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놈은 더럽게 맞아야 제 맛 – 1
이 작품의 인물, 위치, 단체 이름은 모두 상상의 산물 입니다.
어두운 통로를 다 통과한 느낌에 눈을 떴다.
"우웨엑!"
그리고 느껴진 어지러움에 배에 남아 있는 움식물을 토해냈다.
"헉. 헉."
힘겹게 상상대로를 꺼냈다.
[이건 부작용인가?]
- 빙의 임무를 연속으로 결행한 부작용. 생명에 지장은 없음.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고개를 흔들고 일어나려 하자 상상대로가 가볍게 진동한다.
===
[기습 임무: 소년 닌자의 길. 달성]
<보상>
1. 단기 지속 무공: 바꿔 치기의 술
2. 힘 1, 체력 1, 민첩 1
3. 점수 2점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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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예" 아닌가?
"큭!"
또 근육을 찢는 고통을 견디자 머릿속을 헤집는 낯설고도 친숙한 지식.
그러자 닌자세계의 [료]였을 때처럼 '한 가지' 기술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자경은 창문을 열어 천 하나를 늘어 놓았다.
의자를 끌어 자신과 창문 사이에 놓고 수인을 맺는다.
"자(子)!"
퍼펑-
시야가 급격히 바뀌며 새로 나타난 곳은 창문 위.
자신이 있던 곳에는 천 하나가 다소곳이 놓였다.
"대-박."
자경은 밤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바꿔치기의 술을 연습했다.
***
다음 날 아침.
“현서 스님. 본 학관의 작은 축제를 위해 나와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여기. 크진 않지만 작은 성의입니다.”
용천 무관의 관장, 용고림은 허리를 깊이 숙이고 작은 주머니를 손님에게 건넸다.
“과도한 예는 그쯤 하시지요, 시주. 학도들이 보면 우리 소림사를 적폐 세력 중 하나로 생각하겠습니다?”
“네? 누가 그런 망발을!?”
“요즘 같은 시기에는 어디서든 듣는 말이지요.”
‘이런 벽창호 같은.’
관장은 현서라는 승려가 싫었다. 승복만 제대로 입었지 삐딱한 인사와 껄렁껄렁한 말투.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제 혼자만 깨끗한 척하는 놈. 눈치도 없는 놈!’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현 무림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깨끗하다는 소림사.
한데, 그런 소림사에서도 유별나게 돈을 멀리해 소림사의 내부 정치에서도 밀려나 이곳 하남 동부까지 밀려난 젊은 스님은 유명했다.
“하하하. 역시나 올곧은 소림사의 명사는 다릅니다!”
“명사라 불릴 정도는 아닌데... 그것보다, 어서 축제로 안내해 주시지요?”
“...네.”
억지로 구겨지는 얼굴을 푼 용고림.
현서와 용천 문관의 대문을 지나고 두 개의 현관을 더 지나 넓은 ‘대련장’에 도착했다. 대련관 중간에는 반듯한 석판으로 만든 ‘단’ 이 있었다.
“잘 만드셨군요”
현서도 그 반듯함에는 놀란 듯, 칭찬을 보탰다.
“맘에 드시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 마음에 들어봤자 나오는 게 없으니 누구는 참으로 안타깝겠습니다.”
“...”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심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번에 출전하는 아이 중 대단한 가문의 후기지수가--”
조용히 손을 든 현서는 계속되는 용고림의 수다를 막았다.
대련장의 한 곳을 응시하며.
“저어, 무엇을 보시는 것인지?”
“저기.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네 쌍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헛 둘. 헛 둘. 헛 둘. 헛 둘.”
앳돼 보이는 한 소년이 물구나무서기로 대련장을 돌고 있었다.
당 무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괴이한 장면.
현서는 호기심이 동했다.
“저 아이 이름은 무엇입니까?”
대답이 돌아오긴커녕 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짙은 검정 머리.
갈색 눈과 오뚝한 코가 돋보이는 소년의 이름은—
“...백자경이라 합니다.”
“관장께서 이름을 알고 계신다면 재능이 괜찮은 아이인가 봅니다.”
“어제 처음으로 알게 된 이름이지요.”
