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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님의 서재입니다.

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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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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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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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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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사투 -중편

DUMMY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는 젠은 요새를 만들기 위해 구축한 티에세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대륙 서쪽의 수도였다. 전쟁의 피해를 받았음에도 백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었는데, 도시 자체가 하나의 나라보다도 커서 그 안에서도 자체의 법과 질서가 존재할 정도였다. 젠에 사는 사람들은 상당한 자부심이 있었고, 외부인을 그리 반기지 않았기 때문에 리베리아 제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다. 험멜이 젠과 티에세를 주축으로 삼아 반란을 일으킨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쿠안 르투가가 젠으로 전 병력-그야말로 경계병 하나 남기지 않고-을 보낸 것은 그 상황을 알기 때문이었다. 티에세로 도망갈 길이 끊겼다해도 브랜은 반드시 젠을 지켜야 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티에세의 라즈나 일가 때문에 병력이 셋으로 나뉘어 버린 브랜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지만, 전쟁에서는 변명도 핑계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병력을 급조하여 두배에 가까운 쿠안의 부대와 맞설 수 밖에 없었다.


험멜의 세 장군이라 불리우는 명장들은 이 때 티프소 공략을 위해 산산히 흩어져 있었기에 더욱 상황은 안좋았다. 르푸 사이던, 노드 델티온은 급하게 병력을 규합하여 서쪽에서 티에세로 진격하고 있었으나 라즈나 일가가 지키는 요새도시의 성벽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파마르 크란스넬 제독은 북쪽 병력을 긁어모았지만 리베리아의 견제역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브랜은 쿠안을 막아내고 직접 티에세를 수복해야 할 정도로 급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니까 브랜에게 장기전은 없어. 무조건 돌격이야. 우리 군을 정면에서 쪼개놓으려고 할거고."


쿠안은 잘난 척하며 설명했다. 아멜리아는 아까부터 졸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없었으므로 아델베르트가 대신 물었다.


"적들은 우리보다 훨씬 정예입니다. 방추형으로 돌격해오면 브랜의 뜻대로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쿠안은 멋지게 웃으며 끄덕였다.


"반으로 쪼개지겠지."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오스본 포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쿠안은 다시한번 멋지게 웃으며 크게 끄덕였다.


"쪼개지면 집니다. 우리 부대 통솔력이 만만한 건 아닌데, 브랜을 따라갈 수는 없어요. 전투한 횟수가 두자리 수가 넘는 병사들로만 짜여 있으니까요."


"우린 세 번 이군요."


포웰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두번이죠. 한번은 그냥 서 있었을 뿐이니까요."


카를로스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톨락 출신의 카를로스는 건장한 체구의 흑인으로 쿠안이 잡혀간 이후 고향에서 술집을 운영하다가 다시 합류했는데,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것으로는 아멜리아와 첫째를 다투는 무인이었다.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하고 싶어서 하는 전쟁인데 즐겁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라는 긍정의 끝자락에 있는 대사를 하곤 했다.


"그래도 쿠안 형님은 뭔가 방도가 있으시죠?"


쿠안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당연하지. 돌격을 막는 것은 창병만한 게 없으니 왕실 정예병이 막는다."


"그... 그렇군. 그... 우리가..."


"우리 부대의 최고 정예니까요!"


쿠안이 한번 더 띄워주었지만 휴고는 말을 흐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그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알수 없는 얼굴로 쿠안을 바라보았고, 쿠안은 "제대로 걸려들기를 기대해 보자구."라며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겼다.




브랜은 쿠안의 대부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젠의 전 병력으로 응수하였다. 쿠안의 예상대로 그에게는 병사를 나눌만한 여유가 없었다. 온전한 병사의 수는 꽤 많았지만, 티에세의 반란으로 사기는 땅을 치고 있었다. 단순한 시민병이 아닌 바로 그 라즈나 일가의 반란이기에 더욱 심했다. 훈련이 잘된 병사라도 이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정면에서 오는 병력이 자신들의 두배수가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브랜은 1만의 병사를 방추형으로 짜고 남은 병력이 그 뒤를 쫓는 공격력을 중시한 돌격진형을 짰다. 강한 기세가 남았을 때 적과 부딪칠 심상이었던 것이다. 일단 교전만 시작되면 아군이 유리하다고 브랜은 믿고 있었다.


이에 쿠안은 정말로 휴고의 왕실 정예병을 선두로 세우고-휴고가 물었다. "정말?" 아멜리아도 물었다. "진짜루요?" 아델베르트는 한숨을 쉬었다.-각 장수에게 병력을 나누어 준 다음 병력간의 거리를 꽤나 넓힌 상태로 대기 시켰다.


