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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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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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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글자수 :
24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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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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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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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굽이치는 장강행

DUMMY

"석방렴진이라. 제갈세가의 사람이로구나. 제갈세가가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 여기까지 쫓아왔느냐?"


"동정호에서 네가 죽인 사람 중에 우리 속가제자의 장인이 있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인 죄는 여기서 씻어내야 할터! 당장 목을 내밀어라 채선자!"



제자들이 채선자의 주위를 빙 둘러쌌다. 마을 안이다보니 엄폐물이 많아 진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으나 채선자를 잡아가두기엔 충분한 밀도로 제자들이 서 있었다.



채선자는 철선을 꺼내들며 말했다.



"내 비록 낙향하여 도적질을 하는 몸이지만, 한 때 황실의 대장군이었다. 너는 내가 석방렴진도 파훼하지 못할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같잖은 수를 펼치는 것이냐."



제갈륜이 그 말을 비웃었다.



"무슨 소리냐? 네가 파훼하라고 세워둔 진이 아니다."


"잘했다 제갈세가의 여식!"



하늘로 치솟은 사헌이 정확하게 진의 중심에 안착했다. 채선자는 그제서야 이 진을 세워놓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진은 포위망이 아니었다. 사헌과 채선자를 싸우게 만들 무대였다.



채선자가 철선을 펼치며 말했다.



"석방렴진은 내부의 적을 가두는 용도기 때문에, 진 바깥에서의 공격에 취약하다. 즉."



채선자가 손을 위로 들자 마을 여기저기에 숨어있던 녹림의 잔당들이 무기를 들고 튀어나왔다.



"바깥에서 가하는 공격에 약하다는 것이지. 제갈세가의 제자들이 어느정도의 실력일지 궁금하구나."



마원과 사헌 그리고 제갈륜이 칼을 뽑아들었다. 사헌이 채선자를 끝장내는 동안 바깥에서 달려드는 저 녹림의 부하들을 밀어내야 했다. 미화가 마원에게 말했다.



"제 옆에 있으세요."



그 말은 마원을 살짝 사운하게 만들었다. 마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지지않습니다."


"그래도 위험해지면 제게 오셔야 합니다."



미화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녹림의 잔당들이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사헌은 싸우자는 말도 없이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주먹질임에도 불구하고 바람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진형을 이루고 있는 제갈세가의 제자들이 그 움직임에 놀라 움찔할 정도였다.



그 위력을 알고 있는 채선자가 몸을 굽히며 주먹질을 피해냈다. 채선자가 몸을 크게 굽혀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칼이 날아왔다. 채선자가 혀를 차며 그 칼을 호신강기로 튕겨냈다.



튕겨난 제자는 곧바로 진형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자세를 유지했다.



채선자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대련장을 방불케하는 넓은 원형의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으나 실상, 이 공간은 채선자를 요리하기 위한 도축장에 가까웠다. 채선자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거나 진 가까이 다가가면 그 틈을 노린 제갈세가의 제자들이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다.



자신의 호신강기도 뚫지못할만큼 미약한 칼질이었으나, 사헌에게서 눈을 땔 수 없는 채선자의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사헌에게서 눈을 때면 칼이 날아온다. 진법을 부수기 위해 힘을 쓰면 사헌에게 맞는다.



채선자는 철선을 내밀어 사헌을 견제하면서도 주변을 신경쓰고 있었다. 지금 채선자에게 최선의 해법은 두가지였다. 자신의 부하들이 진을 파훼하는 것을 기다리거나, 사헌에게 맞는 걸 감수하고 진을 억지로 부수거나.



물론 채선자에게 자신의 부하들이 도와주는 걸 기다리는 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사헌의 정권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채선자가 몸을 옆으로 돌렸다. 채선자와 눈이 마주친 제갈세가의 일각이 뒤로 물러나며 진법이 어그러졌다.



채선자가 철선을 위로 던지고 바닥에 납작 엎드리더니, 양손을 크게 펼쳐 앞으로 내밀었다.



"황룡류파(皇龍流波)!"



