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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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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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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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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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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46화. 광마도적단

DUMMY

파키스를 정리한 후 게랄드와 예리엘은 10초의 논의 끝에 풋남 상단의 명분을 잇고 있는 에스테파니 알더퍼에게 파키스를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10초라구요?!"


아미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외쳤다.


"오늘 점심에 먹을 디저트를 고민할 때도 그보다는 더 걸리겠군요!"


"정말 돌려줘도 되는겁니까? 우리의 세력을 확장할 절호의 찬스인데요."


아리스토틀도 씁쓸한 목소리를 냈다. 게랄드와 예리엘이 입을 열기도 전에 레인이 대답했다.


"돌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풋남상단과 동맹이었어요. 그들의 영토를 얻는다해도, 이런 식이라면 백성들이 우릴 따르지 않아요."


"풋남 상단은 상당히 영향력이 있었으니까요. 백성들에게도 말이죠."


풋남 상단에서 일해본적이 있는 리바이어던이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풋남은 지금 엄청 약해져있어요! 상인끼리도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거잖아요?"


아미가 다시 외쳤다.


"그렇기 때문에 돌려주는 거에요. 약한 세력을 흡수하는 건 켄츄게이트로 족해요."


이번에도 레인이 먼저 대답했기 때문에 게랄드와 예리엘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침묵을 지켰다.


"즉시 풋남상단장 에스테파니님께 연락하죠. 우리의 병력은 모두 물리고, 최소 행정인원만 남아서 기다린다고 전해주세요."


마렌은 투덜거리며 레인이 써준 편지를 들고 말에 안장을 얹었다.


"역시 레인씨가 있으니까..."


"편하네."


상단장과 부상단장은 나란히 앉아서 따뜻한 커피나 마셨다.




마렌이 에스테파니와 돌아온 것은 겨우 3일 뒤였다. 자정이 다 되어 돌아왔음에도 의기양양하게 기록을 갱신했다며 자찬하는 마렌이야 어쨌든 에스테파니는 강행군 때문에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전 병력을 레인에게 맡겨 파키스 밖에 주둔하게 한 예리엘과 게랄드는 풋남 상단장을 공손히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예리엘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마자 에스테파니는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뇨. 동맹으로 당연한거죠. 돌아가신 풋남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실거에요."


예리엘이 쓴웃음을 짓자 에스테파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실은 그 건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죠."


게랄드가 말하고 앞장섰다. 에스테파니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따라 걸었다.


"엄청나게 빨리 오셨네요."


예리엘이 웃으며 말하자 에스테파니는 "두분이 파키스에 계신 동안 오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두분에게 꼭 할말이 있었거든요."


풋남상단 본사 건물에 이를때까지 에스테파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예리엘은 게랄드에게 눈짓했지만 그 역시 영문을 모르기 때문에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응접실에 이른 예리엘이 묻자마자 에스테파니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풋남 상단을 맡아주십시오."


"... 네?"


예리엘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에스테파니는 다시 말했다.


"상단장님이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이렇게 했을 것입니다. 부디 이 상단을 맡아주십시오."


게랄드와 예리엘은 마주보았다. 그리고 예리엘이 한손을 들어올렸다.


"잠깐만요, 에스테파니님."


"에스테파니, 라고 불러주세요."


에스테파니는 무거운 짐을 덜어놓은 것처럼 환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요, 에스테파니. 잠깐만요. 그건 어째서죠? 풋남 상단을 지키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래서에요. 예리엘님. 전 풋남 상단에 오래 있었고, 누구보다 상단을 사랑해요. 하지만 지금 저에겐 상단을 지킬 힘이 없어요. 그리고 지금 풋남 상단의 앞에는 브이젠 상단... 아니, 켄츄게이트 용병대놈들이 있어요. 그 잔인한 놈들이 우리 상단을 집어먹는 것을 볼 수 없다구요."


예리엘과 게랄드는 다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켄츄게이트를 그 때 추격할 걸 그랬나."


"후회해봤자 늦었잖아. 게랄드, 이제 어떻게하지?"


"거절하고 싶은데."


"나도 그래."


눈으로 그런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곤란한 얼굴로 동시에 에스테파니를 바라보았다.


