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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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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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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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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DUMMY

무림인이 관리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림인들은 제갈세가. 무림맹의 몇몇 요직 인사. 그리고 소림 정도에 불과했다.



사천당문이 제 아무리 무림에서 유명하다고 한들 황실 입장에선 예의주시해야할 극독제조가들일 뿐이었고, 개방이나 하오문이 무림에서 유용한 정보통이라한들 황실에게 있어선 거지들과 불량배들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종교가....."


"우리는 무림인과 대화하지 않소."



사헌과 마원 그리고 미화가 제 아무리 관청 앞에서 사정을 설명해도 문이 요지부동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조정은 무림의 일에 얽히기 싫어한다. 특히 어떤 연유든 문파와 관련된 일에 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뇌물을 받지 말라거나, 백성들을 착취하지 말라는 등의 경고는 가뿐히 어기는 이 조정의 관리들은 이상하게도 무림인들과 대화하지 말라는 말은 철저하게 지켰다. 변방이라할 수 있는 길림성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답답하구나. 그럼 내 말이나 전하거라. "



사헌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마원에게 거만한 태도를 보이던 문지기는 사헌이 앞으로 나서자 금세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구의 사내는 논리보다 더한 설득력을 지닌 셈이었다.



"이 주변에 천마재림교라고 하여 백성들을 마교로 이끌려는 무리가 있다. 길림성 내에서도 확실히 문제가 될 행위일테니 조사를 해보라고 전해라"


"어, 어르신들께서 해결하시는게....."


"우리는 가는 길이 바쁘다."



채선자나 홍륜방과 달리 천마재림교는 그 규모도 알 수 없었고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장선웅을 만나긴 커녕 언제까지고 천마재림교 일에 매달려서 질질 끌려갈 수도 있었다.



천마의 아이도 배를 타고 왜를 향하고 있었으니 천마의 비급창을 열 방법은 없다. 천마의 비급창을 열 방법이 없으면 제 2의 천마도 탄생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일은 사헌이 직접 나설 정도로 큰 일은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덜덜 떠는 경비병에게 다시 한 번 으름장을 놓고, 마원 일행은 관청을 떠났다.



마원이 사헌에게 물었다.



"말을 곧이 곧대로 전하겠습니까?'


"그러겠느냐? 설령 전하더라도 관리 놈은 무시할게 뻔하다. 이렇게 당당하게 포교활동을 하는 걸 보면 이미 뒷돈을 받아먹고 있을 수도 있다."


"헌데 어찌하여 관청까지 와서 이런 그....."



마원은 여기서 시간낭비라는 표현을 쓰는게 외람된 것인지 아닌지 고민했다. 사헌은 마원의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해주었다.



"시간낭비를 했냐고 묻는게냐?"


"네 그렇습니다."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제 이 사안으로 무림인들이 길림성 내부를 뒤지고 다니더라도 관청에서는 제지할 명분이 없다. 우리는 앞서 관청에 이야기를 했으나 듣지 않았기 때문이지. 관청이 우리말을 듣고 조사한다면 천마재림교의 정체를 더 빨리 드러낼 수 있으니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다."



사헌은 그렇게 말했다. 사헌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그는 관청에서 움직일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없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무림맹에 편지를 보내는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헌은 종이와 펜을 들고 즉석에서 글을 써내려갔다. 길림성에서 무림맹 방향으로 가는 표사행을 수배하여 그 편으로 편지를 전달할 생각이었다.



마원이 옆에서 힐긋 보면 사헌은 제법 글을 잘쓰는 편이었다. 반듯하고 기운이 넘치는 글씨가 마원을 놀라게 했다. 사헌은 글쓰는데 집중하다가 마원을 쳐다봤다.



"그러고보니. 너는 글을 쓸 줄 아느냐?"


"네.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표사가 글을 알다니 신기한 일이구나."


"표국에 처음 올 때 부터 어느 정도 배우고 있었습니다."



표국에서 일하는 표사들은 대부분 글을 몰랐다. 안다고 하더라도 자기 표국의 이름 정도만 알거나 여관이라는 단어 정도만 아는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서 마원은 글을 제대로 쓸 줄 알았고 제대로 읽을 줄도 알았다.



"어디 내가 말하는 대로 쓸 수 있겠느냐?"



