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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이 세상은 몬스터인데 저 세상은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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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1
최근연재일 :
2020.05.25 23:22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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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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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글자수 :
97,230

작성
20.05.1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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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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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DUMMY

지금 이 상황은 뭘까.


내가 알던 세상에서는 주식이 망했지, 세상이 망하진 않았는데.


분명히 자신은 던전 사태 때문에 주식이 말아먹은 것이 확실하다. 거기다 몬스터가 살아 돌아다니는 일은 벌어져도 완전히 망하진 않았다.


더 이상한 건 방금 전 보았던 일행이 내 방을 아지트로 사용했다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1달동안.


평행세계?


혼자 결론을 내고는 미친 척 웃어재꼈다.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한지는 모르겠다. 내가 헌터도 아니고 도대체? 어째서?


보통 소설이라면 이럴 때 능력이라도 주던데 지금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의 일은 더욱 문제다. 이제 곧 자신이 놓아둔 미끼를 멍청하게 물어버린 놈을 찾아서 피냄새를 맡은 변형체 놈이 올 테니까.


내가 처음에 집었던 검을 들고는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이 검도 내 것이 아니라 혜진 일행이 미리 챙겨 둔 검이라 한다.

이미 미끼를 죽이는데 사용 한 거라 피가 베여서 더 이상 사용하기에는 무리라고 나에게 줬다.


곧 죽을 마당에 검이라도 있으니 마음은 편했지만 마지막까지 아까워하던 그 얍삽한 놈의 눈길만 생각하면 한 방 쑤시고 올까도 싶다. 크흑.


“라면이나 들고 올 걸 그랬나.”


내가 환상의 궁합으로 스프를 면에 잘 버무린 라면이 살짝 그리워진다. 일행들이 그 맛을 보면서 라면 하나는 잘 부시는 아저씨라 기억이나 해줄까 싶다.

하늘을 쳐다보니 방금 전까지 밝았던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밤이 되면 더 활발히 움직인다고 했던가. 씨발. 좀비가 뭐냐 좀비가.”


던전에 가서 죽으려고 했던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좀비란 단어가 날 부르르 떨게 만든다.


이대로 좀비가 되는 걸까?


변형 좀비가 와서 곧 좀비가 되어버리고 말 나를 보면 잡아먹을까 안 잡아먹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자신이 미끼로 둔 좀비를 잡았던 놈이 혼자서 터덜거리고 있으면 나 같으면 빡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먹이를 몰고 오라고 함정을 파 두었더니 고작 한 마리밖에 발견하지 못한 셈이니까.


한 방에 죽으면 좋겠는데. 아니 이대로 좀비가 될 때까지 버텨볼까. 좀비로서의 삶도 궁금하기도 하고.


크크크.


아마 으으으 하면서 길을 걸어다니다가 아까 전 일행같은 놈들한테 머릭 부셔져 죽고 말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머릿속까지 파고드는가 싶다. 혜진 일행을 떠날 때 까지만 해도 물린 자국 뿐 별다른 증세도 없던 것 주위로 검은색 핏줄 같은 것들이 서고 있다.


변하는 과정을 듣지는 못했지만 이것이 바로 좀비화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


으으으-


으으-


여기저기서 좀비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에 있던 검을 꽉 쥐었다.


“그래. 내가 뒤지기 전에 여포 한 번 찍고 간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죽을 맘도 먹었던 거 맘껏 날뛰고 갈 수 있다.

예전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먼치킨이 그렇게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활약하는 거야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어차피 좀비가 되거나 변형좀비한테 갈갈이 찢겨 나가는 것 외에 뭐가 거 있겠는가.


지금부터는 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가겠다.

난 검을 들고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야 이리와!”


저 멀리 좀비가 보였다. 아직 햇빛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구분하기가 딱히 어렵지는 않다. 부르자마자 달려오는 꼴이 먹이를 발견한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다.


내가 이런 놈이 된단 거지?


갑작스럽게 서러움이 몰려온다. 자연스럽게 검을 들고 있던 손도 꽉 쥐어졌다. 곧 죽을 거 검집을 굳이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과감히 좀비를 향해 던졌다.


퍽 하며 몸에 검집이 튕겨 나왔다. 별 영향 없이 달려오는 꼴이 우습기만 했다. 난 저번에 아줌마, 아니 좀비를 죽였던 것과 같이 야구배트를 잡듯이 쥐고는 휘둘러 버렸다.


촤아악-


녀석이 피가 내 검의 행적에 따라 바닥으로 튄다.


아마 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좀비인가 봤다. 전에 죽인 아줌마 좀비는 피가 하나도 안 튀었건만.


좀비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녀석의 머리를 톡 하니 차 버렸다.


데구르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그 소리에 반응한 좀비가 3마리나 그쪽으로 모여든다.


