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Idolatry

웹소설 > 작가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2.10.16 18:33
최근연재일 :
2011.11.10 23:19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2,165
추천수 :
255
글자수 :
166,125

작성
11.09.09 23:24
조회
1,671
추천
10
글자
18쪽

[Idolatry] 제1장 의뢰 (2)

DUMMY

‘스타팅 포인트’는 무령대학교 앞에 위치한 카페로 그리 넓지도 않고 구석에 있어서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와 늘 편안한 기타 연주곡이 흘러나오고, 무엇보다 커피의 맛이 여타 유명 카페보다 더 뛰어나다. 단골들은 숨은 명소를 널리 알리기보단 오히려 존재를 숨기기에 소위 아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나 같아도 아무한테 안 알려주겠지.”

약속시간 5분 전에 도착한 우현이 카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역시 ‘비선’이라 불리는 그의 상급자가 아니었다면 존재자체도 몰랐을 것이다. 맛있는 커피와 편안한 음악, 조용한 분위기 등, 그 누구도 이곳이 사람이 북적거려 소란스러워지길 원하지 않겠지.

“제대로 찾아왔을지 모르겠네.”

전화로 열심히 설명했고, 요즘은 네비게이션이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신문명의 이기 덕분에 길 찾기는 쉬워졌다. 그래도 스타팅 포인트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혹시 못 찾고 헤매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우현은 문을 열었다.

카페 구석에 반백의 신사가 홀로 의자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는 손목의 시계를 보고 있었다. 우현도 폰을 꺼내 보니 이제 막 9시 30분을 가리켰다.

“권헌조씨?”

괜한 걱정을 했다고 안도하며 우현은 그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박우현씨 되십니까?”

반백의 신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웃음을 지어주는데 그 분위기는 우현이 많이 느껴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의뢰인들을 지켜냈을 때 그들이 지어주던 표정과 미소. 바로 안도감이다.

‘이거, 팬의 입장으로 있으면 안 되겠는데.’

자신은 권헌조와 아는 사이가 아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급한 일이라 연락했고, 자신이 나오자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이런 패턴이라면 상대는 무언가 불안감, 걱정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우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현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결코 평범한 일은 아니다.

그는 권헌조의 단 한순간의 표정만 가지고 그리 판단하며 일개 팬의 마음을 버리고 은비학자로서 그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박우현입니다. 평소 팬이었는데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네요.”

우현은 정중하게 악수하며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거의 없었다.

‘굳이 결계를 펼칠 필요까진 없겠군.’

지금 잘 활동하진 않지만 권헌조는 유명한 가수 중 하나. 스타팅 포인트에서는 누가 손님으로 오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면 시선이 모이는 건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평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지도 않으니 인식장애결계라도 펼치는 게 좋겠지만, 한창 강의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비어 있었다. 손님이 있어도 우현이 있는 곳과는 멀리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다른 자리와는 대조되게 바로 옆자리 의자가 테이블에서 조금 뒤로 빠져있는 게 눈에 뜨이긴 했지만, 일단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쁘신 분이실 테고, 급한 사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우현은 팬으로서 헌조를 만나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버리고, 차분하면서도 사무적으로 물었다.

“의뢰를 하나 맡기고 싶어요.”

헌조도 바라던 바였는지 망설임 없이 용건을 말했다.

“의뢰라, 제가 누군지 아시고 하는 말씀입니까?”

우선 상대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우현은 의뢰 내용 대신 이 질문을 던졌다. 적어도 그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나 의뢰를 받을 정도로 유명인사는 아니다. 평범한 세계에서는 말이다.

“협회 소속의 경호 전문의 뛰어난 무법사,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렇게 뛰어나진 않습니다만.”

그 대답에 우현은 작게 움찔했다. 상대는 정확하게 자신에 대해 알고 찾아왔다.

“협회가 무얼 하는 곳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자세히는 모릅니다. 무언가 신비의 단체, 우리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정도밖에. 무당이니 보이지 않는 뭔가를 다루느니 하는 등 오컬트적인 뜬구름 정도밖에 모르죠.”

헌조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면의 세계 같은 건 유명한 가수이나 학계에 속해있지 않은 그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다. 아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당이라면 그저 굿을 하고 점을 보는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정체모를 사이비에 속한 사람의 손을 빌린다고요? 그것도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한 저를?”

“우현씨, 당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5개월 전의 일은 당사자에게 직접 들었으니까요.”

