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점 – 3
이 작품의 인물, 위치, 단체 이름은 모두 상상의 산물 입니다.
“백과장!”
번쩍. 눈을 떴다.
반 대머리의 중년인이 의자에 앉아 나를 올려본다. 삐뚤어진 안경에 심술로 가득 찬 표정이 저절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이따위로 할 거면 때려치워!”
골초인지 중년인의 입 냄새는 심각했다. 살심이 일어나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속으로 세 번을 세고 참았다.
찌릿. 찌릿.
왔다. 강한 두통과 함께 척추 따라 흐르는 전기신호. 원주인의 기억이 밀려온다. 눈을 감고 머리를 잡으니 중년인, 아니 상사가 당황한다.
“뭐 뭐야. 왜 그래?”
“···그만두겠습니다.”
“?”
갑작스러운 말. 고개를 갸웃한 상사가 눈을 끔뻑거린다.
“그리고 담배 좀 끊으시죠.”
충격받은 얼굴의 상사를 남기고 등을 돌려 힘차게 문을 향해 걸었다. 양쪽에 앉아 있는 동료들의 시선을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이... 야 이 새끼야! 너 돌아오기만 해봐! 국물도 없어!”
계단을 내려가며 중지를 날려주고, 회사 건물을 나갔다.
“근데, 왜 코난이 아닌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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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임무: 위대한 발견]
창의력이란 고난과 편안함 사이에서 생겨나는 신비. 모든 것을 얻을지,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는 그대에게 달렸다.
<보상>
1. ... 의 경지.
<실패 시 부작용>
1. 상상대로 폐지
2. 지구에서 있는 시간 만큼 중원의 시간이 똑같이 지난다.
===
임무를 한 번 더 읽어보고 가설을 세웠다.
코난은 무공이나 무술에 관련된 인물. 하지만 이번 임무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높은 경지에 관한 것이니 정신적인 깨달음이 더 중요하겠지.
자아 어떡할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보다 확인한 시간은 2:30분. 퇴근 시간은 아직 멀어 강남 거리는 의외로 한적했다.
그런데, 하필 강남 거리라니.
무공 경지에 관한 임무라면 산속이나 자연이 많은 장소가 좋지 않았을까. 이미 소유한 깨달음도 날아가게 할 만큼의 소음으로 꽉찬 거리.
넥타이를 살짝 풀고 가까운 편의점에 들려 바나나 우유를 두 개 집었다. 원래 바나나 우유는 두 개씩 아닌가?
“어? 그거 살려고 했는데.”
마지막 남은 바나나 우유를 들고 나가는 나를 본 한 여성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뭘 원하는 건지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나 하실래요?”
“정말요!? 가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는 그녀에게 웃었다. 계산을 끝내고 나가 편의점 앞에 있는 의자 중 하나에 앉아 서울의 가장 소란 스러운 길거리 중 하나를 보았다.
팔짱을 끼고 걷는 연인들.
어딘가로 바쁘게 걷는 외국인.
가족 나들이로 강남에 나온 엄마, 아빠, 그리고 딸.
‘뭘 어쩌라는 건지···’
기간도 없고 조건도 없어 더 막막하고 위험한 임무다. 만약 반나절 만에 임무를 끝내면 중원도 반나절만 지나지만, 며칠이 지난다면 중원은 며칠이 지난 상태가 된다.
특별 임무가 무산되는 것이다.
“저기, 잠깐 앉아도 될까요?”
“아 네.”
바나나 우유 여성이 푸른 원피스 아래를 가리고 옆에 앉았다. 힐끔 훔쳐본 그녀는 상큼한 느낌의 미인.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 그리고 빨간 입술이 빨대를 물고 우유를 빨았다.
꿀꺽.
“혹시, 일 그만두셨나요?”
“?”
내 놀란 눈에 답을 얻은 건지 그녀의 작은 머리가 끄떡거린다.
“그렇군요. 저도 방금 일을 그만뒀어요.”
꼼지락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머리를 돌돌 말았다.