브랜은 선두에 선 황금으로 도금한 갑옷을 입은 부대를 보자마자 돌격을 명령했다. 쿠안의 말대로 그는 시간이 없었고, 중심을 돌파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았다. 게다가 왕실 근위병의 나약함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계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한편 휴고는 덜덜 떨면서 말위에 올라 돌진해 오는 적을 받아낼 준비를 했다.




"휴고님. 출전하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 무엇인가요?!"


"왕실 근위병은 우리의 정예 중에 정예입니다. 결코 잃어서는 안 됩니다."


선봉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기대는 헛되이 깨져나갔다.


"휴고님의 전술은 매우 용맹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정예이니만큼 맞부딪히다가 혹시나 병력을 잃을까 염려됩니다. 부디 퇴각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주십시오."


"퇴각?!"


"퇴각은 전술입니다. 적을 밀고 당기는 기술이 전략가의 진가(眞價) 아니겠습니까?"


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퇴각이라, 퇴각이라..."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금, 휴고는 적과 100보거리에 놓인 순간 전략가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했다.


"전군! 퇴각하라!"


그의 퇴각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겁먹은 왕실 근위대는 창을 거꾸로 매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투는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왕실 근위병들이 의심스러울 법도 하지만, 너무 소란스럽게 도망치는 데다가 공포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브랜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진했다. 휴고의 왕실 근위대가 산산히 흩어지는 개미떼처럼 사라지자 등장한 것은 아멜리아의 창병대였다. 아멜리아는 위풍당당하게 적들을 마주하고 서있다가 적이 50보 거리에 이르자 손을 들며 크게 외쳤다.


"전군! 도망치자!"


와아아~ 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아멜리아의 병사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어째서 도망치는건가...! 저것은 작전이란 말인가?"


브랜은 아멜리아의 창병대가 흩어지는 것을 보며 의심을 품었지만, 그렇다고 도망칠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종심을 돌파할 기회가 된다면 그것은 바라던 바이다. 하지만 어째서 쿠안은 돌파를 허용하고 있는가? 브랜의 의심은 커져만 갔다.


아멜리아가 흩어지자 브랜의 앞에 선 것은 카를로스의 창병대였다. 카를로스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즉시 말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고, 병사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뒤를 쫓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브랜도 더이상 추격할 수가 없었다. 그는 즉시 전군에게 돌격을 중지시켰고, 병사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재빨리 부대를 정비했다. 그런 브랜의 앞에는 쿠안이 직접 말을 달려나와 외쳤다.


"브랜 켄틱! 왕실의 은공을 잊고 반란을 꾸며 테르센트를 전쟁의 업화로 불태우려 하다니, 네 죄는 천고에 이르고 백성들의 도탄은 강을 채운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항복하면 황제폐하께 선처를 요청하여주겠지만 끝까지 싸운다면 너희는 전멸하고 네 늙은 아버지도 머리만 황제 앞에 이르게 될 것이다!"


브랜은 쿠안의 도발에 덜컥 의심부터 품었다. 분명히 저 도발은 자신을 발끈하게 하여 공격명령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이대로 돌격하면 쿠안의 뜻대로 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쿠안이 노린 것이다.


"쳐라!"


쿠안의 명령에 숲에서부터 500명의 별동대를 이끌고 있던 아델베르트가 화살을 날렸다. 동시에 아멜리아, 카를로스의 창병대가 반전하여 적을 향해 돌진했다.


"이렇게 된이상 어쩔수 없다..! 전원 돌격! 적을 돌파하는 거다!"


브랜은 다시 돌진을 명령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쿠안이 노린 대로였다. 아론과 알투로의 기마병이 좌현후방과 우현후방에서 동시에 브랜의 부대를 두들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정면에서 적에게 눌려 있는 상황에서 병사들은 후방의 공격에 당황했다. 브랜은 황급히 정면의 창병대를 힘으로 누르려 했지만, 멈춰있던 기병이 다시 움직이기에는 거리가 너무 짧았고, 아델베르트의 기습에 수비병력이 흩어지며 집중력을 잃었다.


"쿠안, 쿠안 르투가 네 이놈...!"


브랜은 그의 활을 들고 화살을 날렸다. 화살이 날아올 때마다 병사가 하나씩 쓰러졌지만, 개인의 무공으로 이 정교한 포위진을 뚫을 수 없었으니, 결국 브랜은 병사들을 통솔하여 억지로 정면을 돌파하고 남쪽으로 도주로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무리해서 막지 마라! 슬슬 놓아줘도 좋을 때야."


"에엑? 섬멸시키는 것 아녜요?"


아멜리아가 놀라서 묻자 쿠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풀어줘. 못잡아. 역시 브랜이라고 해야하나. 이렇게까지 포위했는데 슬슬 위치를 잡고 있어. 우리의 희생이 커지면 다음 전투를 못이긴다구."