채선자의 손앞에 모인 내공이 용이 굽이치는 듯한 흔적을 남기며 쏘아져나갔다. 바로 앞에있던 제갈세가의 제자들은 피할 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휩쓸렸다. 동시에 사헌의 주먹이 채선자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 산천의 초목이 바람에 휩쓸려뒤엉키는 소리가 겹쳐지며 굉음을 형성했다.



마원은 그 순간 녹림의 잔당 한 명을 베어넘겼다. 미화의 옆에는 피거품을 뿜어내는 잔당들이 벌써 다섯에 달했다. 제갈륜이 검을 휘두르며 녹림의 잔당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가공할만한 내력의 움직임에 모든 이의 시선이 채선자 방향으로 향했다.



끔찍한 참극의 현장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두마리의 용이 서로 교차하며 굽이친듯한 흔적이 제갈세가의 제자들을 뭉게고 지나간 상태였다. 채선자는 사헌에게 맞아 튕겨날아가면서도 진을 구성하는 다른 제자의 목을 잡아 뜯어내며 떨어졌다. 각혈을 하며 겨우 몸을 일으키면, 그제서야 채선자는 씩 웃었다.



"좋다. 아주 좋다."



사헌은 채선자가 만족스럽게 웃어보이는 것이 불만이었다. 진을 부쉈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헌이 말했다.



"뭐가 좋다는게냐? 진이 부숴지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네놈만이 아니다."


"나를 무시하지 않았으니, 이런 진법같은 수를 동원한게 아니냐. 아주 마음에 든다."



채선자가 바닥에 떨어진 철선을 집어들고 몸을 털었다. 사헌이 주변에 있는 제갈세가 제자들에게 외쳤다.



"물러나라! "


"나를 무시하지 않았으니 나도 제대로 상대해주겠다."



제자들이 물러나고 사헌이 앞으로 나섰다. 윗도리를 벗어던진 사헌이 온 몸에 힘을 불어넣고, 채선자는 철선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양 손가락을 마치 여의주를 쥐는 용처럼 굽히고 앞으로 내밀었다.



사헌으로서는 처음보는 수법이었다.



"공격하지 않느냐?"



사헌을 놀리듯이 채선자가 물어왔다. 방금 전 일격으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눈빛이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헌은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슬쩍 거리를 벌렸다. 채선자가 한 발 앞으로 내밀더니 양손을 앞으로 모으며 돌진했다. 사헌이 옆으로 피하자 채선자는 사헌을 무시하고 물러나있던 제갈세가의 제자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먼거리를 단숨에 도약한 채선자의 손에 제갈세가의 또다른 제자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사헌이 채선자의 발목을 붙잡고 반대방향으로 휘둘러 바닥에 내리쳤다. 바닥에 붙힌 채선자가 그 반탄력으로 몸을 띄워 사헌에게 달려들었다.



사헌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채선자의 손끝이 스쳐지나갔다.



"크윽!"



시큰한 통증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철포삼을 뚫고 상처를 입힌 것이었다. 마원이 싸우다말고 그 광경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사헌이 상처를 살피기 위해 몸을 뒤로 물리고, 채선자는 비틀거리면서도 입꼬리를 비틀었다.



"왜 놀라느냐? 내가 그깟 외공 하나 못뚫을것 같았느냐?"


"생채기 하나 냈다고 우쭐하지 마라!"



사헌이 바닥을 크게 구르자 흙먼지가 솟구쳐 올랐다. 마원과 제갈륜은 시야가 보이지 않으니 입을 틀어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미화는 오히려 눈을 빛내며 숨을 참고 흙먼지 안으로 들어갔다.



제갈세가의 제자들이 멀리 물러났다. 사헌이 땅바닥을 파고들어 채선자의 발을 붙잡았다. 채선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대처하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채선자가 바닥으로 빨려들어가고 미화가 남은 녹림의 잔당들을 정리했다.