"아, 제 충성이라면 염려마세요. 전 제 상관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아니,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부탁드려요. 거절하시면 상단은 멸망하고 말거에요."


"그게 아니라..."


예리엘이 어떻게든 좋은 말을 골라 거절하려고 하는데 벌컥 문이 열렸다.


"아뇨. 두분이 걱정하는 것은 공식 절차에요."


맑은 목소리가 응접실에 울렸다. 두 사람은 단발머리의 발랄한 여성을 힘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이렇게 밀실 회의로 결정되면 안되겠네요."


"네. 공식인수를 위해 백성들 앞에서 선언문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레인은 일사천리로 일을 정리했고, 예리엘과 게랄드는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레인의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는 에스테파니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튿날 마을 광장에서 에스테파니가 상단의 미래를 맡긴다는 내용의 멋진 선언문을 읽는 동안에도 게랄드는 멍청한 표정으로 예리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세력의 급속한 확장은 분명 언젠가는 바라던 것이지만, 지금은 도저히 환영할 수 없었다. 상단 본부로 돌아온 게랄드는 책상 세개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문서철들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늘었어."


예리엘의 우울한 목소리가 문서철 뒤에서 들렸다.


"알아."


그 서류중에 하나를 집어들고 '교역로 인수에 관한 보고서 제 84권'이란 제목을 확인한 게랄드가 마찬가지로 우울하게 대꾸했다.


"게다가 켄츄게이트가 세력을 엄청나게 확장하고 있어."


서류철 저쪽편에서 예리엘이 펜을 끼운 종이 한장을 포물선으로 던져주었다. 게랄드는 종이를 찬찬히 읽어보고 이마를 짚었다.


"병력이 우리보다 30배가 많은데."


"지금은 아냐. 풋남 세력과 벨루통 세력도 우리와 합쳐졌으니까... 5배 정도야."


"그거... 다행이네."


게랄드는 자신에게 담당된 책상에 앉는 대신 예리엘의 자리로 걸어갔다. 예리엘은 아까 게랄드가 그랬던 것처럼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심드렁하게 몇 장의 보고서를 펄럭이고 있었다.


"이미 이건 성실함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냐. 당장 레인씨를 불러서 합병의 책임을 묻고 이 문서 처리를 맡기자."


예리엘은 부상단장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였지만 게랄드는 고개를 젓고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일하자. 여신 엘리츠나께 이제 좀 조용해지길 기도하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어."


게랄드의 그 작은 바람은 마렌의 외침 때문에 겨우 3일만에 깨지고 만다.


"상단장님~! 광마도적단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왔어요~! 켄츄게이트 용병단이 쳐들어온다네요~!"


급하면서도 쾌활한 외침에 예리엘은 앞에 있는 서류를 책상 밑으로 확 밀어내버리고 풀썩 엎드렸고, 게랄드는 완전히 식어버린 커피를 입에 대고 한번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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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방의 작은 마을 스스하는 40가구 정도로 외각에 양조장을 개조한 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에는 스물 두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 7살부터 16살까지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학교 근처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명의 젊은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더벅머리이며 투실한 그는 웃는 눈으로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는 좋은 교사는 아니었다. 애초 그는 책을 같이 읽어주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학식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돌보았다. 상급생들은 후배들을 가르쳐주었고, 후배들은 다시 상급생이 되어 후배들을 가르쳤다. 가끔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배웠다.


"로우크 선생님은 이것도 몰라요? 95에 95를 곱하는 거잖아요? 그럼 100에서 5를 뺀 걸 두 번 곱한거죠? 아이참, 선생님 듣고 계세요?"


"어, 그러니까, 100에서 5를 뺀 걸 두 번 곱해?"


"맞아요, 그러면 윗 문제랑 똑같이 풀 수 있죠?"


"음. 그런가? 위는 10에서 3을 뺀건데?"


"아이, 로우크 선생님! 응용을 하세요 좀~!"


아이들은 그를 가르치며 깔깔 웃었다. 그도 그 아이들의 웃음에 같이 웃었다. 로우크 키즈런은 좋은 교사는 아니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 항상 어린 아이들은 그의 듬직한 어깨위에 올라탔다. 같이 물가로 놀러가면 그는 아이들과 같이 뛰어 놀면서도 언제나 아이들을 시야에 두었다. 그의 웃음은 항상 너털웃음이었고, 아이들은 그의 그 목소리를 사랑했다.


