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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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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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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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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
글자수 :
766,658

작성
15.05.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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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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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3화. 기로 - 최악의 선택

DUMMY

켄츄게이트 용병단은 자신들을 고용한 상단을 포함하여 근처의 중소상단을 모조리 점령했다. 심지어 근처의 도적단마저 포섭해버렸는데, 그를 위해 엄청난 양의 은화를 소모했다.


"그 돈이면 용병 그만두고 장사를 하겠다."


켄츄게이트가 소모한 은화의 양을 아카드가 예측했을 때 젠데온은 투덜거리듯이 감상을 말했다. 유지니오는 학생군 전체를 30년간 운영할만한 그 은화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인피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효율이 너무 나쁘잖아."


"그에게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지."라고 아카드는 간단히 말했다.


"강한 무력이 있다면 돈 같은 것은 언제라도 빼앗아 올 수 있는 거니까. 이 대륙에서는 그들보다 강한 무력집단은 없는 걸."


그녀의 말에 학생들은 순간 침묵을 지켰다. 그 대륙 최고의 무력집단과 맞서기 위해 출병한 것은 다름이 아닌 그들 자신인 것이다.


인피던의 의지는 놀라울 정도로 확고했다. 주변의 작은 세력들은 일방적으로 흡수당했다. 병사의 수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동료가 되느냐, 죽느냐의 극단적인 강요에 질린 일부 도적단들은 켄츄게이트의 확장에 저항했지만, 그 결과는 짓밟히고 약탈당하는 것 뿐이었다.




"그들은 공포를 만들고 있는거야.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무모하지만, 공포에 지배되면 저항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아카드는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그들을 막아야해."


혼란스러웠다. 그녀에게는 그들을 막을 의지가 있고,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뜻을 따라줄까? 학생군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유지니오는 겨우 19살이었다. 이 아이들이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를 버텨낼 수 있을리 없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아카드는 자문했지만 답을 떠올릴 수 없었다.


-----------------------


유지니오는 메렌스에서 하루 거리에서 부대를 대기시키고, 적진을 파악하기 위해 정찰병을 보냈다.


"적이 한명도 없습니다. 시민들은 굶주림에 지쳐있습니다. 그들은 즉시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카드는 정찰병의 말을 믿지 않고 다시 정찰병을 뽑아 보냈다. 아카드는 그들에게 부탁했다.


"샅샅히 살펴야 해요. 근처 부대가 주둔할만한 곳도 수색하세요. 북쪽 숲, 서쪽의 큰 건물들, 동쪽의 산악지대도 조사해주세요."


이튿 날 돌아온 정찰병도 같은 말을 했다.


"적이 한명도 없습니다. 시민들만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카드는 그럼에도 메렌스로 입성하지 않았다. 대신 젠데온에게 자신의 마차를 끌어줄 것을 요청했다.


"직접 다녀올게. 유지니오, 여기서 잠시 기다려줘. 전투가 벌어진다면 작전대로 하면 돼."


몇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각각의 대비책을 정해둔 아카드였지만 아예 메렌스를 내줄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적잖게 당황했다. 유지니오는 그런 아카드를 말리고, 젠데온과 아체나에게 100명의 기병을 뽑게하여 메렌스를 향하게 하였다.


"넌 쉬고 있어, 아카드. 네가 없으면 내가 불안하다구."


유지니오는 좋은 말로 그녀를 달랬지만, 아카드는 못내 아쉬운듯 젠데온과 아체나에게 적의 징후를 살피는 법을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이튿날 돌아온 아체나가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하였다.


"정말이야, 한명도 없어. 유지니오, 거기 사람들이 상황이 매우 안 좋아. 완전히 약탈을 하고 갔다. 사람들은 켄츄게이트 용병단이 동쪽으로 떠났다고 했어."


"켄츄게이트 용병단이 떠났다고?"


"응,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했어. 거짓말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어."


"그렇다면 가장 나쁜 상황이겠구나."


아카드는 씁쓸한 음성으로 유지니오에게 즉시 메렌스로 가서 시민들을 구할 것을 건의했다.


"전투는 없는거야?"


유지니오가 조심스럽게 묻자 아카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028년 4주 13일, 메렌스는 그렇게 해방되었다. 썩어가는 시체와 핏물이 모든 식수를 더럽히고 있었다. 약탈하지 못한 모든 식량은 불태워졌고, 사람들은 잿더미를 뒤져 곡식을 찾고 있었다. 먼지를 쓴 아이들은 울고 있었고, 피투성이의 어머니들은 불안한 눈으로 유지니오의 군대를 훑어보았다.


"지옥... 같아."


아나스타시아는 슬픈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체나도 이를 꾹 다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아카드는 조용히 유지니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유지니오. 그들은 청야전술을 쓰고 있어."


유지니오는 아카드에게 시선으로 "청야전술이 뭐야?"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물자를 고갈내는 전술이야. 쓸수 있는 것은 모조리 파괴하고, 민간인들을 약탈하여 우리의 보급에 차질을 주는 계책이야."