글을 써내려가던 사헌이 마원에게 붓을 넘겼다. 마원은 붓을 붙잡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잡았다. 어설펐지만 확실히 글쓰는 걸 정식으로 배운 자세였다.



"표두놈이 가르쳐줬더냐?"


"어릴 때 부터 글은 쓸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글을 배워서 글쓰는 법을 알았다는 이야기였다. 사헌은 그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마원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내였으니.



성장 속도도 빠르고 응용력이 대단했다. 어디 유명한 가문이나 문파 출신임이 틀림이 없는데 본인이 기억이 없다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앞으론 자기 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미화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맹인을 위한 책은 없었으니까. 마원이 글을 쓰다말고 웃으며 말했다.



"언제든지 말씀만하신다면."



사헌은 마원이 쓴 글을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쓴 글씨는 아니엇지만 못읽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표국을 벗어난 사헌에게 마원이 물었다.



"그럼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내일 출발하자. 방을 싸게 잡았으니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사헌은 마원과 미화를 데리고 자신이 잡은 숙소로 향했다. 지금까지 묵었던 곳들과 다르게 다소 단촐한 느낌이 드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 두터운 벽과 단단하게 묶인 창문은 외풍을 피하겠노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방에 들어와서 옷을 정리하고 각자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시간이 일러 잠이오지 않았다. 사헌은 겨울잠을 준비하는 짐승처럼 털가죽옷을 이불처럼 덮더니 코를 드르렁골며 잠들었다.



"벌써 잠드셨군요."


"이른 시간인데 별일입니다."


마원과 미화가 사헌이 깰까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코고는 소리와 지나치게 이른 시간으로 인해 잠이 오지 않았던 두 사람은 잠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마원 일행이 잠든 방은 2층이었다. 복도를 걸으면 낡은 복도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렸다. 높고 기괴한 소리에 미화가 얼굴을 찌푸리면, 마원이 그녀의 귀를 가볍게 감쌌다. 남들이 보기엔 마원이 미화의 머리채를 잡고 뒤흔드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복도를 닦던 하녀는 마원이 미화의 얼굴을 잡고 끌고가는 듯한 그 모습에 기겁을 하고 역시 무림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투덜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밖으로 나오면 거리는 한산했다. 해가 지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횃불을 든 순찰대나 밤에 수련을 위해 숙소를 뛰쳐나온 무림인 정도만 보일 뿐이었다. 마원은 혹시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일까 싶어 눈에 내공을 실어보았지만 옆에있던 미화가 풋하고 웃자 바보짓을 멈추었다.



눈에 내공을 실어봤자 눈빛이 형형하게 빛날뿐 밤에 더 잘보이지는 않았다.



밤 중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순찰대원이 미화와 마원을 슬쩍 쳐다보고 뭐라고 하려다가 칼을 찬 것을 보고 그냥 몸을 돌렸다. 야밤에 칼들고 돌아다니는 인간은 어디서든 피하는 법이었다.



마원도 미화도 막상 나와도 할 일이 없어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미화와 함께 있으면 마원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다. 밤하늘을 볼 수도 없었고, 항구의 야경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마원이 물었다.



"대련이라도 하시겟습니까?"



"좋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화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서로 자세를 잡고 거리를 벌렸다. 숙소의 공터는 적당히 넓어서 두 사람이 한 판 붙기 적당했다. 마원은 칼을 칼집째 뽑아서 들었고, 미화는 양 다리를 벌려 자세를 낮추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부딪히려는 그 순간. 누군가 싸움에 제동을 걸었다. 마원이 고개를 돌리니 새까만 천으로 온몸을 친친감은 이들이 공터에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들은 마원과 미화에게 허락을 구하듯이 한발자국만 앞세운 채 이렇게 말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누구요?"


"천마재림교에서 왔습니다."


"어르신!!"



마원은 지체없이 사헌을 부르며 칼을 뽑았다. 미화가 마원을 뒤로 물리며 손을 내밀었다. 천마재림교의 신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적대적인 태도가 아니었다. 그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손을 머리위로 들며 말했다.



"진정하세요. 우리는 싸우러 온게 아닙니다."


"싸우러 온게 아니면 무슨 목적으로 왔소? 당장 물러나시오."


"우리에 대해 오해가 있는 듯 해서 설명을 드리고자 온겁니다."


"설명?"



마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검은 옷의 남자를 쳐다봤다. 그는 마원이 즉각 달려들려고 하지 않자 그제서야 손을 내렸다.그리고 입을 열었다.



