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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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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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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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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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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DUMMY

발라와 미첼이 교전을 시작한 것은 5주 4일로, 녹았던 얼음이 밤이 되면 다시 얼 정도로 기온차가 심했다. 흩날리는 눈발에 군대는 민첩함을 잃었다. 호르리텐시아에 인접한 침엽수림에 포진한 발라는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먼저 공격을 나서지 않았다. 미첼은 소규모 교전을 만들기 위해 병력을 움직였지만 발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화살하나 날아오지 않자 미첼은 고민끝에 숲에 불을 질러 발라를 내쫓으려 했다. 하지만 발라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발라의 전술은 티프소의 근대전과 닮았다. 그중 가장 닮은 점은 소수 정예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역시 "타누아스"였다. 이들은 놀라운 기동력으로 정찰대를 겸했고, 포위전과 섬멸전에서 놀라운 효율을 발휘했다.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것만으로 얻는 효과를 발라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모르던 미첼은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했다. 미첼은 호르리텐시아를 향해 출진하며 창병과 보병을 선두로 세우고 기치를 후방으로 두었는데 전방에서 움직이는 척하며 소수의 타누아스로 후방을 기습한 것이다.


미첼은 예상 이상의 타격에 병력을 묶어두고 수비진을 펼쳤는데 이 또한 발라의 예측대로였다. 타누아스를 측면으로 돌리고 바실리오에게 보병대를 맡겨 후방으로 돌게 하였다. 그리고 발라 스스로 방패부대를 앞세워 궁병의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병력의 우위를 이용한 세갈래 포위진형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미첼 역시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스스로 30여명의 정예궁병을 이끌고 바실리오의 포진에서 약한 곳에 화살을 퍼부었던 것이다. 언덕에 포진한 바실리오군에게 정확한 화살을 날렸는데,시위를 떠난 화살은 족족히 지휘관급의 목에 박히니 바실리오도 기가 찰수밖에 없었다. 보병대가 움츠러든 틈을 타서 그녀는 포위진을 돌파해버렸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미첼은 수비를 위한 목책을 세우라 명령했다.


"이대로는 서로 승부를 낼 수 없게 되겠지."


방어전에서 궁병의 위용을 아는 발라라면 공격해오지 않을거라 믿고 그녀는 장기전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 전투에서의 승리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었지만 다리오 모다스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미첼이 전투를 중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맥크로스를 보내서 전투를 강요했다.


"나도 전투를 하고 싶소. 하지만 적은 우리보다 수가 많고 숲에 포진해있으니 공격하면 돌아오는 것은 괴멸일 뿐이오. 맥크로스 백작, 당신에게 묘수가 있다면 따르겠소."


미첼이 짐짓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하자 맥크로스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결국 그가 낸 묘책은 장기전이었다. 맥크로스는 거만하게 명령했다.


"동 랑시에에서 드롤 형님이 출전하셨으니, 그때 협공을 하시오."


"발라의 병력은 적지 않소. 협공을 한다해도 그가 동요할지 알 수 없소."


미첼이 연기했지만 맥크로스는 인상을 찌푸리는 대신 슬며시 말을 던졌다.


"미첼 장군님, 안젤레스님께서 안위를 염려하시더군요."


미첼은 이를 악물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드롤의 군대에 호응할 것을 약속하고 자신의 막사로 힘없이 돌아갔다.




"미첼 장군은 방어병력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우리가 공격해도 이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바실리오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분석했다. 세실리아가 맡고 있는 호르리텐시아 동쪽 성곽에서 온 소식은 장기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드롤 모다스가 이끄는 5만의 병력이 호르리텐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면 이 곳에서 교전을 할 수 없기에 발라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드롤을 그 때 잡았어야 했는데, 아쉽군요."


"후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하죠."


발라는 좋은 말로 바실리오를 달래고 방어 준비를 맡겼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세실리아는 씁쓸한 목소리를 냈다.


"미첼 장군이라면 우리 쪽을 지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크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상황이 좀 따르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발라는 한탄 아닌 한탄을 하는 세실리아에게 차분히 말했다.


"그녀는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것은 아닌것 같아."


"그게 무슨 뜻인가요?"


"미첼 장군은 부대 전체를 쓰지 않고 있소. 그녀는 그렇게까지 어리석은 장군이 아니에요. 그녀는 진심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겠죠."


"협박을 받고 있는 걸까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다면 미첼 장군과 대화를 해보면 어떤가요?"


발라는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리오라면 누군가를 옆에 붙여놓았을 거요. 우리가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 그녀가 위험해질 수도 있소."


세실리아가 아쉬운 표정을 짓자 그는 조금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걸 반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전투를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 우린 그걸 도와줄 수 있겠죠. 뻔한 속임수지만요."


세실리아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발라의 표정을 쫓아 웃어보일 수 있었다.




이튿날 발라는 미첼의 목책 앞으로 한 무리의 병사를 이끌고 가서 병사들에게 미첼을 부르게 했다.


"미첼! 나의 아버님을 향한 충성은 어찌하고 개를 위해 싸우느냐! 부끄러움을 안다면 당장 물러나라! 이미 우리는 이긴 것과 다름이 없다!"


