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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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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1
최근연재일 :
2020.05.25 23:22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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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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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수 :
97,230

작성
20.05.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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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따라올래?

DUMMY

완전히 저물어 버린 밤거리를 혼자 걷고 있다.


꼬르르륵


“하아.. 배고프다.”


좀비사냥을 12놈밖에 하지 못했지만 에너지가 많이 쓰인 모양이다. 배에서 천둥이 치고 있다. 지친 김에 무엇인가 먹을 거라도 찾고 싶지만 먹을 것도 없다.


어차피 뒤지는 김에 배라도 채우고 가고 싶지만 먹을 것이 보이지 않는다.

정처없이 움직이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추적추적 길을 따라 걷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옆구리에는 어느새 다시 주워 검을 넣은 검집이 덜렁거리고 있다.

처음에는 버릴 생각으로 던졌는데 막상 들고 다니려니 있는 게 나았다.


“근데 이 놈은 언제 오는 거야.”


듣기로는 변형좀비 놈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주위가 조용한 것을 보면 이 넓은 도시에 나만 살아 있는 것 같다.


탁-


탁-


응? 무슨 소리지?


골목길을 걷는 와중에 혹시 다른 좀비가 덤빌까봐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좀비영화는 잘 봤지만 그래도 깜짝 놀라는 것은 싫다.


좀비 놈이 갑자기 달려드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먼저 죽여 버려야 겠다.

이미 10단위의 좀비를 죽인 터라 꽤 자신만만해져 있다.


타박- 타박-


역시나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작은 발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쪽을 향해 조심히 걸어갔다.


수상쩍은 녀석이 내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 아줌마 좀비처럼 가만히 있는 상태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럴 때가 기회다. 목을 칠 기회.


문제는 있었다. 소리가 들려온 집으로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착지소리가 날 것만 같다.


젠장.

그러나 좀비를 사냥하는 것에는 위험이 함께하는 법.


할 수 없이 마음을 가다듬고 담을 넘었다.


터벅-


큰 발소리가 들렸지만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놈은 반응하지 않는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놈을 찾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좀비 녀석이 보이지가 않았다.


난 곧장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손의 스패너를 들고는 둘을 서로 부딪쳤다.


쨍-


생각보다 둔탁한 소리가 크게 났다. 아마 이 정도면 올 테지. 난 자세를 잡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돌아오는 기척이 없다.


“이 새끼가 진짜. 어딨길래 안 나와. 귀머거리 새낀가.”


터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리가 발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이 주위를 맴돌고 있는게 확실하다.


나는 기척이 난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코너를 도는 중에 상자 뒤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좀비의 모습이 보였다.

좀비에게 숨어있단 표현이 이상했지만 귀머거리 좀비일 가능성을 생각했던 나로선 꽤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조심히 그 뒤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여 못 듣게 하긴 했지만 들켜도 상관없다. 한 마리 정도야 이제는 가뿐히 쓰러트릴 수 있는 놈 정도밖에는 안 된다.


“뒤져라!”


나는 빼어들고 있던 검을 위에서부터 들고는 내리찍으려 했다.

다만 내 시도는 거기까지였다.


커다란 함성에 놈이 뒤돌아선다.


“으악!”


좀비에게서 비명이 들렸다.


응? 비명?


나는 재빠르게 검을 꺾었다. 다행히 검은 좀비라 생각한 것을 지나쳐 옆을 내리찍었다. 애꿎은 땅바닥을 파낸 검에 달빛이 비쳐 상대의 얼굴이 드러난다.


“사, 살려주세요.”


고개를 돌린 녀석은 좀비가 아니라 고작 10살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남자 어린아이였다.


“아 씨. 너 사람이야?”


“네. 사람이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저씨.”


“야. 사람이면 인기척을 내야지. 내가 너 좀비인줄 알고 그대로 내리쳤으면 벌써 저세상이야. 이 꼬맹아 놈아.”


“흑.흑 살려주세요.”


하지만 아이는 겁을 잔뜩 먹어 울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이 없다. 난 김이 빠져버린 채로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꼬맹아. 진정해. 나도 사람인데 왜 사람을 죽이겠냐.”


“정말이에요?”


“그럼 당연하지.”


“고맙습니다. 끅. 끅.”


아이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뭐가 서러운지 눈물 콧물이 쏟아진다.


“꼬맹아. 그만 울지? 좀비들 오겠다.”


내 말에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각이 들었나 보다. 내리 울던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려고 했지만 잘 참아지지 않나보다. 끅끅대며 참는 모습이 씁쓸하게 보인다.

슬퍼하는 꼬마아이의 입을 틀어막아야겠단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세상은 변했다.


그래서 나는 더 웃으며 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킥킥. 얼굴 봐라. 에휴. 휴지도 없는데. 기다려 봐.”