“사실 전 사업을 하고 있어요. 아직 수익이 날 상황은 아니라 유치원 영어 선생 일을 겸하고 있는데, 더는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
기억났다.
예전, 코난으로 한국에 빙의했을 때 공원에서 싸우던 부녀. 그때의 딸이 이 여성이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수익은 크지 않나 보다.
그녀는 15분 동안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돈은 없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삶.
자유와 역동적인 날들을 보낸다는 그녀.
“행복하십니까?”
“네. 언제나 곁에서 믿어주는 엄마가 있고, 자유롭게 살고 있어서 행복해요.”
바나나 우유를 다 마신 그녀는 손목시계를 보고 헉 하며 일어났다.
“벌써 시간이!? 죄송해요, 약속이 있는데 제 얘기만 하고 가네요. 여기요.”
얼떨결에 그녀가 내민 명함을 받았다.
“이건 왜?”
“저만 말하고 끝나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만약 연락 주시면, 저도 시간을 내서 들어 드릴게요. 갖고 계시는 고민이요.”
그녀의 얼굴은 피곤함에 쩔어 있었지만, 길거리의 그 누구보다 빛났다.
“제 이름은 별빛이에요.“
“···”
“맞아요. 부모님이 그냥 막 지은 거래요. 다음에 봬요!”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해가 뜬 방향으로 뛰어간다. 그닥 빠르지도 않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부딪치며 가는 것이 제시간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운 목표에는 도달할 것 같군”
꿈.
목표.
자유.
노력. 노력. 노력.
언제부터였지. 기연에 의지하고, 보상에 의지하게 된 게. 꿈과 목표는 고금제일인, 자유는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여성이 잠깐 보여준 노력이라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내게서 멀어졌다.
물론, 열심히 훈련은 했다. 하지만 정말 죽기 살기로 한 지는 오래. 회귀의 초기 때는 매 순간을 잘게 나누어 자신에게 투자했었다. 하지만 절정을 넘고, 초절정에 도달한 후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꿈, 목표, 자유, 노력.”
지이잉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던 머리가 깨끗해지는 느낌과 전생부터 품어왔던 감정, 의문점이 하나의 답을 만들어낸다.
짜르르르
깨달음의 순간이 행복감을 가져왔고, 나만의 경지를 찾았다는 느낌이 왔다.
“안 해준 말이 있네.”
저 멀리 달려가는 그녀는 지하철을 내려가기 직전. 그 어떤 능력을 사용해도 내려가기 전에는 잡을 수 없고, 바꿔치기를 사용하기에도 거리는 멀었다.
난 손을 뻗어 그녀를 가리켰다.
편의점 의자, 건물, 지나가는 사람들, 도로 위의 차를 포함한 온 세상이 천천히 작은 입자로 부서졌다. 한 발 내딛으니 입자들이 밀려나고 다시 원상 복귀한다.
솨아아악
다시 쌓이려는 입자들 사이에 들어간 나는 세상의 흐름에 휩싸였고, 원하는 목표를 더 강력하게 그렸다.
턱. 발을 한 번 구르니 난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꺄악!”
깜짝 놀라 계단에 넘어지려는 그녀를 잡아 세웠다.
“어 어떻게···?”
“당신은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별빛 씨.”
그녀를 지나치고 난 눈을 감았다. 상상대로의 힘이 의식을 어두운 공간으로 끌어드렸지만, 난 거부했다.
광휘의 경지,
한 걸음.
원하는 목표, 장소를 생각하고, 한 걸음 걸었다..
쩌저정.
세상이 깨지고 신조 위에서 눈을 떴다.
“···자경아.”
노자 할배의 귀신 본 듯한 표정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만큼 통쾌했다. 이제 노자 할배 한테 맞고 사는 날들은 끝났다!
깊은 두 눈이 시야를 확대해 적의 본거지가 있는 예측 장소를 보았다.
“가시죠. 악당 목 좀 따러.”
팝 컬쳐의 퓨전입니다.
- 작가의말
자경의 능력은 다음 편에 자세히 나옵니다.
옛날 엑스트라를 쓸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당.그럼! 더 강한 스토리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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