백자경 불린 소년은 두 사람의 존재감을 무시하고 '팔로 걷는 기행,’ 비파행(臂跛行)을 계속했다.
“비파행(臂跛行)이라. 내일 출전하는 아이입니까?”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대는 아까 말씀드리려던 재능 있는 후기지수인-”
후비적 후비적.
관장의 말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코만 파는 현서.
울긋불긋 거리는 관장의 얼굴을 무시하고 쉬지 않고 대련장을 도는 비파행(臂 跛行臂跛行)을 지켜보았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아니면 무식한 객기인가. 내일 판결 나겠지.”
짧게 중얼거린 현서는 등을 돌리고 관장과 함께 숙소로 움직였다.
두 사람이 멀어지자 백자경은 잠시 비파행을 멈추었다.
"허억. 허억”
하지만 쉴 때도 물구나무 자세를 풀지 않는다. 그래야-
“그 녀석을 구할 수 있어.”
그 상태로 힐끔 눈동자를 굴려 보니 한동안 지켜보던 관장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의 과거가 대련장을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현서 사부, 오랜만이외다.”
자신이 유일하게 따랐고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내주었던 과분한 사람. 그와 같이 그리운 얼굴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아직 난-"
할 일이 많았다.
"헛 둘. 헛 둘. 헛 둘.”
계속되는 해괴한 비파행(臂跛行).
모래로 된 대련장을 손으로 짚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닌자세계의 [료]는 비파행을 즐겨 했다.
훌륭한 맨몸 단련 방법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의미는 나약한 정신을 붙잡는 데 효과적.
허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료의 스승이 매를 때리며 각인했던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걸 왜 내가...'
그렇게 비파행을 계속하며 한숨을 쉬어도 버릇이 되어 그만둘 수 없었다.
백자경은 아직 몰랐다.
비파행을 하면 할 수록, [료]의 움직임, 체력, 그리고 근육 발전도가 자신의 몸에 자리 잡고 있음을.
더 진행되면 료의 움직임을 완벽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훈련? 하는 자경의 뒤로 여러 벽지가 용천 무관의 벽을 장식했지만 그중 하나가 훈련을 멈추고 싶은 자경에게 동기부여를 주었다.
[용천무관 총 대련]
1학년 부분
백자경 대 미치소
미시(未時)
***
“얌마. 그만 일어나지?”
“음.”
“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훈련하다 잠깐 잠에 빠졌었나 보다.
익숙한 굵은 목소리에 머리를 흔들었다.
“왜 네가 내 상대였던 녀석과 대련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왕 잡힌 거 무조건 이겨. 어제 그런 소란을 피웠는데 지면 넌 퇴학이야. 재능, 빽 하나 없는 천방지축으로.”
사내 다운 얼굴과 엄청난 어깨와 덩치를 가진 소년.
유일하게 기억하는 불알친구, 위문종이다.
“나 오래 잤냐?”
“어. 무슨 놈의 새끼가 대련 전까지 훈련하냐? 그것도 물구나무서서.”
“이 굉장한 형님이 다 깊은 뜻이 있어 그러하다 친구야.”
“그 굉장한 형님의 별호가 생겼다지.”
응? 한 것도 없는 벌써 무슨 별호가.
“내가?”
“어.”
“뭔데?”
대엥. 대엥.
큰 징 소리가 다음 대련 상대를 불렀다.
- 1학년 미치소와 백자경은 어서 단상으로 나오시오!
어느덧 일어선 나의 엉덩이를 문종이 퍽- 찼다.
"비파행(臂跛行), 네 차례다.”
"거, 별호 한 번 멋지네.”
위이이잉.
반사적으로 상상대로를 품속에서 빼냈다.
===
[기습 임무]
재수 없는 [미치소]를 골탕 먹여라 - 2
<보상>
1. [상태 확인]
2. 민첩 1
3. 점수 1
임무를 받아드리겠습니까?
[예 / 아니오]
===
피식.
"매일 하고 싶은 임무네."
팝 컬쳐의 퓨전입니다.
- 작가의말
내 닌자의 길은 독자들을 끌어 들이는 것!
포기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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