내 말에 반응한 아이가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쳐다본다.


“끅. 끅. 어디 가세요. 아저씨.”


“안에 들어갔다 올게.”


내가 안을 가리키며 손을 뻗자 아이는 화들짝 놀란다.


“끅, 들어가지 마세요. 끅, 안에 좀비가 있어요.”


죽을 뻔 했던 상황에 놀라선지 아니면 사람을 만났단 반가움 때문인지 울음이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경고를 해 주려는 듯 연신 손짓발짓하며 나를 말렸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이미 좀비를 12마리나 잡은 사람이다.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어차피 죽을 목숨 두려운 건 없다. 오히려 좀비 놈을 손볼 생각에 두근거린다.

나는 곧장 창문을 건드려 봤다. 아주 손쉽게 열린다. 좀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사람들이 어딘가로 내뺐는지 문단속도 제대로 안 돼 있었다.

좀비 사태 이전에는 별로지만 지금은 이런 창문이 좋다.


굳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 않아서 편하다.


훌쩍 창틀을 넘어 안으로 들어간다.


땅에 착지하느라 바닥이 울리니 좀비가 소리를 들었나 보다.


크으으-


좀비는 안방인가? 그건 그렇고 이상한 소리다. 지금껏 들었던 좀비와는 내는 소리가 달랐다.


주위를 살피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검 대신 스패너를 들었다. 경험상 변한지 오래된 좀비일수록 대가리가 약한 건 이미 파악했다.


따라서 안방에 있는 놈은 더욱 약할게 확실했다.


벌컥.


앞뒤 재지 않고 문을 열었다. 좀비가 나를 반겨줄 것을 확신한 채 말이다.


그런데 안에 든 건 이상한 괴물. 내장을 드러낸 좀비의 모습이 아닌 이상한 괴물이었다.


“어 이건 또 뭐야.”


좀비가 내가 알고 있는 좀비가 아니었다. 놈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다. 그것도 고체가 아닌 액체 상태였다.


“미친. 이런 좀비가 있다고는 말을 안 했는데.”


생긴 것이 꼭 던전에서 등장하는 슬라임이란 몬스터처럼 생겼다.

그러나 그 놈들은 말랑말랑해 보이는 게 귀엽기라도 하지, 눈앞의 놈은 몸이 피와 혈관으로 이루어져 있어 끔찍하기만 하다.


“씨발.”


난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손데 들린 스패너와 옆에 메어둔 검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걸로는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


“아 씨. 이렇게 포기하기는 좀 그런데 흐음.”


난 거실에서 고민을 했다. 놈을 죽일지 말지. 아마 저 놈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놈을 죽일 수 있지?


‘아, 그 방법이 있지.’


그러다 생각이 났다. 원초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다. 난 안방을 제외한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역시나 좀비사태 초반에 죽었는지 안에는 생필품이 남아 있었다.


“찾았다.”


그 중에 내가 찾던 물건이 보였다. 난 그 물건에 신문을 가져다 댔다.


확-


라이터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신문이 활활 불에 타고 있었다.


붉은 불길이 이렇게나 영롱할 수가 없다. 난 그것을 집안 구석구석에 두었다.


타닥.타닥.


불길에 가구며 커튼이며 집 안의 모든 것들이 잘 타고 있었다. 난 한 건 해결했다는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아저씨... 아저씨가 불을 지른 거예요?”


“응. 안에 웬 슬라임 같은 놈이 있어서 말야.”


“슬라임이요?”


“그래. 어린애는 보면 안 되는 더러운 거 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울음을 그치고 나를 마중 나온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앗.


그러나 머리는 헝클어지지가 않는다. 이미 떡이 질 대로 떡져 있는 머리에 손에 기름이 좔좔 묻었다.


“어휴. 너는 씻는 것부터 먼저 해야겠다. 뭐가 이렇게 더럽니.”


그런 생각을 하며, 닦을 것을 찾았다.


‘아 휴지.’


난 불타고 있는 집을 쳐다봤다. 애 얼굴 닦을 만한 걸 가지러 들어갔는데. 좀비에 신경이 팔려 다 놔두고 와버렸다.


“아, 미안. 내가 휴지를 깜빡했네.”


“괜찮아요. 저 이미 눈물 다 닦았어요. 헤헤.”


꼬마의 눈은 한껏 충혈 된 채였지만 얼굴은 밝은 기색이 보인다.


“근데 너 가족은 없냐?”


앞에 있는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뒷일은 말 안 해도 알 것만 같다.

좀비에 물려서 변할 날만 남은 나 같은 놈이야 이제 곧 죽으면 그만이지만 이 꼬맹이는 살아야 했다.


‘거기에 데려다 주고 와야 하나.’


