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며칠이고 배를 타고 가야한다니 마원은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지루함이 몰려오고 있었다.



한숨을 푹 쉬며 장강의 도도한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 말을 걸었다.



"무슨 근심이 있어서 그리 한숨을 쉬는게요?"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마원은 기척도 없이 다가온 그가 수상해서 슬쩍 거리를 벌렸다. 나름 티나지 않게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사내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 거리를 벌리시오. 나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오."


"아, 믿고 있습니다. 수상한 사람이 아니신것 같군요."



마원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더 거리를 벌렸다. 최소한 저 사내가 허리춤에 차고있는 칼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사내는 굳이 마원이 거리 벌리는 것을 쫓아오지 않았다. 그저 그자리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소."


"그렇군요.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하북에서. 그 쪽은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광서성에서 오는 길입니다. 부모님께서 세상 구경을 하고 오라고 이 배에 태워주셨죠."


"좋은 가족이군. 나는 그런 가족 이야기를 좋아한다오."



사내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마원의 눈은 그런 사내의 기를 매섭게 훑었다. 그는 실력자라면 실력자였으나 마원이 이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습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마원은 이 사내를 토막낼 자신도 있었다.



그가 자신보다 약하다는 걸 안 마원이 조금 안심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렇군요. 혼자오셨습니까?"


".....그렇지. 혼자 왔소."



남자는 잠깐 말끝을 흐렸다. 그 덕분에 마원은 다시금 이 사내를 의심했다.


이 사내. 암만 생각해도 수상했다.


작가의말


이 소설에서 사천당문은 본가만 자기 혈족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지방 지부들은 따로 속가제자를 써서 운용합니다.


물론 이들은 독문무공을 전수받지 못합니다.



2. 고독을 일반인들이 안만드는 이유.


남을 죽일 때 고독만드는 시간보다 칼갈고 쑤시거나


낭인한테 돈 쥐어주는 게 더 빨라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0.10.19 10:55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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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1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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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2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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