“아 쒸. 치사하게 3마리냐.”


한 마리는 모르지만 3마리는 버겁다. 저 놈들한테 뜯길 게 두려운게 아니라 고작 3마리만 더 잡다가 죽을지도 모르단 게 두렵다. 고작 3마리랑 바꾸기에는 내 생이 아깝다.


이럴 땐 사정상 후퇴를 해야지.


딱 맞게 옆에 있던 공구 가게로 들어갔다. 웬 일인지 털리지 않은 공구들이 몇 개 보였다. 난 거기에 있는 것들 중에서 방어할 만한 것으로 배 주위와 팔 주위를 칭칭 감았다.


한창 평화로울 시기에 봤던 좀비영화가 이렇게나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 방어를 끝낸 내게 남은 것은 이제, 닥치고 돌진할 뿐.


“야!”


가게 밖으로 당당히 나오며 외치는 내 음성에 3마리의 좀비가 반응했다.


으으으-


크르르-


다리가 하나 없는 절뚝이, 팔이 없는 외팔이, 그리고 사지 멀쩡한 놈. 사지 멀쩡한 놈은 특징이 없어서 그냥 놈이다.

녀석들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당연히 멀쩡한 좀비가 가장 먼저 나에게 가까워져 왔다.


“일단 한 놈.”


혜진이에게 간단히 듣기로는 좀비놈들의 머리는 변형좀비 이외에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한 놈의 머리를 퍼석 하고 날리려 했다.


그런데,


이름을 미처 짓지 못한 좀비놈이 돌에 걸리더니 슬라이딩을 한다. 젠장.


멋있게 머리를 날리려던 내 계획이 어긋난다. 그러자, 이번에는 외팔이 놈이 달려들었다. 나는 대응하려고 했으나 갑옷을 너무 단단하게 입고 있던 덕분에 도는 타이밍이 늦어 외팔이 놈의 태클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 씨발.”


겨우 세 놈도 못 죽이고 가는 건가? 아니다 이럴 수는 없다.


내가 간만에 비장한 심정으로 좀비 사냥을 하고 있건만. 다행히 미리 챙겨둔 스패너를 옆구리에서 뽑아 내리쳤다. 피가 툭툭 튄다.


얼굴에도 튀고 있지만 걱정 따윈 안 한다. 어차피 감염된 상태다.


외팔이 놈은 멍청하게도 내 갑옷을 열심히 물어뜯다가 머리가 뽀개지고 말았다.


난 힘겹게 일어서려고 했다.


퍽-


이차 태클이 들어왔다. 빌어먹을 팔다리가 온전히 붙은 좀비다.

나의 야심찬 공격을 돌에 걸려 얼떨결에 피한 운 좋은 좀비놈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아까 혜진 일행 중 얍삽한 놈이랑 닮아 보인다.


다시 한 번 스패너를 내리찍었다.


퍽.


외팔이 놈을 상대할 때보다 강력한 한 방이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간 것은 그 얍삽한 놈 때문이 맞을 것이다.

검에 찔릴 뻔 했던 생각만 하면 역시 한 방 먹이고 왔어야 되나 싶다.


내 가슴을 누르고 있던 움푹 파인 머리를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일어나려 했다.


콰직-


그 때, 왼쪽 다리가 아파왔다. 밑을 쳐다 보니 한 발로 기어온 외다리 놈이 내 발을 물고 있었다. 순간, 자신과 똑같은 처지를 만들려는가 싶어 웃음이 슬쩍 나왔다. 한 방을 내리꽂았다.


“야. 나 이미 감염됐어. 병신아. 내가 좀비 친구들 더 보내줄 테니까 저승 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이 새꺄.”


짜증나서 또 한 번 내리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연속으로 계속해서 내려친다. 두더지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퍽. 퍽. 퍽-


내려 칠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나 홀가분할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지만 내 맘대로 행동해본 것이 얼마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 재밌다.”


이런 쪽이 적성이었나?


하긴 어릴 때부터 참기는 많이 참았다. 대체로 돈이 부족해서 참은 것이 많다. 빌어먹을 돈이 부족해 혹시나 상대방 뼈가 부러지거나 이빨 하나 날아가 봐라. 안 그래도 없는 살림에 돈이 나간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보다 약해 보이는 녀석들도 덤비는 것을 적당히 참아주면서 조용히 지냈다.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 있었나 보다.


이런 폭력이 나에게 해방감을 안겨줄 줄은.


내 손에 잡힌 스패너가 핏빛에 번뜩거린다. 손맛은 이게 더 좋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던 검을 잘 활용해야 했다.


난 옆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던 검을 들었다. 그리고는 중요 부위를 제외한 방어구를 해체해 버렸다.


