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1
최근연재일 :
2020.05.25 23: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628
추천수 :
140
글자수 :
97,230

작성
20.05.15 16:10
조회
97
추천
7
글자
13쪽

7화 끔찍한 괴물.

DUMMY

끔찍한 괴물이다.


고작 하루, 지냈던 시간이라 해 봤자 그 정도에 불과했지만 좀비들은 어느 정도 상대해 봤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 닥쳐 보니 그것은 오만.

좀비들의 모습이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표현을 많이 했지만 저 놈은 그런 흔하디흔한 놈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간다.


“끄악.”


결국 한 마디 외침을 하고 난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중 이내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어디서 숨어 있었던 줄도 모를 좀비들이 하나 둘 등장해 앞을 가로막았다.


“젠장. 망했네.”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천천히 모여들고 있는 좀비들. 빠져나갈 곳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꼬맹이가 있는 장소였다.


거기서 빼꼼 하며 꼬맹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이 앞으로 나에게 닥칠 상황을 예상한 것이 틀림없다.


“뛰어! 도망쳐! 뒤돌아보지 마!”


그것은 절규에 가까운 외침. 나는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지만 저 녀석은 아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나와 달리 저 꼬맹이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하다.

다행히 이미 가방을 넘겨준 덕분에 홀가분했다.


옆구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는다.

그러자마자 놈들의 눈이 희번득하다.


검에 묻어 있는 동족들의 피 냄새가 자극적이었을까. 아니면 좀비들이 따르는 돌연변이 좀비의 피가 조금이나마 묻어서일까.


어느 쪽이든 확신할 수 없지만 살아남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단 것이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 좀비들이 나를 향해 떼거지처럼 몰려든다.


으아압!


거대한 기합소리. 그 소리와 함께 나의 검이 휘둘러졌다.


사악


시원하게 잘리는 감각. 생각보다 쉽게 잘린다.


‘어제보다 더 느낌이 좋아.’


어제는 검보단 스패너를 더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처럼 한 번에 베이는 느낌이 부족했다.

어쩌면 내 실력이 몇 번의 칼질만에 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검은 허공을 춤추기 시작했다.


사악-

사악-


한 번에 하나씩 몸이 잘려나간다. 가로로 휘둘러 상체를 갈랐다. 빌어먹게도 상체밖에 자르지 못해서 그런지 내장을 질질 끌면서 기어온다.

바닥을 노력해서 기어오는 놈의 대가리를 검으로 찔러 줬다.


푸숙-


목을 자를 때와는 다른 느낌.

뼈와 뇌를 관통하는 느낌은 또 다른 섬뜩함을 손에서 느끼게 만들었다.


“후욱.후욱.”


거친 숨소리.


내 숨은 가팔라지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좀비들은 끊임없이 다가온다.


“다다다다다 비비비비비켜켜켜켜켜라라라라라!”


돌연변이 좀비의 커다란 외침. 마치 주인의 명령에 노예가 순종하는 것처럼 좀비들의 일정 거리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확실히 저 돌연변이 좀비의 명에 좀비가 따르는 것이 확실하다.


좀비들의 진득한 피를 뒤집어 쓴 채로 시선을 돌연변이 좀비에게로 향했다. 집의 잔해에 가려져 있던 거체의 몸통에는 수많은 조그마한 인간의 발들이 수백개가 달려 있어 마치 벌레가 기듯이 다가오고 있다.


“허억. 허억. 끔찍하네.”


지친 것과는 반대로 감상은 끔찍한 혹평이다. 누가 나를 저런 돌연변이로 만든다면 그 놈의 목을 물어뜯어 버릴 것이다.

그만큼이나 흉측한 몸통. 흉측한 모습.


더구나 놈의 몸뚱이는 집 한 채 만큼 거대했지만 수는 많지만 대신 짧은 발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여간 불편해 보일 수가 없다.

저 자그마한 다리가 모여 거대한 몸뚱이를 움직이는게 꼭 살찐 지네같다.


“나랑 한 판 뜨자고?”


어째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녀석의 움직임이 느리단 사실에 용기가 난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을 각오로 맞섰던 것일까.

혹여나 저 꼬마에게 갈 수는 없도록 해야 한단 의지였을까.


“내가 먼저 갈 테니까. 닥쳐 이 괴물 새끼야.”


나의 다리가 바닥을 박찬다.

어째서 이런 용기가 난 것일까.

스스로에게 준 의문을 해소하지도 못한 채 좀비를 노려본다.


퉁.


희미한 도약 소리. 힘이 덜 들어간 것 같았지만 놈을 향해 도약하는 나의 움직임은 빨랐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내 눈은 놈의 몸통으로 향한다. 만두처럼 푹 퍼진 몸뚱이가 나를 갈라 속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는 것만 같다.

무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검을 옆으로 세운 체 달려든다.


“야야야야야암암암암전전전전히히히이이이 죽죽죽죽어어어어라라라라.”