그의 동생인 라라 키즈런은 제법 총명한 학생이었다. 선생이라는 명함을 달고 있는 로우크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과 섞여 지낼만한 나이인데도 그녀는 또래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웠다.


"오빠가 저 대신 아이같으니까, 우린 밸런스가 잘 맞는거에요."


그녀는 그렇게 그녀와 자신의 오빠를 설명하곤 했다. 그녀는 얼굴이 온통 주근깨투성이였고, 머리카락은 오빠처럼 싸리빗처럼 뻗어있었다. 미인이라고 할 수 없는 그녀였지만, 그녀도 그녀의 오빠처럼 항상 웃는 얼굴이었기에 스스하 주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라라, 어제 감자를 캤다. 이따 집에 갈때 가져가라."


"어? 할머니, 어제 부르시죠, 도와드렸을텐데."


"응? 어차피 손바닥만해. 손자를 봐줘서 고마우이. 릭이 어제도 라라 칭찬하는 얘기를 한참 했어."


"후후, 그건 기쁘네요. 이따 돌아갈 때 잠깐 들를께요~"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은 3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추수때가 되면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는 상인들을 빼면 다른 손님도 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항상 활기가 넘쳤다. 그들은 근처 상단에게 싼 값으로 농작물을 팔았고, 보호를 약속받았다.


"염려마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가 즉시 스스하로 달려와 도와주겠소."


상단들은 모두 같은 약속을 하고 양피지에 이득을 계산했다.




6년전 봄의 어느 날, 아이들은 매우 들떠서 학교로 왔다. 그 날은 동쪽 계곡으로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웃고 떠드는 목소리는 계곡으로 떠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마을은 잿더미로 덮여있었다. 이들이 계곡으로 떠난 직후, 전투에서 진 용병단이 마을로 들어왔다. 용병단의 대장은 호기롭게 외쳤다. "모조리 약탈해라!"라고. 그들은 이성을 잃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닥치는대로 살해당했다. 저항하는 법을 모르는 순박한 이들이기에, 오직 신에게 기도하며 죽어갔다.


"약하군, 이놈들. 정말 신에게 기도만 하면 될거라 믿고 있는건가?"


용병대장은 이들을 비웃었다.


마을로 들어온 로우크는 울부짖었다. 라라는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마을의 생존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은 계곡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끌어안고 신에게 기도했다.


"집어치워요!"


로우크가 악을 쓰며 외쳤다.


"신에게 기도한 결과가 이겁니까?! 신이 정녕 우릴 보고 있다면 우리에게 이럴리 없잖아!"


그는 이마를 땅에 찢으며 분노하였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을 모았다.




1년 후, 그 용병단장은 스스하라는 마을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과거에 봤던 작은 숲 근처 공터에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 안장을 내리고 부하들을 쉬게 했다. 누군가가 하나가 말했다.


"여기 근처에 오면 등골이 오싹하군."


"그러고보니 이 근처의 마을이 하나 있었지. 완전히 멸망했지."


허세를 부리는 누군가가 말하자 소심한 이가 중얼거렸다.


"우리에게 원한을 품었을거야. 유령이라도 나올것 같잖아."


이미 오래 전부터 용병단의 루트를 체크하고 있던 라라는 준비된 공터에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천천히 활을 들어 소리가 나는 화살을 쏴올렸다.


일시에 나무가 타올랐다. 불꽃은 용병단을 휘감았다. 바닥에 파놓았던 구덩이의 화약이 폭발했다. 로우크가 이끄는 이들의 화살이 그들을 향해 쏟아져내렸다. 당황하는 용병단장을 향해 로우크가 이를 악물고 화살을 쏘았다. 결국 그는 이마를 꿰뚫려 말에서 떨어졌다.


원수를 갚은 그들은 울지 않았다. 숲으로 돌어가 작은 마을을 만들고 다시 예전의 고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스스하라는 이름을 걸지 않았다. 스스로를 도적단이라 칭하고 강한 무력이 있음을 과시했다.


"우리가 약한 것이 죄였다면, 이제 강해지면 된다. 신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켜내면 된다."




