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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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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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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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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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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사투 -전편

DUMMY

라즈나 일가는 매우 긴 역사를 지닌 가문이었다. 그 가문의 기록은 무려 천년 전의 것이 전해질 정도였으니, 내노라하는 리베리아 귀족들도 라즈나 일가보다 오랜 전통을 갖기 어려웠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서에 오래전부터 등장한 것으로 라즈나 일가가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이름은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모두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선조는 천 년전 티에세 북동쪽에 위치한 "신의 마루"라 불리는 산 에이베느의 중턱에 요새와 같은 거대 건물-통칭 라즈나 성-을 짓고 그곳에 정착했다. 생필품을 구매할 때를 제외하면 그들은 외부와 극도로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수는 남녀노소 합쳐서 500명 정도였다. 그렇게 폐쇄적인 삶을 살고 있는 라즈나 일가가 리베리아 대륙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이유는, 그들이 강함의 극한에 도전하는 무도가 집단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들은 흔한 권력 싸움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 불의한 일이 터지면 전력을 다해 움직였는데, 백성이 고통을 받는 일은 철저하게 막아주었기 때문에 종교와 같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때문에 티에세의 주인이 되는 사람들은 라즈나를 포섭하기 위해 많은 궁리를 해야했고, 개중에는 돈, 관직, 가끔은 미녀를 내세워 유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라즈나 일가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오로지 티에세의 평화를 위해서만 무력을 행사했다. 300년전 티에세를 점령했던 무무로 백작이 자신을 무시한 라즈나 일가를 정벌하기 위해 만명의 병사를 보냈다가 오 백 명의 무도가에게 전멸하여 에이베느 산에서 지금도 녹슨 갑옷과 뼈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질 정도였다.


베일에 쌓인 그들이었지만 드물게 역사 한복판에 고개를 내밀 때도 있었다. 멀게는 이계의 악마와의 전쟁때 적의 후미를 공격하여 퇴각시킨 일이 있었고, 가깝게는 히드오레 가문의 세금징수원이 박살난 일도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에일린 황제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녀가 티에세에 시찰왔을 때 그녀를 노린 반란군이 그녀의 군대를 괴멸시켰다. 에일린 황제는 에이베느 산으로 도망쳤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라즈나 일가의 본거지에 이르게 된다. 라즈나 일가의 족장은 그녀에게 여신의 이름을 걸고 승리를 약속했고, 전 인원이 출진을 선언했다. 반란군은 그 수가 오만에 이르렀지만 라즈나 일족은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낫, 검, 창을 들고 도시로 숨어들어 적들을 섬멸했는데, 검은 색의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저승사자와 같았다. 백성들은 그 모습에 열광하며 시민병으로 함께 싸우니 결국은 그들은 약속을 지켰다. 에일린 황제는 그들의 용기를 칭송하며 축복하고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줄 것을 약속했다.


"이 세계에 평화를 주십시오."


그들의 말은 허황되기 그지없었지만 황제는 기꺼이 그리하겠다고 말했고, 역시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으나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려는 것처럼 세계를 지키는 티프소와의 전쟁 중에 사망했다. 라즈나 성에 같은날 백기를 걸어 그녀를 기린다는 그럴싸한 소문이 들렸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험멜 역시 티에세를 본거지로 삼은 이상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아들 브랜 켄틱을 보내어 티프소와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였지만 라즈나 일족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켄틱은 만약을 위해 상당수의 병력을 티에세에 배치하고 라즈나 일족에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쿠안 남작의 군대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브랜은 티에세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움직일 이유는 없다. 대의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브랜은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티에세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리베리아 제국의 평화를 기원했고, 황제를 위해 충성을 다하고자 했다. 이는 라즈나 일족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쿠안 남작을 공격할 궁리를 하고 있던 브랜 켄틱은 1028년 3주 12일부터 4일간 매일 다른 소식을 듣게 된다. 하루는 라즈나 성에서 움직임이 보였다는 것이고, 또 하루는 성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다음 날 급히 달려온 병사에게서 들은 소식은 티에세의 함락이었다. 깜짝 놀란 브랜이 병사에게 자세한 것을 물으니 병사는 숨을 고르지도 않고 말했다.


