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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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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1
최근연재일 :
2020.05.25 23:22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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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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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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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DUMMY

“아 망했네.”


인생을 바꾸기 위한 일은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듯 힘겹기 그지없었지만 반대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내 인생은 왜 이 지경에 온 것일까.


혼자서 되뇌어 본 것이 몇 번째인지. 그럴 때마다 힘을 내서 움직였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계기는 아주 사소한 데에서 시작했다.


오랜만에 동창생들을 만나 그 중 주식으로 잘 나가던 녀석이 던져준 정보.


그것을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투자했다.


사기였냐고?


아니. 전혀.


매일 끊임없이 올라가는 그래프에 은인 같은 녀석의 말을 듣고 투자한 친구들은 말 그대로 완전히 황금 동앗줄이나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투자하지 못한 녀석들은 땅을 치고 후회했더랬다.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운이라고 했던가.


갑작스럽게 발생한 던전 사태. 1년 전 발생한 그 빌어먹을 것이 이 세상을 완전히 나락으로 이끌어버렸고 덩달아 내 발목도 잡아버리고 말았다.


투자했던 주식은 던전사태로 인해 투자한 회사가 있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대표를 비롯한 몇 명이 죽어버렸다. 그 덕분에 기껏 올라가던 주식은 휴지조각.


은인 같았던 친구 녀석도 큰 충격을 받고 자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마침내, 나도 그 꼴 직전까지 와 버렸고 지금은 허름한 단칸방으로 집을 옮겨 빌빌거리고 있다.


조그맣지만 나름 견실했던 회사도 던전 사태에 의해 순식간에 끝장나 버리고 한순간에 모아둔 돈도 사라진 지금 남겨진 것은 가까스로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와 손에 들린 술 한 병 뿐이다.


“크윽. 술이 쓰다 써.”


내 친구였던 술고래 놈이 항상 술이 달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어디가 단건지 알 수가 없다.

매일같이 술을 안 끼고 살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퍼 마시던 나지만 어째서 술이 달다고 하는지는 지금도 도통 이해가 안 간다.

입 안은 물론 속까지 쓰기만 하다.


그만큼이나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아려온 탓이겠지.


손에 잡히진 않않지만 쌓여갔던 돈들이 한 순간 손에서 벗어나 버린 것만 같다.


“에휴 나가 뒤질까?”


던전 사태로부터 1년, 사람들 중에서 헌터들이 생겨난다고 들었다. 그러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현대 문명에 살던 나에게는 별달리 와 닿는 말은 아니다.


일반인들 중에도 한 번 씩은 직접 몬스터 구경을 해 봤다고들 하긴 하는데 나는 그럴 새도 없이 티비 하나를 끼며 좁은 화면 너머로나 구경해볼 따름이다.


“요즘 던전 자살이 유행이라던데, 꼴깍. 나도 그래 볼까.”


술을 마시면서 혼자 말하는 것이 버릇이 됐다. 하도 사람들을 못 보다 보니 의사소통이 혼잣말 뿐이다.

예전에는 한강 자살이 그렇게나 많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실직자들이 던전에 들어갔다가 자살한다고들 했다.


뭐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만은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으로 각성을 위해 도전도 해 볼 겸 마지막 희망으로 들어간다고 들었다.


헌터가 각성하는 것은 밖으로 튀어나온 몬스터를 잡을 경우나 아니면 던전 안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던전으로 들어갔다가 행불자나 되는 것이다.


일부 몇 명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각성한다는데, 그런 사람들은 꽤 강한 능력을 가진다고들 했다.


학자들의 말로는 마나에 민감할수록 각성할 확률이 높다던가 뭐라나. 그만큼 평소 주위에서 마력을 느낄 일이 없는데도 각성하는 사람은 대단한 소질을 가지고 있단 말이다.


“끄윽.”


거하게 트림을 한 나는 손에 집히는 과자 한 웅큼을 입에 집어 넣었다.


와그작 와그작 씹히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주도 기껏해야 이런 걸로 만족해야 했다.


술이 대부분이지만 과자가 더해져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슬슬 감겨오는 눈꺼풀을 참으며 생각했다.


‘던전에 들어가볼까?’


어차피 죽으면 끝인 것을 이라며 마지막 희망에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두려운 마음이 아직은 약간 남아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눈꺼풀이 점점 감기고 있다.


***


“드르렁. 드르렁.”


주위가 으스스 떨려왔다. 차가운 기운이 내 발끝을 살살 간질이고 있었다. 결국 난 차가운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며 일어났다.


“아 추워!”