"우리 천마재림교는 마교의 재림을 바라는게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오?"


"무림에서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회귀하자는 의식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마라는 이름은 이걸 상징하는....."



쾅!



열심히 마원에게 설명하던 검은 옷의 남자가 쇠말뚝처럼 바닥에 쳐박혔다. 사헌의 주먹이 남자의 정수리를 뭉게고 그를 질펀한 고기 육편으로 재탄생시켰다. 사헌이 어깨를 풀며 완전히 박살나 곤죽이된 남자의 시체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이놈은 뭐하는 놈이냐? 보아하니 적대 중인것 같던데."


"천마재림교의 일원이라고 했습니다."



마원이 말했다. 사헌이 내심 걱정하는 '혹시나 멀쩡한 사람을 죽였으면 어떻게 하나.'를 말끔하게 해결해주는 대답이었다.



"으아아악!"


"자, 잔인한 놈들! 우, 우리 지부장님을!"



사헌은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를 질러대는 신도 두명을 붙잡아서 숙소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흙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간 신도들은 벽에 쳐박힌채 신음성을 흘렸다.



"으으.... 사, 살려주십시오 어르신.... 우, 우리는 마교가 아니라...."


"마교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냐?"


"마, 마교가 아니라 순수한 육체단련을 위해 몸을 건강히....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사헌이 으르렁대자 그 기세에 놀란 신도가 몸을 벌벌 떨며 서둘러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천마재림교는 천마와 같이 강대한 힘을 지닌 자가 언젠가 이 무림을 구원하러 돌아올 것이며, 그 때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길러야 한다는 무술 수양단체라고 했다.



"사악한 목적은 없습니다! 흑룡강성에도 본부가 있고, 이번에 본부에서 내려온 지부장께서 여기 길림성에 새로 지부를 만드신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인신공양이나.... 그, 마공 같은 건 저희도 배운 바 없으며! 지부장님도 보통 사람이십니다!"


"흑룡강성에도 지부가 있다?"


"예, 예! 본부가 있습니다!"


"여기 있는 놈 중에는 이 지부장이 제일 높은 놈이냐?"



사헌이 바닥에 박살난 지부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신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헌이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교리가 이상할 뿐 이 놈들은 정말 무고한 놈들일수도 있었다.



마원도 지부장에게서 무공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 미화가 의아한 얼굴로 지부장의 시체를 쳐다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미화."


"피 냄새가 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그 피 냄새가 아닙니다. 최소한 일주일은 지난 썩은 피 냄새입니다."



사헌이 바닥에 늘러붙은 옷자락을 들추었다. 그제서야 드러난 찐득한 검은 피가 지부장의 붉은 피와 뒤섞여서 고약한 냄새를 뿜어냈다. 어디에 숨기고 있었는 지, 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지 알수 없는 썩은 피였다. 신도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지부장을 쳐다보고 다시 사헌을 쳐다보며 외쳤다.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모를수야 있겠지만, 너희가 살아있으면 본부에 보고하지 않겠느냐?"



사헌이 물었다. 마원이 칼을 봅아들었다. 두 신도들의 목이 툭, 떨어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개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0.11.05 20:33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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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북해빙궁의 불청객 장선웅 20.11.01 305 7 11쪽
43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20.10.30 309 8 11쪽
»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1 20.10.30 332 6 12쪽
41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1 20.10.28 352 8 11쪽
40 길림성에 도사리는 악마 20.10.27 386 7 11쪽
39 절강에서 만난 그들은 20.10.25 391 8 11쪽
38 절강에서 만난 그들은 +3 20.10.24 399 10 11쪽
37 절강에서 만난 그들은 +1 20.10.23 418 7 11쪽
36 상해로 향하는 쪽배 +2 20.10.21 408 7 12쪽
35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20 395 7 11쪽
34 상해로 향하는 쪽배 20.10.19 419 7 12쪽
33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17 6 11쪽
32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3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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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21 10 12쪽
29 굽이치는 장강행 +3 20.10.17 441 10 11쪽
28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495 7 11쪽
27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509 7 12쪽
26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5 571 9 11쪽
25 서장의 구낙손 +2 20.10.14 464 10 12쪽
24 서장의 구낙손 +1 20.10.14 477 9 11쪽
23 서장의 구낙손 +1 20.10.14 51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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