"하루 사이에 그들이 성에 상주하던 모든 병사를 포획하고 지하에 가두었습니다. 이제 성의 주인은 없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브랜은 즉시 병사들을 모으고 티에세를 공격할 것을 명령했지만 장수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지금 티에세로 들어가면 우리는 리베리아군에게 젠까지 허용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병력을 나누어 적과 맞서면서 티에세를 회복해야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에서 다 패할 수도 있습니다. 병력을 집중하는 것이 기본 아니오!"


"차라리 티에세로 전 병력을 물리고 젠을 회복하는 것이 쉬울 수도 있습니다."


"젠은 수성에 유리하니 그렇게 쉽게 풀릴리 없소."


여러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짜낸 켄틱은 결국 티프소를 대비하기 위해 출진해 있던 아버지의 세 장군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티에세 수복을 부탁했다. 또한 이 상황이 결코 밖으로 새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다. 이 명령은 잠시간 효과가 있었기에 쿠안이 라즈나 가문의 소식을 접할 수 있던 것은 4주 6일이 되어서였다.


아르파에 도착하여 식량 차출에 대해 논의하던 쿠안은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외쳤다.


"티에세에서? 그 라즈나 일가가?!"


"라즈나 일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론의 질문에 쿠안은 흥분하여 "그야 당연하지!"라고 외쳤다.


"라즈나 일가를 모르는 사람이 테르센트에 없잖아."


쿠안은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보란듯이 기뻐했다. 아멜리아도 같이 기뻐하며 말했다.


"게다가 라즈나 일족의 후계자인 라즈나 팽은 엄청난 청순미녀라죠~"


"어? 어...?"


쿠안이 당황하자 아멜리아는 박수를 짝 치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역시! 쿠안님이 그런 정보를 모를리 없죠!"


"처음 듣는다. 몰라 그런 정보."


쿠안이 아델베르트를 곁눈질하며 반박했지만 아멜리아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에이, 그럴리가요. 티에세에서 수송작전을 성공한 다음 술집에서 의뢰인들과 고기젤리와 메밀가루 팬케이크를 먹으면서 "라즈나 팽이 제 부하였다면 어떤 군대가 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그런 뜻이 아니잖아! 라즈나 일족의 무용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나온 이야기 였다구!"


쿠안이 다시 반박하자 아멜리아는 "우웅?"하더니, "하지만 쿠안님이 "그 여자 머리는 긴가?"라고 물었던 것 같은데요?"라고 되물었다.


"무술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였잖아! 긴 머리로 격투전을 하면 시야가 가린다는 이야기였지... 아멜리아, 너 은근히 날 호색한으로 몰아간다?"


쿠안이 회심의 미소를 짓자 아멜리아는 다시 "우웅..."하고 잠시 생각하더니 불쑥 물었다.


"그런데 왜 그 여자 결혼은 했냐고 물었어요?"


잠시 정적이 돌았다. 쿠안은 고개를 돌리고 "내가, 그건, 아..."하고 자신의 발언을 기억해내고 아델베르트를 몇번이나 곁눈으로 훔쳐보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시선이 따가웠지만 그는 재빨리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무튼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아!"


"말이 꼬이기 시작하시네요."


"시끄러워, 아멜리아. 당장 출격한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돼. 브랜 켄틱을 격파할 기회야!"


쿠안이 다시 흥분하여 말하자 아론이 물었다.


"코르로 도주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럼 우린 선택지가 넓어지는 거야. 그를 추격하여 괴멸시키는 것도 이상적이지만 여차하면 티에세로 입성해도 돼."


아멜리아가 소리내어 웃으며 덧붙였다.


"긴 검은 머리의 순결한 처녀 라즈나 팽씨를 만나기 위해서이군요!"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쿠안은 조용히 아멜리아에게 다가갔다.


"꺄악! 누르지마요! 주먹으로 소녀의 머리를 아무 말 없이 빙글빙글하지 마요! 키가 줄어든다구요!"


"퇴로가 끊겼다해도 브랜은 약하지 않아요. 푸투레와는 다릅니다."


