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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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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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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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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서장의 구낙손

DUMMY

"한단계 더 올라섰구나."



말로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 지 체감할 수 없는 법이었다. 포달랍궁 숙소에 들어와서 사헌이 건넨 그 말에도 마원은 자신이 정말 강해진건지 느끼기 어려웠다. 자신감도 붙고 힘도 평소보다 훨씬 넘쳤지만, 이건 건강해졌다는 느낌이지 강해졌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화도 강해졌다며 제 일처럼 기뻐해주고 있었고, 사헌은 손자가 재롱피우는 걸 보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 마원은 이렇게 말했다.



"말씀대로 제 몸이 더욱 강하게 단련된게 느껴집니다."


"호들갑 떨지마라. 그 정도로 체감되진 않을거다. 한 번 싸울 때 마다 사람이 그만큼씩 강해지면 문파라는 게 왜 있으며 수행이 왜 있겠느냐? 어디까지나 벽을 뚫은 것 뿐이다. 더 정진해라."



과장해서 맞장구를 쳐주려고 했던 마원은 뻘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헌은 자리에 앉은 채 남은 경기들을 가늠해보았다. 본선을 파죽지세로 돌파하고 있었으니 문제될게 없었다. 사헌을 제외한 두 명이 떨어진다고 해도, 사헌이 전부 두들겨패고 우승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얼마안남았구나."


"강한 상대와 붙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미화는 뼛속까지 무림인스러운 발언을 꺼냈다. 마원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상대의 수법을 빠르게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경험이고 감각이다. 앞으로 온갖 괴상한 놈들을 다 만날텐데, 미리미리 이런 곳에서 대처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마원 네가 저번 시합에서 보여준 대처 능력은 아주 훌륭했다."



"감사합니다."



장검을 든 검사와의 비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사헌은 말했다.



"헌데 청풍검법을 거기서 흉내낼 줄이야. 여기가 중원과 떨어진 서장이라 별 탈이 없던 것이지만, 만일 청성파 앞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볼만하겠구나."


"죄송합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다. 말그대로 볼만하겠다는 말이지. 개인적으로는 한 번 보고싶은 마음도 있다."



지금까지 만난 청성파들은 전부 화가 많고 도발에 극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타입이었다. 마원이 들고있는 칼만으로도 피를 토하려드는 데, 만일 청풍명월이라도 흉내낸다치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원도 은근 이 점이 궁금했다.



"그럼 쉬거라. 내일도 시합이 있지 않느냐."


"네. 그럼 어르신도 들어가쉬십쇼."


"안녕히 주무시길."



서로 간에 인사를 마치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시합이 있는 법이니까.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시합이었지만, 사람들의 환호성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본선에서 오르면 오를수록 경기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시간대에 하든 관중은 전 경기보다 더 많이 몰렸다.



현재 경기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경기는 '질풍신권'이라는 위장용 문파 이름을 달고나온 사헌의 경기와 양가태극권 고수 미화의 경기였다. 마원의 경기는 표사가 의외로 활약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으나 그 이상의 인상을 주진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미화나 사헌 둘 중 하나가 우승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을만큼 경기 내용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헌의 경우 신출내기 무림인들을 두들겨패는 게 상당히 재밌던지 얼토당토않은 무공 이름을 붙여가며 놀고 있었다.



상대로 누가나오든 사헌의 앞을 막아선 이들은 전부 질풍신권이라고 이름붙인 주먹질 한방에 나가떨어졌으며, 오래 버틴 이들도 세 합을 버티지 못했다. 관객들 중에는 진지하게 질풍신권에 입문하고자 사헌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련한 상대도 질풍신권이란 이름을 기억하겠다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미화의 경우, 그 흐느적거리는 유려한 움직임과 독특한 장법에 매료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고 당미화가 어떤 망식으로 움직이는 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매 시합이 끝나면 미화는 사람들의 기척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럴 때마다 환호성은 더욱 커져갔다.



마원은 매 싸움이 투쟁의 연속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쉽지 않았으며, 정말 자칫하면 죽을 뻔 했다는 느낌이 매 순간마다 존재했다. 한끝차이로 이기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이어서 벌어졌으나, 마원은 시련을 딛고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렇게 준결승전. 마원의 상대는 미화나 사헌이 아닌 제 3자였다. 거대한 근육을 과시하는 이 남자는 한 때 녹림에 있었으나 지금은 개과천선하여 서장 투기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고수라고 했다.



마원은 역시나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머리가 빡빡밀렸으니 그를 대머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대머리는 훌륭한 근육을 과시하며, 호흡을 길게 가다듬고 있었다. 시합 개시를 알리는 징소리가 울려도 그는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마치 근육을 부풀리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인 것 같았다.



마원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상대가 어떻게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들이박고 보는 건 최악의 한수였다. 의도적으로 몸을 부풀린 채 조금씩 접근하는 걸로 보아 저 대머리는 일종의 반격기를 주력으로 삼는 부류였다. 마원이 봤던 전 시합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만일 마원이 아무 생각없이 칼을 댔다가는 저 부풀린 근육이나 대머리 몸에 있는 내공이 마원을 그대로 골로 보낼 수도 있었다. 마원은 그래서 신중해야 했다.