"에에~"


아멜리아는 불평했지만 카를로스는 "역시 형님이시군요!"를 외치며 유쾌하게 명령을 내려 브랜을 놓아주도록 했다. 빠져나간 병력은 반 정도였고, 남은 절반은 쿠안이 만들어 둔 포위진 안에서 전사하였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싸우는 것을 보며 쿠안은 깊이 탄식했다.


"용감한 병사들이 저리도 많으니 앞으로가 순탄치 않겠구나."


아론과 알투로가 오자 쿠안은 그들의 공로를 칭찬했고, 휴고에게도 잊지 않고 칭송의 대사를 해주었다.


"역시 휴고님이시군요! 적들을 유인하는 그 계책은 훌륭했습니다!"


휴고는 허둥지둥 감사의 화답을 하고 자신의 막사로 도망쳤는데, 아멜리아의 "슬슬 화장실로 가지 않으면 지릴테니까."라는 추측이 가장 그럴 싸했다. 젠 공방전에서 쿠안 부대의 사상자는 1000명 이하였으니 10배 수의 적을 격파한 것이 되었으나 쿠안은 씁쓸한 기분에 의기소침해졌다. 쿠안의 병사들은 대부분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의용병이었기 때문에 피해 없이는 싸울 수 없었지만, 그는 원래 희생을 앞세워 이기는 것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아델은 부상당한 병사들 사이를 걷고 있는 쿠안의 곁으로 와서 속삭였다.


"쿠안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알아. 아델."


쿠안은 슬픈 시선이 아델베르트에게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이건 내 방식이 아냐."


"우리에겐 훈련할 시간도 없으니까요."


그녀의 말은 옳았기에 쿠안은 고개를 휘휘 젓고 자신의 뺨을 소리나게 때렸다.


"좋아. 우울한 건 여기까지로 해두지. 우린 티에세까지 가야해."


아델베르트는 그런 쿠안에게 미소지어 보였지만, 먹구름처럼 염려가 커지고 있었다. 쿠안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할 정도로 성실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의 쿠안에게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의욕적인 모습에 아델베르트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아멜리아는 이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촛불은 꺼지기 전이 제일... 앗! 아파요! 누르지 마요! 아델베르트씨도 누르는거에요?! 머리 누르지마요! 정수리 누르면 키 작아진다구요!"


쿠안은 아군의 피해를 추스린 다음에야 그는 젠으로 입성했고, 병사들에게 약탈을 철저히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려 시민들의 분노를 사는 것을 피했다. 이어지는 전투를 대비하여 병사들을 쉬게한 후에야 쿠안은 그의 침상에 쓰러지듯이 누울 수 있었다. 찬 저녁 바람에 그는 몇 번 기침을 했다.


작가의말

테르센트는 행성 티프소에 비해 동식물의 수가 많습니다. 테르센트의 미개척지의 면적을 감안하면 이 차이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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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잡담 15.06.19 90 2 6쪽
67 66화.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54 3 15쪽
66 65화. 패배를 앞두고 -3 15.06.15 50 3 16쪽
65 64화. 패배를 앞두고 -2 +1 15.06.12 208 3 16쪽
64 63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3 15.06.12 129 3 7쪽
63 62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2 15.06.10 92 3 21쪽
62 61화. 호르리텐시아 수비전 -1 15.06.08 164 3 10쪽
61 60화. 실패 -2 15.06.05 91 4 8쪽
60 59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96 5 9쪽
59 58화. 스스하 수비전 -1 15.06.01 147 4 7쪽
58 57화. 실패 -1 15.06.01 78 3 6쪽
57 56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2 15.05.29 56 3 11쪽
56 55화. 되찾은 세인트 에일린 -1 15.05.29 158 3 11쪽
55 54화. 리프베아체의 반란 15.05.27 181 4 6쪽
54 53화. 승리는 거두었으나 15.05.25 146 3 22쪽
53 52화. 새로운 무기를 -1 15.05.22 192 4 12쪽
52 51화. 패배를 앞두고 -1 15.05.20 147 3 8쪽
51 50화. 라즈나 일가의 젊은 당주 15.05.18 104 4 10쪽
50 49화. 남 랑시에의 불꽃 작전 15.05.15 109 3 9쪽
49 48화. 사투의 끝 15.05.13 124 3 18쪽
48 47화. 사투- 후편 15.05.11 132 3 21쪽
47 46화. 광마도적단 15.05.08 120 3 28쪽
46 45화. 미끼가 사는 방법 -2 15.05.06 297 3 17쪽
45 44화. 미끼가 사는 방법 -1 15.05.06 230 3 20쪽
44 43화. 기로 - 최악의 선택 15.05.04 127 4 9쪽
» 42화. 사투 -중편 15.05.01 154 3 12쪽
42 41화. 탈출 15.05.01 163 4 11쪽
41 40화. 원조 15.05.01 246 5 16쪽
40 39화. 사투 -전편 +1 15.05.01 19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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