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1
최근연재일 :
2020.05.25 23: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624
추천수 :
140
글자수 :
97,230

작성
20.05.16 17:45
조회
104
추천
10
글자
12쪽

8화. 변화하다.

DUMMY

끔찍한 고통. 입에서 집어삼키는 동안, 팔 하나가 날아갔다. 이미 부러졌던 왼팔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꿀럭거리며 움직이는 목구멍.

얼른 무엇이라도 잡고 버티려고 하지만 될 턱이 없다.

두 손이 아닌 한 손이라 돌연변이 좀비의 혀를 잡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몸을 압축시킬 듯 쥐어짜는 식도를 천천히 넘어가고 있다.


끔찍한 악취가 돌연변이 좀비의 식도 안에서부터 올라온다.


‘이대로 포기해?’


더 이상 고통도 아픔도 느끼기 싫은 순간들이 이어진다. 잘려버린 팔, 힘을 잃어가는 몸뚱이가 나에게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서는 희망을 쫓듯이 사람들이 떠돌고 있다.


꼬맹이, 친구, 그리고 가족.


주식이 쫄딱 망하기 전부터 찾아가지 못했던 본가다.

항상 성공을 원했지만 제대로 된 성공을 하기 전에는 돌아가기가 염치가 없었다. 또한 친구들.

조금이나마 지원해줬던 친구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역시 죽기 싫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힘이 났을까?

스스로도 몰랐던 마지막 기운 한 방울까지 샘솟고 있다.


좁아져 가는 식도를 다시 타고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미끌 거리는 식도는 나의 자그마한 반항을 용서치 않는다.


“제길. 나만 죽는 거야! 나만!”


좀비에 물렸을 때만 해도 느긋하던 마음이 어째서 분노하는 것일까. 갑작스럽게 솟구친 분노에 지금 상황이 너무도 화가 난다.


곧, 출렁이는 위액이 가득한 위가 보이는 곳까지 도달했다.


어떻게 빠져나가지?

도대체 어떻게?


죽기도 억울했지만 이딴 돌연변이 놈한테 죽는 게 너무도 억울하다.


공격이란 걸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불가능이다. 팔 다리가 부러진데다가 손에 쥘 무기도 없다. 이 놈의 옆구리에 박혀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검이 생각이 난다.

그렇다고 나머지 손발로 공격을 하라고? 표면이 미끄러운 장기에 별다른 상처를 남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머릿속이 번뜩인다.


남은 한 가지가 생각났다.


바로 날카로운 이빨.


미끄러운 표면이라도 뜯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우 생각해 낸 공격수단이 고작 이빨이란 점이 우습지만 유일한 나의 공격이었다.


콰직!


억지로 살에 대고 강하게 무는 나의 이빨.

고작해야 움큼이 파일 뿐이다. 난 그것을 그대로 위액으로 뱉어 버렸다.


콰직! 퉤!


콰직! 퉤!


콰직! 퉤!


푸시식 소리를 내며 놈의 위액은 자신의 피부조차 녹이고 있다.


‘멍청한 놈 스스로의 살이나 녹여라.’


놈의 살이 파이는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는 고개를 파묻고 계속해서 식도를 파내어 가고 있다.


“읍. 퉤퉤. 크윽.”


그런데 중간에 실수를 해 피를 삼켜 버렸다. 하필이면 돌연변이 좀비의 피를.


우퉤퉤.


서둘러 입 안에서 토해내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미 좀비가 될 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피식 웃었다. 좀비로 변할 처지라 자각이 드니 더 이상 겁날 것도 없다.

난 계속해서 놈의 살을 뜯고 뱉기를 반복했다.

광부가 땅을 파듯이 돌연변이 좀비의 몸을 사정없이 채굴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에도 간간히 피를 삼켜버릴 때가 있었다.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진다.

독감에 걸렸을 때도 이 정도로 뜨겁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해 본 적이 없는 좀비를 산채로 뜯어먹는 일이다. 이런 변화는 이제 내 머릿속에 방해꾼이 되지 않는다.

놈의 피가 삼키는 양이 늘어나자 점점 더 피가 익숙해진다.

일반 피보다 끈적이는 피가 목구멍을 통해 삼켜진다.

어째선지 그 피가 달콤해지기 시작한다.


‘좀비도 아니고 이게 맛있다니.’


결국에는 피를 계속해서 마시고 있단 걸 자각했다. 끔찍한 생각이었지만 더 이상 상관없다. 계속해서 살을 꿰뚫었다.

아니, 씹어 삼켰다.


마침내 식도의 중간에 동그랗게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자리를 만들어 냈다. 대단한 성과다.


생각보다 더 활력이 도는 것을 느낀다. 좀비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일까?

문득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콰직!