로우크의 말대로 그들은 오랜시간 자신들을 지켜가며 살아남게 되었다. 그들은 단 한번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다. 이제 상단들은 제값을 주고 농작물을 사갔다. 도시는 풍족해졌다. 스스하 산악지방에서만 나는 푸른 도토리와 광마버섯은 매우 진기한 약재였기에, 마을의 주 수입원이 되었다. 가을의 축제가 부활했다.


마을의 외각에 있는 묘지에는 봄마다 꽃이 바쳐졌다. 로우크와 라라는 그날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글프게도 고요한 묘지를 지켰다.


마을은 이제 도시라 불릴만 했다. 길을 닦고 사람들을 모았다. 건물은 높아지고 경작지가 늘었다. 이 도시의 시민이 되는 조건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를 하십시오."


라라는 새롭게 도시로 오는 사람들에게 이것만을 말했다.




1028년, 봄. 그들에게 브이젠 상단의 이름으로 항복권고가 왔을 때, 로우크는 코웃음을 쳤다.


"우린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라라는 그의 오빠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금 브이젠 상단은 사실상 켄츄게이트 용병단에게 흡수된 상황이야. 그들은 메렌스를 공격해서 초토화 시켰다는 건 알잖아? 우리를 제외한 주변의 대부분의 세력은 이미 항복했어. 웬만한 국가의 군대보다 큰 세력이 되었다구."


"그럼 우리가 항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로우크가 피식 웃으며 묻자 라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우리끼리 싸우면 못이겨. 다른 상단에게 협조를 요청하자."


"상단? 상단 놈들이란 건 다 똑같아. 돈으로 움직이지. 이익이 되지 않으면 마을이 멸망해도 구경만 할 뿐이야."


라라는 로우크의 회의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편지를 써서 전부터 주시하던 피아조 상단에게 보냈다.




"푸른 도토리와 광마버섯을 향후 10년간 반값에 넘긴다고 하네요. 무제한이에요. 조건은 그들이 살아남는 것. 그것 뿐입니다."


레인이 편지를 요약해서 읽어주자 예리엘은 투덜거렸다.


"그러시겠지. 그들이 멸망하면 도토리고 버섯이고 팔아줄 사람이 없을테니까."


"헤에, 푸른 도토리 시세가 요즘 엄청나잖아요. 일단 이기면 큰 돈이 되겠는데요?"


아미가 억지로 밝게 말했지만 예리엘은 여전히 인상을 쓰고 있었다.


"켄츄게이트와 맞서 싸우는 조건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구."


"하지만 부상단장님도 알고 있죠? 우린 어차피 켄츄게이트와 붙어야해요. 광마도적단이 우리와 함께 싸워주는 것은 좋은 조건이라구요."


레인은 그녀를 차분히 타일렀다. 예리엘은 몇 번 한숨을 쉬었지만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랄드가 무기고 열쇠를 달라고 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기 때문이다.


"즉시 출발할까?"


게랄드의 초롱초롱한 눈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예리엘은 구석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무시하며 옷감과 프릴에 대해 수다떨던 마렌과 슈노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마렌, 즉시 광마도적단으로 가서 우리에게 호응하라고 전해줘."


예리엘의 명령에 마렌은 투덜거리며-"매일 나만 시켜먹어."- 말에 올랐다.


"근데 우리 이길 순 있는거죠, 상단장님?"


마렌이 말 위에서 묻자 예리엘은 고개를 갸웃하고 게랄드를 바라보았다. 게랄드는 호쾌하게 웃었다.


"운이 좋으면요."


"믿음직스럽네."라며 탄식하고 마렌은 스스하로 향했다.


1024년 5주 5일. 피아조 상단의 정예부대가 출격했다. 레인과 예리엘이 중군을 맡고 게랄드는 선봉에 섰다. 에스테파니와 아미는 각각 좌우군을 맡았고, 아리스토틀과 슈노는 후군을 이끌고 보급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총수는 7천명이었으며, 기마가 150기에 석궁병이 300명에 이르렀다.


3일만에 스스하에 이른 마렌은 4시간 동안 성 밖에서 기다린 결과 3번의 검문에을 거쳐 로우크와 대면할 수 있었다. 6명의 무장을 한 병사가 그녀를 포위하고, 그녀가 손만 내밀어도 잘라버릴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지만 마렌은 태연했다.


