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그루 – 1
이 작품의 인물, 위치, 단체 이름은 모두 상상의 산물 입니다.
냠냠.
우걱 우걱 우걱.
“···”
비현실적인 장면을 보면 사람은 말이 없어진다.
산 처럼 쌓인 음식 앞에 앉아 양손으로 음식을 집어넣는 행동을 하루 종일 반복한 지둥보. 그 옆에 앉아 비슷한 결과를 보이는 뚱뚱보 삼형제의 모습은 기괴했다.
“넌 싸우러 안 가냐?”
문종의 물음에도 지둥보의 식신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으음 그 혀 열고혀열고 먹크너야 (그러려고 먹는 거야)”
“아 그렇지. 넌 먹을 수록 강해지지.”
옆의 삼형제에게 눈길이 갔다. 혹시 지둥보에게 무공을 배운 이들이 아닐까!?
“마 허ㅣ어 (맛있어!)”
o ㄱㅇㄱ 허머 봐허ㅓㄱ머봐 (이거 먹어봐!”
“흐햐다ㅠㅐ즈 (흐흐 행복해)”
아무리 봐도, 무공을 위해 먹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두둥. 두둥. 두둥.
특정 간격으로 치던 북소리가 갑자기 빨라졌다.
“드디어 쳐들어오네.”
심드렁한 얼굴로 일어난 문종은 철렁철렁 거리는 판금 갑옷의 이음새를 확인했다. 작은 기름통으로 기름을 발라주어 혹시나 모를 파열 문제를 방지.
하늘을 올려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태양이 밝았다.
“소림은 무림의 태양이니.”
“...사부?”
원오 대사가 그의 뒤쪽으로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문종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사의 눈은 자부심과 대견함으로 가득.
거둔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청출어람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아직 사부에 비하면 멀었습니다.”
“네가 목숨을 노린다면, 나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데도?”
“···”
문종의 어두운 분위기를 느낀 대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왜. 친구들은 앞서가고 혼자 뒤떨어진 느낌이 드느냐? 초절정에는 만족을 못하는 게야?”
“대단한 위치에 섰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한 녀석이 워낙 뛰어나서요. 그저 같은 시야를 공유하고 싶을 뿐입니다.”
백자경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경보다 경쟁상대로 생각하던 남궁상이 초월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쁘기도 했고, 질투도 났다.
잠시 침묵하던 대사가 입을 열었다.
“넌 언제나 앞에 나서며 소리를 높이는 아이였지. 앞서가는 자로서.”
대사의 눈이 과거를 잠시 회상했다.
“의문이 되는 게야. 자신이 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나란히 걸을 수 있을지.”
“···”
그렇다.
위문종은 항상 밝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그만큼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남자였다.
“오늘 그것을 확인해 보거라. 가서 소림을, 자신을 증명하고 오너라.”
“네!”
조금은 밝아진 위문종이 큰 목소리로 답했다.
***
검은 악마들과 연합군은 천천히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수천 명이 모인 전장의 고요함.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잡을 수 있을 만큼 조용했다. 서로가 지척에 도달했을 때, 조바심을 잃은 쪽이 먼저 행동했다.
“전군! 돌격!”
“우와아아아아아!”
긴 창을 잡고 돌진하는 국군. 대다수 검을 뽑고 국군 옆에서 달리는 무림맹과하급 낭인들. 그에 답하듯, 적의 허리춤에서 아름다운 검은 곡도가 뽑혀 나왔다.
채랭. 채랭. 채래래랭.
거의 한 동작에 발검한 무리.
다른 한 손에든 검은 원형 방패를 쭉 내밀고, 곡도를 뒤로 감춘다. 그 광경을 바라본 나이등은 손톱을 깨물고 반대쪽 지휘 망루에 오른 하쌴을 노려봤다.
“하쌴 씨... 무슨 생각입니까.”
자신과 연합군이 바보도 아니고 숫자도 모자란 보병을 밀어 넣다니. 바보 같은 선택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이등이 신호를 보내자 깃발을 이용한 신호병들이 나이등의 지시를 부대 전체에 전했다. 파도처럼 올라갔다 내려가는 푸른 깃발 신호.
아군의 양익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사이 충돌하는 아군의 돌진과 수세적으로 나온 적.
캉!
채채챙!
“광신도들은 중원에서 물러나라!”
“무림맹은 마의 무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고요한 적과 아군의 혈투는 시작부터 이상했다.
달인이라도 전력으로 무기를 휘두를 때는 신음이 나는 법. 하지만 격렬하게 움직일 때도 고요했다. 마치 숨을 쉬지 않거나 체력인 끝이 없는 것처럼.
“크아아악!”
한쪽 팔이 잘려 떨어진 무림맹 하급 무사와,
“···”
복부가 찔렸는데도 밀고 들어오는 교인.
