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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표사는 수라를 보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백로천성
작품등록일 :
2020.09.23 21:22
최근연재일 :
2020.11.05 03:4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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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7,414

작성
20.10.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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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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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굽이치는 장강행

DUMMY

"내 딸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게.... 딸이오?"



마원은 채선자가 긍정하자 더 할말을 잃은 것 같았다. 만적이 누군지 곰곰히 생각하던 사헌 역시 입을 벌리고 허, 하는 감탄성을 내질렀다. 채선자는 두 사람의 격렬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니들이 내 딸을 어찌 생각하든 관심없다. 혹여 혼인할 생각은 있느냐? 너는 잘생겼으니 그럴 생각이라면 내 좋게...."


"닥치시오."



마원은 만적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자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안그래도 밑바닥인 분위기가 더욱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채선자의 부하들도 덜덜 떨면서 채선자와 마원을 번갈아 바라봤다.



사헌도 마원의 갑작스런 실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마원 역시 반사적인 분노에 몸을 맡긴 건 일순간 후회하고 있었다.



잠깐 침묵을 지킨 채선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렸지만, 참아줄만한 망언인 듯 했다.



"원래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놈은 살려두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딸이 안됐으니 네 심정을 이해하마. 나도 그게 문제기 때문에 만적을 거세하려고 했거늘. 그놈은 그게 무서워서 도망쳤다. 그래서 내 딸 만적은 어딨느냐?"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끔찍한 놈이었다. 마원은 이 놈이 사실을 듣고 이 배에서 그냥 나갈것이라는 확신도 서지 않았다. 딸을 찾는 기념으로 살인을 해야 겠다며 배 안의 사람을 전멸시킬지도 모를 일이었다.



"위치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소. 만일 말해주면 이 배에서 나갈거요?"


"나가마. 나가겠다. 배 안에 선원들과 여기 이 무지렁이들을 전부 살려준다고 약속하겠다."



채선자는 승객들을 철선으로 한 번 슥 훑으며 그렇게 말했다. 마원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대략 넉달 전인데, 광서성으로 간다고 했소. 그 근방에 아직 있을지도 모르니 그 쪽으로 수색해보시오."


"그렇군. 넉달전에 광서성. 괜찮은 정보다."



채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승객들을 슥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가진 걸 다 내놔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승객들이 눈을 크게 뜨고 채선자를 쳐다봤다. 마원도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채선자는 그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는 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녹림의 채주 채선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이곳에 왔는데, 빈 손으로 갈 순 없다."


"약속과 다르지 않은가!"



모용광이 소리쳤다. 채선자는 그 말에 지체없이 대꾸했다.



"맞다. 약속은 지키마.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살려준 값을 내놓으란 이야기다."



사헌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녹림 채주 채선자라면 사헌으로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지형은 사헌에게 불리한 배 위였다. 사헌의 주특기를 활용할 수도 없었으며, 외공으로 인해 몸무게가 무거운 사헌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 놈의 악명이 높다한들 여기있는 전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모용광이 독특한 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허리춤에 있는 도끼들이 찰랑거렸다. 종남파의 제자들이 칼을 뽑아들었다. 사헌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풀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



미화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마지막으로 채선자가 말했다.



"왜 싸우려 드느냐? 나를 귀찮게 하지마라. 그리고. 거기 젊은 무림인."



채선자는 철선으로 마원을 가리켰다. 그 움직임 한 번에 배 안에 잇는 무림인들이 전부 격동했다. 스산한 기의 흐름이 퍼지고, 사헌이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콰직!



아니 튀어나가려 했다. 땅과 같이 생각하고 발끝에 힘을주자, 사헌의 힘을 못이기고 바닥이 푹빠진 것이다. 추진력을 잃은 사헌이 이를 악물고 바닥에서 발을 빼내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이미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종남파의 제자들이 벌인 합격술을 간단하게 쳐낸 채선자가 철선 위에 곡예를 부리듯이 세 제자의 목을 차례로 베어 얹었다. 그리고 마치 공을 가지고 노는 듯이 균형을 잡다가 강 너머로 집어던져버렸다.



뒤이어 모용광이 도끼 두개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사헌이 그 뒤를 따라 내달렸다. 마원이 나서려는 걸 미화가 붙잡으며 자기 뒤로 밀어넣었다. 채선자가 철선을 접고 모용광의 두 도끼를 손목만을 이용하여 튕겨냈다.



"이 놈!"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번개처럼 내다꽂히는 사헌의 주먹을 막지는 못한 듯 안면에 그대로 타격을 허용했다.



쾅!



철판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나며 채선자의 허리가 뒤로 꺾였다. 사헌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죽여버리기 위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채선자가 굽힌 다리의 탄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붕 떠올라 결정타를 놓치고 말았다.



허공에 떠오른 채선자가 모용광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몸을 크게 회전했다.



"으아아악!"



모용광이 비명을 지르는 것과 동시에 목이 뒤틀려 뽑혔다. 극도로 잔인한 죽음 앞에 선원들이 괴성을 질렀다. 채선자는 모용광의 머리를 이리저리 감상하다가 부하들을 향해 던져줬다. 사헌에게 얻어맞은 얼굴에서 코피가 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헌은 이를 악물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손끝에 가볍게 상처가 나서 피가 흘렀다. 채선자는 상처입었다는 사실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부러진 코를 비틀어 맞추며 말했다.



"무림사괴 사헌. 맞지? 그 이름은 익히 들었다. 무시무시한 무공을 쓴다고 하던데. 이게 그 무시무시한 무공인가?"


"한때는 황실의 대장군이었던 놈이 행패가 심하구나."