피를 마시며 살을 뜯어간다. 점점 살도 익숙해지고 있다. 어째선지 살이 육회 먹는 것만 같다.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공격해주지.”


나의 조그마한 반항은 계속됐다. 흐릿한 시야와 반대로 점점 강해지는 체력이 이상하기만 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뚫었을 때.


뻥 하고 다른 장기로 가는 공간이 열린다.

그와 함께 코에 느껴지는 자극적인 고기의 향. 단 한 번도 맡아 본 적이 없는 향기다.


‘이제 난 사람이 아니구나.’


이미 돌연변이 좀비의 고기에 중독되었음을 알았다.

헛웃음이 난다. 돌이킬 수 없는 신체의 변화. 좀비에 가까워 진 것이 틀림없다.


그런 낙담에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아직 정신이 남아 있지만 좀비나 다름없이 변한 내 모습이 끔찍하다.


포기하자 남은 것은 이상할 정도로 넘치는 식욕 뿐.

이 어마어마하게 맛있는 고기의 냄새의 출처를 향해 나아간다.


뜨거운 몸을 이끌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움직인다.

점점 느껴지는 달콤한 육향.


마침내 도달한 곳에는 죽어버린 거대한 심장이 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심장은 쿵쿵거리며 요동치지 않는다.

시체마냥 멈춰 있을 뿐.


마땅히 죽음의 향기가 풀풀 풍겨야 하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죽음의 향기가 아니다.


그것을 보자 식욕이 턱밑까지 차오름을 느낀다. 내 몸은 부르르 떨리며 심장을 향해 갔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유혹은 몸 전체를 휩쓸고 있었다.


얼굴은 거의 심장 가까이 까지 다가왔다.


후훗.


방금 웃었던가?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향기에 듬뿍 취한 나는 다음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내 입이 최대한 벌어지더니 심장을 한 움큼 베어 문다.


‘이 맛은?’


잔뜩 미소가 그려지는 맛.

천상의 요리를 맛보듯이 천천히 씹어 삼킨다.


아 이것이야말로 그 유명한 거위의 간을 살찌운 채 만든 푸아그라일까, 아니면 천상의 재료라는 캐비어의 맛일까?


아마 그것보다 더 뛰어나지 않을까?


쫀득한 식감과 입에 퍼지는 향기에 취해 몸을 비틀거리고 말았다.

죽어버린 심장을 맛본 혀가 서둘러 말하고 있다.

어서 더 달라고. 당장이라도 거기에 혀를 대라고.


꿀꺽.


입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고기의 잔향이 너무도 아쉬웠지만 아직 양은 많다. 그 거대한 몸집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되는 양이다.


나는 어째서 천상의 맛이 느껴지는지 의문을 해소할 생각은 꿈에도 못한 채, 계속해서 씹어나갔다.

아까의 비교될 만한 음식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이는 천상의 맛. 설탕을 들이부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대체 왜 혈향이 비릿하게 느껴지지 않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좀비의 심장은 너무도 맛이 있어서 피가 잔뜩 묻은 얼굴을 그 심장에 계속해서 파고든다.


좀비는 죽은 괴물. 더 이상 뛰지 않던 심장은 좀비에게 쓸모가 없을거라 생각하며 계속해서 파먹었다.


시간이 가는 새도 모르고 씹어 삼키던 그 순간,


쿠쿠웅.


좀비의 몸체가 심하게 떨리더니 어딘가 부딪친 소리가 들려온다. 이 거대한 몸체의 돌연변이 좀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또한, 나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사실을 알았다.


부르르 떨리는 몸. 강력하게 넘치는 힘.


‘내가 좀비가 되었나?’


하지만 전혀 의식을 잃지 않은 머리가 의문을 증폭시킨다. 혹시나 나를 집어먹었던 이 놈과 같은 놈이 되지나 않았는지 덜컥 겁이 난다.


생각나는 건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 저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꼬맹이 녀석의 생사 정도는 알고 싶었다.


나는 그대로 파고 들어왔던 곳을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좀비의 피와 살은 엄청난 달콤한 향기를 내뿜지는 않았다. 다만 맛있는 고기냄새가 조금씩 날 뿐이다.


그대로 식도를 기어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다 올라오고 나서야 이상함을 깨닫는다.


“내 팔이 붙어있어?”


분명 떨어져서 사라졌던 팔이 그대로 붙어 있다. 그것도 방금 태어난 아기의 팔처럼 아주 새하얀 팔이 붙어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혼자서 의문을 집어삼키며 식도를 거슬러 올랐다. 여전히 미끄러운 식도의 벽을 아까와 달리 손가락으로 꽉 쥐니 그대로 파고들고 있다.

아무래도 내 몸이 이상하다.


푹푹.