돌연변이 좀비는 접근하는 나에게 손바닥을 내리쳤다. 하늘 끝까지 손바닥이 향했다가 미사일이 떨어졌다. 몸집에 비해 엄청나게 가는 팔이 채찍처럼 휘둘러져 나에게로 내려 쳐진다.


콰앙!


무슨 폭탄이 터지는 것 마냥 바닥이 손 모양으로 시멘트 바닥이 뭉개졌다. 놈의 손에 있던 머리들은 괴로운 소리를 낸다.


“크, 아, 아, 살살 쳐어라. 이 멍청청한 자아식아.”


“이대애로 공격하면 노오미 주욱고 마라.”


손가락에 달리 머리들이 조심하라며 본체에 항의한다. 하지만 본체로써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겁도 먹지 않고 달려드는 인간이 여간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닥닥닥닥닥쳐쳐쳐쳐라라라라. 멍멍멍청청청한한한 머머머리리리들들들. 너너너너희희희희느느느는 따따따따따르르르르면면면면 돼돼돼돼돼돼.”


양 손이 번갈아 가며 x자를 그려냈다. 10평짜리 평수만한 거대한 손이 내려 쳐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없다.


나의 신형은 두 손 사이의 빈틈을 교묘히 파고들어 놈의 거체에까지 도달했다.


“으아아아압! 베어라!”


나의 날카로운 검이 본체의 옆구리에 박혔다.


푸숙


살이 얼마나 두꺼운지 검이 쑤셔 넣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힘이 필요했다. 찌를 때도 힘들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것도 꽤 힘이 들 것 같다.

바로 이대로 놈의 몸을 사정없이 그어가는 것.


나는 농부가 양손으로 밭을 갈 듯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앞으로 그어가기 시작한다.


“크으으으으으윽. 이이이이 인인인인간간간주주주주제제제에에에에.”


손바닥이 연속해서 내리쳐 졌다. 하지만 돌연변이 좀비에게는 불행으로 이어진다. 손바닥이 채찍처럼 내려쳐 지는 것보다 나의 검이 베어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아슬아슬하게 내가 있던 자리를 놈의 손이 강타했다.


그 순간, 땅을 울리는 충격파에 잠깐 멈칫했지만 오히려 그 떨림의 힘을 받아 더 강하게 박차기 시작한다.


놈의 손바닥이 나를 향해 내려칠 때면 이미 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 이후.

놈은 자신의 상처 옆으로 손을 내려쳐 자신의 피를 손바닥에 묻힐 수 밖에는 없었다. 인간처럼 갈색이던 손바닥이 붉게 변한다.


헉헉헉.


지친 나의 팔. 몸에서 힘이 쭉 빠진 것만 같다. 놈은 내리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팔을 옆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휘이익!


손이 팽이처럼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건 힘들다.


나는 뛰는 재주도 없다. 빠르게 주위를 돌며 다가오는 팔을 피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검을 손에서 놓으며 놈의 몸에 박힌 검을 밟고 위로 점프했다.


“걸걸걸걸렸렸렸렸다다다다다다.”


그 때 옆으로 강하게 돌고 있던 팔이 내 쪽을 향해 왔다.

본능적으로 몸통을 감싸기 위해 엑스자로 팔을 겹쳤다.


쿵!


거대한 소리. 순간 나의 기억은 일순 끊겼다.


엥엥거리는 소리로 보아, 귀의 고막이 나가버렸단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몸의 움직임도 이상하다.


‘크윽. 움직일 수 있나?’


억지로 움직이려 했지만 뼈 마디마디가 부서진 듯 아무래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대로 끝일까. 그러기에는 너무도 아쉽다. 놈의 멱을 따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막상 죽으려 하니 해 보지 못한 일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책임지지 못한 어떤 얼굴이 꺼먼 상상속에 그려진다.


“아저씨 일어나요! 아저씨 이대로 죽으면 안돼요!”


꼬맹이가 나에게 외치는 목소리. 고작 하루지만 울먹임이 깃들어 있는 그 목소리는 다급함이 서려있다.


마지막 갈 때조차 녀석의고 외침이 환청으로 들리는 걸 보아 하니 내 생각보다 나는 더욱 녀석을 아꼈던 듯싶었다.


그러나,


고작 상상속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눈을 억지로 뜨려고 했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줄기. 눈꺼풀에 가려져 안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약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우는 얼굴이다.

꼬맹이는 꼭꼭 숨어있느라 더러워진 발로 나의 몸을 열심히 흔들고 있다.

그것을 깨달았지만 더욱 큰 일이 남았다.


“꼬, 꼬맹아.”


“아저씨. 정신차려요. 어서.”


“도망가라 했잖아. 왜 달려온 거냐.”


“아아아아아이이이이이느느느는 필필필요요요요요없없없없다다다다다다. 먹먹먹먹먹어어어어라라라라라.”


확성기처럼 거대한 소리.


놈이 기어오고 있다. 가까스로 떠진 눈 덕분에 녀석이 오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얼마나 멀리 날아왔는지 돌연변이 좀비와의 거리는 몇 십 미터나 된다.