아직도 반쯤 감긴 눈을 떠 보려고 하니 피곤함이 아직까지 몸 안에 남아져 있었다.


“으아암. 한전에서 전기를 끊었나?”


아직 연체된 지 1개월밖에 안 됐지만 그럴 수도 있다. 던전사태로 피해본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라 여러 기업, 그것을 넘어 정부까지 다양하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그렇다고 어디서 돈 구해올 곳도 없다.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던전 발생에 빌빌거리고 있었고,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할까 고민도 들었다.


“하.... 잠도 안와.”


결국 차가운 바닥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 일어나기 싫었지만 눈에 비치는 햇빛 때문에 창문이나 닫을 겸 해서다.


그나저나 오늘 무슨 경보라도 떴나?


슬쩍 밖을 보니 아무도 없었다.


던전도 그냥 방치해 둔다고 해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던전에는 제한 시간이 있다. 그 시간 안에 헌터들이 들어가서 클리어해야지만 사라진다. 그런데 만약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제한 시간이 지난다면?


한마디로 그 주위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이 이곳저곳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비록 던전 안에서는 현대무기가 작동하지 않아 활약하지 못하지만 던전 밖에 나온 몬스터들이라면 어느 정도 처리가 가능한 군인들은 반격을 위해 공격을 퍼붓는다.


던전을 빠져나온 몬스터들은 현대무기의 위력에 금방 몰살당하지만 문제점이 있다.

군인들이 전투를 벌이면 그 주위는 대규모 전투를 방불케 할 만큼 작살이 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좀 이상한데?’


슬쩍 눈을 비비며 보이는 밖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건물들도 오래된 것 마냥 식물들이 벽에 들러붙어 자라나 있다.

게다가 몬스터들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것 치고는 한 마리의 몬스터도 보이지 않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건물이 저렇게나 상태가 확 변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내가 술에 취했다지만 며칠 밤을 잘 리도 없었고, 뭔가 미묘하게 틀어진 것들이 보였다.


꼬르륵


“하.. 이젠 배가 고파.”


그러나 생각은 거기에서 멈췄다. 괜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창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는 라면을 쌓아둔 찬장을 뒤적거렸다.


“아 젠장. 없잖아.”


할 수 없이 며칠만의 바깥 외출을 해야만 했다. 밖에 사람이 없는 것이 꺼림칙하긴 했지만 몬스터가 발생한 것은 아닌 것 같이 보여서 용기를 낸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호신용으로 사둔 배트 하나는 들고 가야겠다. 나는 야구배트를 사두고 박아두었던 옷장을 뒤졌다.


“아 찾았?”


깜작 놀랐다.


‘이게 뭘까.’


아니, 난 이 물건을 알고 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손에 들려진 것은 거다란 장검이었다.


“헉!”


깜짝 놀라 그 검을 놓치고 말았다. 아니 챙겨둔 건 이게 아닌데?


겉면만 봐도 문양이 아주 잘 칠해져 있는 것이 검집 부터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다. 거기다 검을 슬쩍 빼 보니 날카로운 빛이 비춰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내 집, 내 옷장이 맞다. 그러나 이건 내 것이 아니다. 아무리 몬스터가 나왔다고 사람들이 미쳤다고 검을 팔겠는가.


돈 있고 검 관련 능력이 있는 헌터들만이 들고 다니는 것이 바로 검인데. 혹시 내가 배트라고 착각하고 검을 샀나?


말도 안 되는 소리.


애초에 나에게 검을 팔 리도 없고, 살 돈도 없다. 딱 봐도 몇 백 만원은 돼 보이는 검이다.


흥분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검을 들었다.


“차라리 잘 됐어.”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째서 내 옷장 안에 굉장히 날카로운 검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내 집에 있으니 내 것이다.

누가 자기 거라고 하면 그 때 돌려주기는 할 테지만 그 전까지는 헌터인척이나 하며 안전하게 다녀야겠다.


“이런 신발이 있었나?”


나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던 중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달라진 기분.


‘에이 기분 탓이겠지.’


괜히 쓸데없는 생각 말자며 정한 후, 신발을 질즐 끌고 밖으로 나섰다.

슬슬 날이 풀리는 시기라 그런지 몰라도 별로 안 차려 입었는데 날이 괜찮았다.


“크아. 날 좋다. 다들 어디들 갔나.”


난 슬슬 걸어가기 시작한다. 검도 들었겠다. 날씨도 좋겠다. 기분 내기 위해 팔자걸음을 하며 위풍당당하게 걷기 시작했다.


