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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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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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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글자수 :
247,414

작성
20.10.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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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DUMMY

사람들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마원은 혹시나 이 혼잡한 틈바구니에서 미화를 놓칠세라 미화의 손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미화는 혀를 차더니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천마재림교의 파격적인 홍보에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의 시선이 미화에게 쏠렸다. 마치 구름 위를 노니는 선녀처럼 사뿐하게 모여든 사람들의 머리를 밟고 튀어오른 미화가 천마재림교의 호객꾼 옆에 섰다.



"누구요?"



방금 전까지 목소리를 높여 천마재림교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사내가 당황한 눈초리로 그렇게 말했다. 미화는 사내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미화는 자신을 밝히지도 않고 다짜고짜 사내의 목을 틀어쥐더니 단상에 그대로 내리꽂았다.



"꺄아아아악!"


"사, 사람이 죽었다!"



방금 전까지 광신적인 믿음을 선보이던 신도가 하나의 묘목이 되어 단상에 거꾸로 꽂혔다. 팔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폼이 아직 숨이 붙어있는 듯 했으나 미화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거꾸로 놓인 신도에 배에 장법을 후려갈겼다.



퍽!



끔찍한 소리와 함게 신도의 등골이 바닥에 피를 뿌리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중심축을 잃은 신도의 몸이 넝마조각이 되어 바닥에 짜부라졌다. 마원은 갑작스러운 미화의 행동에 놀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르르 흩어졌다. 가마니를 옮기던 다른 신도 몇명이 물품 뒤에서 튀어나와 미화에게 항의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보아하니 무림인이라고 아무나 죽여도 된다는 법도가 있소?"


"나는 사천당문의 당미화다! 천마가 죽은지 40년이 넘었으며, 아직도 중원에는 그 때의 고통에 몸서리치는 무림인들이 산재하거늘, 네놈들은 뭐하는 놈들이기에 감히 천마의 이름을 올리느냐!"



미화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신도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서로 속닥거리더니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서 도망쳤다. 미화가 그 기척을 느끼고 더더욱 격분하여 외쳤다.



"도망을 치느냐! 네 놈들과 마교의 관계를 내 소상히 밝혀서......"


"미화!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마원이 급하게 미화를 뜯어말렸다. 사람들이 모두 물러난 뒤라 미화가 있는 단상에 아무런 제지 없이 올라올 수 있었다. 미화는 여전히 씩씩거리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천마재림교의 사람들은 멀리 도망친지 오래였다. 마원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머리를 굴렸다. 이곳은 타지였다. 미화 뿐만 아니라 마원도 이곳에선 장님이나 다름 없었다. 현지 사정이나 지리를 알고 있는 사헌이 오기 전에는 일을 크게 벌리면 안됐다.



"일단 자리를 피합시다. 미화.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저 놈들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교의 이름을 들먹이며 빈민들을 더욱 큰 구렁텅이에 빠트리려는 놈들입니다. 저 놈들을 쳐죽이지 않고서야 어찌 무림인이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적이 얼마나 되는 지 또 어떤 놈들인지 알지 못합니다. 무턱대고 쫓았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미화는 그 말에 겨우 진정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원과 미화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퀭한 눈이 이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미화에 대한 두려움과 단상 너머 재물에 대한 욕망이 뒤섞인 눈으로 단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화가 말없이 단상에서 뛰어내린 뒤 마원이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시장 너머로 사라지자 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마니 1개씩 배분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옷 하나만 가져가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경쟁하는 듯 사람들은 서로 쥐어뜯고 빼앗으며 주먹다짐을 벌였다.




살벌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현장을 뒤로 한 채, 마원과 미화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미화는 겉으로 보기엔 진정했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천마 토벌 이후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그의 장문인 시절부터 이어져온 끔찍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로 천마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모든 장문인이 힘을 합쳐서 겨우겨우 동귀어진한 천마의 가공할만한 무공은 지금도 오래된 무림인들에게는 압도적인 공포로 다가왔다.



그토록 수행해온 결과물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한 줌 흙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허무함에 빠져 무림 생활을 끝마치고 잠적해버린 고수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 현실을 알고 있는 미화로서는 천마의 이름을 파는 저 천마재림교라는 괴조직을 도저히 가만히 놔둘수가 없었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발상을 한단 말입니까. 천마는 신앙이 아닙니다. 천마는 저주입니다."


"천마가 그렇게도 무서운 존재였습니까?"



마원도 천마라는 인물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뿐 그 강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지 못했다. 마원이 주워들었던 천마에 대한 이야기는 그 강함이나 무공에 대한 세세한 묘사보다는 천마가 얼마나 악독한 짓을 저질렀으며 그 피해는 얼마나 컸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천마의 악행을 이야기할수록 그의 이름을 되새기는 꼴입니다. 별로 이야기하고픈 주제가 아닙니다."



