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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atry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0.16 18:33
최근연재일 :
2011.11.10 23:1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2,172
추천수 :
255
글자수 :
166,125

작성
11.10.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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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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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Idolatry] 제5장 함정 (2)

DUMMY

“없네.”

무대 옆에서 관중들을 둘러보던 우현은 매번 보던 사람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누가?”

혼잣말을 들었는지 무대 뒤에서 살짝 얼굴만 배꼼 내밀며 아란이 물었다. 삐친 건 벌써 풀린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은 뒤 무대 뒤로 돌아갔다. 아란과 레베카가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무대 위에선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무대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알지?”

“믿는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말고 당신 일이나 잘 해.”

혀를 삐죽 내밀며 웃은 뒤 사회자의 소개를 받으며 아란은 레베카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뒤이어 따라가던 레베카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래, 기껏 세운 계획이니 잘 처리해야지.”

격려 아닌 격려에 힘을 얻으며 다시 무대 옆으로 나왔다. 아란과 레베카의 등장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천천히 힘을 끌어올렸다.

“적제, 귀수.”

우현의 눈동자가 붉은색 빛을 띠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작의 힘을 빌린 투시법으로 그는 무대를 비롯하여 관람석 모두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대부분이 협회원이라 그런지 각자 섬기는 신의 형상이 많이 보였다. 그들 사이로 이질적인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그 중 천사의 날개의 가호를 받고 있는 사람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 넷. 문제의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이는군.’

관람석 정중앙 하나와 양 끝에 둘, 그리고 맨 뒤에 하나. 얼굴까지 보이진 않았지만, 얼핏 느껴지는 기운으론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다. 의심 대상인 PD나 사장, 전운 그리고 팬클럽 회장이 보이지 않았다.

‘팬클럽 회장 녀석은 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아란의 공연 때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왔던 사람이 없자 왠지 허전함마저 느껴졌다.

부우우우웅!

그때 매너모드로 전환해두었던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꺼내보니 저 관중 어딘가에 있을 서현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바로 움직일 거야?」

전화를 받자 공연과 환호 속에서도 명확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 끌 필요 없잖아. 빨리 끝내지, 뭐.”

「좋아. 그럼 개시 축포부터 쏘라고 해볼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학교 본관 건물 옥상이 잠깐 번쩍하더니 새하얀 빛줄기 하나가 관람석 정중앙을 향해 날아왔다.

콰앙!

“…….”

우현은 할 말을 잃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요란한 빛줄기였지만 그 누구도 뭔가 날아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작은 폭음까지 일어났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남은 건 쓰러져 있는 사람 하나. 천사 날개의 가호 같은 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저건 세희가 알아서 수거해 갈 거야. 난 맨 뒤에서 도망가려는 녀석과 술래잡기 할 테니까, 나머진 알아서 해.」

“잠깐, 난 양 끝에 두 놈이잖아. 거리가…….”

「그건 네 사정이지. 열심히 해.」

뚝, 뚜뚜-

전화가 끊겼다. 관람석에서는 중앙의 동료가 당한 것을 눈치 챘는지 남은 셋이 도망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냥 세희님이 빛줄기 몇 개 더 날려주면 깔끔하게 끝날 것 같은데.”

원거리 사격이 전문인 세희라면 힘들게 발품을 팔지 않아도 포격 몇 번만 하면 다 잡고도 남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한 건지, 아니면 서현이 한 건지는 몰라도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데도 아무도 눈치 못 채는 인식장애주술이라면 인파 한가운데서도 마음대로 쓰러뜨릴 수 있겠지.

“에휴, 뛰어다니는 게 내 팔자지. 흑제, 실수, 천망.”

우현은 현무의 힘을 빌려 이 일대 전체에 그물과 같은 결계를 펼쳤다. 천망은 천자의 사냥터를 의미하는 북방현무7수 중 실수에 해당하는 별자리. 그 의미 그대로 이 일대는 우현의 사냥터로서 마음대로 벗어나질 못한다.