아론이 팔짱을 낀 채로 진지하게 말했다. 아델베르트는 힐끔 알투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옛 주군 이름이 나왔지만 알투로는 동요하지 않고 아론의 말에 긍정했다.


"동감입니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무인의 영광입니다만, 우리의 승리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설사 이긴다해도 피해가 클 것입니다."


쿠안은 흐물흐물해진 아멜리아를 놓아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괜찮소. 우리도 제법 강하니까. 그리고 생각해둔 전술이 있어요."


"어떤 전술입니까?"


알투로의 질문에 쿠안은 씩 웃었다.


"망치와 모루. 티프소에서 5000년 전쯤에 쓰던 전술이야."


"망치와 모루?"


아론은 아델베르트를 보았지만 그녀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쿠안은 어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기병을 크게 우회시켜서 적의 후방을 치는 것을 전제로 해. 이 역은 아론과 알투로에게 맡기겠어. 이것이 망치야."


"그렇다면 모루는 뭐에요?"


아멜리아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물었다.


"강력한 창병이 모루가 되어 물러서지 않고 적의 공세를 막아내는 거야. 망치가 적의 후미를 치는 동안에 적의 돌격을 막아내는 역할이지. 동수, 혹은 적이 많더라도 활용할 수 있어."


그가 의기양양하게 설명했지만 아무도 납득하지 못했다.


"우린 강력한 창병이 없는데요?"


아멜리아가 나올만한 의견을 제시해보았다.


"왕실 정예병이 있잖아."


쿠안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덕분에 아까보다도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정예 창병이라구."


쿠안이 변명하듯 덧붙였다.


"진심이세요? 망치로 잘 쳐도 모루가 깨지면 작전은 실패해요."


아델베르트의 의문에 쿠안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염려마. 응용할 생각이야."


하지만 그를 제외한 누구도 선뜻 납득하지는 못했다.




1028년 4주 6일 오후, 쿠안의 부대가 젠으로 출격했다. 쿠안 본인이 직접 중군을 맡았으며, 아델베르트 칸디로스, 아멜리아 크루즈, 카를로스 알레산드로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예병력을 선두에 세웠다. 휴고와 왕실 정예병 역시 잘난 척을 하며 선두에 섰고, 오스본 포웰은 수송대를 맡아 후방에서 함께 출격했다. 기병대를 맡은 아론과 알투로는 각자 2천의 병력을 맡아 따로 출발했다.


그 수는 원래 쿠안의 부대와 푸투레에서 추가한 병력에 의용병을 포함하여 5만이었고, 창과 기가 젠으로 향하는 온 평원을 덮을 정도의 대군이었었다.


대륙 최대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창병은 기병을 막는데 적합하고, 기병은 궁병을 치는데 적합하며, 보병은 창병을 치기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창병이 기병을 치는데 적합하고, 기병이 궁병을 막는데 적합하며, 보병이 창병을 막는데 적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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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5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50 3 16쪽
65 64화. 패배를 앞두고 -2 +1 15.06.12 208 3 16쪽
64 63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30 3 7쪽
63 62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93 3 21쪽
62 6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164 3 10쪽
61 60화. 실패 -2 15.06.05 91 4 8쪽
60 59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96 5 9쪽
59 5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148 4 7쪽
58 57화. 실패 -1 15.06.01 78 3 6쪽
57 5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57 3 11쪽
56 55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59 3 11쪽
55 54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181 4 6쪽
54 53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146 3 22쪽
53 52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192 4 12쪽
52 51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147 3 8쪽
51 50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104 4 10쪽
50 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10 3 9쪽
49 48화. 사투의 끝 15.05.13 124 3 18쪽
48 47화. 사투- 후편 15.05.11 132 3 21쪽
47 46화. 광마도적단 15.05.08 121 3 28쪽
46 45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298 3 17쪽
45 44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231 3 20쪽
44 43화. 기로 - 최악의 선택 15.05.04 128 4 9쪽
43 42화. 사투 -중편 15.05.01 154 3 12쪽
42 41화. 탈출 15.05.01 163 4 11쪽
41 40화. 원조 15.05.01 246 5 16쪽
» 39화. 사투 -전편 +1 15.05.01 19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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