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은 바람을 타고 – 1
이 작품의 인물, 위치, 단체 이름은 모두 상상의 산물 입니다.
***
미치소와 대련 하루 전.
[넌 신인가?]
- 상상대로입니다.
[목소리로 얘기할 수는 없지?]
- 문자(文字)로만 가능합니다.
[능력을 자세하게 설명해봐]
- 현재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상상 대로와 조건
1. 전 우주적 정보에 접속 (조건부)
2.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임무를 활성화
3. 임무 활성화와 난이도에 따라 점수 필요
4. 요구의 난이도에 따라 임무의 난이도 조정
5. 임무를 달성할 때마다 보상
[‘현’ 단계가 이 정도라는 거지]
- 등급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정보가 개방됩니다.
[꼭 몇 년 안에 출시될 만물 백과사전 같은데. 그럼 무림의 절대자가 될 수 있는 깨달음을 줘]
- 불가. 깨달음은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알아. 그냥 찔러 본 거야. 현재 구세교(救世敎)의 진행 상태는?]
- 무림 침략 준비태세: 1할 (10%)
[본격적인 침략이 10년 후니까.]
- 정확히 9년 후, 침공이 시작됩니다.
***
“뭐하냐. 멍하니 앉아서?”
감았던 눈을 뜨니 위문종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치소와 대련을 끝내고 잠시 풀밭에 앉아 어젯밤 상상 대로와 나눴던 대화에 푹 빠졌었는데. 왜 얘는 항상 깨우는 역활만 하는지.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근데 치소 녀석을 뻗게 한 그 잡기는 뭐였냐?”
“안 가르쳐 주~지.”
낄낄 웃는 문종의 태평한 얼굴에 살짝 울컥했다.
야 임마. 방금 널 살렸다고.
원래 역사대로 흘러갔다면 위문종과 미치소는 오늘 대련을 했을 것이고, 대련 중 치소의 정권에 맞아 즉사했을 것이다.
역사의 한 줄기를 바꾸었다.
“자경아. 이번 고수행(高手行) 까지 시간이 비는데 넌 어쩔꺼야?”
“글쎄.”
고수행(高手行)!
용천 무관의 특별한 시험이자 수련.
1주일 동안 하남 북부의 숲에서 살아남거나, 상대편의 깃발 뺏는 자만이 시험을 통과한다. 그리고 시험에서 장원을 먹으면 누구나 꿈에 그리는 대기업(大企業), 무림맹으로 가는 초고속 승진 구간인 정무학관에 들어갈 수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전 무림은 평화에 찌들었는데 이곳만 빡세게 굴리네.’
총 책임자는 비리에 찌들었는데 의외로 실속 있었다.
“자유시간이 한 보름쯤 됐었나?”
“어. 그러니까 형님이랑 대련 좀 하자”
“대련은 무슨. 난 나갔다 오련다.”
문종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네가 갈 때가 어디 있냐? 라고 생각할 테지.’
“어디 갈려고?”
어디 가긴!
“기연 좀 빼먹으러 간다.”
어리둥절한 문종을 떼어놓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하얀 붓짐 안에 몇일동안 버틸 음식부터 간단한 취사도구까지.
“흡”
묵직한 무게가 몸을 눌렀다.
다리, 팔, 가슴, 목 주위를 둘러싼 직접 만든 모래주머니.
온몸이 축~늘어졌지만 매일 이 훈련을 한다는 닌자세계의 [료]를 본받아 시작한 수련이다.
본격적으로 비파행을 시작하기 전,
벌써 무거워진 팔로 상상 대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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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임무: 언제나 물구나무!]
목적지까지 물구나무로 움직여라
<보상>
1. 민첩 1, 체력 1, 힘, 1
2. 점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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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훈련도 임무로 가능해 무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비파행으로 움직이는 거리가 최소 기준은 넘어야 했다.
시험해본 결과 조건은 최소 2~3리.
그것도 할 수록 점점 길어졌다.
끙- 무거워진 몸을 거꾸로 세웠다.
도착지가 몇십 리나 되지만 해낼 것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기연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깐 기다려 보시게.”
팔을 때려는 순간 만나고 싶지 않던 현서라는 스님이 나타났다.
“백자경 학도. 자유시간동안 어디로 갈 계획인가?”
“... 그건 학도 마음 아니겠습니까.”
스님 입장에선 말투가 살짝 불경스러웠겠지만, 현서는 개의치 않고 빙긋 웃었다.
‘정말 전생과 하나도 안 변하셨네.’
당분간은 피하려고 했던 인물과 만나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렇군. 그럼 마음대로 훨훨 날아가시게.”
움찔.
현서의 그 한 마디가 과거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다.
***
새빨간 피로 물든 승복이 내 앞을 막았다. 우리의 주위로는 구세교의 시체가 산을 쌓았고, 그 시체 앞으로는 한 남자가 태산처럼 서 있었다.
“사부! 난 됐으니까 어서 도망치시오!”
“제자야. 가르친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말버릇이 고약 하구나.”
“나 같은 둔재는 쓸모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니오. 그러니 어서 도망가시오!”
쿨럭. 사부의 입에서 큰 내장 조각이 튀어나왔다.
- 지금이다. 죽여라!
- 오! 구세주시여!
“그 누구도 나를 지나지 못할 것이야!”
불기가 충만한 목소리와 함께 사부의 온몸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그 황홀한 장면에 난 신음을 삼켰다.
“금강신...”
생명력을 불태워 강력한 내공을 얻는 불가의 자기희생.
이미 못난 제자를 구하기 위해 한 줌의 내공까지 사용한 사부의 마지막 선택이다. 사부와 같이 온 소림 승려 몇이 나를 업고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자경아.”
‘사부. 내···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에.’
“훨훨 날아라.”
구세교인의 파도가 사부의 제공권 안으로 들어왔다.
펑!
적의 몸이 터져 육포가 된다.
펑. 하나.
퍼펑. 둘.
퍼퍼펑. 셋.
퍼퍼퍼펑. 넷.
사부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굳게 쥔 주먹을 내 뻗을 뿐.
공격이 아니라 자애로운 손놀림 같다.
저것은.
“백보신권(百步神拳)...”
펑! 펑! 펑! 펑!
손도 댈 수 없는 원거리 조작 폭발에 광신도들도 질렸는지 사부의 제공권 밖에 서성거리며 움직이기를 꺼렸다.
“지금이다. 어서 가라!”
“예!”
나를 엎은 승려들이 뛰쳐나가고.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황금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사부의 등이었다.
“사부우---!”
***
미래의 현서 사부와 젊은 현서 스님이 겹쳤다.
“내공을 좀 더 키우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음?”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현서 스님과 그때의 사부는 달랐다.
아직은 서로 자신만의 길에 집중할 때.
내공을 키우라는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진 사부를 뒤로하고, 묵묵히 팔을 때어 비파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가까운 미래에 전설이 될 비파행의 첫 시작이 오늘이었음을.
팝 컬쳐의 퓨전입니다.
- 작가의말
===
[반복 임무: 언제나 물구나무!]
- 한 손으로 글을 쓰며 물구나무 서라.
<보상>
1. 추천 10만.
===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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