잠시 후 목책 위에서 미첼이 나타난 것을 본 발라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곁에 맥크로스 모다스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짐짓 모른 척하고 그는 준엄하게 외쳤다.


"미첼 장군! 당신에게 실망했소! 당신은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마칠 줄 알았건만, 모라우를 위해 싸우다니! 이미 뜻을 잃은 것이 틀림없군! 이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드리지! 즉시 갑주를 벗고 항복하시오!"


뜬금 없는 항복권유였지만 미첼에게는 다른 대답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발라의 이 행동들을 궁금해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설령 죽는다해도 항복하지 않겠다!"


발라는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오자 보란듯 웃고 다시 외쳤다.


"그렇다면 당신의 부대는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오! 데이멋 장군의 남 랑시에의 불꽃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지!"


발라는 대답을 듣지 않고 말고삐를 당겨 뒤로 돌았다. 그가 멀어지자마자 맥크로스가 미첼에게 물었다.


"남 랑시에의 불꽃이 무엇이지?"


미첼은 그제야 발라의 뜻을 알고 진지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남 랑시에의 불꽃을 정녕 모르십니까? 전략가 사이에서 전설처럼 남아있는 전술입니다. 병사들이 진위를 알면 사기가 떨어지겠죠."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미첼은 깊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벌써 백년도 전의 일입니다. 남 랑시에 성에서 큰 전쟁이 있었죠. 그 전쟁에서 수성을 하던 민병대 대장이자 전설과 같은 데이멋 장군은 악몽과도 같은 전술을 펼쳤지요. 당시 참전했던 장군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아무리 적을 없애도 적이 나타났다고."


미첼은 표정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워낙 놀란 맥크로스는 그녀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남 랑시에의 불꽃은... 아무 뜻도 없어요. 남 랑시에의 불꽃이란 말은 방금 지어낸거죠."


세실리아와 바실리오가 동시에 묻자, 발라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미첼 장군이라면 내 의도를 알아줄 거에요. 지금 미첼은 맥크로스에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겁니다. 사태를 파악할 때까지 절대 출격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면서요."


바실리오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세실리아를 봤지만 그녀 역시 이해하지 못하고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가 있는거죠?"


"우리가 드롤을 막는 동안에도 미첼은 움직이지 않을 거에요. 남 랑시에의 불꽃에 대해 경계하면서요."


바실리오가 더듬더듬 물었다.


"발라님이 님 랑시에의 불꽃에 대해 블러핑(*전략적 속임수)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해도 그걸로 좋습니다. 우리의 의도를 알아내기 전까지 출격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부터 우리는 전 병력을 되돌려서 드롤을 공격하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


발라는 아직 납득하지 못한 두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적이 물러나고 있지 않은가! 미첼장군!"


맥크로스가 외쳤지만 미첼은 고개를 저었다.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에 휘말릴 수 없습니다. 정찰대를 보내 우리가 안전하게 출진할 수 있음을 확인해야 그 다음 이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발라 놈이 직접 와서 자신의 작전을 가르쳐 주고 간 것인데 어찌 그것을 신경쓰는가!"


"그것이 더 의심스럽습니다!"


미첼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일부러 우리가 뒤를 쫓게 만들려는 수작임이 뻔한데 거기에 말려들 생각이십니까!"


맥크로스는 결국 흐지부지 추격하자는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고, 미첼은 멀어져가는 순백의 기사에게 마음 속으로 감탄하였다.


작가의말

로드리제로스 멸망 이후, 상업도시 랑시에의 자본으로 두 개의 도시가 새롭게 건설되었습니다. 원래는 각각 사업시행자와 투자자의 이름을 딴 발음하기 어려운 도시명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도시의 방향을 근거로 원래 있던 랑시에를 “동 랑시에”, 남쪽에 지어진 도시를 “남 랑시에”, 북쪽에 지어진 도시를 “북 랑시에”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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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화. 기만 15.06.22 43 3 6쪽
68 67화. 잡담 15.06.19 90 2 6쪽
67 66화.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54 3 15쪽
66 65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50 3 16쪽
65 64화. 패배를 앞두고 -2 +1 15.06.12 208 3 16쪽
64 63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30 3 7쪽
63 62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92 3 21쪽
62 6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164 3 10쪽
61 60화. 실패 -2 15.06.05 91 4 8쪽
60 59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96 5 9쪽
59 5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148 4 7쪽
58 57화. 실패 -1 15.06.01 78 3 6쪽
57 5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57 3 11쪽
56 55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59 3 11쪽
55 54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181 4 6쪽
54 53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146 3 22쪽
53 52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192 4 12쪽
52 51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147 3 8쪽
51 50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104 4 10쪽
» 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10 3 9쪽
49 48화. 사투의 끝 15.05.13 124 3 18쪽
48 47화. 사투- 후편 15.05.11 132 3 21쪽
47 46화. 광마도적단 15.05.08 121 3 28쪽
46 45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297 3 17쪽
45 44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230 3 20쪽
44 43화. 기로 - 최악의 선택 15.05.04 127 4 9쪽
43 42화. 사투 -중편 15.05.01 154 3 12쪽
42 41화. 탈출 15.05.01 163 4 11쪽
41 40화. 원조 15.05.01 246 5 16쪽
40 39화. 사투 -전편 +1 15.05.01 1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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