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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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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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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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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상해로 향하는 쪽배

DUMMY

마원이 혼신의 힘을 다해 칼집으로 후려쳤건만 공명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로 만든 칼집이 쨍하고 울려서 마원은 칼을 놓칠 뻔 했다. 얼얼한 손목을 부여잡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니 공명은 당황한 얼굴로 마원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짓이오?"



마원이 공격할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한 얼굴이었다. 마원 역시 스님을 공격한다는게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여기서 공명을 죽이지 않으면 천마의 자손이 무림맹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 천마의 비급창이 열리고 무고한 아이가 죽고만다.



그런 비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천마의 비급이 탐나서 아이를 죽인다는게, 무림인이 할 짓이더냐! 당장 아이를 내려놓고 사라져라!"


"어찌 소림의 일에 외부인이 간섭하는게요! 당장 물러나시오! 무고한 이를 죽일 생각은 없소!"


"너야말로 물러나거라!"



다시 한 번 마원이 칼을 휘둘렀다. 이번엔 날을 바싹 세운 상태였다. 공명이 몸을 틀어 칼을 피해냈다. 사내가 그 틈에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했으나 공명이 사내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어욱!"


"도망치지 마시오. 이 쪽 일이 끝나면 당신도 나와 같이 가줘야 하니."



마원이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사내의 팔 다리는 꽁꽁 묶여있었다. 아이는 사내 곁에 붙어서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마원이 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죽어라! 죽어!"


"진정하시오! 그만두지 않으면 이 쪽도 대응하겠소."



공명은 마원에게서 한발자국 물러나더니 양팔을 넓게 들어올리고 한 발로 섰다. 그 기묘한 자세에 마원이 순간 놀라서 물러났다. 잠시 그 자세로 서있던 공명이 발을 크게 내뻗으며 달려들었다.



마치 학이 비상하는 듯 날아든 일격을 마원이 간신히 피해냈다. 마원이 피하는 것과 동시에 묵직한 파괴음이 울렸다. 바로 뒤에 있던 나무가 진흙처럼 구멍이 뻥 뚫리는 것이 보였다. 공명은 발을 나무에서 뽑아내며 말했다.



"이게 마지막 경고요. 당장 물러나던가. 내게 죽던가. 둘 중 하나만 고르시오."



여기서 물러나면 공명은 빠르게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리라. 공명이 자기 일행들과 합류하게 된다면 마원 일행이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마원은 시간을 좀 더 끌어볼 생각이었다.



"그래! 소림사에 돌아가면 그 발길질로 애를 패 죽이겠지! 그렇지 않느냐?"


"무슨 소리! 어디까지나 천마의 비급창을 열기 위한 희생일뿐. 그런 개인적인 원한은 없소이다!"


"그럼 소림 방장이란 놈이 그 발길질로 애를 패죽이겠구나! 그 놈은 천마에게 원한이 많을테니 말이다!"


"닥치시오! 감히 누구 입에서 소림을 욕보이는게요!"


"애들 피나 뽑아먹는 집단이 언제부터 소림을 자처했는가! 네 놈들을 혈교라 불러 마땅하지 않겠느냐!"


"더 이상의 모욕은 참지 않겠다!"



공명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외쳤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얼굴색에 마원은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공명은 손가락 하나를 쭉 피고 마원의 머리를 겨누었다. 마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여서 손가락의 궤적에서 벗어났다.



퍽!



마원의 뒤에 있던 나무에서 퍽 소리가 나며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마원이 황당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공명이 외쳤다.



"어디를 보느냐!"



마원이 그 소리에 아차싶어 다시 돌아본 순간 공명의 두꺼운 발목이 눈 앞에 들어왔다. 온몸의 내공을 전부 끌어내어 얼굴을 방어했지만 공명의 내공이 실린 발차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쾅!



마원의 내력과 공명의 내력이 충돌하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마원은 얼굴이 박살나는 듯한 충격에 온몸을 떨며 바닥을 굴렀다. 단 한 방을 막았을 뿐이지만 온 몸이 걸레짝이 되었다. 마원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공명을 쳐다봤다. 얼굴에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뭐야?"



