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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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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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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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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절강에서 만난 그들은

DUMMY

구주에 오는 사람들은 거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하지 못하지만, 번화가에 커다란 여관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3층 누각 여관은 어느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건물이었지만 벽면에 술 주(酒)자를 크게 적어놓은 여관은 중원 전체를 통틀어 이 곳 밖에 없었다.



3층 건물을 글씨가 집어삼킨듯 압도적인 필체로 벽면을 유린하고 있는 그 모습은 누구나 한 번 보면 쉬 잊어버리기 힘들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50년 전 어느 은거기인에게 여관 주인이 공짜로 술과 잠자리를 내어주자 그 보답으로 벽에 써내려간 글씨라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 소문의 진위를 주인에게 물었지만, 주인은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 적에 있던 일이라 나는 잘 모르오."



그렇게 오래된 전설을 품고있는 여관에 커다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와 맹인 여자가 걸음을 내딛었다. 사내는 두터운 천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 만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였음에도 체격이 좋다는 게 느껴졌다.



맹인 여인은 그의 옆에 찰싹 붙은 채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구주에 입성할 때부터 한떨기 꽃과 같은 이 여인은 사내들의 눈요깃거리로 소비되고 있었다. 이미 취기가 적당히 오른 손님들이 여인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작부릴 틈을 노리고 있었다.



여인은 사내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주인에게 말했다.



"방 하나 있습니까."


"우리는 가격이 비싸오."



주인은 여인이 꼭 잡은 남자의 손을 쳐다보았다. 울룩불룩 두드러기가 뒤덮고 있어 흉측하기 그지 없었다. 주인은 사내에게 무언가 이상한 병이 있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은 가격을 높여부르기로 했다.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보다 덜 비난 받았으니 이렇게 하는 게 옳았다.



여인은 주인이 부른 가격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헌 어르신의 소개를 받고 왔습니다."


"..... 따라 오시오."



주인은 주변을 살피며 두 사람을 3층으로 안내했다. 사실 그는 이 수상쩍은 손님들을 받고싶지 않았지만, 사헌의 손님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사헌과 구주의 여관 사이에는 제법 오래된 친분이 있었다. 주인이 사헌에게 입은 은혜는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수상한 손님 두 명 정도는 공짜로 재워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3층 구석진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한 주인이 말했다.



"되도록이면 나오지 마시오. 말썽이 일어나면 책임져 줄 수 없소. 식사는 방으로 올려주리다."



맹인인 아내는 미색이 뛰어났고, 남편은 제 구실을 못하는 것 같았으니 밖을 돌아다니면 큰 말썽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주인은 사헌에게 은혜를 입었지만, 그게 귀찮은 문제까지 덮어써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주인은 헛기침을 하며 문을 닫았다. 부인이 고생많이한 사람다지 않게 미색이 고와서 주인마저도 절로 눈길이 갔다. 겨우겨우 문을 닫고 주인이 발걸음을 옮기면 미화가 말했다.



"갔습니다."



문 너머의 발소리를 포착하는 것은 미화가 더 예민했다. 마원은 그 소리가 고개를 들고 황급히 두건을 벗어던졌다. 아직 멍이 다 빠지지 않은 얼굴은 두드러기가 올라온 팔다리와 달리 아주 매끈했다.



상처 위에 옻칠까지 하면 덫 날수도 있기에 궁여지책으로 두건으로 가린 것이었지만, 현재 마원은 그나마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 팔 다리가 가려워서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공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온몸을 긁으며 바닥을 굴러다녔을 듯 했다.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저도 모르게 팔 다리를 긁기 위해 손이 움직였다. 미화가 조용히 마원의 손목을 잡아서 다시 자세를 바로하게끔 했다.



"미화는 괜찮습니까?"



마원은 자신의 손을 꼭 붙잡은 미화의 여린 손을 보았다. 미화도 옻이 오를까봐 걱정되어 꺼낸 말이었다. 물론 마원의 걱정은 쓸모 없는 것이었다.



"제가 당문의 사람이란 걸 잊어버리신 것 아닙니까?"



당문의 여식이 옻에 중독된다? 세상이 비웃을 일이었다. 아무리 미화가 당문에서 벗어나 독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해도, 그 기반은 사천당문이요 어릴 적에는 독을 익히기 위해 온갖 수련을 한 몸이었다.



극독을 주워먹고 살 정도는 아니겠지만, 산천초목에서 나는 잡다한 풀독으로 두드러기가 일어날 일은 없다고 봐야 했다. 미화는 마원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마원은 미화의 손에 옻칠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돌렸다. 미화가 이렇게 몸을 쓸어 내릴 때면 마원은 마치 내가중수법에 당한 듯 온 몸이 찌릿했다.



어쩌면 태극권의 묘리며 마공의 일종이 아닐까 싶은 이 신묘한 작용에 대해 마원은 뭐라 설명할 말이 없어 미화로 부터 거리를 벌릴 뿐이었다.



"마원."


"피곤한데, 빠, 빨리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처도 입었고, 많이 피곤할 겁니다."


"저를 피하시는 겁니까?"



미화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화에게서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마원은 몸을 슬슬 빼며 미화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미화는 요지부동이었다. 힘의 차이가 명확했기에 도리어 마원이 미화에게 깔리고 말았다.



"미, 미화!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외모도 변변치않고 무공도 변변치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건 당문의 문주께서도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제게 외모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마원 당신이 얼마나 고수인지는 상관없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남녀 사이의 정은 계산적이지 못하고 또 냉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법입니다."