"대장군이라. 그래. 나는 대장군이었다. 짓지 않은 죄를 지어서 관직을 잃었지. 내가 결백하다고 말했지만 모두 무시했어. 그래서 나를 모함한 놈들을 전부 죽이고 뛰쳐나왔다. 나는 내 딸을 찾으려는 것 뿐인데, 너도 지금 날 무시하는 게냐?"



채선자가 고개를 비틀며 물었다. 눈에는 한 점의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사헌은 난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여기서 싸웠다간 일단 배가 부서지는 건 확정이었다. 그 사태만은 피하고 싶었다.



"나와 싸웠다간 너도 무사하지 못할게다. 서로 알고있는 사실 아니냐? 너는 딸을 찾고 싶을테니 당장 광서성으로 가는 게 나을텐데?"


"네 말이 맞다. 나는 광서성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저 사내도 같이 가야한다."



채선자가 마원을 철선으로 가리켰다. 마원이 그 손짓에 흠칫 놀랐고 미화가 마원을 몸으로 가리며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채선자가 말했다.



"네가 광서성에 있다고 했지만, 정말 광서성에 있는지, 아니면 그냥 나를 보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건지 어떻게 아느냐? 네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나를 따라와야 한다. 넉달 내에 광서성에서 딸을 봤단 목격담이나 머물렀다는 흔적만 있어도 너를 살려주겠다. 하지만 어느 것도 없다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이 자는 내 일행이다. 우리는 지금 급히 볼 일이 있어 갈 곳이 있다. 네 사정은 안타깝다만, 우리는 널 따라 가줄수가 없다."



사헌은 굳이 흑룡강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았다. 채선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안타깝게도. 내 말을 따라 줄 수가 없군."



사헌은 불온한 살기를 감지했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어둡고 음침한 기운이었다. 깡마른 얼굴은 뱀과 같았으나 그 눈빛은 범과 같았다. 채선자의 눈빛이 형형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사헌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도 나를 무시하고 있구나."


"도망치자!"



사헌이 미화와 마원을 동시에 끌어안고 장강으로 몸을 던졌다. 사헌의 머리 위로 기공탄이 스쳐지나갔다. 사헌은 전신의 기운을 발끝에 모아 단숨에 물을 딛고 달려나갔다.



마치 물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워놓은 것처럼, 사헌은 물 위를 톡톡 튀며 순식간에 강변에 다다랐다. 배 난간에 서있는 채선자는 굳이 사헌을 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헌은 땅 위에 발을 딛자마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손짓했다.



"어디 여기까지 와보거라 채선자! 네 놈을 쥐어짜서 장강 고깃밥으로 던져주겠다!"



배 위라면 모르지만 디딜 땅이 있다면 사헌이 채선자에게 밀릴 이유가 없었다. 채선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인지 굳이 배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에 남은 승객들의 목숨은 마원 일행이 떠나면서 이미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탁류마귀라는 별호를 달고 있는 놈이 도망치는 모양새는 마치 개와 같구나. 나를 속이고 네가 무사히 살아남을 것 같으냐?"


"속인 적 없소! 그가 광서성으로 간 것은 사실이오!"



마원이 외쳤다. 사헌은 그 시점에서 도발전을 그만두었다. 채선자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배 안에 포격을 터뜨린 듯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헌이 말했다.



"더이상 시간이 끌려선 안된다. 저 놈은 나중에 만나면 승부를 내도록 하자. 저 놈이 무리를 얼마나 데려왔는지도 알 수 없고, 이 쪽으로 내려와 줄리도 없다. 기다리다간 부하들을 끌고 쳐들어올수도 있으니 지금은 몸을 빼는 게 최선이다."



배 위에서 사헌은 채선자에게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채선자는 사헌과의 육지 위 대결을 피하고 싶어한다. 이 두가지 사실 덕분에 둘은 이번에 전면전을 피했다.



고고한 장강 위에서 배가 무너지고 있었다. 마원은 지금 이곳이 어디쯤인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배를 타고 갔다면 단축되었을 시간이 자꾸만 늘어지고 있었다.



"어르신.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일단은 다른 배를 타던가 해서 상해로 계속 가야겠지. 그 놈이 진짜 딸을 찾고자 한다면 일단 광서성으로 가볼거다. 우리는 그 사이에 최대한 빨리 흑룡강으로 간다."



배에서 내린 마원 일행은 장강수로십팔채를 가로질러 갔다. 채선자가 오기 전까지는 잔치를 벌이고 있었던 듯 여기저기에 술판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원이 미화가 깨진 병이나 시체를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을 옆으로 기대며 걸었다.



미화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시체 냄새가 심합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헌데 정말 지독한 놈이구나. 딸 행방을 묻는다고 전부 다 죽여놓다니."



사헌이 보기에 이 채선자라는 놈은 단단히 미친 놈이었다. 어찌하여 지금까지 무림공적으로 선포되지 않았나 싶을만큼 그 손속이 잔인했다. 특히나 사헌을 경악하게 만든 건 장강채주의 막사로 보이는 거대한 막사 앞에 마치 공양을 드리듯 쌓아놓은 수적단의 머리였다.



마원이 뒤로 돌아서 헛구역질을 했고, 미화는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피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다. 멀리 장강 유람선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산산조각난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뛰어라. 놈이 쫓아올 수도 있다."



마원 일행이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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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상해로 향하는 쪽배 +1 20.10.18 41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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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14 8 11쪽
30 굽이치는 장강행 +1 20.10.17 421 10 12쪽
29 굽이치는 장강행 +3 20.10.17 441 10 11쪽
»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495 7 11쪽
27 굽이치는 장강행 +2 20.10.16 50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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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서장의 구낙손 +1 20.10.14 47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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