“…….”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다. 여기서 더 캐물어봐야 시간낭비에 불과하단 걸 깨달은 우현은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다시 소개하죠. 저는 세계무속인협회 장용원 산하 장용내원 소속의 무법사, 박우현입니다.”

장용원은 외원과 내원으로 나뉜다. 그 중 내원은 바로 배정받은 VIP를 온갖 오컬트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이른바 경호업무를 맡고 있다.

“제게 의뢰를 맡기고자 한다면 누군가의 경호이겠군요. 당신입니까?”

“아니요, 제 딸애입니다.”

“딸?”

조금 전 TV에서 노래를 부르던 소녀가 떠올랐다. 관심이 없어서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인기가 꽤 많은 가수이며 아직 고교생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이돌 가수의 경호란 말이지?’

자세한 내용을 듣지도 않았는데 거부감부터 들었다.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연예인이라면 이것저것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더구나 평소 싫어하는 아이돌 가수라니. 위에서 하달된 임무라면 군말 없이 해야겠지만, 의뢰라면 얘기가 다르다. 또한 팬심에서 약속을 잡고 나오긴 했지만, 본래 그는 독자적으로 의뢰를 받고 할 입장이 아니다.

“저는…….”

조심스레 거절의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우현은 헌조의 얼굴을 봤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기대에 찬 시선을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얘기 정도는 들어보죠. 무슨 일입니까?”

“아, 고맙습니다.”

겨우 얘기를 들어준다고 하는 것뿐인데도 고개를 숙인다. 그만큼 헌조에겐 다급한 일이란 거지만, 거절하려고 마음먹은 우현에겐 곤혹스럽기만 했다.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최근 딸애에게서 다양한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어요.”

그 말에 우현은 어제 밤 뉴스가 떠올랐다.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아란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 다행히 다치진 않았으나, 동승했던 경호원이 즉사했다는 기사에 잠깐 섬뜩해졌었다. 일반적인 의미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도 어쨌든 경호원이라 할 수 있으니 동업자로서 자신을 대입해봤던 것이다.

‘분명 그 뉴스에선…….’

가만히 생각하자 몇 가지가 더 떠올랐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겪을만한 각종 사고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오컬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다른 가능성이 떠오른다.

“저주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헌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근거는? 우연일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얘기는 다른 곳에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이어지는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달 전쯤에 아란이 앓아누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몸에선 열이 심하게 나고, 고통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원인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대여섯 시간이 지나더니 거짓말처럼 멀쩡해졌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던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히 일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한 일이었다고 생각했을 뿐,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아란 주위에서 각종 사고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있던 거울이 깨지거나, 그릇이 깨지는 건 예사였다. 책상이나 의자, 무대 세트가 무너지기도 했으며, 가스 폭발까지 있었다. 그런 사고 속에서도 다행히 아란은 아무런 상처를 입진 않았으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방송에선 아무런 근심 없이 웃으며 노래하던데요.”

“방송이니까요.”

“…….”

그 대답에 우현은 할 말이 없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프로니까 방송에선 참고 밝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뉴스에 나온 건 정말 빙산의 일각입니다. 눈에 띄는 큰 사고들만 보도되었을 뿐, 실제론 훨씬 많아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누군가 인위적으로 일으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나, 그게 또 평범한 사람의 한계 이상의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유명하다는 무당에게 찾아갔다.

“그 무당은 뭐라던가요?”

“직접 딸애와 만나진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아란은 힘들어 하긴 했지만 그저 우연이라고만 생각했다. 무당이니 하는 미신을 붙잡긴 싫어했다. 그래서 무당은 아란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사진 등을 바탕으로 모시는 신에게 어떤 상황인지 물어본 모양이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며 물러났습니다.”

그 무당은 어떤 문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은비학 즉, 오컬트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은 알았기에 지인을 소개해줬다.

‘그 무당이 협회 소속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판단은 잘 한 모양이군.’

헌조의 설명을 들으며 우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학이라고 해도 각기 분야가 다양하게 나눠진다. 일반적인 무당이라면 퇴마나 점술 등의 무속을 행하나, 우현 등은 사람을 적으로 상정한 직접적인 전투를 행한다. 이를 구분하여 협회에선 전자를 무당, 후자를 무법사라 불렀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 분야가 나뉜다.

헌조가 상담했던 무당은 이 일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란 걸 깨닫고 이 일에 적합한 다른 무당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그래서요? 전문가가 나섰을 텐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모양이군요.”

우현은 이어질 말을 상상조차도 못한 채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죽었습니다.”