어차피 물리면 물릴 거. 그냥 자유롭게 싸우는 게 낫다. 조금 전의 싸움이 교훈을 줬다. 몇몇 방어구를 빼고 나니 몸이 움직이는 게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검을 든 채로 가게 문들을 툭툭 치면서 움직였다. 슬슬 어두워 지는 것이 딱 좀비들이 등장할 배경이다.


타다다닥


타다닥


몇 마리나 오는 거냐?


내가 슬쩍 뒤를 돌아보니 소리에 끌려 온 좀비들이 달려들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아 씨. 잠시만. 한 놈씩 와 한 놈 씩.”


그러나 이건 너무 많다. 아까 전 외다리나 외팔이처럼 팔다리가 날아간 놈들도 아니다.

아니, 인간이라면 팔이나 다리가 잘린 것보다 더 중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를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몸에서 몇 장기가 떨어져 나간 게 스피드를 올려준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좀비들 중에서 내장을 내 놓고 달리는 놈들을 더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젠장.”


나는 뒤돌아서 도망쳤다. 그러나 어디로?


대로로 도망쳐 봤자 붙잡힌다. 스패너로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단 것을 안 만큼 이번에는 좁은 곳으로 유인해야 한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마자 몸을 돌렸다. 벌써 내장을 비워낸 좀비 놈이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있었다.


“이 쌍놈의 새키들 어서 와.”


먼저 검을 들어 한 번 슥 그었다.


촤아악-


생각보다 힘이 들었지만 좀이 한 놈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 이번에는 제대로 맞쳤다. 스패너도 그렇지만 칼의 손맛도 괜찮다.


“검은 여기까지.”


검을 대충 던지고는 뒤로 물러섰다. 골목이라 좁은 만큼 검을 더 이상 사용하기엔 불편하기만 하다. 앞에 죽은 좀비를 장애물 삼아 넘어오는 새끼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죽은 지 좀 됐는지 생각보다 머리의 단단하기가 엄청 단단하지는 않다. 다들 어디서 머리 한 번씩은 깨지고 온 모양이다.


덕분에 나만 날아다녔다. 생각보다 무른 머리통에 두더지 잡기하는 마냥 한 대씩 계속 쳐 나갔다. 물론, 한 번에 끝난단 생각보다는 여유를 잡고 두 번씩 내려쳐 확인사살까지 완벽했다.


헉.헉.


내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나왔다. 벌써 7마리나 상대했다. 처음부터 얼마나 잡았는지 알아볼 만큼 잡았으니 확실하다.


크흐흐. 내가 벌써 10마리, 아니 11마리나 잡았다고.


처음 아줌마 좀비부터 시작해, 아까 세 놈. 거기다 지금 7놈까지. 지금 달려오는 놈만 잡으면 12놈이다.


“야 드루와. 드루와.”


영화의 명장면을 재연해보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좀비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내 의도대로 달려들고 있다. 난 거기에 맞춰 경쾌하게 손을 놀렸다.


퍼석.


홈런!


마치 야구하는 느낌으로 날려버린 머리에서 이가 와장창 뽑혀져 허공을 나르고 있었고, 얼굴 또한 비틀려져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살아서 크륵대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아씨. 안타네.


제대로 보내지 못 한 자신에게 좀 실망감이 들었다. 쓰러져서 퍼덕대는 놈의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스패너를 내리찍었다.


퍽. 퍽.


홈런을 하지 못한 게 조금 분해서 몇 번 더 쳐 버렸다.


“휴우.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피에 빨갛게 물든 나는 스패너를 털어냈다. 진득한 피는 다 털어내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하지만 이 때는 마지막에 달려든 좀비가 다른 좀비와는 다르단 것을 알지 못했다. 놈을 몇 번의 스패너를 휘두르는 것으로 죽여 버린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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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검술을 맛보다. 20.05.20 72 5 15쪽
12 12화 잘못 걸렸는데? +2 20.05.19 70 6 12쪽
11 11화 아이들에게 말하다. 20.05.19 69 7 10쪽
10 10화 화염 초능력자와의 만남. +4 20.05.18 87 8 16쪽
9 9화 아지트로. 20.05.17 86 8 13쪽
8 8화. 변화하다. +2 20.05.16 104 10 12쪽
7 7화 끔찍한 괴물. 20.05.15 97 7 13쪽
6 6화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요. 20.05.14 103 8 14쪽
5 5화 살아있단 느낌이 들지 않아. 20.05.13 114 9 11쪽
4 4화 따라올래? +2 20.05.13 119 10 13쪽
» 3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8 20.05.12 143 13 12쪽
2 2화 떠나서 죽어주세요. 20.05.12 147 12 15쪽
1 1화 아줌마가 이상하다. +2 20.05.11 22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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