발부터 머리까지 검은 철제 갑옷으로 둘러싼 그들은 얼굴의 가면으로 인해 표정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배가 뚫린 상태로 깊숙이 들어오는 상대가 일으키는 공포란 무시할 수 없다.
“히이익!”
두 다리가 잘렸는데 단검을 휘둘러 맹의 무사를 팔짝 뛰게 한다.
“제발 죽어!”
두 세 명이 검으로 다져 놓자 그제야 움직임을 멈춘 적.
이런 자들이 수백, 수천으로 반격을 해왔다.
“적이 물러난다!”
무림맹 무사들까지 가세하자 불사의 무리 같은 적은 반격과 후퇴를 반복. 초반의 기세와는 달리 숫자적 우세는 훌륭했다.
“소림 무승, 변강이다!”
“화산파의 매화검대도 있다!”
황금색의 권기를 두른 한 무승이 소림의 절기로적을 부수고, 화산의 매화 향이 진동하는 검결의 부대가 적을 가르고 베었다.
적의 곡도를 호조수(虎爪手)로 잡아 부순다.
소림의 정순한 내공이 손을 보호하고,
호조수를 날카롭게 강화해 적의 북부를 찢었다.
“오늘은 살계를 연다.”
휘리릭.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산파의 검객이 검을 흔들자 자주색 검기가 매화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천천히 부서진다. 검기로 만들어진 꽃잎이 휘날리며 뭉친 적을 꿰뚫고 폭발을 일으킨다.
퍼퍼펑!
“소림의 무학은 듣던 대로 대단하오! 반갑 소이다, 내 이름은—“
빠각.
무승 변강과 통명성을 하려던 화산파 매화검대의 대주는 갑작스레 목이 꺾여 생을 마감했다.
“!?”
“대 대주님!”
변강과 매화검대는 어이없게 목숨을 잃은 절정 고수에 당혹감을 느꼈다.
“누구냐!”
무승의 질문보다 묵직한 권격이 한쪽에서 느껴졌다.
팡!
상대하던 적의 몸이 터지고, 시체를 뚫고 나온 주먹은 변강을 노렸으나, 시체를 차 뒤로 폴짝 뛰었다. 승복의 면을 조금 건드린 적의 공격에 승복 상체가 팡- 터져 걸레처럼 변했다.
모습을 나타낸 적은 갑옷 대신 검은 천으로 둘러싼 무인.
“금빛 깃털?”
이마에 금빛 깃털을 단 흑의인은 허리에서 검을 뽑아 쇄도했다.
호신기를 끌어올려 반격하는 변강. 적의 섬전 같은 찌르기에 호조수로 맞대결 하려다가, 흠칫! 살기를 느껴 급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꽝!
“쿨럭.”
자신의 호조수가 닿기 바로 직전 검강을 사용한 적. 뒤늦게 끌어올린 호신 강기는 제대로 내상을 보호하지 못했다.
피가 주르륵 흘러 정신이 핑 돌 때, 검강이 다시 한번 목을 노렸다.
‘이런···’
죽음을 예감한 변강은 눈을 감았다.
“뭐하십니까?”
어딘가에서 날아온 격공장이 적의 빨간 검강을 부서트렸다. 날카롭게 퍼지는 강기 파편들. 그 파편의 너머로 다가온 인영은 소림의 최고 후기지수.
“문종아!”
“선배님, 벌써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다음 뒷간 당번은 선배님이잖아요.”
변강을 지난 문종의 빠르고 무거운 각법이 적의 복부에 꽂혔다. 퍼억- 뒤로 훌쩍 날아가는 적을 따라잡은 그. 번쩍, 눈을 뜬 적이 기습으로 검을 휘둘렀다.
소림,
불영선하보(佛影仙霞步)
급한 상황에서도 물 흐르듯 적의 검격을 피한 문종.
‘폭풍처럼 몰아쳐라! 네 무식한 몸뚱어리는 그것을 위해 있는 것이야!’
스승님이 항상 하시던 소리를 기억한 문종은 불영선하보가 만들어준 속도를 두 주먹에 담아 짧고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소림,
백련신권(白蓮神拳)
다다다 –
투투투투 –
쇠몽둥이로 때리는 것처럼, 적의 상체를 떡처럼 두들겨 쳤다.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 정권의 속도에, 완벽한 내가 중수법이 섞여 안쪽을 부순다.
“후우...”
같은 초절정에도 급이 있지만, 방금 대결의 승리는 극단적인 우위였다. 감명 받은 위문종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역시 난 천재야.”
짝. 짝. 짝. 짝.
잠시 우쭐한 문종은 박수 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보았다.
“어머. 맛있는 먹이가 여기 있었네.”
“···젠장.”
두 소검을 든 소망이 미소를 지은 체 문종의 목을 향해 두 검을 올렸다.
문종은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내공을 담아.
“백자경!! 도와줘 이 새끼야!!”
팝 컬쳐의 퓨전입니다.
- 작가의말
작가: 독자! 도와주라!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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