"이래서 도적단이라 불리는거에요. 그 유명한 광마도적단이 바로 당신들이군요."


"우리는 광마병이다. 도적질 따위는 한 적 없어."


거대한 가죽의자에 앉아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로우크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응했다.


"없진 않겠죠. 이 근방의 다른 도적들을 털고 있잖아요?"


"우리가 먼저 공격한 적은 없다."


로우크가 음침할 정도로 나직히 대답하자 마렌은 한숨을 쉬는 척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좋아요. 시비걸러 온 건 아니니까. 당신들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피아조 상단을 대표해서 온거라구요."


라라는 마렌을 도와 그녀의 오빠에게 눈짓했다. 로우크는 코웃음을 쳤다.


"일개 상단이 켄츄게이트와 싸운다면 이길리 없지. 너희가 전멸할 뿐이지만, 그래도 좋다면 멋대로 가서 죽어라."


"뭐요?"


"혹시 너희가 이긴다면 조건에서 말한대로 너희에게 보상을 주지."


로우크는 큭큭, 하고 낮게 웃었다. 그는 라라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챈 마렌은 당황한 기색의 라라의 눈을 한번 보고, "그걸로 부족하죠."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면 당신들도 호응해줘요."


"호응을 하라고?"


로우크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과하게 반응했지만 마렌은 당당했다.


"당연하죠."


"우린 누구도 믿지 않아. 켄츄게이트와 전쟁을 원한다면 멋대로 해라. 하지만 우리는 너희의 도움따윈 필요 없다."


"무슨 말이에요! 당신들, 정말 그 머스킷대를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설령 죽는다해도 우린 싸운다."


"그게 한 도시의 지도자가 할 말이에요?"


마렌이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로우크의 눈썹이 꿈틀댔다.


"우리에게 호응을 하라했겠다? 우리를 불러낸 다음 너희가 배신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너희를 믿을 수 있지?"


마렌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발을 땅으로 구르고 외쳤다.


"으으! 당신도 엄청난 고집쟁이로군요! 멋진 척하지만 결국 겁쟁이잖아요!"


"보증해봐라. 우리가 너희에게 호응을 할 이유는 없어."


로우크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자 마렌은 주위의 병사들이 자신을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멱살을 잡을 기세로 외쳤다.


"좋아요! 내 목을 걸죠!"


"목을 걸어?"


"어차피 켄츄게이트를 꺾지 못하면 당신들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상단도 뿌리채 뽑혀요! 피아조 상단이 배신하면, 내 가죽을 벗기든 머리를 자르든 멋대로 해요!"


로우크는 심드렁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그녀를 가두라고 지시했다.


"대신 제대로 우리 상단이 싸워서 이기면 당신에게 꼭 사과받을거에요!"


끌려가면서도 마렌은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굴욕을 느끼게 해줄테니까!"


라라는 꽤 지쳐버린 자신의 오빠에게 윙크해보였다.


"너,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이렇게..."


"괜찮아, 오빠. 피아조 상단은 우리를 도와줄거야."


"상단 놈들은 믿을 수 없어."


로우크가 수십번 반복했던 말을 반복했다.


"호응은 없다. 경계도 풀 수 없어."


로우크의 혼잣말의 음량이 누그러든 것을 들으며 라라는 작게 미소지었다.




마렌을 먼저 보낸 예리엘은 전군의 출격 이후 레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스하의 사람들은 우리를 믿지 않을 수도 있어. 그들은 원래 상단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결정적일 때 아무도 그들을 돕지 않았거든."


어떤 일이냐고 묻는 레인에게 예리엘이 설명했다.


"용병대가 약탈할 목적으로 공격했거든. 하루 사이에 마을이 폐망해버렸는데, 근처 상단은 무력충돌을 피하느라 결국 용병대가 떠나는 걸 바라만 보았어."


"그렇지만 이번에는 돕잖아요?"


예리엘은 으음, 하고 이마에 손을 짚고, "실은, 그 때 우리도 그들을 못도왔거든."하고 중얼거렸다.


"네?"