“……예?”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묻는 우현. 허나 이어진 헌조의 설명은 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분 말고도, 어렵사리 초빙한 분들 모두 목숨을 잃었어요.”

소개받은 무당이 찾아왔을 때는 각종 사고들이 막 잦아들고 있을 즈음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여러 가지를 조사하던 무당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초빙한 무당 역시 자택에서 화재로 사망. 둘 모두 아란과 만나지도 않았고, 그녀 근처에 가지도 않았었다. 그저 집 근처를 조사하고, 그녀의 자취를 뒤쫓았을 뿐이다.

공포를 느낀 헌조는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조사했고, 무당이 아닌 무법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아란에게는 새로운 경호원이라고 속이고 함께 다니도록 했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그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벌써 목숨을 잃은 사람도 나왔다. 만약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상처 없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다급함을 느낀 헌조는 무법사에게 직접적인 조사를 의뢰했다. 다행히 그 무법사는 헌조의 의뢰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경호원처럼 행동하며 아란과 함께 움직였다.

“그 무법사는 지금 어디에……?”

말을 꺼내면서도 우현은 그가 어떻게 됐을지 직감적으로 느꼈다.

“어제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

이쯤 되면 단순 우연으로 생각할 수 없다. 저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분명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기예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 얘길 들은 모양이군요.”

“어제 밤늦게 들었었죠.”

5개월 전 임무로 경호를 맡았던 소녀는 원로 가수의 딸. 그 가수와 헌조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으니 아무래도 친분이 있었고, 어찌 얘기하다가 우현에 대해서 들은 모양이다.

‘이걸로 대충 견적은 나오는데.’

우현은 작게 한숨을 쉬며 고민에 빠졌다. 헌조가 자신을 알게 된 것도 처음 생각했던 대로였고, 얘길 들어보니 꽤 심각하다.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아, 어떻게 거절하지?’

아이돌 가수를 싫어하긴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일 뿐이다. 당장 중요한 건 사람의 목숨이고, 벌써 희생자도 나왔다. 일반적인 도덕적 관점에서 여기서 그를 도와주는 것이 옳다.

“이제 저에 대해서 얘기할 차례군요.”

게다가 팬의 입장에서도 그를 꼭 돕고 싶다. 그렇기에 거절의 말을 꺼내기가 한층 더 어려웠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말이다.

“선생님께선 협회에 대해서 잘 모르시죠?”

분위기를 느꼈는지 헌조는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저는 무법사입니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는 부끄럽지만, 나름 실력도 있다고 자부하고 있고, 실제로 실전도 여럿 겪었죠. 하지만 동시에 학생이기도 합니다.”

무령대학교는 협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고등 은비학 교육기관이다. 우현은 실력을 인정받아 협회의 정식 일원이 될 수 있었으나, 근본적으로는 아직 교육이 필요한 학생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실전도 모두 실습의 의미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마음대로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정식 무법사로 인정받는다면 협회의 허가를 받아 개인적인 의뢰를 받을 수 있다. 아니, 차라리 협회 소속이 아니었다면 얽매일 것이 없으니 마음대로 의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양쪽 다 아니니까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거절하신다는…….”

헌조는 절망에 젖은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그로선 우현이 마지막으로 기댈 희망이었다.

“정식으로 협회에 의뢰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우현은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협회는 외부 의뢰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만약 받아들인다고 해도 실력 있는 무법사를 보낼 여건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일에 대비해 전력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는 후배를 한 명 소개해드리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최현후라고,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니까 흔쾌히 의뢰를 받아들일 거예요.”

“소개……입니까?”

탐탁찮은 표정의 헌조. 그도 그럴만할 것이 지금껏 목숨을 잃었던 무당, 무법사 모두가 소개를 통해 의뢰를 했던 인물들이다. 당연히 ‘이번에도?’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걱정 마세요. 확실히 실력은 있는 녀석이에요. 경험만 따지자면 저보다 더 나아요.”

“그래요?”

그래도 표정이 나아지지 않는다. 헌조는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를 사람보다 확실한 실적이 있는 우현을 원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현은 믿을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직접 활약상을 들었으니까.

“휴우, 좋아요. 마음에 안 드신다면 이렇게 하도록 하죠.”

결국 우현이 한 발 물러났다.

“적어도 제가 소개할만한 프리랜서 중에 녀석 만한 무법사는 없어요. 경호가 전문이기도 하니까 이 일에 적합할 거예요.”