마원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고 미화가 마원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따뜻한 가슴 너머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미, 미화! 자, 잠시만!"


"혹시나,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겁니까? 맹인이라 저는 제 외모를 잘 모릅니다. 마원 당신은 제 외모가 마음에 안드는 건가요?"


"그런건 아닙니다."


"마원."


"네. 네. 말씀하세요. 미화."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마원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미화의 뺨을 쓸었다. 옻칠로 인해 한껏 예민해진 손끝이 미화의 뺨에 닿을 때 마다 벌에 쏘인듯 튀어올랐다. 미화는 마치 강아지처럼 마원의 손바닥에 머리를 얹고 이리저리 부벼댔다.



"볼이, 아주 말랑말랑합니다."


"저도 알고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주세요."



마원이 부드러운 볼을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매만졌다. 마원 자신의 거칠거칠한 피부와는 전혀 다른 그 촉감이 신기한 듯, 마원은 한참동안 미화의 볼을 주물럭거리다가 입가로 손을 옮겼다.



촉촉한 입술은 그 물기 진한 감각으로 마원을 놀라게 만들었다. 손등과 입술이 닿을 때 마다 입술이 손등에 살짝 달라붙었다가 떨어졌다. 선명한 붉은색 입술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마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입술은 어떻습니까?"


"입술은..... 그.....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예쁜 입술입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입니다."


"저는 시구를 배운 바 없습니다."



마원이 입술을 문지르다가 미화의 코로 손을 옮겼다. 오똑한 콧날을 살짝 누르면, 마치 솜으로 만든 인형처럼 코가 꾹 눌렸다. 미화가 숨쉬기 불편한듯 고개를 저으며 마원의 손을 떼어냈다.



"코는 어떻습니까."


"세상에서....."


"좀 다른 말로 표현해주면 좋겠습니다. 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코라고 해도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미화가 살짝 투정을 부리자 마원은 머리를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뭔가 멋들어진 말을 해줘야 할텐데 생각나는 게 없었다. 맹인도 이해할만큼 직관적이고 멋들어진 비유라는 게 있을까?



"음.... 그....."



미화가 뭔가 더 말하려는 마원에게 손을 뻗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마치 거미처럼 다가왔다. 가슴을 타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다가오자 마원은 턱을 들어 손가락을 피하려 들었다.



미화의 손이 마원의 턱선을 타고 볼을 매만졌다. 마원은 그 와중에도 미화의 손이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원의 볼을 쓰다듬던 미화가 몸을 끌어올렸다.



가슴께에 머물러있던 미화가 몸을 끌어올리면서, 마원의 가슴과 미화의 가슴이 서로 맞닿았다. 말랑말랑한 그 독특한 질감에 마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볼이 뜨거워졌습니다. 마원."



미화가 귓가에 속삭였다. 마원은 숨을 푹 내쉬면서 미화를 감싸안았다. 참을 수 없었다. 마원이 몸을 돌려 미화를 깔아뭉게자, 미화가 약한 신음성을 내며 몸을 비틀었다.



마원이 물었다.



"정말.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이제와서 무엇을 물어보십니까. 마원. 이리오세요."



미화가 손을 내뻗어 마원의 볼을 쓰다듬었다. 마원이 미화의 손에 이끌려 미화와 코를 맞댔다. 이마와 이마가 서로 맞닿아서 뜨거운 열을 발산하고 있었다. 마원이 입을 맞추자, 미화가 입을 벌리며 마원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혀가 서로 얽히면서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녀자의 혀를 희롱하는 마원은 붕뜬 눈으로 미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화는 마원의 입에서 혀를 쑥 빼내며 귀엽게 웃었다.



다시 한 번 마원이 입을 맞췄다. 미화가 코로 숨을 내쉴 때마다 마원은 춘약을 들이마신 듯이 정신이 아찔한 것을 느꼈다. 미화의 옷자락을 들추어 허벅지를 쓸어올리자, 미화가 살짝 놀란듯 몸을 굳혔다.



하지만 마원은 더이상 멈출 생각이 없었다. 미화의 옷고름을 풀며 자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미화가 마원의 맨가슴을 만지며 황홀한듯 미소를 지었다. 속옷을 끌어내리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 미화의 깊은 곳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미화는 설마 방의 문틈으로 신음성이 새어나갈까 입을 틀어막은 채 허리를 비틀었다. 뜨거운 신음성과 끈적한 땀이 침대를 적셨다. 열기가 휘몰아치는 방 안에서 마원은 정신없이 미화를 탐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식사를 올려보낸다던 주인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두 사람은 밤이 되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어갔다.



아침에 겨우 일어난 마원이 옷을 챙겨입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아침 식사가 배달되어 있었다. 소면이 국물에 살짝 불어서 밍밍해보였다. 얼마나 오래 잔 것일까 고민하며 고개를 돌리면, 미화가 잠결에 침대를 매만지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마원이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그릇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그 소리와 마원의 기척을 느끼고 겨우 안심한듯 미화가 웃었다.



"아침부터 먹죠."



미화는 침대에서 뛰어나와 마원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앉았다. 미화와 마주보며 먹을 생각이었던 마원은 미화에게는 마주보면서 먹는게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 그릇을 자신의 옆으로 옮겼다.



사헌과 떨어진 지 하루. 마원은 의외로 이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화도 마찬가지 인듯 했다.


작가의말

아 조노블에서 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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