“아무리 달려봐야 제자리 뱅뱅 도는 게 전부지.”

생각보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며 우현은 마법사들을 향해 걸어갔다. 공연장 외곽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여유 있게 무대 위도 올려봤다. 마침 아란과 레베카가 관중을 향해 하트를 날리고 있었다. 환호하다 못해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매우 훈훈한 광경이었다. 두 사람이 오직 자신을 향해서 하트를 날리는 상상을 하자 실실 웃음까지 새어나왔다.

그렇게 딴청도 피우며 걷다보니 열심히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있는 거구의 남자가 보였다.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즈음 될까? 겉보기엔 어딘가 체육대학의 평범한 학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투시를 사용하고 있는 우현에게는 한 쌍의 천사의 날개에 감싸여져 있는 마법사로 보였다.

우현은 남자의 등 뒤로 접근해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죽지는 않을 정도로, 금방 정신을 잃을 정도로 힘을 주었다.

“수고한다. 이제 그만 잠이나 자.”

“컥, 커컥!”

거한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열심히 달려서 공연장을 벗어나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목이 졸렸으니까 말이다.

“으아아아악!”

그런데 거한은 우현의 생각보다 좀 더 터프한 남자였다. 목이 졸린 상태 그대로 허리를 숙이며 엎어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앗!”

의외의 공격에 놀란 우현은 손을 풀고 공중제비를 돌며 무사히 지면에 착지했다.

“마법사주제에 육체파? 하긴,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까.”

정면에서 바라본 마법사는 전운 이상의 거한에 근육질이었다. 일단 키만 해도 190cm를 넘었다. 조금 전 초크를 걸려고 점프까지 했을 정도였다.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강신, 흑제 현무.”

우현에게서 검은색 오오라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북쪽을 다스리는 현무는 물을 다스림과 동시에 무(武)를 관장한다. 근육질에 맞서 백호의 힘을 빌릴 수도 있지만, 그 백호께서는 지금 전운을 감시 중이니 부를 수는 없었다.

“어디 한 번 적당히 날뛰어 볼까……, 어라?”

기습공격이 막힌 이상 정면승부를 준비하던 우현은 거구의 마법사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마법사의 눈동자가 먼 산을 보고 있는 것처럼 멍했다.

“엘로힘 기보르.”

“진동?”

그때 마법사가 멍한 시선 그대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발성이 진동을 하듯 떨리고 힘이 실렸다.

“화성의 천사 사르트물루여, 엘로힘 기보르의 힘과 권위로…….”

퍼억!

주문을 미처 다 읊기도 전에 우현의 주먹이 마법사의 복부를 강타했다. 한가롭게 마법을 완성하도록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 힘을 깨울지니.”

하지만 마법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동도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게다가 접힌 날개가 활짝 펴지기까지 했다.

“날개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군.”

우현의 마법사의 주먹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에는 마법사의 등 뒤로 강철 갑옷을 입은 근육질의 천사가 언뜻 보였다.

“이미 소환되어 있는 상태였단 말이지?”

“아도나이(ADONAI).”

마법사는 눈을 감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기도를 하듯 경건하게 진동으로 발성했다. 그리고 두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인보케이션. 하지만 뭔가 정상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다른 세계의 존재를 자신의 몸속으로 불러들이는 소환 마법은 우현도 마법사들과 맞서 싸우며 몇 번 봤었다. 무법의 강신과는 전혀 다른 원리를 가진 마법. 상황에 따라 다른 세계의 존재에게 이성을 양도하거나 적절한 방어결계를 만들지 않아 역으로 지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아니다. 눈빛은 바뀌었지만 어딘가 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꼭두각시 같은 느낌.

슈욱!

여유롭게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은 없다. 마법사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달려와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주먹질이었지만, 정통으로 맞는다면 결코 무사하진 못할 위력이다. 우현은 고개를 틀어서 피하려다가 생각을 바꾸곤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콰콱!