"그러니까, 그 용병대를 공격할 기회는 있긴 했는데, 하필 나와 게랄드가 그때 북쪽 티프소 지구를 방문하고 있어서... 우리도 그때 꽤나 일손이 부족했어."


"하긴, 상단장님과 부상단장님이 부재라면 공격했어도 이기기 어려웠겠군요."


레인이 한숨을 쉬며 납득하고 "그럼 작전을 좀 바꿔야겠네요."라며 지도와 보고서를 잔뜩 끌어안고 막사에 틀어박혔다.


이튿날 아침, 레인은 장수급들을 모아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그렇다면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우리의 승리를 믿게 만들어야해요. 스스하는 도로에서 떨어져 있어요. 산악 도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죠. 현재 적의 선봉대가 그 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스스하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방어군의 수는 2천에 이르지만, 길이 매우 좁아서 10명만 나란히 서도 맨 끝 사람은 절벽에서 떨어질 정도에요."


"그런 데서는 싸우기도 쉽지 않겠군."


아리스토틀이 허허 웃으며 말하자 레인은 끄덕였다.


"그걸 이용해서 적을 격파하겠습니다. 우린 소수의 정예병력으로 적을 스스하 입구까지 밀어붙일거에요. 스스하에서 호응할 수 밖에 없도록요."


"그게 가능할까요? 적이 창만 세우고 있어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미가 볼멘목소리로 불평하자 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딱 한번 적의 입구만 부수고 난전이 시작되면 작전대로 될겁니다."


레인은 그렇게 말하고 상세히 작전을 설명했다.




스스하를 공격할 준비를 하던 장수는 시카우 메츠부라는 상단 출신의 도적으로, 인피던에게 굴복한 뒤 자신을 선봉에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제 충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스스하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멸망할 것입니다."


인피던은 기꺼워하며 그에게 보병 2천명을 맡기며, "실패하면 네 목숨은 없다고 생각해라."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카우는 패배는 없을거라며 큰소리치고 전 병력으로 스스하의 입구를 봉쇄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피아조 상단의 본진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겨우 100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산악도로를 따라 오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100명?! 이 좁은 도로를 2천명으로 막고 있는데 겨우 100명이라고! 저 놈들은 전술의 기본조차 모르는 건가! 한쪽 면은 바위요, 반대 면은 절벽이니 양동작전이 불가능하다! 모두 화살아래서 시체로 만들어줘라!"


시카우는 자신을 얕보는 적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길을 막고 장궁병대를 준비시켰다.


수 십분이 지나자 그의 시야 안에 정말로 100여명밖에 안되는 중갑병사들이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시카우는 그들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궁병들에게 사격을 지시했다.


"쏴라!"


수백의 화살이 동시에 하늘을 날아 좁은 길에 쏟아져내렸다. 아무리 중갑병이라 해도 지근거리의 화살들을 모두 막아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시카우의 작전은 그런 맥락에서 매우 적합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아조 상단에는 상식을 깨뜨릴 수 있는 능력자가 있었다.


"게랄드, 화살을 막아!"


예리엘이 외치자 마자, 게랄드는 왼손의 대형 강철방패와 오른손의 미늘창을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다수의 화살은 그의 수비범위에 차단되니, 다른 화살도 거의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시카우는 화살비 속에서도 접근해 오는 그들에게 다시한번 사격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집중하고 있는 게랄드는 방패를 휘둘러 화살비를 막아내면서 창날로 화살들을 부러뜨렸다. 차라리 넓은 범위라면 궁수의 화살범위를 모두 커버할 수 없었겠지만, 이 길은 너무 좁았다.


"방패부대! 방패부대는 적의 접근을 막아라! 창병대, 앞으로!"


시카우는 이 말도 안되는 무공에 당황하여 진형을 바꿨다. 그것이 바로 예리엘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손짓에 중갑병들은 '들고'오던 무거운 쇳덩이를 내려놓았다. 쇳덩이는 원통형이었고, 짙은 화약냄새가 나고 있었다. 범선의 선두에나 달릴 대포는 인력에 의해 여기까지 옮겨진 것이다.


"딱 한발 밖에 못쏜다구, 잘 노려서! 적의 선두를 깨뜨려!"