이러니까 몸이 다 부서진 듯 아프지.


“어서 가.”


“싫어요. 아저씨도 같이 가요.”


“꼬맹아. 어차피 난 죽을 목숨이었다.”


좀비에게 물리고 진실을 들은 그 때부터 죽음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다만 어떤 형태로 죽음에 이를지는 정작 나도 알 수 없었던 것.


꼬맹이를 살리려고 했던 일이 허무하게 실패되는 것만 같아 너무나 아쉬웠다.


그 때,


“형씨 괜찮아?”


꼬맹이의 뒤로 누군가가 보인다.


“너는..”


그는 바로 태호. 성도 알 수 없던 그 건방진 놈이다.


“형씨가 하는 것 다 봤어. 젠장. 그걸 왜 봐가지고.”


녀석의 팔은 떨리고 있다.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좀비들. 그리고 쓰러진 나. 앞에 울고 있는 아이.


“이 아이는 내가 데려갈게. 괜찮지?”


난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너희한테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푸흡.”


입에서 흘러나오는 핏물. 아이와 태호 둘 모두 낯빛이 어둡다.


“아, 아저씨. 같이 가요. 아저씨 좀 살려줘요.”


꼬맹이는 태호에게 달라붙고 있었다.


“너만이라도 데려가는 데에도 위험을 감수해야 돼. 이 형씨까지 데려가면 우리는 따라잡힌다.”


냉정한 말이었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흐윽.”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그 아이의 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젠장 부러졌구나.


하지만 왼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오른 손을 들어 녀석을 향해 손을 든다.


“아저씨...”


꼬맹이가 손을 잡아왔다. 따뜻한 손길이 아마 최후의 인간의 온기이리라.


마지막에 느끼는 것이 꼬마의 온기라는 것이 그렇게 흡족할 수가 없다.


“어서 가. 돌아보지 말고.”


“아저씨. 미안해요.”


“형씨 미안해. 아니 형. 미안했어.”


태호도 아이를 위한 마지막 나의 싸움을 보았는지 짙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제 이름은 최유성이에요. 꼭 기억해 주세요.”


“크크. 이 순간에 너 이름을 알았구나. 내 이름은 진유한이다.”


“진유한 아저씨. 고마워요.”


태호는 그 말을 끝으로 안기는 아이를 데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순간, 꼬마의 눈물이 살짝 떨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곧, 돌연변이 좀비보다 빠른 일반 좀비들이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뚝뚝 흐르는 침.


어떤 사람을 잡아먹었는지 피가 섞인 침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놈들은 나를 잡아 먹을 수가 없다.

거기다 저들을 쫓아가게 둘 수도 없다.


“젠장. 이렇게 죽는 건 내 성격이 아니지.”


옆에 있던 아무막대를 잡고 일어나기 시작한다. 부러진 왼팔, 부러진 오른쪽 다리가 너무 흉측하다.

뼈가 튀어나와 피가 흐른다.


“내내내내내내 마마마마지지지지막막막막 조조조조가가가가각.”


돌연변이 좀비가 거의 가까워져 간다. 놈의 손가락 끝마디를 대신하고 있는 머리들이 나를 비웃는다.


“크캬캬캭. 노오므을 잡아았다아.”


“나아랑 가아튼 시인세나 되어라.”


특히나 우렁차게 떠드는 놈은 그 얍삽한 놈. 녀석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킬킬대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저 입 안에서 씹히는 것보다 지금 죽는 게 더 고통이 짧지 않을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시간은 사라졌다.


천천히 내려오는 손.

더 이상 공격은 없다. 내 엉망진창인 몸은 그 느린 손을 피하지 못했다.


크윽.


터지는 아픔. 놈은 내 몸을 잡더니 입 안으로 꿀꺽 삼킨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기간에 대한 소식을 적습니다. 20.05.26 64 0 -
16 16화 확인작업. 20.05.25 53 3 14쪽
15 15화 돌아간다. +2 20.05.22 58 6 15쪽
14 14화 전투를 벌이다. +2 20.05.21 71 7 17쪽
13 13화 검술을 맛보다. 20.05.20 73 5 15쪽
12 12화 잘못 걸렸는데? +2 20.05.19 70 6 12쪽
11 11화 아이들에게 말하다. 20.05.19 69 7 10쪽
10 10화 화염 초능력자와의 만남. +4 20.05.18 87 8 16쪽
9 9화 아지트로. 20.05.17 87 8 13쪽
8 8화. 변화하다. +2 20.05.16 105 10 12쪽
» 7화 끔찍한 괴물. 20.05.15 98 7 13쪽
6 6화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20.05.14 103 8 14쪽
5 5화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아. 20.05.13 114 9 11쪽
4 4화 따라올래? +2 20.05.13 119 10 13쪽
3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8 20.05.12 143 13 12쪽
2 2화 떠나서 죽어주세요. 20.05.12 148 12 15쪽
1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2 20.05.11 227 2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