땅이 갈라졌다. 마법사는 주먹질과 동시에 뒤꿈치로 우현의 발을 찍으려고 했던 것이다.

“힘 하나는 무식하네. 사르트물루라고 했지?”

우현은 며칠 전 서현에게 꾸중을 받은 뒤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행성대응천사들을 떠올렸다. 사르트물루는 소환자의 몸을 강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천사.

‘힘겨루기라면 백호가 제격인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법사의 자세를 집중하여 바라봤다. 계속 힘으로 돌격을 해올 생각인지 다른 마법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격이 다름을 보여주지.”

적당히 거리를 둬서 각종 무법으로 상대하면 어렵지 않게 이길 상대다. 하지만 우현은 씨익 웃으며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슉!

또다시 날아오는 주먹. 순간적으로 양손으로 마법사의 팔을 위로 튕겨냈지만, 그 힘만으로 우현은 뒤로 밀려났다. 아니, 날려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어휴, 무식한 힘.”

투덜거리며 우현은 이어지는 주먹을 사이드 스텝으로 피하며 복부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느낌이 있었지만, 별 타격은 없었는지 마법사는 곧바로 이어서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궤도.”

이번에도 가볍게 피하며 똑같은 지점을 향하여 발차기. 그렇게 같은 패턴이 두어 번 이어지자 이대론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마법사가 먼저 뒤로 물러났다. 모르긴 몰라도 누적된 데미지도 있었을 것이다.

“어딜.”

그걸 가만히 지켜볼 우현이 아니었다. 그는 마법사보다 더 빨리 달려 그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그러더니 물러나던 마법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이용해 팔을 붙잡곤 그대로 땅바닥을 향해 엎어치기를 했다.

“우랴앗!”

콰쾅!

마법사는 얼굴부터 땅바닥에 떨어졌다. 물러나던 힘을 역이용한 거라 일반적인 엎어치기보다 타격은 더욱 컸다. 어깨 관절이 빠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싸움은 단순히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크으으.”

꽤 큰 타격임에도 마법사는 흙을 털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마가 찢겨 피가 나고 있었고, 코뼈도 부러졌는지 납작하게 눌러져 있었다. 그래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지 다시 달려들 준비를 하였다.

“어딘가에서 조종을 하고 있는 건가?”

아까부터 들었던 느낌에 우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어쨌든 또 단순하게 달려드는 거구의 마법사를 쓰러뜨리는 게 먼저였다.

“아니, 이쯤 했으면 그냥 내가 이겼다고 치면 되겠지.”

우현은 맞서 싸울 포즈를 취하는 대신 달려드는 마법사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흑제, 실수, 누벽진.”

파팟!

마법사는 우현을 코앞에 바라보고도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누벽진은 12개로 이뤄진 하늘의 담과 벽이 되어 왕궁을 보호하는 별자리. 그 의미 그대로 12겹의 방어막이 우현이 아닌 마법사를 둘러싼 것이다. 견고한 방어막이란 바꿔 말하면 견고한 감옥이라는 뜻도 된다.

쿵쿵!

마법사는 방어막을 힘으로 깨부술 기세로 열심히 주먹을 날렸다. 그게 효과가 있는지 첫 번째 방어막이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었지만, 아직 11겹은 더 남아있다. 그걸 모두 부수려면 지금 아란과 레베카의 공연이 다 끝나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이건 혼자 놀게 내버려두고, 이제 다음 녀석을 잡으러 가보실까?”

“그럴 필요 없어.”

기지개를 펴며 다시 달리려던 우현을 막으며 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정신을 잃은 두 남자를 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지는 서현과 말없이 여자 하나를 내려놓는 세희가 보였다. 그들 셋에게서도 천사의 날개가 보였다.

“비선님, 그리고 세희님?”

“빨리 끝낸다며?”

서현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남자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현이 맡아야 했던 마법사였다.

“아니, 그게…….”