예리엘의 지시에 병사들은 지면에 대포를 박고 철쇠를 쳤다. 사슬을 끌어잡고 병사중 한명이 토치를 꺼내 들었다. 그야말로 인력으로만 만들어진 대포이며, 실전에서 사용할 의미는 없지만, 이 순간, 이 지형에서는 극상의 효과!


"쏴라!"


폭음이 계곡을 울렸다. 대포는 적의 선두에 틀어박히며 나무방패들을 한번에 부숴놓았다. 적들의 진형 입구가 부서진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예리엘의 외침이 이어졌다.


"돌진!"


게랄드와 예리엘을 선두로 병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우렁차게 외치며 적에게 달려들었다.


"적은 겨우 100명이다! 막아라!"


시카우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병사들을 독려했으나, 대군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길이 좁았다. 게랄드는 창을 휘두르며 뒤도 안돌아보고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뒤를 쫓아 예리엘을 포함한 정예병들이 적의 잔당을 처리하니, 그 저돌적인 공세를 막지 못한 켄츄게이트의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흩어졌다. 퇴각하는 적들은 같은 편에게 밟히고 절벽 아래로 밀려 떨어졌고, 병사들은 스스하의 장벽까지 밀려났다.




"장관이군. 도대체 저 무장은 누구인가?"


전투의 경과를 보고 있던 로우크는 감탄하며 물었다.


"피아조 상단의 상단장 게랄드 피아조일거야."


라라가 선두의 붉은 남자를 알아보고 말하자 로우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들은 상단장이 직접 선두에 서서 싸우고 있구나. 목숨을 건 저 사투에 우리가 더 이상 믿지 못할 이유가 없구나. 즉시 출진하여 적을 포위한다."


로우크의 말에 라라는 기다렸다는 듯 병사를 출격시키고, 호응을 약조하는 푸른 연막탄을 피워올렸다. 동시에 마렌을 귀빈실로 옮기르고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기가 이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사카우의 병사들은 스스하에서까지 요격나오자 도주로를 잃고 괴멸했다. 사카우는 지친 기색도 없이 창을 휘두르는 게랄드를 향해 직접 대검을 휘두르며 덤벼들었지만 게랄드는 자신이 죽였다는 자각도 없이 그를 베어넘겼고, 그의 시체는 절벽아래로 떨어져 까마귀들만이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겨우 100명의 병사로 20배의 병사를 괴멸시킨 별동대는 당당히 승전보를 울렸다. 로우크는 앞서 나가 게랄드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말했다.


"직접 이렇게 싸워 주시니,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과 함께 싸울 것을 약속합니다."


적병의 피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게랄드가 적당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예리엘이 대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켄츄게이트를 멸망시키도록 하죠."하고 웃어보였다.




"레인님, 이겼어요~! 완승입니다~ 스스하도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어요! 잔치라도 열까요?"


아미가 들떠 말하자 레인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스스하가 우리편이 되었다고 해도 켄츄게이트 용병단은 머스켓병만 1천에 총 수가 2만에 이릅니다. 전투는 지금부터에요."


예리엘 역시 레인의 의견을 같이했다. 그녀는 로우크에게 스스하에서 출격 준비를 요청하고 마렌을 남겨 그를 보좌하게 한 다음, 게랄드와 함께 다음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피아조 본진으로 돌아왔다.




마렌을 귀빈실로 모신 후, 로우크는 그녀를 직접 방문하여 정중히 사과했다.


"나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바입니다. 당신의 말이 옳았소."


마렌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사과를 하려면 좋은 술이나 가져와요. 한 잔 마시고 사과를 해야 본심이 담기는 것 아닐까요?"


로우크 역시 호쾌한 그녀의 의견에 찬성하고 즉시 산약초로 담군 술을 꺼내오게 하였다.


작가의말

스스하의 광마버섯을 찾는 방법은 달이 없는 밤에 산으로 들어가 희미한 붉은 빛을 내는 위치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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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92 3 21쪽
62 6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164 3 10쪽
61 60화. 실패 -2 15.06.05 91 4 8쪽
60 59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9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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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5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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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09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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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사투- 후편 15.05.11 132 3 21쪽
» 46화. 광마도적단 15.05.08 121 3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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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사투 -전편 +1 15.05.01 1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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