가게라고 해 봤자 얼마 안 되는 거리였지만 그 동안만이라도 기분 좋게 가기로 했다.


크으.


던전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이런 날씨에 산책을 다니고는 했다. 그 때의 기분을 느끼며 걸어간다.


골목을 하나 돌아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다.


저 멀리서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다들 어디 간 게 아니네. 그냥 집에 있고 싶었나.’


일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왠지 반가운 기분이 든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뒷모습이 지금 목표로 가고 있는 가게의 아줌마의 뒷모습이다. 근 한 달 만에 보는 아줌마의 뒷모습에 반가워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데 왠지 평상시의 풍채 좋은 아줌마가 아닌 것만 같다.


약간 말라 보인다.


“아줌마! 오랜만이에요!”


내 큰 외침에 아줌마가 뒤를 돌아 보셨다.


거기에 맞춰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인사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나를 향해 아줌마가 달려오기 시작한다. 다이어트를 하셨는지 발걸음이 재빠르시다.


반가움의 표시인건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진심에 마음이 촉촉해진다. 입가에 웃음이 맺친다.


“하하. 아줌마. 아무리 반갑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다가오시는 건 좀.”


내 말을 들었을 아줌마가 열심히 달려오고 계셨다. 슬슬 부담이 들었다.

아니 그만큼이나 반가우셨나? 세 달 전에 내가 망했단 소식을 듣고 크게 걱정해 주시던 아줌마의 따뜻한 그 눈빛.


그 표정들이 기억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 달여 간 보이지 않았다고 걱정하신 것이 틀림없었다. 팔을 벌리고 달려오시는 실루엣에 어쩔 수 없이 나도 같이 팔을 벌릴 수밖에는 없었다.


“아줌마! 반가워요!”


아줌마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려던 그 순간!


“엉? 아.. 아줌마?”


꽤 가까워지자 아줌마의 모습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온다.


“아줌마. 그게 어떻게.. 아줌마 가슴에 피에다. 거기다 아니 턱이 날아가셨는데, 어떻게 여기 가만히 계세요. 병원 가셔야죠.”


저 모습은 내가 알던 아줌마가 절대 아니다. 피라니! 거기다 잘린 얼굴이라니! 가만 보니 두상도 약간 다른 것만 같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잘못됐나 싶어 안경을 슬쩍 잡아봤지만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미친. 아줌마 오지 마요! 스탑!”


당혹스러운 외침에도 아줌마는 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만 오면 쑤시다던 그 다리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빨랐다. 성인 남자 정도와 비교할 만한 빠르기다.


“젠장할!”


난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겨냥했다. 검도를 배운 적은 없지만 티비에서 많이 보던 것처럼 따란 것이다.


“아줌마 오지마요! 멈추라고요.”


결국 아줌마는 가까워졌다. 그러자 더욱 자세히 보이는 얼굴. 턱이 잘려나간 채 혀가 밑으로 덜렁거리고 있다.


거기다 저 눈빛.


죽은 생선마냥 백태가 서린 흰 눈알이 너무도 끔찍하다. 그리고 그 얼굴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나에게로.


“씨발. 아줌마 오지 말랬잖아요!”


결국 다가온 아줌마를 향해 검을 쑤셨다.


푸욱-


앞으로 쭉 내밀고 쑤셨을 뿐이건만 검은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사람의 몸을 관통했다.


“아, 아줌마 미안해요.”


차마 사람을 찔렀단 죄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가 고개를 드는 순간, 아줌마가 내 눈을 마주쳐 오고 있다 .


콰득-


“으악!”


이 미친 아줌마가. 내 오른팔을 물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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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전투를 벌이다. +2 20.05.21 71 7 17쪽
13 13화 검술을 맛보다. 20.05.20 72 5 15쪽
12 12화 잘못 걸렸는데? +2 20.05.19 70 6 12쪽
11 11화 아이들에게 말하다. 20.05.19 69 7 10쪽
10 10화 화염 초능력자와의 만남. +4 20.05.18 87 8 16쪽
9 9화 아지트로. 20.05.17 86 8 13쪽
8 8화. 변화하다. +2 20.05.16 104 10 12쪽
7 7화 끔찍한 괴물. 20.05.15 97 7 13쪽
6 6화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20.05.14 103 8 14쪽
5 5화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아. 20.05.13 114 9 11쪽
4 4화 따라올래? +2 20.05.13 119 10 13쪽
3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8 20.05.12 142 13 12쪽
2 2화 떠나서 죽어주세요. 20.05.12 147 12 15쪽
»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2 20.05.11 22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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