낮에 보았던 일행들이 생각났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늦은 터라 뒤지고 말 거란 생각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야. 나 따라올래? 너 살 수 있는 곳 까지는 데려다 줄게.”


“정말요?”


“그래. 따라오려면 따라와.”


내가 휙 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녀석은 옆으로 조르르 달려온다. 녀석의 얼굴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해맑았다.

다만 한 가지 밝혀야 할 일이 있다.


“야. 알아둘 거 있다.”


“뭔데요?”


난 일부러 내가 물린 상처를 보여준다. 아까보다 검은색 핏줄이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헉. 아저씨!”


“그래 임마. 나 물렸어.”


“어 어떡해요 아저씨.”


녀석이 울먹거린다.


“자식이. 너 데려다 줄 때 까지는 안 변하니까 걱정 마.”


자신만만하게 외쳤지만 아마 중간에 변할지도 모른다. 젠장. 왜 하필 물리고 난 뒤에 애가 보이고 난리인지. 그렇다고 그냥 두고 갈 수도 없으니 어떻게든 해야 했다.


“그게 아니라 아저씨가 좀비로 변하잖아요.”


그러나 꼬마는 자신이 아닌 나를 걱정해 준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꽤 괜찮은 아이가 있구나 싶다.

나라면 아마, 그 매정했던 여자처럼 꺼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쿠으으윽.


크으으릉.


주위에서 흐느끼는 것만 같은 좀비들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놈들의 목적지는 불길이 밝은 저택 쪽이었다.

타닥타닥 집이 불타는 소리가 놈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이보다 앞장 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길이 막히고 말았다.

아까 전에 통과했던 길에는 이미 수많은 좀비들이 몸을 흐느적거리며 공간을 매우고 있었다.군부대로 가기에는 길도 멀었는데 가는 길마다 좀비들이 넘치고 있었다.

혼자면 괜찮지만 아이까지 있는 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꼬맹아. 여기서 자고 가자.”


“네. 아저씨.”


꼬르르륵-


꼬르륵-


둘 다 한적한 집으로 들어오자 긴장이 풀렸는지 배가 밥 달라고 아우성친다.


“크크큭.”


“에헤헤. 부끄럽네요.”


둘 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싶다. 한꺼번에 울린 서로의 뱃소리에 웃음을 짓고야 만다.

나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먹을 것이 있나 털어봤지만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이 열려 있을 때 직감해야 했었는데 이미 털린 곳 같다.


“하루만 참아라. 내일 가는 길에 이곳저곳 뒤져보자.”


“그래요. 아저씨. 아저씨가 큰방 쓰세요.”


“좋아. 너는 저쪽 방을 써.”


“같이 자면 안 돼요?”


“이거 안 보이냐?”


나는 다시 한 번 상처를 보여준다. 아이는 시무룩해진다. 그 표정에도 내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만약 자는 사이에 변하게 된다면 황천길을 동행해야 하는 입장은 저 꼬맹이다. 녀석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다.


“좋아. 각자 자고 내일 보자.”


“네. 아저씨.”


나는 큰방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조금 쌓여 있긴 하지만 그나마 괜찮다. 비염이 없는 게 천만다행.

내 친구 놈 중 하나가 여기서 자다간 기침 때문에 좀비들을 불러 모았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집 주인이 서둘러 대피한 탓인지 생활용품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그것들을 대충 한 구석으로 몰아넣고 괜찮은 이불 하나를 펼친 채 누웠다.


‘하아. 이대로 변하는가.’


‘여기서 저쪽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이런저런 고민에 집중하던 탓에 잠이 잘 안 올것처럼 느껴졌지만, 좀비들과의 사투가 몸을 피로하게 만들었는지 곧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크르릉. 크르릉.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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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확인작업. 20.05.25 52 3 14쪽
15 15화 돌아간다. +2 20.05.22 58 6 15쪽
14 14화 전투를 벌이다. +2 20.05.21 70 7 17쪽
13 13화 검술을 맛보다. 20.05.20 72 5 15쪽
12 12화 잘못 걸렸는데? +2 20.05.19 70 6 12쪽
11 11화 아이들에게 말하다. 20.05.19 67 7 10쪽
10 10화 화염 초능력자와의 만남. +4 20.05.18 86 8 16쪽
9 9화 아지트로. 20.05.17 86 8 13쪽
8 8화. 변화하다. +2 20.05.16 104 10 12쪽
7 7화 끔찍한 괴물. 20.05.15 97 7 13쪽
6 6화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20.05.14 103 8 14쪽
5 5화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아. 20.05.13 113 9 11쪽
» 4화 따라올래? +2 20.05.13 119 10 13쪽
3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8 20.05.12 141 13 12쪽
2 2화 떠나서 죽어주세요. 20.05.12 147 12 15쪽
1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2 20.05.11 22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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