공명이 마원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했다. 마원은 시퍼렇게 멍들고 피가 흐르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공명은 마원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가슴 속에서 수배지를 꺼내들었다.



"엇!"



공명이 놀란 표정으로 마원을 가리키며 외쳤다.



"여, 역용술을 쓴게로구나 이놈!"



마원은 그제서야 방금 전 충격으로 역용술이 풀렸음을 깨달았다. 이제 공명은 마원을 제압해서 데려갈 이유가 생긴 셈이었다. 공명이 수배지를 집어넣는 틈에 다시 한 번 마원이 칼을 휘둘렀다.



내공 하나 실리지 않은 베기를 공명이 맞을 턱이 없었다. 가볍게 손을 휘둘러 마원의 검을 쳐내고, 도리어 그의 멱살을 붙잡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무림맹에선 당신에게 물어볼 곳이 많소. 자..... 그럼 당신도......"



공명이 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밧줄을 꺼내는 사이, 누군가 공명의 뒤를 잡았다. 등 뒤에서 발하는 살벌한 기운에 공명이 급히 몸을 돌려 방어태세를 취했다. 공명의 팔 위로 작은 손이 살포시 올라왔다.



퉁!



공명의 몸이 붕 떠올라서 숲 저편으로 처박혔다. 마원은 공명을 날려보낸 상대에게서 익숙한 내공을 느꼈다.



"미...미화?"


"괜찮으십니까? 마원! 당장 치료를....."


"아니, 아니 괜찮습니다. 빨리 저 아이와, 사내를....."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미화가 공명이 날아간 숲을 바라봤다. 공명이 얼얼한 양팔을 문지르며 튀어나왔다.



"당신은 누구.... 엉?"



공명은 의아한 얼굴로 미화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명은 미화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사천 양가태극권 도장에서 그녀를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문의 당미화?"



미화가 손을 내뻗었다. 공명이 미화의 손을 되려 붙잡아서 끌어당겼다. 미화가 힘없이 끌려들어가며 공명을 끌어안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회전의 반동을 이용하여 공명을 그대로 바닥에 넘어트렸다.



"어억!"



공명이 바닥에 넘어지기 직전 빈손으로 바닥을 후려쳐 다시 일어나자, 미화가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가까스로 그녀의 손을 피한 공명이 억지로 손에 내공을 흩뿌려 미화를 밀어냈다.



"대체 당문의 여식이 어찌 소림을 공격하는게요? 이자랑 무슨 관계가...."



공명이 말을 하다가 마원을 다시 보고 미화를 쳐다봤다. 그리고 혼자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수하는게요."


"저마다 옳다고하는 건 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공명이 한 발 뒤로 물러나며 도망칠듯한 모션을 취했다. 미화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앞으로 달려오자 공명은 양 손바닥에 내공을 실어 크게 손뼉을 쳤다.



쨍!



음공(音功)을 방불케하는 찢어질듯한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마원이 귀를 틀어막고 바닥을 구르고, 앞으로 달려들듯 손을 내뻗던 미화가 중심을 잃으며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마원이 다시 정신을 차리는 순간, 공명의 주먹이 미화의 옆구리를 강하게 타격했다.



"커흑!"



미화가 마치 종잇장처럼 접히며 숲 너머로 튕겨날아갔다. 몇번이나 바닥을 굴렀는 지 수풀이 부서지는 소리가 끝없이 울렸다. 마원이 놀란 얼굴로 공명과 미화가 사라진 풀숲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죽지 않았을거요. 나는 손대중을 했소."


"이 잔인무도한 땡중놈아!"



마원이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마원에게 남은 기력이라곤 한 줌 뿐이었다. 일어나서 버티는 게 고작인 그에게 공명이 화를 낼 이유따윈 없었다. 그만큼 마원의 상태는 처참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림에 가서 하는 게 좋겠소. 어찌하여 마도에 빠졌는지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명이 손을 내뻗자 마원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명에게 그 칼질은 어린애 장난과도 같은 것이었다. 가볍게 피해낸 공명이 주먹을 쥔 반대손으로 마원의 배를 후려쳤다.