미화가 이토록 거부감을 드러냈으니 마원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걷다가 빈 의자를 발견하고 그곳에 앉았다. 더이상 돌아다닐 기분도 아니었고 방금 전 단상에서 일어난 소란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기에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마원이 미화에게 어떤 이야기를 거내야할까 눈치를 보고, 사람들이 천마재림교의 단상으로 몰려가거나 파장을 위해 가게의 천막을 내리는 그 때, 두툼한 보따리 하나를 든 마원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마원은 미처 그 모습을 보지 못했고 사헌의 기를 느낀 미화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사헌은 한참 손을 흔들다가 얼굴을 구기며 다가왔고 미화가 마원의 어깨를 툭툭 치고나서야 그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아, 어르신! 오셨습니까."


"무슨 사단이라도 났느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마원이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했고, 사헌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파장 분위기였고, 한 편으로는 경비병들이 소란을 수습하고 있었다. 패싸움이라도 일어난 게 아닌가 싶은 현장에 마원과 미화만이 방관자처럼 앉아있었다.



마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설명하자면 깁니다."



그리고 마원은 천마재림교라는 놈들이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다가 참지못한 미화가 달려들어 호객꾼을 죽여버렸다는 것. 다른 신도들이 미화를 보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미화가 말했다.



"조금 신중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신중할 필요가 뭐 있더냐? 남은 신도들도 죽여버렸어야지. 되려 너무 손속에 사정을 둔게 아니더냐?"



사헌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천마토벌 당시에 살아있던 사람인 만큼 천마의 이름을 파는 종교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원이 말했다.



"제가 상대가 얼마나 큰 세력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물러나자고 말했습니다. 어르신과 이야기를 해보고 돌입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네 말도 그럴듯하구나. 우리가 모르는 마교의 잔당이 암약하는 것일수도 있다. 따라들어갔다가 마교의 은둔고수라도 만나면 큰일이 날 수 밖에 없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솜씨나 신도들에게 뿌리는 재물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필경 작은 집단이 아니라 뒷배가 있을겁니다."



미화가 말했다. 쌀 가마니를 무상으로 마구 나눠주는 것부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신도들이 있다는 점에서 이미 장난으로 치부할 영역이 아니었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무림인들도 오가는 길림성 한복판에서 저리 당당하게 포교한다는 건 이미 세력이 여기저기에 널리 퍼져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흑룡강으로 가야하는 시점에 잘못 건드렸다간 발목을 잡힐수도 있다."



하지만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홍륜방 같은 경우 그 규모가 작아서 바로 처리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처럼 아예 실체조차 명확하게 잡히지 않은 종교집단이 상대라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했다.



사헌이나 미화는 당장 쳐들어가서 본부를 박살을 내놓고 싶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때 이 문제는 마원 일행끼리 처리할 문제는 아니란 것이 확실했다. 미화가 말했다.



"황실에서 대처할수도 있는 문제니 저희는 여기 관리에게만 신고하고 넘어가는 수도 있습니다. 한(漢)나라 때 태평도(太平道)가 도적으로 변모한 이후 황실에서는 항상 이런 종교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사악한 마공을 쓰는 집단을 가만 둘 이유가 없습니다."



사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따지면 무림맹이 나서야 할 일이나. 백성들을 홀린다면 황실에서 나서야하는 문제기도 하다. 일단은 길림성 관리에게 신고하여 조사를 맡기고 , 내 무림맹에 직접 편지를 써서 길림성의 상황을 알리겠다.


놈들의 세력이 클지는 몰라도 이전의 마교같은 강대한 무공을 가진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 무공이 있었다면 이미 길림성과 흑룡강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을테니."



미화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북해빙궁으로 갈 때 발목을 잡힐 순 없으니 장선웅을 먼저 만나는 쪽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그 전에 황실과 무림맹에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간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이었다. 천마 이야기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나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이 수수께끼의 세력들이 다시 숨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미화가 말했다.



"제가 경거망동하여 이들이 다시 숨어버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걱정말거라. 설마 저 놈들이 네가 누군지 바로 알아보겠느냐? 무림인이 난동을 피웠다고 생각하여 적당히 장소만 옮길 것이다."


"아....."



마원이 탄식 비슷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사헌이 그 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마원을 쳐다보고 다시 미화를 쳐다봤다. 미화가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사천 당문이라고 말했느냐?"


"면목이 없습니다."



사헌이 머리를 긁적였다. 통상적으로 사천당문의 사람이 지부도 갖춰지지 않은 이곳에 올 일은 없다. 그런 거물이 길림성까지 와서 천마재림교를 확인했다? 도망치기 충분한 사유였다.



"일단은 방금 전에 말한대로 하자꾸나."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그 놈들 잡겠다고 길림성 전체를 들쑤셔봐야 시간만 버릴게 분명했다. 사헌은 입맛을 다시며 보따리를 풀었다. 곰을 통채로 벗겨온듯한 두툼한 가죽옷이 드러났다.



우선은 길림성의 관리를 만나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0.11.05 20:28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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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1 20.10.28 35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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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20 395 7 11쪽
34 상해로 향하는 쪽배 20.10.19 419 7 12쪽
33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1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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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21 10 12쪽
29 굽이치는 장강행 +3 20.10.17 441 10 11쪽
28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495 7 11쪽
27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50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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