흙먼지가 걷히고, 바닥에 쓰러진 녹림의 잔당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하에서 벌어지는 각축장에 의해 땅이 요동치고 있었다. 갈헐천처럼 피를 왈칵왈칵 토해내는 땅더미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사헌의 거대한 손이 땅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푸하!"



피범벅이 된 사헌이 다급한 표정으로 지상으로 기어나오자, 그 뒤를 따라 채선자가 피칠갑을 한 채 기어나왔다. 채선자는 만신창이였지만, 사헌의 몸도 멀쩡하지 않았다.



둘 다 거친 숨을 내쉬며 서로 바라볼 뿐 이었다. 단 한 번의 공방. 단 한 번의 공방이 이 싸움의 승패를 가르리라. 사헌이 양손을 들어올렸다. 채선자가 다시 그 독특한 자세를 취하며 한 발 앞으로 내밀었다.



"장풍!"



그리고 그 순간. 내력이 실린 돌덩이가 채선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채선자가 황당한 얼굴로 옆을 돌아보자, 그 틈을 탄 사헌이 바닥까지 긁어모은 힘으로 채선자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무방비 상태로 두들겨맞은 안면에서 뼈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채선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붕 떠오른 채선자의 등 뒤로 미화가 다가와 한쪽 팔을 붙잡았다. 채선자가 미화를 떼어내기 위해 팔을 휘두르려 했지만 제갈륜이 다가와 미화가 붙잡은 팔을 통채로 베어냈다.



"크아아악!"



채선자가 잘린 팔을 움켜쥔 채 바닥을 구르며 뒤로 물러났다. 이성을 잃은 채선자는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온 사헌을 포착할 수 없었다. 사헌의 주먹이 뒤통수에 작렬했다. 채선자의 몸이 오뚜기처럼 쓰러져 바닥에 처박혔다.



흙바닥에 처박히며 생긴 진동에 제갈세가의 제자들이 본인들이 맞은 듯이 몸을 떨었다.



채선자가 일어나기 전에 사헌은 양손에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채선자의 등을 가격했다. 척추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채선자의 온 몸이 경련했다. 그제서야 안심한 사헌이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채선자는 흰자를 드러내며 몸을 일으켰다. 입에서는 피거품을 흘리면서 말했다.



"나를..... 나를 무시하지 마라.... 나는...."



남은 한 팔을 허우적대는 찰나, 미화가 남은 팔을 붙잡고, 제갈륜이 다시 한 번 그 팔을 잘라냈다. 양팔이 사라진 채선자가 고통이 섞인 비명을 질러대며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여유가 생긴 제갈륜이 땀을 닦아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을 하나가 괴멸되었고, 데려온 제자들의 반 수가 죽었다. 심각한 피해였다.



"왜 이런 짓을 했지?"


"내 아들... 아들이 가지고... 싶다....딸이... 딸이...보고싶다...."


"무슨 소리를 하는게냐?"


"처형당한.... 내...딸.... 내 말을...무시하고....."



채선자가 고개를 들어 제갈륜을 쳐다봤다. 새하얀 눈동자에 살기가 그윽했다.


"나를....! 나를 무시하지 마라....! 난....! 난 충성을 다했다....! 나를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채선자가 괴성을 지르며 제갈륜을 죽이려들었다. 하지만 양팔이 없는 그로서 제갈륜을 죽일 방법은 없었다. 발악하는 그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사헌의 주먹이 날아왔다. 미화가 채선자의 등에 손을 올리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마원이 온힘을 다해 채선자의 배에 칼을 찔러넣었다.



"나는.....!"



채선자가 말을 하다말고 입을 헤 벌린채 축 늘어졌다. 사헌과 미화가 손을 떼자, 채선자의 몸이 마치 고깃더미가 무너지는 것처럼 허물어졌다. 눈앞에서 사람이 산산조각나는 걸 본 마원이 기겁을 하며 칼을 뽑아냈다.



제갈륜이 마원의 검에 피가 안묻은 걸 보고 흥미를 가졌다.



"좋은 검이군요."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원은 반사적으로 칼을 숨기며 그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새도우
    작성일
    20.10.19 10:44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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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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