내공이 실리지 않았지만 묵직한 일격이었다.



"크억....."



마원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시큼한 향과 피맛이 배어나왔다.



"자 그럼....."


"지금 하는 짓이..... 마교와...... 다를게.....무어냐!"


"마교가 빼앗아간 것을 돌려받는 건 뿐이오. 천마 토벌 당시 소림 무공의 진리를 깨우친 고승들께서 분전하셨으나 모두 돌아가시고 말았소. 그래서 지금 남은 건 그 소림 무공의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이들 뿐이라오. 지난 40년 간 소림의 사람들이 앞다투어 경지에 오르고자 했으나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지.



이제 남은 건 이것 뿐이오.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세상 모든 무공에 통달했다는 천마의 비급창에는 분명, 소림 무공의 진리를 깨우칠 단서가 있을 것이오."


"천마가..... 되고싶다는 게로구나."


"어찌 그걸 같은 취급하시오. 우리는 천마가 되고픈게 아니오. 천마의 비급창을 이용하려는게지."



마원은 속을 게워내며 외쳤다.



"네 역겨움에 구역질이 다 날 지경이다!"


"역겨움? 무엇이 역겹단 말인가! 마도에 빠져 천마의 자손을 보호하는 중죄인이 누구보고 역겹단 소리를 하는가!"


"부처님이 소림을 위해서 애를 쥐어짜라고 시키더냐? 천마의 자손이라면 누구든 죽이라고 말씀하시더냐? 소림의 제자란 놈이 어찌 살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느냐!"


"누가 부처님을 언급하느냐! 이는 방장께서 명하신 일이다! 소림과 무관한 네 놈이 끼어들 일이 아니란 말이다!"



공명이 다시 내공을 끌어올렸다. 화가 잔뜩 난 얼굴이 마원에겐 마치 야차처럼 보였다.



"그렇게 소원이라면 죽여주마! 네 방자한 입이 소림에 계신 큰 스님께 누가 될테니 말이다! 소림의 절기를 몸으로 느껴보거라!"



공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손에 맺힌 기운이 살벌하게 빛났다. 마원이 다시 외쳤다.



"소림의 무승이란 놈이 방장의 명을 따르고 있느냐! 부처의 말씀을 따라야 맞는게 아니더냐? 방장이 부처더냐? 말해봐라! 부처님의 말씀과 방장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느냐? 어느 것이 옳느냐?"


"그, 그건....."



그 순간, 공명의 머리에 작은 혼란이 일어났다. 방장의 말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서로 상충된다면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중이된 것이 아니었던가? 정말, 부처님의 말은 무시하고 방장이 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맞는가?



그게 맞다면, 자신이 중일 필요는 있는가?



"크헉!"



무공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찾아온 심마가 공명의 몸을 잠식했다. 손끝까지 퍼져나갔던 정순한 기운이 흐트러지며 공명의 혈도를 헤집기 시작했다. 공명이 눈을 까뒤집은 채 피거품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크하학....컥...커헉....!"



마원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상대가 틈을 보였다. 마원이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커다란 틈을 보인 것이다. 마원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찔러넣었다.



콰직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마원의 귀에 분명하게 들렸다. 아랫배를 관통당한 공명이 경련하는 것을 멈추었다. 마치 폭탄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것을 기다리듯 긴 시간이 흘렀다.



사내도 아이도 마원도 공명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을 하늘로 쳐올린 채 서있던 공명의 몸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원이 칼을 꽂아놓은 채 뒤로 몇걸음 물러나 주저앉았다. 공명의 전신이 축골공을 쓰는 것처럼 이리저리 부풀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을 불어넣은 낡은 공처럼 펄럭이던 신체는 급작스럽게 수축했다.



그리고 빼빼마른 종이인형처럼 비쩍 말랐던 공명의 몸은



펑!



산산조각나 흩어지고 말았다. 피를 뒤집어 쓴 마원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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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495 7 11쪽
27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509 7 12쪽
26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5 572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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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서장의 구낙손 +1 20.10.14 47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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