“변명은 됐어. 레포트는 잘 하고 있어?”

“흐끅!”

뜬금없는 레포트 타령에 우현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빨리 해두는 게 좋을 거야. 난 자비로워서 임무 중에는 따로 제출해야 할 숙제를 내주진 않거든.”

그 말은 이 임무가 끝난 뒤를 기대하라는 얘기.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자, 잘못했습니다.”

“잘잘못은 임무 끝나고 평가할 때 생각해야지.”

서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방어막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거구의 남자를 둘러봤다.

“일단 여기 들어온 천사 날개 녀석들은 모두 다 잡은 것 같네. 다른 녀석은 안 보이지?”

“응. 하지만 그런 건 나보다 비선님이나 세희님의 눈이 더 정확하잖아.”

“우린 백업 역할. 네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은 하지 않아.”

절반 이상을 잡은 그녀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지 우현 혼자서도 이들 넷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우선 천망으로 여길 벗어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설령 넷이 동시에 우현과 싸운다 하더라도 그를 이길 수 없다. 네 명의 실력은 골든 돈의 11위계 대응하자면 기껏해야 초보를 겨우 벗어난 두 번째의 열신자 정도밖에 되지 못하니까. 그들을 감싼 천사의 날개는 그들 스스로 시전 했다기보다 다른 고위 마법사가 해줬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형편없네.”

전운에게선 날개가 보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PD나 팬클럽 회장은 11위계의 네 번째인 실천자 정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카페 사장의 경우엔 우현과 같은 다섯 번째인 철인으로 추측되었다. 그들과 비교하자면 이들 넷의 실력은 정말 보잘것없었다.

“교포와 유학생 위주라고 했잖아. 유학생이라면 고작 몇 년 수련한 게 전부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이들 전부 기껏해야 20대 중반의 대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단순한 장기말에 불과할 것이고, 진짜는 여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넷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그 습격자는 누구지?’

우현은 며칠 전 그들을 습격했던 작은 체구의 마법사를 떠올렸다.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인보케이션을 통해 상황에 따라 몸에 소환하는 천사를 바꿔가는 실력이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세희에게서 최초의 일격을 받은 여자가 그나마 체구가 비슷했지만, 그녀가 그만한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여기에 없는 남은 넷은 모두 남자로 체격이 맞지 않는다.

‘변장이라도 한 것일까? 체격이 줄이는 마법도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피라미라도 쓸 만한 정보는 가지고 있겠지.”

우현은 생각을 정리하며 방어막 안에서 여전히 발광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사람들을 깨우기는 귀찮았다.

“이봐, 하나 물어보자. 너희들의 목적에 대해서야.”

“으아아아아!”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열심히 방어막을 두드렸다. 노력이 빛을 봤는지 세 겹은 무너졌다. 그래도 아직 아홉 겹이나 남아있었기에 걱정할 건 없었다.

“이거 참, 어떻게 얘길 꺼내야 하나.”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알아서 하라는 시선을 보내는 서현과,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세희가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와줄 의도는 전혀 없어 보였다.

“하긴, 이것만 해도 어디냐.”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세 남녀를 보며 쓰게 웃은 뒤 방어막 안의 남자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추측했던 마법, 그 한 단어만을 짧게 말했다.

“우상숭배.”

“…….”

그러자 남자는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그 반응과 뒤에서 서현의 감탄사가 들리는 걸 보니 틀리진 않은 모양이었다.

“크큭, 크크큭, 크하하하하.”

가만히 서 있던 남자는 갑작스럽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웃음을 멈추고 우현을 내려다봤다. 정확하게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제법.”

툭!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자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힘을 잃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를 감싸던 날개 역시 사라졌다.

“응?”

서현의 놀란 소리에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남은 세 남녀의 등에서도 날개가 사라졌다.

“누군가 원격 조종을 하고 있었나 보네.”

당황스러운 이 사태를 서현이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환호 소리. 아란과 레베카의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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