유지니오는 윽, 하고 이를 깨물었다.


"그 놈들... 정말 악질인데."


"실제로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하다니... 예상하지 못했어."


아카드의 목소리도 미약한 분노에 차있었다. 학생군은 다른 군대와 달리 부유한 편이었다. 귀족의 자제들이 주력이 되는 군대인 이상 후원이 없을리 없었다. 아카드는 수 주에 이르는 전투가 가능하도록 보급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지금의 모든 보급을 털어도 해결 할 수 없었다.


"이대로 이 사람들을 도우면 우리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거야, 유지니오."


"그게 무슨 뜻이야?"


"최소한의 지원만 하고 즉시 켄츄게이트를 공격하기 위해 움직여야 해."


"그건... 무리야, 아카드."


"지금이 기회야. 시간을 주면 줄 수록 그들은 더욱 강해질 거야."


유지니오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두고 가자는 뜻이야?"


유지니오의 질문에 아카드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이들을 돕는다면 시간은 더욱 부족해진다. 그렇게 되면 켄츄게이트를 이길 가능성은 급속히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을 두고 떠나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다.


"두고 가야해."


아카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유지니오는 작은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제대로 들었지만,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젠데온과 아체나도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지만 끄덕이지 않았다.


"그, 아카드, 저기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할 수 없어."


젠데온이 더듬더듬 말했다.


"우리는 전쟁 경험이 없는데, 상대는... 그러니까... 전투의 프로잖아. 내 말은, 다른 세력이 모두 그들에게 패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거라고는..."


"젠데의 말이 맞아, 아카. 우리는 이 사람들을 도와야 해."


아나스타시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카드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그래, 병사들에게 이 사람들을 돕게 하자."


아카드의 그 말을 기다리던 유지니오는 하하, 웃었다.


"그래. 그게 우리다워."


유지니오는 즉시 아체나에게 물자를 나눠주라고 하고, 도시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흩어져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임시 병동을 지었다.


아카드는 어두워지는 도시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이 곳에서 시간을 지체해도 괜찮을까? 이 사람들을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그렇게 그녀 자신의 머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냉정한 그녀에게 있어 그녀가 낸 대답은 최악이었다.


켄츄게이트 용병단은 작은 소용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세력은 대륙 전체를 뒤흔든다. 더 이상 늦으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카드는 이 사람들을 돕자고 말했다. 어째서일까? 그들을 진압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그걸 알면서도 어째서...?


연민일까?


아카드는 부상자를 치료하는 학생군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의술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구제하고 있다. 개중에는 아나스타시아도 보였다. 그녀는 그를를 알아보지 못하고 울고있는 아이를 달래주고 있다. 그 모습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우리다운 건가."


아까까지 슬픔만이 가득한 도시에 조금이지만 빛이 생겼다. 웃는 사람도 드물게 보인다. 아나스타시아는 아이를 안은 채로 아카드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카드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안겨있던 아이도 그녀를 따라했다. 아카드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대신 뒤로 돌았다.


'우리는 빛을 주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빛이 대륙 전체를 밝혀줄 수 있을까.'


그녀는 몇 번 기침을 하고, 문뜩 날씨가 굉장히 차가워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그래도 방에 즉시 돌아가지 못하고 도시 곳곳을 서성이다가 늦은 밤이 된 후에야 막사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가의말

세계에서 쓰이는 은화 100개는 금화 1개의 가치가 있습니다. 리베리아 제국의 전통 은화에는 황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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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잡담 15.06.19 90 2 6쪽
67 66화.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54 3 15쪽
66 65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50 3 16쪽
65 64화. 패배를 앞두고 -2 +1 15.06.12 208 3 16쪽
64 63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30 3 7쪽
63 62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92 3 21쪽
62 6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164 3 10쪽
61 60화. 실패 -2 15.06.05 91 4 8쪽
60 59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96 5 9쪽
59 5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148 4 7쪽
58 57화. 실패 -1 15.06.01 78 3 6쪽
57 5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57 3 11쪽
56 55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59 3 11쪽
55 54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181 4 6쪽
54 53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146 3 22쪽
53 52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192 4 12쪽
52 51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147 3 8쪽
51 50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104 4 10쪽
50 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10 3 9쪽
49 48화. 사투의 끝 15.05.13 124 3 18쪽
48 47화. 사투- 후편 15.05.11 132 3 21쪽
47 46화. 광마도적단 15.05.08 121 3 28쪽
46 45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297 3 17쪽
45 44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230 3 20쪽
» 43화. 기로 - 최악의 선택 15.05.04 128 4 9쪽
43 42화. 사투 -중편 15.05.01 154 3 12쪽
42 41화. 탈출 15.05.01 163 4 11쪽
41 40화. 원조 15.05.01 246 5 16쪽
40 39화. 사투 -전편 +1 15.05.01 1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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