식도를 등반하듯이 올라간 나의 눈에 보인 건, 입 밖으로 혀를 내밀고 있는 돌연변이 좀비의 입이었다.

거대한 입을 강제로 벌려 밖으로 나온다.


터벅.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아픔은 하나도 없었다.


“하, 하, 하하하하.”


왜 웃음이 나온 것일까.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그 때, 어떤 인기척이 느껴진다.


“저 쪽에 변이 좀비가 쓰러졌다. 조사하러 가야 돼.”


“안 돼. 함정일지도 몰라.”


이상한 소리들이 저 멀리서 들려온다.


그러나 그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들린 것이지?


나의 눈이 순간 확장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아주 조그맣게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500m? 1km?’


이건 이상하다. 확실히 내 몸이 이상해졌다. 내려다 본 내 신체의 밸런스 또한 어딘가 이상해진 것을 알았다.


그리고,


“좀, 좀비다!”


“죽여!”


나를 향해 다가온 사람들. 그들이 나에게 총을 들고 쏘려고 하고 있다. 총을 들이대고 있음에도 아무 위협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저 좀비 아닙니다.”


덤덤한 나의 한 마디에 그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본다.


“사, 사람입니까?”


“그렇습니다. 어?”


나의 눈앞에 어떤 여자가 드러난다. 바로 그 여자다. 물렸다고 쫓아냈던 그 여자. 그 여자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가리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 당신은!”


“혜진이라고 했던가?”


”네. 맞아요. 여기서 볼 줄은 몰랐네요. 아저씨.“


혜진은 아직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태호는 어딨지?”


나의 관심은 혜진에게 있지 않았다. 오직 태호가 데려간 유성이란 아이 뿐. 혜진은 얼떨결에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기서 대기 중에 있어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태호가 당신은 죽었다던데.”


“그건 나중에 말하도록 하지. 태호에게 안내해 줬으면 좋겠는데?”


내 냉담한 내 대답에 같이 있던 사람 중 덩치 큰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건 안 되겠는데.”


남자는 아래로 내려다보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궁금증이 든다. 이 남자는 왜 나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지.


“왜?”


“왜에? 이 형씨가 죽고 싶어서 난리가 났다.”


남자는 외치더니 나의 어깨를 잡아왔다. 어깨까지 드러낸 근육은 생각보다 힘이 좋아 보인다.


다만, 내 앞에서 힘자랑은 좀 아니었다.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힘이 솟아나고 있다.


어깨를 잡은 거슬리는 손을 잡았다.


“그만 놓지.”


뿌드득.


“으아아악!”


거의 부셔버릴 것처럼 남자의 팔목을 비틀어 넘겼다. 그러자 남자는 괴로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상태로 나는 다시 혜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딨다고?”


“저쪽이요.”


냉정한 시선으로 혜진이 나를 훑는다.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놓아버린 채로 나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작 좀비의 생사유무를 확인하러 왔던 사람들의 눈에는 불안감이 드러난다.


“저 놈 저거 한 번 제대로 걸릴 줄 알았다. 뭣도 없는 놈이 처음에 활약 좀 했다고 난리치더니.”


“쌤통이야 쌤통.”


일행들이 쑥덕거리고 있는 소리는 매우 작았지만 이상하게 변해버린 나의 신체는 그 소리마저 잡아냈다.

들어본 결과 방금 전, 시비를 건 놈은 그리 평판이 좋지 못한 놈이었다.


난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엮일 거라 생각하지도 않고.


태호를 향해 내 뒤에 혜진과 그 일행이 쪼르르 따라붙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기간에 대한 소식을 적습니다. 20.05.26 64 0 -
16 16화 확인작업. 20.05.25 53 3 14쪽
15 15화 돌아간다. +2 20.05.22 58 6 15쪽
14 14화 전투를 벌이다. +2 20.05.21 71 7 17쪽
13 13화 검술을 맛보다. 20.05.20 72 5 15쪽
12 12화 잘못 걸렸는데? +2 20.05.19 70 6 12쪽
11 11화 아이들에게 말하다. 20.05.19 69 7 10쪽
10 10화 화염 초능력자와의 만남. +4 20.05.18 87 8 16쪽
9 9화 아지트로. 20.05.17 86 8 13쪽
» 8화. 변화하다. +2 20.05.16 105 10 12쪽
7 7화 끔찍한 괴물. 20.05.15 97 7 13쪽
6 6화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20.05.14 103 8 14쪽
5 5화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아. 20.05.13 114 9 11쪽
4 4화 따라올래? +2 20.05.13 119 10 13쪽
3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8 20.05.12 143 13 12쪽
2 2화 떠나서 죽어주세요. 20.05.12 147 12 15쪽
1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2 20.05.11 227 2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