대머리는 마치 거대한 풍선이 흔들리는 것처럼 조금씩 앞으로 걸어왔다. 마원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살폈다. 대머리가 대체 어떤 걸 노리는 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분명 저번 상대를 맞이할 때 대머리는 저런 이상한 기술도 쓰지 않고 그냥 주먹으로 후려쳐서 상대를 제압했었다. 지금 대머리가 저런 요상한 기술을 쓴다는 건 역으로 마원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원은 대머리의 그런 자세에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냥 평범하게 주먹질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다. 저런 듣도보도 못한 무공에 당해서 쓰러지면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원거리에서 저 근육을 견제하는 기술이 있다면 편했을지도 몰랐다. 원거리 견제. 마원의 머릿속에 원거리에서 견제하는 듬직한 기술이 하나 떠올랐다. 철혈권왕 구낙손이 쓰던 기술이 있지 않던가. 물건에 내공을 실어서 단지는 기술.



물건에 내공을 싣지 않더라도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원은 지체없이 신발을 벗어들었다. 대머리가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눈을 찌푸렸다.



"장풍이라고 들어봤나?"


"뭐?"


"장풍!"



마원이 어깨에 내공을 실어 신발을 냅다 집어던졌다. 평소에 힘을 쓸 때 보다 더 가볍게 신발이 쏘아져나갔다. 대머리가 부풀린 몸상태 그대로 신발을 받아냈다.



짝!



신발이 대머리의 얼굴을 정확하게 치고 공중에 떠올랐다. 대머리는 눈을 꼭 감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있었다. 이런 모욕적인 일격은 처음이었다. 하늘로 날아오른 신발이 크게 몇바퀴 돌더니, 대머리에 머리위로 정확히 떨어졌다.



"푸흡!"



신발은 대머리의 머리에 착 달라붙었다.



"아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저거 저것좀 보게! 하하하!"



관람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헌도 빵터져서 크게 웃고있었다. 미화는 주변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미 관객석은 신발을 뒤집어쓴 그 절묘한 모습에 웃음바다가 된 상태였다. 대머리의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전신의 근육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모욕을 받고 참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마원의 견제구는 본인이 예상했던 위력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더 큰 도발 효과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대머리는 머리 위에 올라선 신발을 내버리고 자신의 근육을 더욱 크게 부풀리곤 달려들었다.



"용서하지 않겠다!"



마치 거대한 금동불상이 움직이는 것 같은 그 무시무시한 돌진을 마원은 가까스로 피해냈다. 외공을 익힌 듯, 살짝 스친 어깨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찾아왔다. 경기장 끝까지 돌진한 대머리는 발목을 크게 틀어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했다.



마원은 아직 자세를 제대로 잡지도 못한 상황. 대머리는 어깨를 한껏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암파진격(巖破進擊)!"



대머리가 달렸다. 멧돼지와 같은 저돌적인 돌진에 앞서, 온 힘이 실린 발자국 소리가 대중을 압도했다. 마원은 상대가 다가오는 만큼 자신의 심장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상대를 위압하는 돌진이었다.



마원이 몸을 던졌다. 계곡에 잠수하는 것처럼 말그대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마원은 한끗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대머리의 파멸적인 일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대머리는 곧바로 발목과 허리를 틀어,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마원은 공중에서 칼을 바닥에 박아 겨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다시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상대는 지척까지 다가와 그 흉악한 어깨를 내밀고 있었다. 마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력을 팔에 집중하여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수 밖에 없었다.



쾅!



마원이 튕겨날아갔다. 대머리도 제법 타격을 받았는 지 돌진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렸다. 바닥을 한 번 구른 마원은 떨리는 팔을 겨우 붙잡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위력적이었지만, 생각만큼 치명적이진 않았다. 대머리는 바닥에 꽂힌 칼을 가리키며 물었다.



"항복할테냐."


"아직 더 할 수 있소."



마원이 팔을 주무르며 대꾸했다. 대머리는 방금 전 일격으로 화가 풀린듯 했다. 다시 온몸의 근육을 부풀리고, 마치 조각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뒤뚱거리며 걸어왔다. 마원은 무기가 없었다. 맨몸으로 권각술을 펼친들 대머리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항복하지 않겠다는 허세를 부려봤지만, 사실 마원이 이길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그만큼 대머리의 방어는 견고했고, 마원의 손에는 무기가 없었다.



"끝이다!"



대머리가 그렇게 외치며 점점 다가왔다. 마원은 두 주먹에 내력을 가득싣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대머리는 어디 한 번 와보라는 듯이 몸의 근육을 과시했다. 앞으로 내민 얼굴이 참으로 얄밉게도 흔들렸다.



마원은 양손을 하늘로 쭉 뻗었다. 사헌은 그 기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구낙손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머리가 다가오는 마원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마원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붕떠오른 마원이 대머리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마원은 하늘로 쭉뻗은 두 손을 동시에 내리치며 외쳤다.



"구음백골조!"



콰직!



내력을 가득실은 두 손이 대머리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사람머리에서 날수없는 기괴한 소리가 나며 대머리가 무릎을 꿇었다. 일순간 대머리의 머리는 마치 떡을 누른 것처럼 납작하게 변했다가 돌아왔다.



마원이 바닥에 안착하는 순간. 대머리는 코에서 피를 뿜으며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급하게 의료인들이 출동하여 상대의 상태를 살폈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의료인이 손을 들자 심판이 외쳤다.



"무진표국 표사. 마원. 승리!"


작가의말


구음백골조는 저런 무공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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