단순히 조사라면 몇몇 다른 인물이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 헌조가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딸인 아란의 안전이다. 정체불명의 오컬트 공격에 그녀를 보호하는 데 현후만한 적격자는 없다. 물론 자신이 나선다면 얘기는 다르지만.

“현후는 나서고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녀석이에요. 그가 자신의 능력 밖이라고 하면 제가 나서도록 할게요.”

“정말이십니까?”

반색하는 헌조를 보며 우현은 씁쓸해 웃었다.

“그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현후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아까 의뢰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요?”

다시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오며 묻는 헌조를 향해 우현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리를 한다면 가능해요. 좀 높으신 분과 알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번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무턱대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걱정 마세요,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우현은 헌조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아 현후의 번호를 찍어 주었다.

“제가 소개했다고 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만나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비록 우현을 고용하진 못했지만 다른 사람을 소개받았고, 또한 무리라면 우현이 직접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쯤이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만족할만한 성과라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럼, 전 이만…….”

헌조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할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만큼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살펴가세요.”

우현은 아쉬운 표정을 애써 숨겼다. 이것저것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팬심을 발휘할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휴우.”

헌조가 카페를 나가자 우현은 한숨을 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숨겼던 아쉬움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사정이 사정인걸. 그나저나 듣기론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협회에서 움직이진 않으려나? 그 정도로 여유가 없을까?”

“움직여.”

그때 등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은 놀라 뒤를 돌아봤다. 처음에 카페에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던 자리. 하지만 지금은 두 여인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dolatr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정집] 네타가 조금 포함되었을지도 모를 설정 +1 11.10.05 809 1 -
공지 공지입니다~ +3 11.10.05 1,066 3 -
28 [Idolatry] 에필로그 및 후기 +7 11.11.10 755 8 7쪽
27 [Idolatry] 제6장 우상숭배 (4) +6 11.11.08 675 14 12쪽
26 [Idolatry] 제6장 우상숭배 (3) +4 11.11.04 706 7 9쪽
25 [Idolatry] 제6장 우상숭배 (2) +4 11.10.30 713 5 13쪽
24 [Idolatry] 제6장 우상숭배 (1) +5 11.10.28 683 4 15쪽
23 [Idolatry] 제5장 함정 (3) +5 11.10.26 778 10 19쪽
22 [Idolatry] 제5장 함정 (2) +5 11.10.24 753 8 17쪽
21 [Idolatry] 제5장 함정 (1) +5 11.10.22 822 6 19쪽
20 [Idolatry] 제4장 천사 (4) +5 11.10.17 817 7 10쪽
19 [Idolatry] 제4장 천사 (3) +4 11.10.15 827 8 15쪽
18 [Idolatry] 제4장 천사 (2) +5 11.10.13 852 11 15쪽
17 [Idolatry] 제4장 천사 (1) +4 11.10.11 952 8 10쪽
16 [Idolatry] 제3장 습격 (5) +6 11.10.09 957 16 9쪽
15 [Idolatry] 제3장 습격 (4) +6 11.10.07 1,035 4 14쪽
14 [Idolatry] 제3장 습격 (3) +4 11.10.05 1,028 10 9쪽
13 [Idolatry] 제3장 습격 (2) +3 11.09.28 1,051 8 10쪽
12 [Idolatry] 제3장 습격 (1) +3 11.09.26 1,051 6 16쪽
11 [Idolatry] 제2장 전조 (5) +4 11.09.23 1,093 12 10쪽
10 [Idolatry] 제2장 전조 (4) +3 11.09.21 1,072 9 11쪽
9 [Idolatry] 제2장 전조 (3) +2 11.09.18 1,158 9 17쪽
8 [Idolatry] 제2장 전조 (2) +2 11.09.15 1,113 4 16쪽
7 [Idolatry] 제2장 전조 (1) +2 11.09.14 1,148 5 16쪽
6 [Idolatry] 제1장 의뢰 (5) +4 11.09.13 1,204 10 12쪽
5 [Idolatry] 제1장 의뢰 (4) +3 11.09.12 1,315 15 18쪽
4 [Idolatry] 제1장 의뢰 (3) +4 11.09.11 1,440 7 15쪽
» [Idolatry] 제1장 의뢰 (2) +4 11.09.09 1,672 10 18쪽
2 [Idolatry] 제1장 의뢰 (1) +5 11.09.09 2,188 17 12쪽
1 [Idolatry] 프롤로그 +3 11.09.09 2,412 13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